泛虗亭記( 범허정기)
범허정집 > 泛虛亭集卷之七 > 記 > 宋光淵
泛虚자는 행주 호수 위에 작은 정자를 얻었다. 그대로 이어받아 새로이 단장하였다. 편액에 '泛虚'라고 쓰였다. 어떤 손님이 물어 말했다. "이 정자는 두 기운(청탁, 淸濁)을 나누어 스스로 높낮이가 있고, 사시(四時)의 아름다움은 사람들과 함께 누릴 수 있으며, 긴 바람이 파도를 깨뜨려 강을 건너는 기상이 있으며, 평야가 눈 앞에 펼쳐져 있어 먼 곳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구나. 때를 잃지 않고 물러나거나 나아가며, 조수를 들으며 물아일체의 마음이 없고, 갈매기와 친할 수 있구나. 작은 수레가 다니는 곳에 봄풀이 깔려 있어, 손님과 술병을 들고 함께 하면 가을의 정취도 깊구나. 긴 여름 강촌에서 비가 쏟아지기를 기뻐하고, 해질 무렵 호수와 하늘에 눈이 하얗게 섞여 있구나. 이름 지을 만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홀로 '泛虚'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혹 허무한 배가 홀로 떠다니는 것처럼 학문의 바다를 타는 것인가?"
대답하길, "아니오. 그 이유를 아는가? 세상의 문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나, 그렇다면 그대가 의심하는 것이 혹 '泛虚舟'인가?"
"장씨의 아들로, 출처가 두루 알려지지 않아 해를 멀리하여 몸을 온전하게 한 것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주역에 '강을 건너는 데 이로운 것'이라는 것은 나무배를 타고 허무함을 추구한 것인가?"
대답하길, "무슨 말인가? 부드러움이 안에 있고 강함이 중심을 얻어 설명하기 쉬우며, 중부(中孚)의 배가 허무한 것이다. 그 도리는 나라를 다스리고 하늘에 응하는 데 극치에 이르나니, 천하의 지성한 자가 아니면 누가 이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자네가 이름을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팔월 십오일 밤에 집안 아이들과 더불어 이 정자에 올라가니, 그 때 별과 은하수가 흔들리고 온 하늘이 허무한 달이요, 이슬이 맑고 길게 강에 드리워져 허무한 강이었다. 층계와 굽은 난간이 아래로는 땅에 닿지 않아 허공에 집을 띄워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으며, 넓고 넓어 네 방위에 끝이 없고, 넓고 넓어 허무함을 의지하고 바람에 타는 생각이 들었다. 홀연히 방주가 지나가다가 배를 건드렸는데 장씨의 소리가 없었다. 사람이 보니 허무한 배였다. 허무함의 쓰임이 이러하도다. 만약 배에 한 사람이 있었더라면 시끄러운 소리가 이미 따랐을 것이다. 마음은 본래 허무하여 허무한 배의 형상이 있나니, 사람이 허무하게 자기를 비우고 세상을 유람할 수 있다면, 이 배가 물가운데 떠 있는 것과 같으리니, 어찌 들어가서 스스로 만족하지 않겠는가. 이로써 우리 정자의 이름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泛虚'라 이름 지었다. 마음에 의심하는 바가 있더라도 이는 허무함의 도가 아니다."
대답하길, "허무함은 노자의 도인데, 자네가 취한 것은 마치 장자(莊子)의 우언(寓言)에서 나온 듯하다. 어찌 우리 유가(儒家)가 말할 만한 것인가?"
나는 대답하였다. "그들의 허무함은 허무하여 없음이요, 우리의 허무함은 허무하여 있음이라. 만약 정적인 허무와 동적인 솔직함의 공을 따를 수 있다면, 자기 자신을 다스릴 때는 허무함으로써 사람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처할 때는 허무함으로써 사물을 대응한다면, 다행히 있음 같고 없음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으며, 이 아이의 가슴과 마음이 저 날의 강물과 밤의 경치와 같아 상하로 함께 흐르게 되리니, 어찌 우리 유가의 사업이 아니겠는가. 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원컨대 이로써 자기를 권면하리라."
이로써 기문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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泛虗亭記
泛虗子得小亭于杏洲之湖上。仍舊貫而新之。扁之曰泛虗。客有問之者曰。之亭也兩儀淸濁。自有高下。四時佳興。多與人同。長風破浪。有濟川之具。平郊極目。有望遠之樂。不失進退之時。而潮可聽。無有物我之心。而鷗可狎。小車行處。春草如茵。與客携壺。秋興不淺。長夏江村。喜雨滂沱。薄暮湖天。白雪紛糅。可名者非一。而獨以泛虗名之者。豈虗舟獨泛。乘學海之波瀾者耶。曰否。子安之。盖世詞章。何可當也。然則對君疑是泛虗舟者耶。曰。張氏之子。無可考而出處兩忘。遠害全身。何有於我哉。然則易所謂利涉大川。乘木舟虗者也。曰惡。是何言也。柔在內而剛得中。說而巽。中孚之舟虗也。其道極於化邦而應天。非天下至誠。其孰能與於此哉。然則子之所取以爲名者何居。曰八月十五夜。與家子弟登臨是亭。于時星河動搖。而一天虗月。露澄光而長江虗。層軒曲欄。下臨無地。不翅浮家泛宅。寄在歸虗之上。泛泛乎若四方之無窮。浩浩乎有憑虗御風之思。忽有方舟而過者。觸之船而無張歙之聲。使人視之。乃虗船也。有是哉。虗之用也。向使船有一人在其上。惡聲已隨之矣。心兮本虗。有虗舟之象焉。人能虗己以遊世。如此船之泛彼中流。則何入而不自得也。此可以名吾亭。遂以泛虗名之。如有擬議於心者。亦非虗之道也。曰。虗者老氏之道。而子之所取。似出於莊生之寓言。豈吾儒之所宜道者也。余應之曰。彼之虗虗而無。此之虗虗而有。若能從事於靜虗動直之功。處己則虗以受人。處世則虗而應物。可幸至於有若無實若虗之域。而使此子胸襟。直與向日之江天夜色。上下同流。則豈非吾儒之事業乎。非曰能之。願以是自勉焉。仍以爲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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