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요리천국 부산
각 지역마다 지역 구성원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과 식재료들이 있다. 이를 ‘향토음식’이라 부른다. 나주의 곰탕, 수원의 왕갈비, 영천의 돔배기, 전주의 비빔밥 등이 그것이다. 해안지방에서 선호하는 음식은 주로 해산물들이 많은데, 전라도 해안지역의 홍어나 통영의 볼락 등이 유명하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이 최대 생산지인 고등어와 멸치 등이 그것이다. 특히 고등어는 부산과 인연이 깊다. 고등어는 부산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생선이다. 그래서 다양한 고등어 음식이 잘 발달했으며, 집단화 된 고등어 음식 골목이 많다.
고등어 활용 음식 다양
배를 가른 고등어를 넓게 펴서 고소하게 구워내는 부산시 광복동 ‘고갈비 골목’부터 토막 낸 고등어를 번철에 자글자글 구워 반찬으로 내는 자갈치 시장의 ‘고등어 정식 골목’, 고등어 살을 발라 푹 끓여내는 영도 ‘고등어 추어탕’ 집들과, 활 고등어로 회를 뜬 ‘고등어 회’, 식초에 살짝 절여 고소하고 상큼하게 맛을 낸 ‘고등어 초회’와 ‘고등어 초밥’, 그 외에도 고등어조림, 고등어자반과 고등어 크로켓 등 고등어로 조리되는 음식의 가짓수만 봐도 부산은 가히 ‘고등어의 도시’라 부를 만하다. 고등어 국내 생산량의 80%를 부산의 대형선망이 어획하고,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그 대부분을 유통하고 있으며, 부산의 ‘시어(市魚)’이자 부산 서구의 ‘구어(區魚)’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러하겠다.
등이 높고 통통하다고 이름 붙여진 고등어는 예부터 우리 민족이 더불어 즐겨먹던 생선이었다. 값싸고 맛있으면서도 영양소가 풍부해 서민 찬거리로 널리 사랑받아왔던 것 때문에 고등어를 지칭하는 이름들도 무척 다양했다. ‘자산어보’에서는 푸른 무늬가 있는 생선이라 벽문어(碧紋魚),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칼처럼 생겼다고 고도어(古刀魚)라 불렸다. ‘경상도 속한지리지’에서는 고도어(古都魚)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그밖에 지역에 따라 고동어 고망어 등으로, 크기에 따라 고도리, 열소고도리, 소고도리, 통소고도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하고 많은 별칭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고등어는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구수한 ‘고등아 추어탕’, 상큼한 ‘고등어 초회’
고등어는 군집성 어류로 엄청난 개체수가 떼를 지어 연안을 회유하는데 그 수도 수지만 통통하고 기름진 살집으로, 한 점 베어 물면 입 안이 꽉 차는 풍성함 또한 여타 생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부산의 대표적 고등어음식은 앞서 밝혔듯이 ‘고갈비’와 ‘고등어 정식’이다 이들은 널리 알려진 부산의 음식으로 이미 인정을 받고 있다. 그 외에 타 지역보다 대중화 된 고등어 음식을 꼽으라면 ‘고등어 추어탕’과 ‘고등어 초회’다. 그중에서도 ‘고등어 추어탕’은 비싼 미꾸라지를 대신해 고등어로 ‘추어탕식 음식’을 끓여 먹는 부산음식이다. 부산음식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식재료의 부족’을 ‘대체 식재료’로 만들어 먹었던 ‘대체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양성분이나 맛은 미꾸라지 추어탕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아 부산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던 음식이었다. 고등어가 주재료라 비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맛을 보면 그 오해가 미안해질 정도다.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구수하면서도 진한 국물이 시원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아침 해장국으로도 좋을 만큼 깔끔하다. 땡초를 넉넉하게 넣어 먹으면 매운맛이 입안을 얼얼하게 하고, 산초와 유사한 제피를 넣으면 특유의 향긋함이 혹시 있을 잡내를 말끔하게 가셔줘 개운하기까지 하다.
미식가들, 가을 제철 고등어 ‘최고의 맛’
부산의 일식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 ‘고등어 초회’, 특히 40cm 이상의 고등어로만 장만하는 ‘고등어 초회’는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등 푸른 생선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과 적당히 배어있는 구수함과 감칠맛, 생선비린내를 잡아주는 은은한 식초향 등이 상큼하고 새콤한 뒷맛의 여운을 남겨 또 다른 별미이다. 고등어 초회를 전문으로 하는 요리점들은 ‘음식 플레이팅’이 거의 예술작품 수준이다. 접시 위에 고등어가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듯 생생하고, 그 주위로 자연에서 가져온 꽃과 풀과 나뭇잎을 세팅해 마치 서양화 한 폭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가을철에 가장 맛있어진다는 고등어 요리, 트기 가을 고등어는 지방함량이 높아 1년 중 가장 고소하고 맛있기에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맛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등어의 하얀 속살을 맘껏 탐할 수 있는 계절이 요즈음이다. 풍요의 상징인 ‘가을 고등어’로 가을의 맛도 잡고 건강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최원준 시인
출처 : 월간 ‘부산이야기’ 10월호 – 부산광역시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