우크라이나 전쟁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탈출한 러시아 난민신청 청년 5명을 위해 인권·시민단체가 나섰다.
러시아 징집병들이 지난 11월27일 중남부 옴스크 기차역에서 주둔지로 출발하는 열차에 오르려고 승강장을 걷고 있다. 옴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러시아 징집거부 난민의 인권과 평화를 옹호하는 한국 시민사회’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 수용된 러시아 청년 5명의 인권침해 확인을 요청하는 진정을 냈다. 이들 단체는 서울 중구 인원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은 전쟁에 동참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박해를 당하는 정치적 난민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 난민들을 구금하는 한국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한국 정부는 이들이 자진 귀국하기를 암묵적으로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러시아로 돌아가면 수감되거나 강제 징집될 가능성이 높고, 그중 일부는 이미 러시아에서 반정부 집회에 참여해 국가 폭력을 당할 위험에 처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동원령을 내린 뒤 러시아 청년들의 탈출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러시아인도 늘고 있다. 법무부가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들어온 러시아인들의 난민신청 심사를 거부하면서 이들은 현재까지 공항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는 난민인정 사유가 되는 ‘전쟁에 반대하는 병역거부’에 대해 난민 심사조차 거부하는 법무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항에 갇혀 있는 러시아 난민신청자 5명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종찬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병역거부는 난민인정 사유가 된다. (이들에 대해) 적어도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는 단체를 통해 “명분 없는 전쟁에 동참하지 않은 이들의 인권에 대해 침략을 당한 역사를 가진 나라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충분한 존중과 배려를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국격도 올라간다”는 뜻을 전해 왔다. 공항 출국대기실에 갇힌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도 지적됐다. 대한변호사협회 난민이주외국인특별위원회의 이상현 변호사는 “출국대기실은 하루 한끼, 점심에만 식사다운 식사를 제공한다. 아침과 저녁에는 빵과 음료를 주는 것이 전부다. 잘 곳도 마땅치 않다. 공용평상을 눈치껏 차지해야 하고, 평상 자리를 맡지 못한 사람은 의자에서 선잠을 잔다. 위탁수화물로 붙인 짐을 찾을 수 없어 입고 온 옷과 직접 들고 온 옷만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