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매바위의 진혼곡
2월 26일은 바람이 불어 얼마나 추웠는지, 내일 모레라야 음력 이월이고 영동할미 바람 올리는 달인데,
벌써 앞당겨 부는 맵찬 바람 맛을 보여주는 전초전인지 무슨 바람이 이리도 거센지 모르겠다.
체감온도는 아마 영하 십 몇도 더 너머 될 것 같았다.
사진을 찍는 내내 금속성 카메라는 저도 덩달아 얼음처럼 차디차서 손이 얼어서 곱았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늘 좋은 것만, 늘 예쁜 것만 눈에 보이는 게 아닌가보다.
이 태전 쯤 처음으로 모세의 기적이라는 제부도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조개를 또한 처음 먹어보는 나는 체했는지, 아니면 조개구이용 착화탄 가스를 마셨는지,
어찔어찔 어지럽고 속이 답답한 게, 영 기분이 마뜩찮았던 기억이 난다.
일행을 식당에 두고 혼자 바깥바람 쐬러 나왔다가 바라다 보이는 매바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때는
바야흐로 봄의 시작인 4월이었다. 멀리 보이는 드러난 작은 바위섬 그 땐 이름도 몰랐었다. 묘하게
생긴 돌 섬 정수리, 그 위에 진달래가 한 무더기 붉디붉게 얹혀있었다.
마음이 부쩍 끌린 나는 그 곳에 꼭 한 번 가봤으면 좋겠는데, 동행들은 담소하느라 구경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나는 불편한 속을 진정시키느라 생각만으로 그쳤었다.
제부도에는 약국이 없다.
그 때 안 사실이다. 함께 간 언니가 조개구이를 먹다말고 역시 그런 증상이 왔다.
얼마나 놀랬는지... 나중에사 깨닫고 보니 지난 일도 생각나고, 착화탄의 일산화탄소 때문인 것 같았다.
영종도에 조개구이 집은 죄다 가스불인데 제부도는 모두 착화탄이다.
겨울 실내에서는 환기에 조금 신경 쓸 일이다.
언니 바로 코앞에서 새우마저 구웠으니, 새우구이 냄비 아래 깔린 소금이 구워질 때 나는 냄새는
또 얼마나 머리가 아픈데... 역시 아직까지 약국이 없었다.
섬에는 갇혔고 식당 주인이 건네준 정체불명의 캡슐 알약을 급한 대로 받아먹고는 그런대로 진정되었다.
무슨 약이냐고 물으니...중국제 소화제란다. 아무튼 그 덕인지 좀 나아졌다.
종업원 지나가는 말로 저희들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단다. 저런!
제부도에서 착화탄 조개구이를 먹을 때는 환기가 잘 하며 먹을 일이다.
우린 밀물 때라 섬에 갇혀버렸다. 물길이 틀 때까지 오도 가도 못하는 나그네가 된 셈이다.
섬에 갇힌, 간혹 이렇게 갇혔다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 때,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려 그 당시에는 야생화에 반했던 적이라 처음 보는 라이락
비슷한 갯가 언덕에 서식하는 분꽃나무 꽃을 두어 장 찍고는 겨우겨우 운전을 하고 돌아왔었다.
언제나 이런 곳에 오면 비주류파인 나는 유일무이, 전천후 운전대를 잡아야하므로...
..........
그 때 못가 봤던 안타까운 심정에 추위가 아무리 모질어도 매바위를 끝까지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식사 전에 매바위 부근을 갔다.
식사 후라면 또 못할 뻔 했다. (환자가 생겼으므로)손이 곱아서 잘 펴지지 않는데도 계속
강행군했다. 바닷바람이 무척 찼다. 제일 서쪽에 있는 마지막 매바위는 사람 얼굴을 닮아 있었다.
서쪽 먼-바다를 바라보는, 바다에 떨어지는 석양빛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그 곳에 다다랐을 때였다.
엇!
이 게 뭐지?
모르긴해도, 좀 섬뜩했다.
얼핏봐도 방금 다녀간 흔적이다.
혹? 이월 영동할미 바람제를? 아니네~ 음력 이월은 낼 모렌데....그럼?
누가 여기서 목숨을 던졌었나 보다. 그래서 그 원혼을 달래주려는 모양이다.
왜 사람들은 물에 빠질 때 꼭 신발을 벗어두고 가는지? 해서 신발 신고 가라는 뜻에서 새 신발과
귤하나에 초 하나, 커피 한 잔을....커피가 든 종이 컵은 바다에다 찌꺼렸는지 너머지 조금 남았는데
쓰러져졌고 작은 초는 바람에 꺼져 있었다.
그 곳 바위에 굴 딱지가 더덕더덕 붙은 걸 보면 여기는 물에 잠기는 곳이다.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망자는 하필이면 무수한 곳 다 두고 이 곳까지 찾아 와서 얼마나 혼자서 깊은 고뇌를 했을까?
물이 찼을 때... 매바위에 올라갔다가 바다에 첨벙, 뛰어내렸을까?
아니면 죽기를 각오하고 스스로 밀물에 갇혔다가 엉겁결에 당한 사고였을까?
위를 올려다 본 순간 나는 일순 멈칫! 했다.
외로운 소나무 하나가 구부정히 날 먼저 내려다보고 있다. 혹..저기서?
추운 날 바닷가에서 나는 웬일인지 정말 쓸데없는 상상을 계속, 되풀이 하고 있었다.
밀물일 때 이 곳에 왔다가 이 바위를 타고 위로 올라갔단 말인가?
바위산은 이렇게 가파르다. 여자 같은데.... 록클라이머 아닌 담에야....설마~
이 깎아지른 듯한 난공불락의 절벽을....아냐, 아닐 꺼야~
마침 물이 서서히 차 오르기 시작했다.
날 바라보는 눈이 또 있었으니, 바로 그 부근에 있는 갈매기 한 마리가 오리처럼 물가에 떠 있다.
아픈가? 자맥질도 않고 괜스레 하릴없이...
물에 빠진 여자? 아가씨? 그녀의 원혼일까?
아마도 오늘이 그 날이거니~~ 딸을 위해 기도하러 온 엄마를 보러 가까이 왔을까?
그래서 차마 가지 못하고 맴돌고 있나보다.
아무튼 유난히 귤을 좋아했던 젊은 여자임에 틀림없을 거란 혼자만의 상상을 했다.
갈매기는 처음엔 날 보고 움칫하다가 내가 키를 낮추고는 쪼그려 앉아서 엉금엉금 다가가자
마음을 놓은 듯....
경계를 풀고는 계속 그 자리에 유유히 떠 있었다.
기분이 묘하다.
매바위를 떠나와서 식당에서 내려다보니 벌써 물이 들어와 있다. 정말 금세다.
매바위는 이내 바닷물에 그 허리를 잠그고 섰다.
하얀 고무신 한 켤레는 어찌됐을까? 지금쯤 바다 위를 둥-둥~ 떠가고 있겠지...
아까 본 그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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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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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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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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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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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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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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