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단이 보이질 않는다
: 정부의 교통분야 탄소중립 로드맵 평가
관료들의 알리바이에 불과한 탄소중립 로드맵…
소통, 공유, 합의 부재
정부가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 12월 23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확정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국토분야와 교통분야에 대한 추진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미 지난 논평을 통해서 탄소중립위원회의 안이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교통분야에 있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5%의 총 주행거리 단축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총 주행거리를 단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정부의 발표안은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어렵게 내놓은 총 주행거리 단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보이지 않고 외려 기존의 형식적인 대책들의 나열만 확인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어떤 이해관계자들을 만나서 논의했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그저 발표를 위한 계획이라는 형식만 남은 꼴이다.
가장 중요한 한계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총 주행거리를 4.5%로 줄인다는 단순한 목표를 달성할 수단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 주행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이동을 줄여야 하며 이는 당연히 개별 자가용 이동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단거리 이동에서부터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가용 이용을 대중교통 이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는 자가용 이용억제와 대중교통 확대라는 수단이 명확하지 않다. 기껏해야 주차요금을 개선하고 단계적인 부제를 시행한다는 수준이다. 하지만 주차요금이 아니라 주차장 정책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미 한계가 확인된 부제 외의 통행을 줄일 수 있는 혼잡통행료나 녹색교통전용지구 등과 같은 적극적인 관리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여 좀 더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를 위해서는 단순히 BRT나 M버스와 같은 광역 체계가 아니라 지역 내 교통체계의 핵심인 버스 체계 개편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철도를 언급하면서도 단순히 철도망 확대를 언급할 뿐, 이미 감축된 무궁화 노선의 부활이나 SRT 등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는 통합운영체계에 대한 구상은 빠져 있다. 오히려 민간투자 활성화니 육상물류를 철도물류로 전환하겠다는 기업 지원정책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항공과 관련해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공항과 관련한 언급은 빠져 있어 국제적으로 국내 항공을 철도 수요로 전환하는 흐름을 무시한 체 ‘바이오항공유 도입’과 같은 엉뚱한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공급과 관련해서도, 애초 정부가 수립해온 전기차 공급계획 자체가 왜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지에 대한 평가가 부재하다.
이렇게 형식적인 대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는 크게 3가지의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번째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여전히 통합적인 교통체계에 대한 상이 없어서다. 기본적으로 육상 교통, 철도 교통, 항공 교통, 해운 교통이라는 수단별 분류 체계를 기반으로 나눠져 있는 정부 내 조직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교통수단 간 연계가 보이질 않는다. 교통부문 온실가스의 감축은 전체적인 교통량을 감축하고 전환하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여전히 구시대적인 교통 수단별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다음의 원인으로 이어지는데, 바로 거버넌스 문제다. 여전히 국토교통부의 교통관료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는 관행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해당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민관합동 TF 등 그나마 민관 거버넌스 운영은 8월 이후로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 이후엔 해당 과제를 용역 과제로 수행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국토교통부의 관료들이 주도했다. 실제로 교통분야의 핵심적인 이해관계자인 노동자 뿐만 아니라 이용자인 시민들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의 탄소중립 로드맵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마지막 원인은 분권에 대한 명확한 구상이 없어서다. 알다시피 한국의 교통체계는 이중적이다. 중앙정부는 인프라를 공급하고 해당 인프라를 통해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지방정부다. 특히 대중교통의 경우에는 모두 지방정부가 운영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교통수요관리를 하려면 지방정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주어져야 한다. 비슷하게 법제화는 되었으나 제대로 운영조차 되지 않는 특별교통대책지역 지정 제도(지속가능교통물류발전법 제41조)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 뿐만 아니라 재정적 지원 원칙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안에는 정작 교통 체계 운영을 책임지는 지방정부에 대한 분권적 관점이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국토교통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실제 교통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 정책만 반복된다.
정부는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법정계획 수립을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 역시 개선될 여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통분야의 탄소중립 과제를 논의해온 국토교통부의 관료 구조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달라질까 의심스럽다. 그 점에서 시민사회의 노력을 통해 그나마 개선된 탄소중립 목표가 정부 관료의 무능력으로 인해 좌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은 정부의 일방적인 선언으로는 절대 달성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발표는 그저 관료들이 일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알리바이 이상의 의미가 있겠는가?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발표된 정부의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은 탄소중립위원회가 결정하고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를, 정부의 관료 조직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 절차도 없고, 진행한 정책 연구의 자료 공유도 하지 않고 세종시의 국토교통부 건물 안에서만 만든 안일 뿐이다. 결국 이번 탄소중립 로드맵은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와 역량이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도대체 국토교통부는 해외의 여러 국가나 도시에서 진행 중인 탄소 중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심스럽다. [끝]
2021년 12월 28일
공 공 교 통 네 트 워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