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100명산 등반의 97번째 산은 강원도 인제의 오지에 있는 방태산이다. 방태산(芳台山 1,444m)은 예전 같으면 접근조차도 어려운 산이었다. 전에는 인제에 가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세월이 많이 좋아져 인제까지 도로가 잘 뚫려 있고 인제에서 조금만 더 시간을 할애하면 방태산에 접근할 수가 있다. 10 여년 전 여름에 이 방태산에 하계훈련 차 왔었지만 장마기에 생긴 낙석에 차가 부숴지고 주변의 민가에 들었는데, 거기다가 밤새 내린 폭우를 만나 방태산을 포기하고 응복산-가칠봉, 점봉산으로 훈련지를 바꾸었었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이번에 다시 방태산을 찾는다. 하지만 어제 단양 태화산에서 하산 중 발가락이 까지는 바람에 오늘 방태산에서도 고전이 예상되지만 이제 더 이상 후퇴할 수는 없다. 이 방태는 나의 하나의 과제이다. 이 산을 넘어서야 더 높은 곳으로 갈 수가 있다. 발가락에 테이핑을 강하게 하고 방태산에 오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방태에 가려고 할 때마다 일이 생기거나 사고가 생기니 어쩌면 나하고는 인연이 별로 없는 산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은 반드시 방태에 오를 것이다.
어젯밤 우리가 숙박한 인제호텔을 아침에 나와서 본다.
인제의 거리.
아침밥으로 길거리 식당에서 정식을 먹지만 크게 맛있는 밥은 아니다. 반찬들이 경상도와 거의 같다. 여기는 경상도와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까? 전라도에 가면 음식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서울의 친구 문성호가 새벽 차를 타고 인제로 왔다. 그것도 우리가 먹을 점심밥을 가득 싸 가지고...........
우리는 인제에서 차를 40분쯤 달려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온다. 인제에서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기린면 방동리까지 들어오는 데에 주변 경치가 절경이었다. 내린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오지에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이는 것은 순전히 내린천 래프팅하러 온 사람들일 것이다.
방태산은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과 상남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444m로, 깃대봉(1,436m), 구룡덕봉(1,388m)과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오지의 산이다. 골짜기와 폭포가 많아 철마다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큰 자연림을 가지고 있어 나무들이 울창하며, 사계절 내내 물이 마르지 않고 희귀 식물과 어종이 살고 있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방태산 정상은 그 봉우리의 모양이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주걱봉(또는 주억봉)이라고 부른다. 대개 지도에서 이 주억봉이 방태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은 주걱봉 서쪽의 봉우리(깃대봉이라고 표기....)가 방태산이다. 산 주변은 3둔4가리라고 부르는데, 산 남쪽의 내린천 부근에 있는 살둔, 월둔, 달둔의 3둔과 산 북쪽에 있는 아침가리, 결가리, 적가리, 연가리의 4가리를 일컫는 말이다.
산행은 방태산 북쪽의 방동리나 남쪽의 미산리에서 주로 시작하는데, 오늘 우리는 산 북편의 방동리에서 시작한다. 남쪽은 울창하고 첩첩산골의 비경을 맛 볼 수 있지만, 우리는 방태산에서 가장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적가리골과 아침가리골을 놓칠 수 없기에 들머리를 북쪽으로 정한 것이다. 물론 휴양림이 있어 교통이 좋아진 것도 이유가 된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방동리를 산행 들머리로 잡으면, 가장 일반적인 코스가 자연휴양림을 출발하여 적가리골로 산에 들어가 지당골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우측 지당골로 가지 말고(여기는 경치가 덜 하다) 좌측 매봉령쪽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는 적가리골을 지나 매봉령으로 올라서서 구룡덕봉에 먼저 올랐다가 정상 능선으로 주걱봉(방태산)에 갔다가 다시 조금 돌아와 지당골로 내려 적가리골 갈림길로 내려 올 것이다. 위 지도에 그 코스가 상세히 나와있다.
이제 깊고 깊은 방태산으로 들어간다.
방태산에 들자마자 바로 나타나는 적가리골. 오지인지라 물이 청정하기로 이름난 계곡이다. 그래서 이 근방에 유명한 약수터가 많은 것이다. 방동약수, 개인약수, 삼봉약수 등...............
방태산은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뻗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의 대표적 육산이다. 특히 조경동계곡(아침가리골), 적가리골, 대골, 골안골 등 골짜기 풍광이 뛰어나 방태산의 유명 골짜기들 간에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그중 조경동과 적가리골이 가장 뛰어나다.
적가리골은 방태산자연휴양림 안으로 6㎞에 걸쳐 흐르다 내린천으로 들어간다. 조선시대 석청을 진상품으로 올렸던 곳인 만큼 길 곳곳에 벌통이 놓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은 지나치게 오지라 인적이 드물었던 곳이었으나 1997년 5월 계곡을 중심으로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서 접근하기 쉬워졌다. 그러니 순전히 방태산 산행이 용이해 진 것은 자연휴양림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적가리골 주변은 참나무, 젓나무, 박달나무, 피나무 등으로 울창하며, 계곡을 따라 2단폭포, 이폭포, 저폭포, 마당바위 등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가 빼어난 절경을 이룬다.
적가리골은 등반객들에게는 거의 숨어 있다. 초입부에만 잠깐 모습을 드러낼 뿐, 거의가 숨어 있다. 저 골짜기를 들어가 제대로 파악해 본다면 대단한 절경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눈에 잠깐 잠깐 띄이는 것만 봐도 거의가 다 암반이다.
서울 친구 문성호는 요즘 가장 자주 보는 친구이다. 왜냐고? 동강 백운산부터 설악산으로 하여 지난 주에는 소금강, 또 오늘 방태산, 그리고 다음주에는 서울 왕십리에서 만날 예정이다. 그러니 요즘 가장 친한 친구이다.
방태산은 실제로 한국에서 가장 오지에 있는 산이다. 그러기에 생태계도 때 묻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신선하기 그지 없다. 나무들이 쭉쭉빵빵하게 뻗은 방태산의 삼림
이제 산행 들머리에서 1km 왔다. 이제 구룡덕봉까지 3.6km가면 주능선에 선다. 어제 태화산처럼 정상으로 바로 치고 올라갈 필요도 없고 등반 중 귀찮게 구는 것도 없다. 벌레도 없고, 뱀도 없고 나무 그늘이 시원하기만 해 등반하기에 아주 적합한 상태이다. 같은 강원도 산이라도 이렇게 다를까?
적가리골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도 여전히 아름다운 계곡을 연출한다.
물이야 이보다 더 맑을 수가 있으랴? 단 숲이 울창한 바람에 너무 어두워 물도 검게 보인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선두에서 힘을 내는 문성호.
드디어 하나의 능선에 올라섰다. 이름하여 매봉령. 여기서 무조건 점심을 먹고 가야 한다. 왜냐고? 내 배낭에 모든 것이 들어 있거든......그중에서도 라면 끓일 2리터짜리 페트병부터 없애야 한다. 에고.....겔겔겔!!!
자! 끓이자. 라면이여! 좔좔 끓어라. 라면이고 밥이고 과일이고 버너고 가스고 모든 것은 문성호가 서울에서 가져 왔다. 마눌님이 얼마나 화를 냈을까? ㅋㅋㅋ 하여튼 나는 편하다. 경주에서 올라와 서울 음식을 이 깊은 산중에서 마음대로 먹어대니............
매봉령에서 포즈를 취하는 성호와 단미. 그들도 어느 사이엔가 서로 친해졌다.
매봉령에서 잠시 된비알을 힘차게 오르면 임도가 나타난다. 위는 등반에서 임도를 만나는 지점이다. 거꾸로 임도로 내려올 때에는 이 표지판을 보고 매봉령과 자연휴양림 내려가는 길을 찾는다. 이 표지판이 없으면 길 찾기가 난감하겠다.
이 임도는 홍천군 내면의 월둔고개에서 올라오는 임도인데 구룡덕봉까지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off-road 차량들이 이곳까지 차를 몰고 올라온다고 한다. 재미있는 색히들이다.
드디어 나타난 구룡덕봉. 구룡덕봉은 방태산 주능선에 상에 있는 고봉 중의 하나로 멀리 동쪽의 인제군 하남에서부터 시작한 방태산 산줄기가 깃대봉(1436m), 배달은석(1416m), 주억봉(1444m), 구룡덕봉(1388m)으로 이어져 월둔고개로 잠시 고도를 낮춘 뒤 다시 올라 응복산(1156m), 가칠봉(1240)으로 하여 백두대간인 갈전곡봉(1174m)으로 갖다 붙이는 산줄기 상에 있는 봉우리이다.
아울러 월둔고개로 내려가지 않고 구룡덕봉에서 남쪽 산줄기로 내려오면 개인산(1341m), 침석봉(1321m), 숫돌봉(1104m)으로 이어져 그 산줄기는 미산리 개인동으로 내려선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가장 숨어 있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내가 오지라는 말을 너무 자주 하나? 그러고 보니 그러네. Hi! Sorry!
구룡덕봉에 오르기 직전의 성호와 단미.
방태산이 산림청 선정 한국100명산으로 선정된 사유는 가칠봉(1,241m), 응복산(1,156m), 구룡덕봉(1,388m), 주걱봉(1,444m) 등 고산준봉을 거느리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하고, 희귀식물과 희귀어종이 많은 생태적 환경 등이 고려된 것이다. 방태는 옛날 정감록에 기록되기를, 난을 피해 숨을만한 피난처로 되어 있을 정도로 오지의 산으로 이름이 나 있다.
구룡덕봉 정상 전망대에서 단미와 함께..............
바로 지척에 설악이 보인다. 우측의 세개의 봉우리가 바로 설악 정상부인 대청, 중청, 소청봉이고 왼편 조금 앞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남설악인 점봉산이다. 역시 설악 답게 구름과 봉우리가 같이 섞여 있다.
대단한 방태산. 방태산의 북쪽 적가리골이다. 저렇게 거대하게 산줄기가 U자로 에워싸고 있으니 그 속에 숨은 적가리골이 비경지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저 골짜기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저 산줄기 능선 뒤로는 또 하나의 비경지대인 아침가리골이 있다. 이름하여 조경동계곡이다.
설악의 모습을 조금 왼편으로 당겨보면 맨 우측 뾰족봉이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이고 왼편의 울퉁불퉁한 산은 역시 남설악의 가리봉, 주걱봉이다. 저 설악의 주걱봉은 방태산의 주걱봉보다 더 뾰족하다. 설악이 아니더냐? 설악................
구룡덕봉에서 지나온 길을 내려다 본다. 금방 지나온 헬기장이다. 오른쪽이 미산리 쪽이고 왼쪽이 방동리 쪽이다.
구룡덕봉 정상의 이정표.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방태산 정상인 주억봉(1444m)이다.
구룡덕봉 정상에 이런 시설물이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나는 원래 시설물에 관심이 덜 하다.
이제 정상인 방태산 주억봉을 치러 구룡덕봉을 떠난다.
가다가 만난 주목(朱木). 색깔이 붉다하여 주목이다.
주목은 한국의 산에서 만나기가 힘든다. 왜냐면 고산 지대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저 아래에도 있다고? 있긴 있다. 하지만 자라지 않는다. 주목은 보통 그 높이가 20m, 지름이 2m에 달한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고 큰가지와 원대는 홍갈색이며 껍질이 얕게 띠 모양으로 벗겨진다.
주목은 관상용으로 심으며, 재목은 가구재로 이용한다. 열매는 식용하고, 잎은 약용한다. 한국산 주목씨눈에서 항암물질인 택솔을 대량 증식할 수 있음이 밝혀졌으며 씨눈과 잎, 줄기에 기생하는 곰팡이를 생물공학기법으로 증식, 택솔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요즘 상품화되었다.
주목은 고산지대에만 있어 우리 등반객들은 뭔지 모르게 주목을 신성하게 바라다 보는 경향이 있다. 주목은 태백, 소백, 덕유, 가리왕 등에서 자주 만난다. '죽어 천년, 살아 천년'이란 말로 설명되는 주목을 만나게 되어 모두들 즐겁다.
이곳이 정상 주억봉 직전의 안부이다. 이 곳에서 내려서면 지당골이고 적가리골이다. 우리는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이 길로 하산을 시도할 것이다. 좀 가파르다 하지만 별 방법이 없다.
북으로 귀때기청봉이 우뚝 솟아 있다.
그리고는 방태산 정상 주억봉이다. 예전에는 서쪽의 깃대봉이 방태산 정상이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이 주억봉이 정상이라는 것이 대세이다. 왜냐면 산 정상 개념이 최근에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산의 한 가운데에 있는 봉우리가 정상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정상이라고 불리워진다. 그런데 방태산의 이 주억봉은 산의 중심이기도 하고 가장 높기도 하다. 그래서 이 주억봉이 정상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어리석게 자꾸 옛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방태산 정상에 선 Usual Suspect..............용의자 이름 방태산, 번호 1444호, 죄목 적가리골 방뇨죄..................이다.ㅋㅋㅋ
자! 경주 촌 것들도 한 커트하자.
하지만 정상 표지석이 선 곳보다 더 높은 곳이 있어 잠깐 올라보니 이런 돌이 있다. 실제로 여기가 방태산 정상인 것이다.
그 바위 정상석에서 내려다 본 정상표지석이 선 곳. 어디가 높은 곳인지 파악이 되겠지?
지나 온 구룡덕봉(1388)과 그 우측으로 뻗은 개인산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한번 설악의 정상부를 쳐다 본다.
그리고 귀때기청봉, 점봉산, 소청, 중청, 대청봉...................모두 다 나왔다.
사진 찍을래? 한 알 먹을래?
이제 지당골로 하산을 시도한다. 산림이 너무나 울창해 마치 한밤중이다.
지당골로 가파르게 내려온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드디어 만난 지당골.
지당골 물로 씻는 문성호. 물이 지나치게 차다. 저렇게 차서는 알탕하기 글렀다.
드디어 지당골과 적가리골이 갈라지는 갈림길로 다시 돌아왔다. 우리가 오전에 섰던 곳이다.
그리고는 다시 아름다운 적가리골이다. 적가리골의 대형 암반과 폭포(이폭포와 저폭포), 그리고 沼 등은 설악산 가야동계곡과 견줄 만한 뛰어난 풍광을 지녔다. 맑디 맑은 내린천이 동남녘의 산자락을 씻어내리는 3둔4가리(살둔 월둔 달둔 연가리 아침가리 결가리 적가리)가 소재한 비경의 심산인 방태산은 오랜 세월 세상에 그 모습을 숨겨왔으나 근래에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산꾼들(나 같은 사람..........ㅋㅋ)이 드문드문 이 심산을 찾고 있다.
적가리골에서 성호와 함께...........
가만 있을 리가 없는 물개와 인어.................그들의 본능! Splash! 다.
금방 폭포 속으로 뛰어드는 성호와 단미. 나는 어제 태화산에서 하산 중 발가락이 까져 물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다. 애 먹고 약 발라 테이핑 처리해 놨는데 물에 들어가면 도로아미 타불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방태산 자연휴양림 마지막 주차장. 휴양림 덕분에 쉽게 방태산에 접근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턱도 없는 얘기이다. 휴양림과 래프팅으로 인한 내린천 개발이 우리를 오지인 방태산으로 쉽게 오게 했다. 이제 서서히 챙겨서 가자. 집으로 가자. 나의 여름 휴가는 이것으로 끝이고 모레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인제로 나와 문성호, 단미와 함께 고기를 구워 쇠주 한잔을 걸치고 저녁 7:35분 서울행 버스에 탄 성호와 이별하고 차를 돌려 경주로 달린다. 인제에서 홍천까지 워낙 길이 막혀 거의 2시간 반이 걸렸지만 홍천부터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줄행랑친다. 경주에는 이유경이 말대로 오전 1시에 도착한다. Bye! 성호, Bye! 방태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