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이 주유소 경유값은 1리터에 1900원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휘발유 1리터에 1957원. 어제 15일 목요일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 폴 사인 주유소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주유소 가 휘발유와 경유 값을 올렸습니다(기자 블로그 '휘발유 경유 수요일 넣어야 하는 이유' 참조 http://blog.joins.com/n127/9550508). 서울 강남구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 1리터에 1957원으로 2000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경유는 1리 터에 1894원으로 1900원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이 주유소는 수요일인 14일까지 휘발유 1리터에 1912원, 경유는 1839원을 받았습니다. 휘발유는 45원, 경유는 55원 각각 올랐습니다. SK에너지는 어제 15일부터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준가격을 휘발유는 1리터에 45원을, 경유는 55원 을 올렸더군요. 주유소도 그만큼 올린 것이죠. 기자가 자주 찾는 서울 서초구의 GS칼텍스 폴 주유소 역시 휘발유는 1리터에 1749원으로, 경유는 1747원으로 올렸더군요. 이 주유소는 기자가 13일 밤 기름을 넣을 때 휘발유는 1699원, 경유는 1697 원을 받았습니다. 휘발유, 경유 모두 50원씩 올린 것이죠.
경유값이 더 비싼 서울 중랑구의 주유소. [출처=오피넷].
서울 중랑구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는 1리터에 1751원이지만 경유는 이보다 13원 비싼 1764원을 받 고 있습니다. 기자는 이미 경유값이 휘발유보다 더 비싼 주유소에 관한 글(기자 블로그 '경유값이 더 비싼 주유 소 또 나왔다' http://blog.joins.com/n127/9501938)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경유값을 더 받는 주유소는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닙니다. SK에너지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준가격을 이번주 휘발유는 1리터에 1730원, 경유는 1729원으로 올렸습니다. 공장도가격으로 따지면 휘발유와 경유 값 차이는 단 1원입니다. 정부는 휘발유 값 대비 경유 값을 85%로 맞추기 위해 경유에 붙이는 세금을 지난해 7월까지 계속 올렸는데 이제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되레 추월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경유에 붙이는 세금을 내려줄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일 화물연대의 결의대회 모습. [출처=YTN 촬영].
지난 주말인 10일 전국 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 조합원 6000여명은 부산역 광장에 모여 "경유 값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결의문에서 "최근 경유값이 폭등해 일을 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유가격 인하와 운송료 현실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정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화물연대는 "지난 3월 유류세 인하를 명복으로 유가보조금이 54원 삭감됐다"며 "경유 값은 오르는 데 보조금을 줄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화물연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가격은 1년전인 지난해 5월 1238.50원이었습 니다. 지난주(5월 첫주)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가격은 1693.93원이었으니 1년새 36.7%가 올랐습니 다. 지난해 1월(경유 1리터 1170.16원)에 비해서는 44.7%나 뛰었습니다. 기름값은 폭등하는데 운송료는 제자리이니 화물차를 모는 사람들로서는 죽을 맛이겠죠. 하지만 경유값 폭등에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사람들은 다른 데 있더군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옆 탄천 주차장 모습.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옆 탄천 둔치에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이 라 할 수 있습니다. 기자는 지난달 24일 그곳에서 관광버스 기사 몇 분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경유값이 너무 올라 죽을 맛"이라고 푸념을 하더군요. 지난해 1월에 비해 기름값은 50% 가까이 올랐지만 운송료는 제자리거나 되레 내렸다고 항변했습 니다. 서울서 강원도 주문진까지 가는 운송료로 지난해에는 50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싼 가격에 도 가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또 관광버스 사업은 '유흥, 오락용'으로 찍혀 화물차와 달리 유가보조금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라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리면서 화물차에는 세금이 오른 만큼 보조 금을 지급하지만 관광버스에는 주지 않습니다. 여행, 관광은 화물 운송과 달리 '불요불급하다'는 이유 때문이겠죠. 최근 몇년새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이에 세금까지 불어나 관광버스 기사가 느끼는 경유값 폭등 충 격은 화물차 기사보다 갑절은 크다고 합니다.
관광버스 기사는 대부분 1억원이 넘는 차를 직접 구입해 관광버스회사에 지분참여 형식으로 들어 간다고 합니다. 옛날로 치면 '지입제'입니다. 기름값은 기사가 직접 부담하고 운임은 일부 수수료를 떼고 직접 받는 형식이죠. 그날 기자가 만난 한 기사는 초등학교 현장학습을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행선지는 경기도 포천. 총 거리 200km 가량을 뛰었다고 합니다. 45인승 관광버스의 실제 연비는 경유 1리터에 3km가 나 오기 힘들다고 합니다. 기자는 이날 기름값은 어림잡아 12만원은 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가 그날 받은 운임은 30만원이었습니다. 많이 남았다고요? 더 많은 내용을 들으니 그렇지 않더군요.
왼쪽이 갓 출고된 새 관광버스.
그날 기자가 탄천주차장을 찾았을 때 같은 회사 소속의 관광버스 두 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습니 다. 이중 한 대는 출고한 지 얼마 안돼 아직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는 새 차였습니다. 출고가격은 1억6500만원. 여기에 내부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면 총 1억8000만원이 들어갔다고 합 니다. 수도권의 소형 아파트 한 채 값입니다. 모든 비용은 기사가 댄 것입니다. 회사에 지분 출자한 형식을 취했을 뿐입니다. 관광버스는 보통 10년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1년 비용으로 1800만원을 별도로 잡아야 한 다고 합니다. 여기에 수리비, 보험료까지 기사가 부담해야 합니다. 관광버스 기사들에 따르면 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기름값은 운임의 3분의 1 이하가 되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자가 아는 사람 중에 35인승 관광버스를 운행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주로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 들을 태우고 다닙니다. 이 기사분은 지난 4월달 기름값으로 총 200만원을 썼다고 합니다. 같은 달 여행사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550만원. 여기에서 10%을 커미션으로 뗐다고 합니다. 실제 수입은 495만원인 셈이죠. 외형상으로는 한달에 295만원을 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고 뒤로는 밑졌다'고 합니다. 우선 이 기사분은 4년된 중고 버스를 6000만원 이상 주고 구입했습니다. 매년 8백만원 이상을 감가 상각해야 합니다. 한달로 치면 70만원 가량입니다. 수리비용과 보험료도 들어가야 합니다. 일요일도 없이 뛰었지만 한달 순수 수입은 100만원 조금 넘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나마 경유값이 지금보다 쌌던 지난해에는 200만원은 되었다고 합니다.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 550만원은 작년이나 올해나 큰 변함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