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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특파원 리포트 스크랩 안경
melon 추천 0 조회 167 12.08.17 17:34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안경 Megane (2007)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미츠이시 켄

 

 

 

 

경비행기가 왜엥~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화면을 가로지른다.

강아지를 안고 해변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시선을 멀리 두고 있는 남자가 '왔다.' 라고 한다.

화면은 천천히 이동되고 학교건물 앞 운동장에서 무료하게 앉아있는 젊은 여인,

그녀 또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하다가 '왔다.' 라고 말한다.

해변의 남자와 무료한 여인은 해변 원두막같은 곳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눈치. 기다리던 누군가가 왔나 보다.

 

트랩에서 손가방을 든 중년여인이 내리고, 그 여인은 시골의 작은 공항 청사를 나온다.

먼저의 두사람이 있는 해변으로 중년여인은 걸어온다. 멀리 해변의 모랫벌을 가로질러서...

그들은 인사를 나눈다. 매우 정중하게. 너무 먼듯한 거리(간격)를 두고 서로 공손하게.

(이 영화에서 이 '간격'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 후, 같은 공항 청사를 나오는 젊은 여인, 무거운 여행가방을 끌고 힘들게 모래밭을 가로지른다.

모래밭에는 그녀의 무거운 가방 자국이 길게길게 수평으로 선을 그으며....

힘들게 걷는 여인은 예약했던 <하마다> 팬션을 찾아서....

 

그렇게 영화는 느린템포로 시작된다.

 

 

초봄이 되어 3년만에 찾아온 새로운 손님(타에코-무거운 가방을 끌고 온 여인)을 맞은 하마다 팬션 주인 '유지'는

마당에서 타에코를 맞이한다.  곁을 지나는 개도 소개하면서.(개-코지-를 소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이집의 중요한 가족이다)

 

트랩에서 내리던 사쿠라(중년여인)는 봄마다 이곳으로 오는 단골손님,

유지와 하루나(학교건물 앞에있던 여인)는 사쿠라를 기다렸던 것이다.

 

사쿠라는 "얼음 있습니다."라고 담담하게 지나가는 이들에게 말하는 팥빙수 장수, 두손을 항상 다소곳하게 앞으로 모으고,

두 다리와 발은 항상 가지런히 두며, 앉으나 서나 허리를 곧추세우고, 정중하고 엄격해보이며, 냉정한 듯하나 섬세하고 친절한 여인은

메르시체조라는 것을 동네사람들에게 시범보이며 아침마다 함께 한다. 그 체조 장면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맑고 경쾌한 단조로운

피아노 리듬에 맞추어하는 아마추어적이며 어눌하고 단순하고...약간 우스꽝스러운 뻣뻣체조.ㅋㅋ

그러나 체조하는 장면은 정겹고, 보는이는 재미스럽고, 모두들 매우 담담히 하는 체조.

(이영화에서는 '담담하다' 또한 매우 중요하다.)

 

무얼짜겠다는 목적도 없이 뜨개질을하는 타에코 옆으로 와앉는 하루나,

'뜨개질이라는 게 공기도 같이 짜는 것'이라고 하루나가 말한다.

 

핸드폰이 터지지않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이곳을 찾아내어

이곳으로 온 타에코는 우선 첫날 아침부터 자기의 침상옆에 무릎꿇고 앉아서

'오하이오 고자이마쓰~'하며 조용하나 약간은 시니컬한 미소를 보내는 사쿠라의 참견도 맘에 들지않고,

함께 밥을 먹어야 하고, 함께 아침 체조를 해야 할 것같은 이집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도 할 수 없고.... 더더구나 알 수 없는 것은 <사색>이라는 말이다.

소금간이 절묘한 잘 익은 우메보시를 아침마다 '시큼'하면서 먹어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아무래도 '사색이 특기인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곳에 타에코는 잘못 온 것같기만하다.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은 모두 바다를 바라보거나 바다를 등지거나 앉아서 먼바라기를 한다.

바다에 하늘에 우주에...잠겨들어 사색을 하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실례라고 생각하는 것중에 가장 큰일이 '사색을 방해하는 일'인듯하다.

노을을 보고 왜 사색을 하는지, 사색을 하는 데는 무슨 특별한 요령이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타에코이니...대략난감, 이해불가.ㅋ

 

사쿠라와 유지

 

도대체가 잘못 온것만 같은 하마다팬션이 맘에 안들어 다른 호텔을 찾아갔던 타에코. 그곳에서는 더욱 기가 질리는 상황에 봉착해

그 무거운 가방(동우님은 그것을 '업'같다고 표현했다.공감하나 동우님이 먼저 말했으니 표절같아서 생략하고 싶지만

그래도 그보다 좋은 해석이 없다. 쓸모없는 욕심덩이 쯤으로 봐도 좋다.)을 끌고 다시 하마다로 돌아 오기로 마음 먹는다.

하마다의 식구들이 권하던 아침식사를 굳이 하지않고 떠난 자기를 후회하면서. '아침이나 먹어둘 걸...'ㅋ

 

'아침에 먹는 우메보시는 하루의 화를 막아준다.'라고 주문처럼 말하는 유지의 말을 콧방귀 뀌었는데,

아마도 우메보시를 먹지 않아서 찾아온 화인가 보다. 하핫

(내가 좋아하는 우메보시가 담긴 나무그릇으로 젓가락을 넣어 그 젓가락으로 한 개의 우메보시를 집어

정성스레 입에 넣고 '시큼'하면서 먹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침을 꿀꺽 삼킨다. 그 새콤한 우메보시 맛이 느껴지니 먹고 싶어서...)

그들은 우메보시 한 개를 먹을 때에도 정중함이 깃든 예절과 절제와 감사함이 배어있는 몸짓이다. 그래서 난 이런 영화가 좋다.

 

 

유지와 사쿠라가 한가롭게 바둑?을 두며 타에코를 걱정한다.

한편,

다시 돌아오기로 마음 먹은 타에코는 되돌아 오는 길이 멀고 너무 힘들어 길가에서 트렁크를 깔고 앉아 한숨을 쉬고 있다.

이때 길모퉁이를 돌아나오는 사쿠라의 자전거, 그 자전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타에코.

보통은 이런경우 누구나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서 반색을하겠지만 이 영화에선 그런것이 없다. 담담... 그저 담담...

(모든 것이 절제된 영화. 대사도 별로 없다. 내말이 훨씬 더 많고, 이들의 대사는 이곳에 옮긴 것이 거의 모두. 하하핫)

 

한 술 더 뜨는 사쿠라, 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가방을 깔고 앉아있는 타에코 옆을 무심하게 지나쳐 가버린다.

얼마쯤 앞으로 계속 가는 듯하더니, 자전거를 멈추고 타에코를 뒤돌아 본다.

(나는 여기서 웃었다. 각본이나 감독의 재치에 웃음이 절로 나오는 장면. 기막힌 장면이다.)

 

자전거를 멈춘 사쿠라가 타에코에게 웃음을 보인다.

타에코는 가방을 끌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전거 가까이 간다. 사쿠라의 표정이 약간 경직. 눈치 챈 타에코는 가방을

길에 버려둔채 사쿠라의 자전거 뒤에 앉아 하마다를 향한다.

이 업덩이는 맨처음 하마다의 마당에서 유지로부터 방치되더니 이 장면에서는 길가에 방치.

아무래도 업덩이는 버리는 것이 좋다는 의미? ㅎㅎ 이렇게 얄팍한(아니 심오한!!) 해석을 내려본다. 그래야 재밌거든.

 

세발자전거를 타고 두 여인이 가는 길, 그 평화스런 장면...

잔잔히 흐르는 첼로의 선율, 멀리 보이는 바다와... 이윽고 어둑하게 저무는 해변길.

그리고 화면 가득 혼자 떠있는 초승달. 초승달이 그렇게 탐스러울 수도 있구나.ㅎ

 

 

사색을 왜 해야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던 타에코는 점점 이곳 사람들을 닮아간다.

자기도 모르는새에 이곳의 모든것에 젖어들고 있다. 그녀에게 이미 내재되어있던 '재능'이 들어나는 것일 게다.

여기 오기전까지는 '지구 같은 것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타에코가

마침내 사쿠라에게 질문을 한다. "여기 바다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요?"라고

이영화에선 질문에 명쾌한 대답이란 없다. 더러는 일축,더러는 선문답같은, 대개는 간단한 한마디.

"글쎄~ 뭘 까요?" 사쿠라의 대답.

"아무것도 없어서 좋을지도..." 타에코는 많은 걸 알게 되었다.ㅋㅋ

"뭔가 바라는 게 있나요?" 사쿠라의 질문.

"네?" 타에코의 대답.ㅋㅋ 이들은 늘 이런식의 대화다.

 

이들은 앉아있을 때도 간격을 둔다. 대화를 할 때도 간격이 있다.

서로를 배려하거나 걱정할 때도 적당한 간격을 둔다.

담담하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태도는 이영화의 기저에 흐르는 방편이며 그것은 철학으로 새겨진다.

자연과 합일하며 느리게 사는 법, 느리게 사는 마음가짐, 느리고 평화롭게 사는 지혜를 낳게하는 방편. 간격.

 

 

 

"사색에 요령같은 것이 있나요?"

"노을을 보며 추억을 그리워한다든지... 누군가를 곰곰히 생각한다든지..."

"곰곰히 생각할 누군가가 있나요?"

"차분히 기다릴 뿐이이에요."

"무엇을?"

"흘러가 버리는 것들을..."  유지와 타에코의 대화다.

 

또한 이들이 읽는 지도(약도)엔 이렇게 쓰여있다.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80m 더 가서 오른쪽] ㅋㅋ 왠지 불안해졌을 때 약도를 꺼내 보게 되어있다.ㅎ

그무엇도 정확해야 할 필요도, 서두를 것도 없는...느낌이 중요한 곳.

 

에머랄드빛 바다는 푸른 물결로 하얀 포말로 넘실거리고

코지(개)는 강아지들에게 젖을 물리고

유지는 만도린을 켜고

하루나는 운동장에서 돌멩이 차기를 하는 무료하고 조용하나 평화스런 일상이 간다.

 

그들의 일상은 그런 것이다.

간격두고 앉아, 사쿠라가 공손히 가져다주는 팥빙수를 감사히 먹고,

그 값으로 만도린을 연주하고...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거나,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서로의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전혀 중요치 않다.

그것 또한 사람과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지기에 필요한 간격이다.

 

 

 

팥빙수를 파는 사쿠라, 그녀는 돈을 받지않고 팥빙수를 찾은 사람이 주는 그 무엇이라도 받는다.

이를테면 아이에게는 종이로 접은 작은 동물모양 같은....종이접기 작품 하나.

 

그녀가 팥을 삶는다. 팥이 끓고 있는 냄비 앞에 정중한?모습으로 서 있다.

"무엇이 잘 못 됐어요?"

"쉿!! 팥!"

보글보글 끓고 있는 팥을 가만히 들여다 보아주더니(잘 익기를 정중히 기다리는 것이지)

팥을 얌전하게 떠서 궁금해서 다가온 타에코에게 맛을 뵌다.

"중요한 건 조급해 하지 않는 것. 초조해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 대화에서도 사쿠라는 이렇게 말을 끊어버린다. 생략, 일축, 감추기, 여운남기기가 이들의 대화방식.ㅋㅋ

대화의 내용 마져도 간격을 두는 것이다.

느림으로 가는 간격, 고요로운 사색으로 향하는 간격...같은 것.

 

 

 

통통하게 살진 커다란 생선이 도마위에 올려져 있다. 그 앞에 사쿠라가 서 있다.

타에코(하루나?)가 묻는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돼요?"

"이 생선이랑 같아요."

그러더니 왼손잡이 사쿠라는 칼을 들고 "한 번 죽으면 두 번은 안죽는다."라면서

생선의 목을 와자작 자른다.ㅋㅋ

 

 

여백이 많은 영화, 대사가 별로 없는 영화, 느릿느릿 흘러가는 영화,

자유로움이 무언지 체감되는 영화. 그래서 좋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달빛은 어느길에나 쏟아진다." "어둠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보석과 같다."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우며 이곳에 와있는 나."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무엇과 싸워왔는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짐을 내려놓을 즈음"  "좀 더 힘을."

"부드러워질 수 있는 힘을"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영화 끝머리쯤에 하마다의 다섯사람은 바다를 향해 앉아 맥주를 마신다. 평화롭고 잔잔하게...

타에코를 교수님이라 부르는, 그녀를 찾아온 청년이 먼바다를 바라보며 하는 독백이다. 어느 싯구일까?

 

 

영화는 여름이 다가와 이들이 각자 자기의 갈 곳으로 갔다가 이듬해 이른봄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모두들 떠나고 타에코와 유지 둘이 앉아서 마지막 식사 중에 '내년에도 매실장아찌는 맛있게 익을거예요'라는

말을 할 때 나는 눈시울이 조금 뜨끈해졌다.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유지의 맘을 읽었음이렷다.

 

처음 장면처럼 바닷가에서 만도린을 켜고 있던 하마다 주인 유지가 "왔다"라는 말을 하고,

먼 모랫벌 저편에서, 팥빙수 값으로 타에코가 선물한 주홍빛 뜨개 목도리를 목에두른 사쿠라가 오고 있다.

이미 도착해 있던 타에코와 유지가 해변 모랫벌을 가로질러 부지런히 오고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들은 모두 일정한 거리(간격)를 두고 서서 정중히 인사를 나눈다.

다시 그들의 사색이 깃든, 담담하게 느린 봄은 시작되겠지. 봄도 세월도 꾸벅꾸벅 졸 수 있게 놔두고서...

 

 

나는 이 영화의 끝장면을 보며, 오래전에 봤던, 내가 너무도 좋아해서 두어 번을 봤던 영화<지중해>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렸다.

그 영화에서도 로루소는 바다 멀리 지는황혼을 보면 사랑하는 여인? 고향의 어머니? 누군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을 했었지.

그 대사를 내가 까먹었구나. 오래오래 기억하던 그 말을...

아............!!

 

 

 

 

오기가미 나오코

1972년 생. 치바대학 공업학부를 졸업 후, 94년에 미국의 남 캘리포니아 대학 대학원 영화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유학을 떠났던 90년대 미국은 선댄스 영화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인디 영화가 붐을 일으켰던 시기이다. 개성적인 미국 인디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며 일본으로 귀국, 2001년 일본의 선댄스 영화제라고 할 수 있는 제23회 피아 필름페스티벌에서 중편영화 <별군, 꿈군>으로 음악상을 수상했다. 이 때 피아 필름페스티벌의 장학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요시노 이발관>이다. 이 작품으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아동영화부문특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차기작 <카모메 식당>은 일반적인 마케팅 없이 입 소문 하나로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슬로우 라이프 무비’라는 일본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점차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안경>은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며 2008년 선댄스 영화제, 홍콩영화제,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진출하였다. * 검색자료 *

 

***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나게 해주신 분에게 감사를!!

그분의 아드님에게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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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8.18 07:06

    첫댓글 전형적인 일본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쁘지 않은 그러나 할 말은 꼭 전하고야 마는.
    그러면서도 사람의 심리를 잘도 그려내는 그런 일본영화라는 느낌.
    담담하다, 느리다, 간격을 갖는다...그런데 안경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등장인물들이 착용한 안경...한 템포 늦게 바라보는 것? 다른 무언가를 거쳐서 읽어내는 세상?
    암튼 전편에 흐르는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영화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과 독특함을 느끼겠습니다.

  • 12.08.18 22:02

    몇년전
    저 감독의 작품을 여러편 보면서
    참 가슴이 따뜻했었습니다.

    저 약간은 못낭 안경쓴 주연배우가
    참 재미잇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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