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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3월 27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327토] 온 국민 놀라게 한 서해상 해군 함정 침몰
어제 밤 9시45분께 서해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1,200톤급)이 침몰, 온 국민을 놀라게 했다. 정부는 사고 직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상황을 검토한 결과, 일단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서해상 교전 사태 재발을 우려하던 국민은 안도했으나, 침몰 원인이 즉각 밝혀지지 않아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천안함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와 충돌, 선체 바닥에 구멍이 뚫려 침수되면서 2시간여 만에 침몰했다. 해군은 사고 직후 긴급 구조작전에 나섰으나 승조원 104명 가운데 수십 명이 27일 새벽까지 구조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해군은 경비함정과 헬기를 동원해 탐색ㆍ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니 장병 모두가 무사히 구조되기를 기원한다.
큰 충격을 준 사태의 정확한 상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선체 뒷부분 바닥에 구멍이 났다는 해군 관계자의 말로 미루어 항해 중 암초에 부딪쳤을 가능성을 일단 유추할 수 있다. 북한의 어뢰 공격설이 제기됐으나, 통상 초계함은 NLL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작전하는 점에 비춰 가능성이 낮다. 북한이 잠수함을 이용해 부설한 기뢰와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경우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군이 북한의 은밀한 도발 등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니 정확한 원인이 곧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해군이 초계함으로부터 상황을 어떻게 보고 받았기에, 북한의 공격이나 폭발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 보고되지 않는지 의아하다. 단순히 선체 바닥에 구멍이 나서 침수되는 상황이었다면, 대통령이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할 만한 비상사태로 보기 어렵다. 아무리 돌발적인 상황이라도 군의 상황 판단과 보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속한 진상 파악과 함께 해군 작전 및 보고체계를 빈틈없이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327토] 자승 총무원장이 말할 차례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둘러싼 외압 파문이 확산 일로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 불교단체들이 외압 파문의 당사자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사과와 사퇴, 자승 총무원장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자승 원장이 중앙종회 의장이던 2007년 10월 이상득 의원을 데리고 와서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봉은사 신도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추가로 공개했다.
사태는 꼬일 대로 꼬였다. 더 방관한다면 정치권과 불교계가 걷잡을 수 없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상황이다. 무엇보다 안 대표와 자리를 함께했던 자승 원장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안 대표가 명진 스님에 대해 ‘좌파 주지’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인지, 그게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의 외압으로 작용했는지, 대선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해명해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과 중앙종회는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과정에서 ‘외압이 없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자승 원장이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승 원장은 조계종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여당 원내대표로부터 ‘좌파 주지’ 등 불교계를 모독하는 발언을 듣고 그냥 넘겼다면 불교계 수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고 할 수 없다. 중앙종회 의장 시절 특정 정당 후보와 불교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구실을 했다면 그것 역시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종교 편향 발언으로 불교계의 반발을 산 전력이 있지 않은가.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과정도 마찬가지다. 중앙종회 총무분과에서 한차례 부결된 사안을 총무원장이 다시 긴급 발의해 통과시켰다. 봉은사 주지와 신도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렇게 급하게 처리할 만큼 절실한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좌파 주지 발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안 대표에게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승 원장의 모호한 처신이다. 그는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당사자다.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침묵만 지키는 것은 혼란을 키울 뿐이다. 또 그의 입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신도와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다. 자승 원장이 직접 나서서 사실 여부를 밝히고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한다. 그게 불교계 수장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이다.
[동아일보 사설-20100327토] 주식처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기업 성패 가른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시작했다. 25일 정식으로 문을 연 배출권거래제 시스템은 국제적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검증·보고(MRV) 체계를 탑재해 온라인으로 배출량 관리가 가능하다. 아직 시범단계라서 거래실적은 없지만 이미 전국 30개 사업장과 3개 대형 유통업체(169개 사업장), 전국 14개 광역지자체(501개 기관)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도 어느새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교토의정서에서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대신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도록 하는 제도이다. 기업들은 기술개발이나 공정 개선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줄어든 분량만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반대로 온실가스 배출권이 감축비용보다 저렴하다면 기업은 배출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그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제 거래는 증권거래소처럼 탄소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우리도 원하든 원치 않든 탄소를 거래하는 시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지금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이 아니지만 2013년부터는 의무감축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자발적이지만 강력한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국내에서 배출하는 모든 온실가스는 온실가스배출정보데이터(인벤토리)에 등록해야 한다. 정부는 이 인벤토리를 바탕으로 탄소배출권 거래, 탄소세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인 일본은 발등의 불이다. 내달부터 기업들은 감축 목표치 미달분을 이산화탄소(CO₂) 1t에 1만5000엔가량을 내고 채워야 한다. 우리나라도 바다 건너 불이 아니다. 에너지 다(多)소비산업이 많고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은 여건상 기업들이 더 큰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경영요인이 돼가고 있다. 기업의 에너지비용 비중에 따라 주식 가치가 출렁이고 탄소경영을 잘하는 기업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높다는 보고도 있다. 탄소는 곧 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본격화를 계기로 기업과 국민이 탄소경영에 눈뜰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327토] 憲裁 "도로 막은 불법시위엔 刑法 적용이 맞아"
헌법재판소가 25일 시위 도중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해 교통소통을 방해한 피고인들을 교통방해죄로 처벌하는 근거가 돼온 형법 제185조에 대해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 형법 제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한·미 FTA 반대집회'에 참가했다가 기소된 강모씨 의견을 받아들여 "형법 185조에서 '기타의 방법'이라는 부분이 구체적이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明確性) 원칙을 어겼다"며 지난해 5월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위헌심판 사건의 진짜 쟁점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면 될 걸 왜 형법을 적용해 처벌하느냐는 것이다. 집시법에서 사전 허가 없이 도로를 행진하거나 점거해 교통소통에 장애를 일으킨 집회·시위의 주최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어 형법상 교통방해죄보다 처벌이 훨씬 가볍다. 헌재는 "시위로 인한 교통의 안전 침해가 초래할 수 있는 생명·신체·재산의 위험을 고려한다면 (행정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처벌하는 집시법의 교통소통 제한 조항이 아니라) 집단적 폭력행사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시위 도중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다치게 한 사람은 집시법보다도 공무집행 방해나 폭력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위헌제청은 2007년 6월 29일 2만여명의 FTA 반대 시위대가 퇴근 시간대에 3시간 동안 서울의 세종로와 종로를 점거하고 차량통행을 막았던 사건을 다룬 것이다. 당시 시위대의 일부는 보도블록을 깨 경찰에 던졌고, 도로에 유인물을 모아놓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2008년엔 촛불시위가 100일 넘게 도심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상습적인 시위꾼들이 하필이면 꼭 도심에서 도로를 막고 폭력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그런 식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줘야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 9명이 보기 드물게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시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0327토] 우리를 부끄럽게 한 위안부 할머니의 기부
지난 1월2일 82세를 일기로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1억 826만원을 사회에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대장암 수술을 앞두고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와 아들을 불러 전 재산을 소년소녀가장 돕기와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절반씩 기부할 것을 유언했다고 한다. 시민모임 측은 그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위안부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섬유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열여섯에 고향(경북 경산)을 떠난 김 할머니는 중국 하얼빈 등지로 끌려다니며 온갖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듬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전국을 떠돌며 식모살이, 날품팔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모았다. 2000년부터 지급받은 위안부 생활지원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도 아끼고 아꼈다. 그토록 원하던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평생의 한을 짊어진 채 눈을 감으면서도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남겨 두고 떠날 결심을 한 김 할머니의 고귀한 정신 앞에 후손으로서 그저 면목이 없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근로정신대 연금탈퇴수당 99엔 지급, 영주귀국한 사할린강제징용 피해자 청구권소멸 등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한 주장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정부가 어제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강제동원 근로자 17만명분의 공탁기록을 넘겨받은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일본이 강제동원 피해와 관련해 민간인 공탁금 기록을 넘겨준 것은 전후 처음이라고 한다.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 등 역사의 증인이 사라지기 전에 잘못된 한·일 과거를 바로잡고,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받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김 할머니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는 길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327토] 안중근 순국 100년, 영웅 앞에 부끄러운 후예들
어제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은 우리는 역사적 자부심의 한 편을 비집고 들어오는 부끄러움의 무게에 고개를 들기 어렵다. 한민족 근대사에 획을 그은 영웅의 유해를 한 세기가 지나도록 고국에 모시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의사(義士)인가, 장군인가 같은 지엽적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정작 그의 `동양평화론`에 담긴 사상과 철학을 정립하기 위한 학술적 연구는 과연 충분했는지도 의문스러운 게 둘째다.
오늘날 호의호식을 누리는 후예들은 투철한 시대정신으로 국가적 거사에 몸을 던졌던 영웅을 기리는 데 너무도 소홀하고 게으르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어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추념식에 직접 참석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 시각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ㆍ중ㆍ일 유해 공동 발굴 노력을 강조하긴 했지만 `안중근 100년의 역사성`은 그리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정적(政敵)의 역사의식 문제라면 티끌만 한 흠결에도 맹공을 퍼붓곤 하는 정치인, 이념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뤼순 행사에 참석한 국회 외통위원들을 제외하고 시청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의원은 한나라당 나경원, 민주당 오제세 단 두 명뿐이었다는 사실은 낯이 뜨겁다.
우리는 위대한 영웅에게 막중한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안 의사의 유해부터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특히 관련 자료 공개조차 꺼리는 일본은 속히 성의를 보이길 촉구한다. "내가 죽은 뒤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었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옮겨달라"는 마지막 유언의 흔적조차 지우려드는 옹졸한 민족성으론 일본은 침략주의자 이미지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도 안중근 의사의 업적과 가르침을 기릴 방안을 더 찾아봐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327토] 국민소득 2만弗 벽 넘어 도약하려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만7,175달러로 전년보다 2,121달러나 감소했다. 지난 2007년 이후 2년 연속 뒷걸음질쳐 5년 래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GNI는 1.5% 개선됐다. 지난해 경상가격 기준으로 국민소득이 크게 감소한 것은 큰 폭으로 오른 환율 탓이 크다. 한국은행은 올해에는 2만달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민소득은 원ㆍ달러 환율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 약세를 보여 환율이 오르면 실질소득이 늘어나도 명목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실질소득이 1.5% 개선됐음에도 1인당 GNI가 감소한 것은 원ㆍ달러 환율이 연평균 15.8%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1995년 1만달러를 돌파한 지 십수년째 2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저하된 가운데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세계적인 경제위기 충격으로 경제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와 초저금리 등 위기대책 덕분에 마이너스 성장을 면할 수 있었다. 산업 부문별로 성장실적을 보면 제조업의 경우 전년의 2.9% 성장에서 -1.6%, 서비스업은 2.8%에서 1.0%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건설업은 -2.5%에서 1.9%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고용부진에다 소득감소로 총저축률도 30.0%로 1983년(28.9%) 이후 2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총투자율 역시 25.8%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25.2%)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이처럼 저축률과 투자율이 동반 하락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감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경우 올해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지 않고서는 국민소득이 꾸준히 늘어나기 어렵다. 장기간 국민소득 2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특히 기술개발을 통해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서비스 부문을 활성화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노사관계 선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0327토] 전기자동차와 소음
모터 사이클 ‘할리 데이비슨’의 특징은 무엇보다 우렁찬 배기음이다. 엔진의 연소 주기를 심장 박동수와 연계시켰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시동을 거는 순간 젊은이의 심장이 고동치는 것은. 1969년도 영화 ‘이지 라이더’에서 할리는 기성세대에 대한 항거이자 거침없이 질주하는 젊음을 상징했다. ‘터프가이’ 영화배우 최민수도 ‘호그(HOG)족’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는 특유의 배기음에 대해 94년 특허를 출원하기도 한다. 복잡한 절차에 결국 포기했다고 하지만. 한국에 수입되는 할리는 법규에 따라 배기음이 80데시벨(db) 이하로 조정돼 있다. 따로 조작하지 않는 한 우렁찬 배기음을 감상하기 어렵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페라리도 마무리에서 가장 신경쓰는 것이 엔진 배기음이라고 한다. 금속성 박동으로 지축을 흔들며 질주하는 모습은 스포츠카 매니어들의 로망이다. F1의 묘미도 레이싱카가 내뱉는 찢어지는 듯한 굉음 아닐까.
그런가 하면 고급 세단은 너무 조용해서 탈이다. 시동이 꺼진 줄 알고 키를 돌리다 ‘키릭키릭’ 하는 불쾌한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재규어는 정속으로 주행할 때 ‘테너 C’ 높이로 조절된 엔진음을 차내로 흘려보낸다고 한다.
문제는 전기자동차다. 내연기관 없이 전기와 모터로만 움직이니 소음이 없다. 시속 40㎞ 이하로 달리면 바퀴와 노면 사이에 마찰음도 없다. 보행자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롤스로이스가 처음 나왔을 때 소리 없이 유령처럼 다가온다고 해서 ‘실버 고스트’란 별명을 얻었다. 지금 모델도 유령이란 뜻의 ‘팬텀’이다. 한때는 자부심이었던 이 무소음이 안전상의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현재 미국 의회는 디지털 카메라에 사생활 보호 차원의 ‘셔터음’을 규정한 것처럼, 전기자동차에도 안전 차원의 적당한 소음을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자 벌써 전기자동차용 주행음을 파는 회사가 생겼다. 모토는 ‘ppp보호’다. 사람(people)과 애완동물(pet)과 지구(planet) 말이다. Mp3로 다운로드하는데, 제트기·모터사이클·스포츠카 소리가 대표 상품이다. 장중한 협주곡과 부드러운 소나타, 새 소리도 있다. 기분에 따라, 도로 여건에 따라 마음대로 고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음달부터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게 된다. 전기자동차가 많아지면 도로는 과연 어떤 소리로 가득할까. 제멋대로 주행음에 ‘불협화음을 위한 협주곡’이 되지나 않을까 지레 걱정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20100327토] 침묵으로 거짓말하기
종교 외압 논란에 휩싸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야당은 “묵언수행 그만 하고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흘 만에 당직자회의에 웃으며 나타난 그는 집시법 개정안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을 뿐 봉은사 문제는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언명을 끝까지 지킨다는 각오인 듯하다. 정말로 묵언수행에 정진하는 기분인지도 모르겠다.
불교의 묵언수행은 말을 하지 않고 하는 참선이다. 말을 함으로써 짓는 모든 죄업을 피하고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함이다. 달마대사는 묵언정진으로 면벽좌선을 9년 동안이나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묵언수행은 해야 할 말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불교는 가르친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불교만이 아니다. 말을 조심할 것과 침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가르침은 많다. 철 나고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란 속담을 처음 접한 사람도 많다. 언어철학자 이규호는 유고집 <거짓말 참말 그리고 침묵>에서 “말이 없는 것이 가장 훌륭한 말이 될 수 있다”고 썼다. “흔히 삶의 절박한 순간에 ‘말을 잃었다’ 혹은 ‘할 말이 없다’는 상황에 부딪치는 경험을 한다. 말과 침묵은 서로 밀접한 관계이며 침묵은 어떤 때는 뛰어난 웅변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안 원내대표의 침묵, 묵언에도 이와 비슷한 요소가 있을까. 그런 건 없다. 그 반대다. 묵언수행과 침묵은 참회와 성찰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인간가치를 허물어버리는 극우적 주장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될 때 선택하게 되는 게 침묵이다. 야당이 그의 침묵을 묵언수행이라고 한 건 비아냥거리기 위한 반어법이다. 안 원내대표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거다. 그의 침묵을 묵언수행이라고 부르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그의 침묵은 은폐를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진실이 가려질 수 없음도 그는 알 것이다. 정치 선진화를 추구하는 여당 실세 정치인이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해야 할 말을 침묵하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침묵으로 거짓말하기이므로. 그가 혹시 좌파의 농간에 휘말렸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이 아침에/구효서(소설가)-20100327토]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기리며
실물만 추구하면 위태로워
다양한 가치로 삶의 균형 유지하길
라힘 카말,아만딥 거프릿.지난달 끝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아닌 '햄버거'로 이름을 남긴 두 인도 선수다. 빙속과 스노보드 국가대표였던 두 사람은 쇠고기가 든 햄버거를 먹다 들켜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두 선수를 적발한 사람은 말릭살릭이라는 코치였고,코치는 그 사실을 고국의 총리에게 보고했다. 국가 중대사였다는 얘기다.
적발하고,현장과 물증을 촬영하고,사진을 국가수반에게 이 메일로 보고한 과정을 세계 언론들은 극적 표현까지 동원해 보도했다. 인도에서 소는 그만큼 신성한 존재이며 상징이다. 두려울 수밖에 없다.
조금 다른 얘기일진 모르지만,어떤 면에서 우리에겐 호랑이가 그런 대상이다. 물론 범국가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호랑이를 숭상하거나 신성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통정서와 토속신앙 안에서 호랑이는 분명 두렵고 신성한 상징으로 기능해 온 건 사실이다.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 가슴에 새긴 문장(紋章),호돌이 호순이가 서울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였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호랑이가 사회적 금기는 아니다. 훼손한다고 하여 처벌 받는 경우는 없다.
이미 오래 전에 호랑이는 요즘 말로 스타일을 구겼다. "호랑이 온다. 뚝 그쳐라" 했더니 아기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곶감 줄게 그쳐라" 했더니 뚝 그쳤다. 일찌감치 호랑이보다는 곶감이었다. 한국과 인도,곶감과 햄버거.조금 다른 얘기긴 해도 상징과 실물 관계라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한국에선 호랑이보다는 곶감이,인도에선 햄버거보다 소가 위력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상징이 우위인 사회와 실물 제품이 우위인 사회.어느 쪽이 더 좋다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한쪽으로만 가치가 치우치는 사회가 위태롭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상징을 강조하는 것도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나름의 필요와 이유 때문이겠지만, 뭐든 지나치면 병이 되는 이치를 외면할 수 없다.
게임에 중독되어 영아를 굶어 죽게 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들에게 부성과 모성에 대한 가치,생명이 소중한 근본 원리,존재의 상징성을 환기시킴으로써 삶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어처구니없는 영아 사망사건만 심각한 게 아니다. 극단적인 예가 그렇다는 것뿐이고 실은 크고 작은 문제들이 실생활 도처에 잠복해 있다. 주택,교육,출산,취업,결혼,장례절차와 상속 문제까지 늘 곶감이 우선되고 호랑이는 뒷전이다.
어떤 것이든 한쪽으로만 쏠리면 쉽게 무너진다. 세상엔 곶감과 호랑이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둘 사이에 넓게 분포하는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회가 든든하게 유지되려면 밑변을 넓히지 않으면 안 된다.
나무뿌리는 지구의 중력을 향하지만 가지는 그것을 거스른다. 숨 쉬는 것들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식물은 산소를 뿜어 자연의 균형을 유지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심으로 모여들 때 숲과 들판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해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너나없이 곶감을 좆을 때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의 상징을 살았던 이들도 있다.
'Economy'가 생산 · 분배 · 소비의 순환으로 이루어지는 부(富)의 사회적 재생산 과정일지는 모르나,적어도 '경제(經濟)'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가로세로 촘촘한 베를 짜듯 세상을 조리 있게 잘 경륜(經綸)하여 사람을 어려움에서 구한다는 뜻이다. 내외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곶감만큼이나 호랑이라는 상징도 균형있게 필요하다. 올해는 호랑이해다. 상징을 다루는 문학가의 소임을 한 번 더 새롭게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