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16, 20일 단체행동
17일에는 노동단체 기자회견
경찰, 고용부 등 전방위 조사
유족은 형사 고소 뜻 밝혀
서울 대치동 모 아파트에서 한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는 호소문을 남기고 숨진 후 아파트 단지 안에 걸린 현수막 [김선형 기자]
대치동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 A씨가 관리소장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는 호소문을 남기고 숨진 사건(본지 3월 20일 제1429호 1면 참조)과 관련해 관련자 처벌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고용부, 강남구청 등 관련 기관도 경위 조사와 진상 파악에 나섰다.
16일 오전 9시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 [사진제공=아파트 입주민]
지난 16일 오전 9시.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A씨의 동료 경비원 20여명이 모여 관리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현장에서는 “관리소장이 사과조차 없이 오히려 경비원들을 겁박해 ‘갑질이 없었다’는 확인서를 받고 있다”, “억울한 죽음에 대해 관리소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들이 나왔다. 4일 뒤인 20일에는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70여명의 경비원들이 모여 아파트 정문에서 관리소장 등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관리사무소 앞까지 행진을 했다.
사건과 관련해 여론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정문에서 17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이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의 모습 [김선형 기자]
17일에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이 아파트 정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처벌 ▲초단기근로계약 근절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원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경비원들의 계약서를 검토해본 결과 ‘퇴사 후 2개월 안에 퇴직금이 지급된다면 법적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 ‘흰 머리를 입주민들이 싫어하니 검게 염색하도록 지시’ 등 다수의 법령 위반 사안을 확인했으며 “법령 위반 사항은 아니나 3개월의 단기근로계약을 맺은 것이 이번 갑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2020년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약 1년 뒤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산업 재해 인정을 받은 고 최희석 경비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사안도 산업 재해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사업단 전체가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17일과 18일 양일에 걸쳐 안양역과 범계역에서 열린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의 추모캠페인 [사진제공=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
이 외에도 17일과 18일에는 각각 안양역과 범계역에서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가 ‘갑질 및 초단기근로계약 근절’을 요구하며 추모 캠페인을 벌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사건 당일에 현장조사를 나섰던 강남구청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고용노동부에서도 관련 업체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예고했다.
한편 숨진 경비원 A씨의 유족측은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약자들에게 앞으로 이런 억울한 일이 다시는 없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한 가정의 어진 가장을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몰고 간 관련자들은 책임을 지고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며 남은 가족들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취할 예정이다”라고 전하고 관련자들을 형사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