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 던킨 도너츠(09.1.3(토)이송우 선교사)
사실 이번 주는 집에서 푹 쉬려고 했는데,
아침에 갑자기 오늘 수감자 가족을 만나러 가야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계속해서 "가라"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성령께서 주시는 마음이라 생각하고 오후 1시 30분에 집을 출발했다.
약 500키로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 어딘지 모르는 그 곳,
순종하는 마음으로 떠났다.
수감자 씨따씨미씨가 적어 보낸 학교 주소와 3명의 자녀 사진만을 들고 나왔다.
산길을 따라 달리고 달리면 자그마한 마을이 나오고,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길을 따라 또 달리면 또 마을이 나온다.
몇 번을 물어 도착한 곳은 피싸눌록도의 나콘타이군, 저녁 8시가 다 되었다.
나콘타이는 옛날 어릴적 시골에 살 때 읍내와 같은 그런 허름한 군소재지였다.
길 옆 경찰 초소에 들어가 물어서 적어 준 주소의 학교를 찾아 갔다.
아마 문이 닫혔을 거라 생각하고 갔지만,
하나님께서 가라 하셨으니 만날 수 있는 길을 예비 하셨을 것이다.
경비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를 몰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불이 켜진 곳이 하나 있고,
그곳에 학생과 교사인 듯 한 여자한 명이 있다.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여기 학생이라며,
학교에 머물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이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새해라서 집에들 갔고, 내일(주일) 모두 학교로 돌아 온다고 알려 주었다.
다행히 전화번호가 있어서 전화를 걸어 주었는데, 첫째인 듯한 학생이 받았다.
교도소에 있는 어머니에게 아짠 리에 대해 소식을 들었다며,
내일 일찍 학교로 돌아와 만나겠다고 했다.
다음 날 근처 교회를 찾아서 예배를 드리러 갔다.
다행히 학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새로 지은 교회가 있었다.
교인은 나까지 13명,
예배 후에 교회의 아짠과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오후에 다시 한 번 3명의 자녀를 데리고 만날 것을 약속하고 학교로 출발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3명의자녀가 이미 와 있었다.
첫째는 남학생으로 고3, 이름은 넛, 올해 졸업반인데
900명 정도 되는 이 학교에서 전교수석을 하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전교 1등에게는 대학교를 선택해서 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데,
올해 자기는 랑씻 대학교(태국내 서열5위)를 선택해서 갈 것이라고 했다.
성격도 활달하고 운동, 악기등등, 못하는 것이 없는 다재다능한 학생이었다.
대학에서는 정치나 외교, 법학 쪽을 공부할 것이라 했다.
둘째는 딸인데, 현재 고1, 이름은 핑, 막내는 남자인데 초등학교 5, 이름은 벗이었다.
가지고 온 학용품과 여러가지 선물을 내어 주었다.
막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와서 생전 받아보지도 못했던
물건들을 꺼내 놓으니까 이상한가 보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고,
무엇을 먹고 싶냐고 했더니, 우물쭈물한다.
그래서 피자 먹으러 갈까 했더니, 둘째 핑이 이곳에는 없다며,
피싸눌록으로 나가야 한댄다.
자기는 던킨 도너츠가 먹고 싶다고 했다.
던킨 도너츠, 그것 역시 이곳에는 없댄다.
피싸눌록으로 가야하는데, 여기서 약 100키로, 정확히 98킬로라고 간판에 적혀 있다.
잠깐 망설여졌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왔으니까....하는 맘으로 차를 몰아 피싸눌록으로 향했다.
가면서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성경을 읽어 주어서 초등학교 때 이미
성경 일독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교도소에 들어간 후, 어떻게 살아갈지도 막막했고,
교회에 나갈 수도 없어서 신앙생활은 하지못하고 있다고 했다.
12월 25일에 엄마 면회를 다녀왔고, 할아버지 집에 가서 어제까지 식당에서 일을 했댄다.
대학교도 자기가 일을 하면서 학비를 벌어서 다닐 수 있다고
첫째 넛이 자신있게 말했다.
지금 다니는 학교도 첫째인 넛이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
동생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왕가에서 지은 학교이기에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고 했다.
이런 학교가 태국내에 아마 40여개 정도는 될거라며...
정확히 말하면 왕가에서 학교를 짓고,
정부에서 세금으로 모든 것을 제공해 주는 학교라 했다.
해서 내가 "그러면 왕이 도와 주는 것은 아니네". 하고 물었더니,
첫째가 "그렇긴 해도 왕이 학교를 짓지 않았으면,
이런 학교를 지을 만한 이가 태국에는 없거든요"라고 대답했다.
대학교 등록금도 없는 학생들은 왕가에서 제공해 주는 돈을 빌려서 등록금을 제출하고
나중에 갚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왕에 대한 존경심은 하늘을 찌를만도 하지.
자신의 아버지는 어릴 적 집을 나가서 아직까지 소식을 모른다고 했다.
피싸눌록에 접어들자 로타스가 보인다.
그곳에 음식점 핫폿의 간판이 붙어있다.
막내 벗이 갑자기 핫폿의 간판을 보더니 그곳에서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다.
핫폿에서 스끼로 식사를 한 후 밖에 나오니 게임기가 있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동전을 쥐어주고,
함께 얼마동안 자동차 경주와 그림 맞추기 등등의 게임을 했다.
우리 모두 정신 나간 아이들처럼 게임에 몰두했다.
그래서 한바탕 웃을 수 있었고, 더 친밀해 질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서점이 있어서 데리고 들어갔다.
한참을 책을 보다가 사고 싶은 책 한 권씩을 골라 오라고 했더니
넛과 핑은 학교 수업에 관련된 책을, 그리고 벗은 영어로 된 만화책을 집어 들고 온다.
계산을 해서 나눠주고 밑에 내려가 핑에게 막내 벗의 옷 한벌을 골라 와 보라고 했다.
잠시 후 옷 한벌과 함께 속옷까지 골라 가지고 온다.
동생을 챙기는 마음을 보고 싶었는데...역시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바로 앞에 던킨 도너츠가 있다.
핑에게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하고,
막내 벗을 데리고 아이스크림을 사 주러 갔더니,
자기도 던킨 도너츠를 먹고 싶다고 한다.
하여 던킨 도너츠를 더 고르게 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 다시 학교쪽으로 차를 몰았다.
나콘 타이에 도착해서 오전에 만난 아짠에게 전화를 해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식당에서 만나 3명의 학생을 아짠 가족에게 소개시켜 준 후
다음 주 주일부터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인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마지막으로 태영 성경책을 주며,
다음 주 부터 교회에 나가 꼭 예배를 드리고,
신앙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졸업식 때 다시 올 것을 약속하고,
차를 돌려 나오는데 3명 모두 서운한 듯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배웅해 주었다.
얼마 쯤 오는데 첫째인 넛에게 문자가 왔다.
"GOD bless you,Dad"
Dad라는 말을 효와 제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 듣기는 처음이다.
아마 오늘 하루 지내면서 어릴 적 사라져 버린
아빠의 느낌을 받고 싶었나 보다.
참, 기분이 짠한 것이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좋은 곳으로 인도하셨고,
좋은 이들을 만나게 해 주셨음을 느끼며, 감사를 드린다.
첫댓글 선교사님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않고 달려가시네요 성령의 인도하심이 항상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