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1. (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07:40에 출발한 청원산악회 버스는 09:30분 포천 산정호수 상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밤새 비가 내려 아침에 출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비가 더 내리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에 가슴을 졸였는데 청원산악회의 위용에 하늘도 겁을 먹었는지 구름도 서서히 물러나고 있었다.
이병구 총무의 구령에 맞추어 국민체조를 마치고 명산산 억새군락지로 출발~~
오늘의 산행 코스는 상동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비선폭포, 등룡폭포를 지나 억새군락지와 억새군락지의 정점에 있는 팔각정까지 갔다가 다시 원점회귀한 후 산정호수 둘레길을 걷는 코스다.
약 12km에 4시간 30분 정도 소요 예상
선두 산행 가이드는 이재식이 맡고 나는 후미를 맡기로 했다.
계곡을 끼고 완만하게 오르는 코스,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은 마치 선계에 들어온 느낌이다.
울긋불긋한 단풍나무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란 동요가 슬며시 떠올라 미소가 번졌다.
'글쎄 마려 옹달샘 내가 와서 먹지요'라고 답가를 개사해 부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단풍에 취해 걷다 보니 비선 폭포는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쳤고 등룡폭포에 이르렀다.
등룡폭포는 산행 시작부터 억새군락지까지 정확하게 절반 지점이다.
곱게 핀 단풍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아마 오늘이 명성산 단풍은 최고의 절정이지 않을까?
아름답다.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 단풍을 보며 감회에 젖다 보니 오래전에 썼던 자작 시가 떠올랐다.
시작과 끝은 단절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듯이 절정은 추락을 불러오고 추락은 또 다른 절정을 불러오는 원동력이 된다.
< 낙엽 >
삶의 찬란함이
한 잎 두 잎 떨어집니다
꿈이 일렁이던 현란한 모습은 간 곳이 없고
빛바랜 추억만 절망처럼 떨어집니다
가을 끝자락에 얹힌 세월의 무상함과
잃어버린 청춘 같은 낙엽의 행렬이
쓸쓸한 내 마음 같아서
추억의 잔해를 끌어모아
내 마음을 태우듯 낙엽을 태우는데
타 들어가는 핏기 잃은 낙엽 속의
핏발같이 살아 숨 쉬는 불길이
내 마음을 흔듭니다
못다 핀 청춘
못다 한 사랑
못 잊는 추억을 아쉬워함인가요
불씨만이라도 남기려는 몸부림인가요
신들린 듯 오열하는 낙엽 속의 불씨가
겨울 속을 서성이는 내 마음을
봄으로 이끌고 갑니다
등룡폭포를 지나 돌밭길과 아름다운 단풍길을 헤쳐나가자 드디어 명성산 억새군락지다.
명성산은 후고려 왕이었던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어 이곳에 피신하다 1년 후 피살된 곳이라 한다.
궁예의 말로를 지켜본 이곳의 산새들이 슬퍼해서 명성산(鳴聲山)이라 불렸고 일명 울음산이라고도 불린다.
억새와 갈대 공히 가을에 피고, 바람에 흐늘대는 모습이 비슷해 흔히 혼동하는데 억새와 갈대는 다른 식물이다.
갈대꽃은 주로 습지, 강가 등 물가에서 자라며, 키가 2~3m로 줄기가 굵고 줄기에 구멍이 있지만 억새꽃은 산과 들, 건조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며, 키는 1~2m로 갈대보다 작고 줄기가 가늘고 부드러우며 줄기에 구멍이 없다는 차이가 있다.
명성산 거친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피어난 억새꽃
간드러진 몸매의 은빛 물결,
서로가 서로를 부비며 바람결에 춤을 추는 억새꽃의 향연에 눈이 부시다.
억새군락지에서 한 시간가량 행동 간식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억새 군락지 하면 포천의 명성산, 정선의 민둥산, 보령의 오서산, 장흥의 천관산, 영남 알프스 간월재를 꼽는다.
이름하여 우리나라 5대 억새군락지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산이고 강이고 간에 서열을 매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100대 명산, 5대 강, 10대 맛집 등 하물며 사람에게도 서열 매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5대 미인, 10대 가수, 3대 천왕 등등
아마 어렸을 때부터 경쟁하여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강박을 받아온 탓이 아닐까?
작든 크든 예쁘던 밉던 각자 고유의 영역에서 열심히 하면 그 자체로 빛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5대 억새군락지로 명성이 높은 명성산을 나는 3번째 올랐다.
모두 청원산악회를 통해서이다.
2017년에 첫 번째, 금년 10.17일 답사가 두 번째, 오늘이 세 번째이다.
이렇게 멋진 산을 세 번씩이나 오르다니 개인적으로 너무 영광이다.
한 시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억새 군락지의 끝자락에 있는 팔각정에서 사진 한 컷 하고 하산길에 들었다.
한 시간의 휴식이 온몸의 세포에 생기를 불어넣었는지 발걸음이 가볍다.
여기저기 단풍들의 손짓에 사진으로 대꾸하느라 바쁘다.
또다시 등룡폭포를 지나 계곡길을 따라 걸으며 산행로를 수놓은 단풍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다 보니 오늘의 시발점인 상동 주차장이다.
시간을 보니 두시, 하산 후에 산정호수를 걷기로 되었으나 멋진 정경에 취해 한 시간이 늦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산정호수를 걷기로 하고, 이미 예약이 된 산정호수변의 서울식당에서 해물전에 버섯전골로 허기를 달랬다.
산정호수,
'산정'이란 '산속의 우물 같은 호수'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산정호수는 산세가 아름다운 명성산·감투봉·사향산·관음산·불무산 등에 둘러싸여 있으며, 한탄강의 지류들이 계곡을 타고 흘러든다.
1925년 축조된 관개용 인공호로 올해로 축조된 지 100년이 된 호수이다.
20년 전에 아들이 인근에 군 복무를 하여 아들 면회 차 여러 번 온 적이 있지만 오늘 보는 산정호수는 예전의 그 산정호수가 아닌듯했다.
티 없이 깨끗한 물, 곳곳의 포토존, 눈길을 끄는 시설물이 많아 달력에 나오는 외국의 유명 관광지를 보는 듯이 아름다웠다.
오늘은 3.2킬로미터의 산정호수 데크길을 처음 완주를 했다.
예전엔 산정호수 입구 주변만 어슬렁대다가 아이스크림 등 주전부리와 식사를 하고 찻집에서 아들과 군 생활 이야기를 듣다가 귀대 시간에 맞추어 오기 일쑤였다.
아니면 명성산 산행을 하고 산정호수는 그냥 식사하는 자리 정도로 등한시했는데 오히려 명성산보다 산정호수가 주가 아닐까 할 정도로 멋진 길이었다.
아름다운 산정호수를 뒤로하고 정각 4시에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늘은 염종무 회원이 소주 10병과 30만 원을 후원했고, 최재범 회원이 귤 1박스를 후원했다.
너무나 감사하다.
정으로 뭉쳐진 청원산악회는 영원하다. 아니 영원해야 한다.
<산행 개요>
ㅇ 일시 : 2025.11.01 (토)
ㅇ 장소 : 포천 명성산 및 산정호수
ㅇ 참석인원 : 26명
ㅇ 산행코스
상동 주차장 - 비선폭포 - 등룡폭포 - 억새군락지 - 팔각정 - 원점회귀 - 산정호수 둘레길 걷기 (12km, 5시간)
첫댓글 올라온 사진이 없어 제 사진으로 채웠습니다. ㅎ
명성산 멋쟁이 우리 선배님!
대한민국 시니어 모델의 정수!!!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만추에 물든 화사한 단풍닢들이 희철 선배님의 환한 미소와 함께 아름다움을 한껏 더 빛나게 하네요.
이번에도 역시 멋지신 산행기 감동 받으며 읽었습니다.
눈 호강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송년 산행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