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봄이 오는 소리
심영희
입춘도 지나고 설이 지나서인지 요즈음 제법 봄 날씨를 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4월 중순 날씨라는 예보가 나오기도 한다. 우리 집 발코니에도 겨우내 잠자던 화분에서 새싹이 올라오고 벌써 봄 꽃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 토요일 모처럼 손자손녀가 드라이브를 가자고 한다. 갈 곳이 마땅하지 않은 요즈음 춘천에 있는 화목원이나 가평 자라섬에 있는 이화원에 동백꽃이 피었나 가볼까 의견을 물었더니 손녀가 대뜸 꽃 보러 가는 것 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그렇다 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지 아이들 생각은 다르다.
셋이서 마음을 맞춰 일단 서면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손자와는 가끔씩 드라이브를 했는데 카페에 들려 차한 잔 마시고 오는 게 전부다. 코로나사태로 모든 게 변해버린 지금 집 떠나 갈 수 있는 곳이 카페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손자가 자기가 좋은 곳으로 안내할 테니 그리로 가자고 했다. 도착한 곳은 서면에 위치한 ‘카페카르페’라는 카페였다. 예전에는 자주 갔었는데 오랜만에 그 카페에 갔다.
봄기운이 돌아서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실내에는 거의 손님이 없고 실외 테라스와 뒤뜰에 손님이 많았다. 우리도 국산 차를 주문해놓고 뒤뜰로 나가서 자리를 잡았다. 봄 햇살 아래서 손자손녀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평가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좋아한다.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기가 있어 조금 추웠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그냥 한 시간을 그곳에서 함께 즐기며 나도 손자손녀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시 차를 타고 춘천댐을 돌아 신동삼거리에서 지내리로 들어가 들판을 구경하며 집으로 왔다.
그런 여운이 남아서인가 오늘은 내 마음이 운동을 가야 한다고 명령을 내린다. 늘 시간이 모자란다며 예술작업에 매달려 운동을 게을리 했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것이다. 올해만해도 그렇다. 벌써 2월이 다 가는데 오늘 처음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 1월에 한번 2월에 한번 딱 두 번째다. 아파트 뒷길을 걸어 공지천 다리를 건너서 약사천을 향해 걸었다. 약사천으로 가는 목적은 걷기운동보다 물오리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강바닥은 지저분한데도 물은 맑았고 헤엄치는 물고기 떼들이 내 발걸음을 잡는다. 차가운 물속에서 겨울을 나는 물고기의 체온은 몇 도나 될까, 갑자기 궁금해 진다. 따뜻한 날씨라 걷기운동 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오리도 군데군데 꽤 여러 마리가 있는데 사진을 찍으러 가까이 가면 날아가 버리고, 멀리서 찍으니 강만 나오지 오리는 점처럼 찍혀있다. 오리들이 모이는 곳을 쫓아 약사천 징검다리를 건너 다니다 보니 어느새 봉의초등학교 옆까지 올라왔다. 뒤돌아 내려오며 다시 오리사진을 찍고 있는데 “할머니”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니 학원에 갔던 손자였다.
오늘부터 10시 30분에 수업을 시작한다고 하여 아침에 학원에 태워다 주고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손자를 약사천에서 만나게 되었다. 서로 반갑다고 손을 맞잡은 후 함께 집으로 오면서 손자도 연신 사진을 찍는다. 손자도 날씨가 좋아 산책 삼아 일부러 걸어오는 중이었단다. 무거운 책가방을 지고 걸어 다니지 말라고 했더니 날씨가 정말 좋아 걷고 싶었다고 한다.
나를 잘 따르는 손자는 코로나 피해를 많이 보았다. 캐나다로 유학을 갔던 손자는 캐나다에서 1개월 정도 학교를 못 가고 집에 있다가 휴강이 길어지자 결국 지난해 4월에 우리나라 전세기 편으로 집에 왔는데 이렇게 학교로 못 돌아갈 줄은 몰랐다.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계속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으나 올 1월에는 캐나다로 돌아가 2학기 수업을 할 계획을 세우고 혹시 영어 실력이 줄어들까 봐 서울 강남에 있는 영어학원에 시험까지 보면서 등록을 했는데 일주일 학원 다니고 주말에 집에 왔다 다시 서울 학원에 갔으나 월요일 하루 수업하고 갑자기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학원 집합 금지조치로 또다시 코로나에 쫓겨 집으로 내려와 지금은 춘천에서 학원을 다니며 방역을 하는 날은 학원을 쉬며 공부하고 있다. 친구들은 대학교를 가는데 9월이 입학인 캐나다는 한 학기가 늦어 지금 3학년 2학기 온라인 수업 중이다.
봄이 오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코로나가 종식 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백신’ 접종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 코로나바이러스를 잡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요즘 강원도는 정선 교회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가 새로운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것도 타 지역 주민이 다녀가서 그렇다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어제 신문에서 본 기사내용이다. 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겠는가, 어떤 여성이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되었는데 완치된 이 여성에게 “너 때문이다’라고 원망의 문자가 날아오고 심지어는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오죽했으면 확진 되었을 때 차라리 죽었다면 더 좋았을 것인데 살아 돌아와 이렇게 죄인으로 살고 있다고 후회를 한다는 기사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이 여성은 병원에서 나와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꼭 외출이 필요할 때는 죄인처럼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마을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홍천에서 완치된 후배 남매들이 학교로 돌아오자 선배들이 환영식을 했다는 초등학생들의 사연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민들이 이해가 된다. 코로나발생으로 인해 사람이 안 다니니 장사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하고 처음 코로나에 걸린 사람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생업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전의 이웃이 지금은 적이 되어 분노의 화살을 쏘아 올리고 있으니 누구의 잘못인가, 그 몹쓸 중국 우한에서 날아온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던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없어졌다는 소리를 귀를 쫑긋 세워 기다려 본다. 봄이 오는 소리처럼 정답게 들려와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줄 기쁜 소식, 코로나바이러스 종식소식을 큰소리로 외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2021년 2월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