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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빵까라 부처님(1/2)
밍군 사야도의 정의에* 의하면 《붓다왕사》는 '과거 아승기겁과 10만 겁 동안 출현했던 스물다섯 분의 부처님에 대해, 출현한 겁, 이름, 종성, 가족 등 32가지 특징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소식들을 기술하고 설명한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주: 밍군 사야도의 정의: (The author discusses briefly the Myanman word Buddhavan derived from the Pāli Buddhavaṃsa. Then he goes on to say as follows:) The definition of Buddhavaṃsa is this: Ito heṭṭhā kappasatasahassādhikesu catūsu asaṅkhyeyyesu uppaññānam pañcavisatiyā Buddhānam uppaññākappadi paricchedavasena paveniviṭṭhārakathā Buddhavamso nāma.
이처럼 겁의 이름을 비롯한 특징과 함께, 모든 부처님들에 관한 기록을 붓다왕사라 하지만, 여러 부처님 중에서 어떤 한 부처님만을 언급할 때는 붓다왕사라는 술어가 그 부처님의 전기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상가(Sangha)' 는 부처님의 모든 제자들의 모임을 뜻하는 술어이지만, 동시에 하나하나의 모임도 모두 상가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 장에 있는 디빵까라(Dīpaṅkara) 붓다왕사는 오직 디빵까라 부처님의 전기만을 다루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붓다왕사>는 디빵까라 부처님의 회임과 탄생 때 벌어졌던 사건까지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지는 않다. 수메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정도로 언급할 뿐이다.
“은둔 수행자 수메다 보살이 말했다. "내가 사문의 실천법(선정 및 신통)을 완수했을 때 전 세계의 지도자이신 디빵까라 부처님이 출현하였다. … 나는 선정의 기쁨 속에 완전히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분이 회임되고, 탄생하고, 깨닫고, 첫 번째 법을 설하는 등의 놀라운 4가지 사건을 지켜보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붓다왕사》 주석서를 통해, 도솔천에서 내려와 탄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디빵까라 부처님에 관한 사건들의 전모를 일관되고 자세하게 알게 된다.
현재의 현겁(賢劫, Bhadda kappa)보다 4아승기 10만 겁 전, 사라만다(Sāramanda) 겁이었을 때 세 분의 부처님이 출현했다. 딴항까라(Tanhaṅkara), 메당까라 (Medhaṅkara), 사라낭까라(Saranaṅkara) 부처님이 차례로 출현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인간의 수명이 10만 년에서 점점 줄어드는 간겁(間劫, antara kappa)이 찾아왔다.
그때 람마와띠(Rammavati) 시는 수데와(Sudeva) 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수데와 왕 시절, 디빵까라 보살은 바라밀을 충족한 뒤에 도솔천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주위의 일만 세계로부터 천신들이 찾아와 그에게 요청을 했고, 그 요구에 응한 보살은 수데와 왕의 왕비인 수메다의 태속에 들어갔다. 그날이 달과 웃따라살하(Uttarāsalha) 혹성이 만나는 아살하(Āsalha) 월(6~7월)의 보름날이었다. 한 위대한 시종의 보호를 받으면서 열 달이 지난 후 보살이 탄생했다. 보살이 회임되고 탄생할 때마다, 일천 세계가 진동하는 등 32가지 경이로운 사건들이 나타났다.
그 후 디빵까라 왕자는 호화롭게 성장했고, 나이가 되자 왕위에 올랐다. 왕으로서 그는 세 곳에 지어진 황금 궁전에서 살았다. 백조 궁전, 왜가리 궁전, 공작 궁전이라는 이름을 지닌 세 곳에서 1만 년씩 돌아가며 살았다. 그곳에는 아름답게 치장한 30만 명의 시녀들이 있었다. 그의 첫째 부인은 파두마(Padumā)였으며, 아들은 우사박칸다(Usabhakkhandha) 왕자였다.
그곳에서 천신과 같은 왕의 생활을 누리던 어느 날, 디빵까라는 혼자서 노닐기 위해 왕의 동산으로 나갔다. 모두 세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갈 때마다 디빵까라는 노인과 병자, 죽은 자를 보게 된다. 그들은 바로 천신이 보낸 자들이었다. 그들을 본 디빵까라는 경각심(警覺心. saṃvega)에 압도된 채 도시로 들어갔다. 그 후 다시 동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디빵까라는 자신의 코끼리 몰이꾼을 불러 말했다. "나는 오늘 구경삼아 왕의 동산으로 나갈 것이다. 그대는 채비를 차리도록 해라." 코끼리 몰이꾼은 “잘 알겠습니다, 대왕이시여." 라고 말하고는 8만 4천 마리 코끼리를 준비했다.
디빵까라는 '윗사깜마(Vissakamma)' 천신이 바친 옷을 차려 입고, 8만 4천 마리 코끼리와 군대를 대동하고는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코끼리를 타고 동산으로 들어갔다. 동산에 다다른 그는 코끼리로부터 내려와 주위를 둘러보며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시원하고 쾌적한 넓은 돌판 위에 선 그는 출가의 욕구를 일으키게 된다. 이때 정거천(淨居天)의 마하 범천(大梵天神)으로 있던 아라한 하나가 8가지 필수품을 가지고 그곳에 나타났다.
그를 본 디빵까라는 8가지 필수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것들이 비구의 생필품이라는 말을 들은 디빵까라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왕궁의 재산관리인에게 준 후 자신의 칼로 머리털을 자르고는 하늘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천신의 왕인 삭까가 그 머리카락을 금 그릇에 담아 '마꾸따(Makuṭa)' 라고 하는 사당(cetiya)에 안치했다. 그 사당의 크기는 3요자나이며 수미산의 취옥(翠玉)으로 만든 것이었다. 하늘로 던진 옷들은 마하범천이 받아서 정거천에 있는 12요자나의 '두짜(Dussa)' 사당에 안치했다.
디빵까라가 가사를 입었다는 것을 들은 본 1천만 명의 사람들은 그를 본받아서 비구가 되었다. 자신을 뒤따르는 이 비구들과 함께, 디빵까라 보살은 '두타행(頭陀行. dukkhacariya)' 이라고 불리는 고행을 실천했다.
드디어 보살이 부처님이 될 웨사카 월의 보름날이 되었다. 디빵까라는 걸식하러 마을로 들어갔다. 마침 그날 사람들은 신들을 공양하기 위해서 순수한 우유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음식들을 보살과 보살을 따르는 1천만 명의 추종자들에게 베풀었다.
우유 음식을 먹고 난 뒤 보살은 낮 동안 이웃에 위치한 살라나무 숲에서 머물렀다. 이윽고 저녁이 되자 추종자들을 뒤로 한 채 홀로 위대한 보리수를 향해 나아갔다.
1. 깨달음과 초전법륜경을 설함
보리수로 가던 중 보살은 수난다(Sunanda)라는 외도로부터 풀 여덟 움큼을 받았다. 그 풀을 보리수의 두툼하게 튀어나온 뿌리 위에 깔자마자, 높이 53완척(1cubit≒45cm. 53*45=2,385cm)의 '패하지 않는 자리(Aparājita pallanka)'가 나타났다.
보살은 보리수 아래 패하지 않는 자리에 가부좌를 한 채, 4단계의 정진력(자신의 모든 것이 피부까지 축소되는 단계, 힘줄까지 축소되는 단계, 뼈까지 축소되는 단계, 살과 피가 모두 말라버리는 단계)을 발휘하여 마라(Mara)와 그의 군대로부터 항복을 받았다. 그런 후 초야(初夜)에 전생을 알게 하는 숙명통(宿命通)를 얻었다. 중야(中夜)에는 천신의 눈처럼 멀리 떨어진 곳의 아주 미세한 것이라도 볼 수 있는 지혜인 천안통(天眼通)을 얻었다. 그리고 후야(後夜)에 윤회에 이르는 순서인 순관(順觀)과 윤회를 종식하는 순서인 역(逆觀)으로 연기법(緣起法)을 성찰했다. 그런 뒤 호흡관찰 수행(anapāna meditation. 出入息念)을 통해 4선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온 보살은 오온을 관찰하면서 그 오온들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과 관련된 50가지 특징을 식별하고, 위빳사나 지혜를 향상시켜 종성지(種姓智. gotrabhū-ñāna)에까지 이른다. 이러한 위빳사나의 실천은 해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아라한의 도의 지혜와 부처님의 모든 자질을 꿰뚫게 했으며, 삼계에서 가장 뛰어난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게 했다.
이처럼 부처님의 경지를 성취한 후, 디빵까라 부처님은 보리수나무 근처에 있는 일곱 군데에서 7일씩을 보내며 과 선정(果 禪定. phala samāpatti)의 즐거움을 누렸다. 그리고 가르침을 베풀어달라는 마하 범천의 간청을 받아들여 수난다라마(Sunandārama)에서 《초전법륜경》이라는 첫 번째 법문을 했고, 이에 10억 명의 인간, 천신, 범천이 사성제를 깨닫게 되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초전법륜경》을 설했을 때 32가지 경이로운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은둔 수행자 수메다는 선정의 기쁨 속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디빵까라 보살이 회임, 탄생, 성불하고 첫 번째 가르침을 베풀 때 나타나는 현상들을 알지도 못했던 것이다.
2. 유행
디빵까라 부처님은 첫 번째 가르침을 베푼 뒤에 인간, 천신, 범천을 이롭게 하기 위해 유행을 떠났다. 사람들의 초청으로 부처님이 람마와띠(Rammavati) 시에 있는 수닷사나(Sudassana) 선원에 머물 때의 일이다. 사람들이 바친 음식으로 부처님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땅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이는 수메다가 바라밀을 성찰한 결과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 부처님에게 지진이 난 연유를 물었다. 부처님은 수메다가 바라밀을 성찰했기 때문에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며,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처님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막 숲으로 들어온 수메다를 방문하고는 그를 환영했다.
이상의 내용은 수메다의 이야기에 나오는 것이다. 계속해서 디빵까라 부처님에 관해 남아 있는 이야기를 살펴보자.
람마와띠 시민들은 디빵까라 부처님과 40만 비구들에게 음식을 보시하고는, 부처님에게 꽃과 향 등을 바치면서 경배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때 디빵까라 부처님은 대중들에게 이렇게 법문했다.
보시는 인간, 천신, 열반의 즐거움 중 가장 고상한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천상의 향유물을 누리기 위한 근거라고 말해야 하느니라.
(Dānaṃ nāma sukhādīnaṃ nidānam paramaṃ mataṃ
dibbānaṃ, pana bhogānaṃ patiṭṭhāti pavuccātī.)
부처님은 이 말을 시작으로 보시행에 관한 유쾌한 법문(Dānakathā)을 했다.
계율은 이 세상과 저 세상에 있어서 여러 가지 성취를 위한 뿌리이니라.
(Sīlam nām etaṃ idhaloka-paraloka sampattīnaṃ mūlaṃ.)
계속해서 계율에 관한 법문(Silakathā)이 상세히 전개되었다.
다음으로 부처님은 어떤 계율이 천상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지 설명하기 위해, 천상에 관한 법문(Saggakathā)를 베풀었다.
“이 천상 세계는 바랄만하고 유쾌하고 즐거우며 진실로 행복한 세계이니라. 이 세계는 지속적인 쾌활함과 명랑함을 제공하느니라. 사대왕천의 신들은 인간세계의 계산법으로는 9백만 년 동안 천상의 즐거움을 누리노라.”
부처님은 이런 식으로 천상에서 성취되는 공덕에 대해 가르쳤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을 설득하고 고무해, 그들이 보시와 계율을 실천하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도록 하였다. 그런 후 부처님은 다시 그러한 천상의 기쁨이 영원하지 않으며, 따라서 열정적으로 탐할 것이 아님을 가르쳤다.
이런 식으로 부처님은 감각적 쾌락에 있어서의 불이익, 무가치, 결점 등을 지적하고는 그러한 쾌락에서 벗어나는 것의 이익을 지적했다. 그리고 주지 않는(deathless) 열반에 대한 법문으로 끝맺었다.
부처님은 이러한 가르침을 베풀면서, 어떤 사람은 삼보에 귀의하게 하고, 어떤 이는 수다원과, 어떤 이는 사다함과, 어떤 이는 아나함과, 또 어떤 이는 아라한과에 들게 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삼명, 6신통, 8등지를 얻게 했다. 그런 뒤 부처님은 람마와띠 시를 떠나 수닷사나 선원으로 들어갔다.
3. 세 차례 부처님의 가르침(법의 現觀. Dhammābhisamaya)
깨달은 다음에 얻은 디빵까라 부처님은 보리수 근처에서 49일을 보낸 뒤, 마하 범천의 요청으로 '수난다라마(Sunandārāma)' 에서 10억 명의 천신과 인간들에게 불사약으로서의 법을 드러내었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법의 현관이다.
그런 후 자신의 아들인 '우사바칸다 왕자가 깨달을 때가 된 것을 알고는, 왕자를 비롯한 9억 명의 천신과 인간들에게 불사약으로서의 법을 설하였다. 고따마 부처님이 라훌라를 교계한 짧은 경(M147. Cūḷarāhulovāda Sutta)을 설하여 아들 라훌라로 하여금 아라한이 되게 한 것과 같다. 이것이 두 번째 법의 현관이다.
Paṇḍukambala at the foot of Pārichattaka tree in Tāvatiṃsa Abode,
마지막으로 람마와띠 시의 입구에 있는 시리사(Sirīsa) 나무 근처의 외도들을 물리치고 난 뒤 물과 불로 된 한 쌍의 기적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삼십삼천의 '빠리찻따까(Pārichattaka)' 나무 밑에 있는 '빤두깜발라(Paṇḍukambala)' 돌판 위에 앉아서, 전생에 자신의 어머니 수메다 데위(Sumedhā Devi)였던 천신을 비롯하여 9억 명의 천신과 인간들에게 불사약으로서의 법을 드러내었다. 이것이 세 번째 법의 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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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The Most Venerable Mingun Sayadaw, Translated by Ko Lay, U Tin Lwin, 『The Great Chronicle of Buddhas』, Volume One, Part Two, The State Buddha Sasana Council's Version, First Edition, November, 1992, pp. 130-142.
https://www.wisdomlib.org/buddhism/book/the-great-chronicle-of-buddhas/d/doc364395.html
2. 밍군 사야도 저, 최봉수 역주, 『大佛傳經 Ⅲ』, 2009, 154-165쪽.
3. 비구 일창 담마간다, 『가르침을 배우다』, 도서출판 불방일, 2017, 126-134쪽.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