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매서움에 이불을 박차기 힘든 계절이다. 아침시간이 아깝다 여겨지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아 나태해진 나에게 아침에 공연을 보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가족극을 보고 싶었지만 한번도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친구 덕분에 경남문화예술회관을 오래간만에 찾았다. 추운 겨울 아침이었는데도 꼬마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추위에 몸도 마음도 얼어있었는데 꼬마들은 보는 순간 웃음이 났다. 그만큼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 웃음을 주는 천사가 아닌가 싶다.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공연을 보기 위해 줄지어 선 모습을 보고 과연 나의 공연문화는, 어른들의 공연문화는 어떤가 반성하게 되었다. 어른이라는 나에게 과연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기도 했다. 동요를 따라 부르며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나 또한 이번 공연이 빨리 시작되길 기다렸다. 드디어 막이 올랐다. 가족극 ‘하얀 동그라미 위에 앉은 아이’, 공연에 대해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터라 제목의 의미가 너무 궁금했다. 이 작품은 성경에 나오는 '위대한 솔로몬의 재판'이야기다. 즉,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게 해서 진짜 부모를 찾는 솔로몬의 영민함을 다룬 이야기이다. 깊은 산 속에 위치한 한 왕국에 반란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왕은 살해를 당하게 된다. 욕심이 많던 왕비는 보석을 챙기느라 자신의 아이를 버리게 되고, 아이를 정성스레 돌보던 하녀는 친 엄마보다 더 큰 사랑으로 버려진 아이를 키운다. 아이를 키우면 사형에 처하겠다는 병사들의 위협에도 하녀는 사랑하는 아이를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병사들이 아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말에도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이 하녀가 된 듯 하녀의 위험을 소리쳐 알려주었다. 반란이 끝나고 왕국에 평화가 찾아온 듯 했지만, 왕의 재산이 아이에게 물려짐에 따라 욕심 많은 왕비는 재산이 탐나 자신의 아이를 찾게 되고, 그로 인해 재판이 열리게 된다. 자신의 아이라 주장하며 하녀를 몰아세우는 왕비, 자신의 아이는 아니지만 사랑한다는 하녀. 과연 누가 진정 아이의 엄마라 할 수 있을까? 재판관은 하얀 동그라미 안에 아이를 눕히고 왕비와 하녀에게 아이의 한쪽 팔을 각각 붙잡게 한 후 아이를 자신의 쪽으로 잡아당기게 한다. 잡아당기던 그 둘의 실랑이 끝에 하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아이의 팔을 놓고 만다. 사랑하는 아이의 고통을 무릅쓰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엄마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현명한 재판관 역시 아이를 사랑하는 자가 엄마의 자격이 있다며 하녀가 아이의 엄마라 판결을 내린다. 자기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이는 이 세상에 딱 한 분이 있다. 그는 바로 어머니라는 이름이다. 어머니의 사랑, 더 나아가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는 오늘 이 자리의 아이들이길 빈다. 사랑을 알고 자란 이 아이들이 커서 한국의 솔로몬이 되길 빈다. 배우들의 마임, 춤 그리고 노래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거기에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것이 이 공연의 매력이었다. 움츠려 들기 쉬운 이 겨울, 사랑하는 사람들과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 봄이 어떨까 싶다. 위원혜(시민·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