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 2008. 1. 1
2.
장소 : 마니산
3.
행로 및 시간
[마니산 국민관광지 주차장(09:30) -> (우측 단군로)
-> 능선 안부(314봉, 10:15) -> 참성단(10:40)
-> (간식) -> (계단 길) -> 주차장(12:10)]
4.
동행 : 강형, 성우
5.
뒤풀이 : 백운호수
대지
무자년 새 아침이 밝았다. 새해는 여는 날, 등산 코스로 강화도 마니산을 택했다. 비록 해돋이 산행은 지난 밤
가족 영화관람과, 성우의 지난 밤 약속 등의 사유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마니산 가는
차편에 올랐다. 이수에서 8:00에 출발하여
60km가 넘는 길을 1시간 만에 도착하여 보니 벌써 해돋이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로
주차장이 몹시 붐빈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가는 차들이 많아
주차가 수월했고, 오르는 사람들이 적어 나름의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강화도는 우리 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으로 마니산은 섬의 남서쪽에 있다. 산행은 함허동천, 마니산 국민관광지, 화도초교, 선수항 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정상은 아니지만 단군 제단이 있는 참성단이 실질적인 정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등산을 준비하면서 산을 오르며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고, 정월 초하루
의미 있는 산행의 추억을 기대하며 들머리에 나섰다.
< 마니산 참성단 / 서해바다>
주차장을 지나 조금 오르니 계단 길과 단군로 능선길이 갈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계단 길로 내려오고 있고 능선 길은 비교적 한가하다. 본격 오르막을 걷기 시간하는데 날씨는
맑아도 기온은 몹시 차다. 새로 산 바라클라바를 꺼내 쓰고 가는데 이내 입김으로 인해 안경의 습기가
찬공기에 닿아 보온이 잘되길 않는다. 보온장비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제법 가파른 길을 40여 분 오르니 314봉
안부와 만나게 되고 여기서부터는 능선 길이다. 조금 더 오르니 바위 길이 이어지는데 우측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제법 너른 겨울 들녁이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고 그 뒤로는 서해의 잔잔한 바다가
펼쳐진다. 어제 밤 머리 속으로 그리던 바로 그 길이다. 날씨가
좋아 풍광이 기대 이상이다. 강형도, 성우도 대 만족이다. 나즈막한 바위 길, 잔잔한 바다, 맑고 투명한 날씨,
마음 맞은 친구들, 이 모든 것이 새해 나를 위해 준비된 것들인 양 흥분하며 길을 걷는다. 지난밤 친구와 술을 마셨다는 성우도 지난 밤도 깊은 잠을 못 잤을 강형도
오늘 코스에 대한 예찬이 이만 저만 아니다. 풍광에 취해 길을 걷는데 갑자기 계단 길이 나오고 이를
오르니 참성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년 중 오늘과 개천절만 일반에게 공개한다 하니 오늘은 여러 호재가
함께 오고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참성단에서는 사진만 찍고 건너편 헬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준비한 따뜻한
코코아와 김밥, 맥주로 간식을 하며 한참 동안 바다를 감상한다. 잔잔한
은빛 여울과 그 옆을 지나는 고깃배, 작은 염전, 아스라한
곳에 솟은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서 만드는 새해 첫 날 서해의 풍경은 정말 좋았다.
하산 길은 계단 길이다. 900개가 넘는다는 이 계단 길은
눈 앞에 또 다른 바다와 산을 제공해 주고 있어 그런대로 운치 있다. 12시가 조금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여 곧바로 평촌으로 향한다. 오늘
뒤풀이는 백운호수 ‘대지’에서 고기를 먹기로 했다. 간단하게 먹고 헤어지자는 맹세는 소주 6병에 깨지고 말았다. 성우의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술을 마셨다. 부인에 대한 정이
남아 있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변치 않는 한 머지 않아 성우는 가족과 함께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과 희망을 가져 본다. 한 번 발동 걸린 술판은 이후 인덕원
노래방으로 이어져 질펀하게 이어졌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오늘 너무 멀리 간 것 같다. 자제의 미덕을 습관화하는 것은 속물인 내게는 진정 어려운 것인가? 술을
깨고 보니 후회가 앞선다. 그렇지만 경험상 이런 후회는 며칠 지나면 잊혀지고 질펀한 술판의 추억이 더
오래가니 이성적 판단보다 감성적 경험이 인간에게는 더욱 친숙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