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졸속'
관객과 대화 취소·공연 연기 잇따라
관객중심의 영화제를 표방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게스트가 중심이 되는 상황들이 속속 연출되고 있어 시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게스트들의 스케줄에 따라 변경되는 영화제 일정이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빈번하게 일정이 변경되는 것은 관객과의 대화. 일명 ‘GV(Guest Visit)’시간이다. 이유는 바쁘신(?) 스타들의 스케줄 때문. 일부 영화들의 GV가 연달아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영화 마니아들의 불만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총 100여 회의 GV 중 지난 주말까지 46번의 GV가 진행 됐다. 이 가운데 취소나 연기, 추가 등 일정 변경은 현재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랑니’의 관객과의 대화가 최소된데 이어 1일 ‘오로라 공주’, 3일 ‘여정들’, ‘달에 처음 간 사나이’ 등도 연달아 일정이 취소됐다.
당초 ‘사랑니’의 김정은과 ‘오로라 공주’의 엄정화 등 각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영화 마니아 및 시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잔뜩 기대하며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의 바쁜 일정으로 원래 일정이 모두 취소되고 ‘오로라 공주’는 3일, ‘사랑니’는 4일로 각각 연기됐기 때문이다.
외국작품도 마찬가지. ‘여정들’(미국·존 조스트)과 ‘달에 처음 간 사나이’(러시아·알렉세이 페도르첸코)의 경우도 현지에서 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 일정 등으로 감독들이 관객들을 외면했다.
그러나 타지에서 찾아오는 영화 마니아들이나 관객들은 영화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이번 영화제의 경우 매진작이 속출하면서 다른 영화마저 관람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해 관객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영화제에 참석한 정모씨(25)는 “이미 비디오로 출시됐지만 영화제 심사위원이 방은진씨인데다가 엄정화씨가 온다고 해서 1일자 오로라 공주를 예매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GV가 취소되서 환불해야 하는데 같은 시간대 보고싶었던 영화는 이미 매진”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거리공연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상이 속출했다. 1일 오후 2시에 있을 예정이었던 ‘마샬아츠 퍼포먼스’도 1시 30분으로 시간이 변경되면서 공연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이 헛걸음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매번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들의 가장 큰 원인은 티켓 카달로그가 영화제 한 달 전에 제작되는데다가 게스트들의 스케줄 조정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일정보다 70회에서 100여 회로 GV가 늘었음에도 게스트들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영화제 일정은 티켓카달로그에 의존해야 하는 관객들에게는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조직위의 세밀한 기획과 홍보가 아쉬움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 기간 동안 게스트들의 잦은 스케줄 변동으로 관객과의 대화에 일정에 다소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섭외 당시 참석 가능했다가도 기간 내 갑자기 불참을 알려오는 경우가 많아 진땀을 빼는 등 애로사항이 많지만 그때 그때 변경사항을 공지하는 등 관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