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의 힘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몇 개나 될까? 놀랍게도 7,0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중 1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9대 언어(중국어, 스페인어, 영어, 아랍어, 힌디어, 뱅골어, 포르투칼어, 러시아어, 일본어) 사용자가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넘고, 상위 70개 언어 사용자가 세계 언어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 . 따라서 나머지 6,900개의 언어는 사용자의 수가 아주 적은 셈이다. 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수천 명, 심지어는 수백 명에 불과하여 곧 지구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 언어가 적지 않다. 현재 세계에서 9일에 하나꼴로 언어가 소멸되고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과 반대로 사라진 언어가 부활한 기적적인 경우도 있다. 히브리어가 그것이다. 유대인들이 기원전 590년경 바벨론으로 끌려간 때부터 히브리어가 사라지고 중동의 주된 언어인 아람어가 사용되었다.(예수도 어람어를 썼다.)
히브리어는 경전과 종교의식에서만 문어체로 사용되었다. 세계 각지로 흩어진 유대인들은 정착한 곳의 언어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모두 히브리어를 잊어버렸다.
이러한 상태로 2,000년 이상이 지났다. 그런데 벤 예후다라는 유대인이 1881년 파리에서 팔레스타인 땅으로 이주하면서 부활의 불꽃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귀환한 유대인들의 언어와 생각이 너무 다른 것을 보고 공용어의 필요성을 확신하였다. “우리 민족이 살아남기 원한다면, 우리 자녀들이 계속 유대인으로 살아가기 원한다면 자녀들을 히브리어로 교육해야 합니다. " 하지만 신성한 종교 언어인 히브리어를 실생활에 사용하는 데 반대하거나, 고리타분한 고어를 새로 배워 생활에 쓰는 것은 몽상이라고 조롱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히브리어 신문을 발간하고 교육하면서 사람들을 꾸준히 설득하였다.
20년이 지나면서 극소수였던 히브리어 사용자가 늘고 히브리어 운동이 활기를 띠어갔다.
그는 히브리어 고대 문헌을 토대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어휘를 방대한 사전으로 편찬하였고 문법도 정리하였다. 건국과 더불어 마침내 히브리어는 공용어가 되었고 이스라엘 군대에서 이를 사용하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 동유럽에 거주하던 1,0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쓰던 이디시어가 공용어로 유력하였으나, 새로운 언어인 히브리어를 택한 것이다.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히브리어는 이스라엘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근본 요인이 되었고, 신흥국의 골칫거리인 언어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아 주었다. 오늘 날 히브리어가 없는 이스라엘은 상상하기 어렵다. 히브리어는 성경의 언어이자, 세계에서 530여만 명이 모어로 구사하는 중요한 언어가 되었다.
우리도 절제절명의 위기를 겪었다. 일제가 강점기에 조선어 사용 금지와 창씨개명을 시도한 것은 단순한 말의 강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뿌리를 없애겠다는 끔찍한 의도에서였다. 모국어가 죽으면 정신도 따라서 죽게 되므로 우리 말에는 아직도 그 때 받은 상처가 깊이 남아 있다.
최근에 일본말의 잔재를 조사한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애매하다, 고객, 다대기, 지리, 지라시 등 아무 생각 없이 쓰던 것이 모두 일본말이라니! 모호하다, 손님, 다진 양념, 맑은 탕, 선전지가 우리 말이다.
이러한 잔재는 외국어의 일반적인 사용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정신을 죽이려고 한 일제의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주의를 기울여 정화해야 한다.
자신들의 말을 모국어(母國語),Mother tongue(엄마 혀)이라고 표현하는 뜻을 새겨 볼 일이다.
우리 말은 우리의 가장 깊은 근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세계 각국의 언어를 살펴 보고서 아래와 같이 결론 맺었다.
언어는 인간 정신이 창조한 가장 복잡한 작품이다. 언어마다 소리의 구조가 다르고 사고의 패턴이 다르다. 문학과 문화와 지식이 언어로 표현된다. 언어와 문화가 붕괴된 집단은 자부심과 자립심까지 상실하며 사회 경제적 수렁에 빠져든다.
국가 정체성에 중추로서 언어는 모든 국민에게 생존이냐 소멸이냐를 뜻한다.
-좋은 생각--윤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