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印度)의 화장실
인도의 거리 풍경 / 코끼리의 축복
홀로 인도를 여행하던 중, 인도 남부 타밀나두(Tamil Nadu)주 탄자부르(Tanjavur)에서 1박에 200루피(5천 원)짜리 호텔에 들었는데 물이 나오지 않아 항의했더니 침대 두 개짜리로 옮겨 주는데 널찍해서 좋기는 했지만, 여기도 물이 나오다 말다 한다.
아침에 호텔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보이는 것들 중 지극히 인도다운 진풍경 하나...
호텔 앞, 길 건너 엄청난 쓰레기 더미가 있는데 길옆에서 한 노인이 물통을 옆에 놓고 변을 본다.
다 본 후 엉덩이를 올려 구부정한 자세로 오른손에 물통을 들고 등 뒤로 돌려 물을 흘리며 왼손을 사타구니로 넣어 닦는다. 그 앞을 자전거를 탄 젊은 여성이 무심히 지나가고, 서너 마리의 개와 돼지들이 모여들고... 이런 것이 매우 일상적인 인도의 풍경이라 하겠다.
인도는 휴지를 쓰지 않고 물로 닦는 것이 특이한데 호텔 화장실도 화장지는 없고 수도꼭지 밑에 자그마한 바가지만 있어 난감(難堪)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인도 여행을 하려면 꼭 휴지를 준비하고 다녀야 한다.
인도는 소도시나 시골은 마을 가운데 길도 온갖 짐승들의 변(똥)이 널려있어 길을 가기가 어렵다.
특히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아무 데나 변을 내깔겨서 걷기가 곤혹스러운데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똥을 밟기 쉽다.
나도 무척 조심했는데도 몇 번이나 똥을 밟았던지.... 길거리에 널린 소똥, 개똥, 돼지똥....
거기에 똥에서 먹이를 찾는 까마귀 떼까지.... 사람이 치우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래도 도심의 길거리에서는 변을 보지 않으니 짐승보다는 나은 셈인데. ^^
인도는 소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까닭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시골 장터에 가면 여자들이 팔려고 벌여놓은 야채를 지나가던 소가 우걱우걱 먹는다.
야채장수 아줌마는 그냥 ‘저쪽으로 가시라고’ 얌전히 소를 밀어낼 뿐이다.
인도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밥을 먹는 것은 모두 아실 터...
변을 처리하는 손인 왼손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조물조물 밥과 반찬 및 카레 등속을 섞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도 따라 해보았는데 잘 안 된다.
인도사람들은 왼손은 부정한 손이라 하여 절대로 다른 사람을 만지지 않으며 가급적 보이지 않도록 등 뒤로 감춘다. 여행객이 무심코 왼손으로 귀엽다고 어린아이들 머리라도 쓰다듬으면 인도사람들은 화를 낸다. 또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인도사람들은 긍정일 때 머리를 옆으로 살랑살랑 흔들며 예스(Yes) 한다. 우리가 부정할 때 머리를 옆으로 흔드는 것과 반대이니 헷갈릴 때가 많다.
이곳 인도 호텔에서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빈대(Bed Bug)를 보고 놀랐던 기억...
저녁에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더워 훌렁 웃통을 벗고 누워 설핏 잠이 들려는데 갑자기 가슴 부근이 근질거린다. 몇 번 긁적거리다가 아무래도 이상하여 스위치를 올리고 불을 켰더니.....
하얀 침대 시트 위로 우그르르... 시커먼 빈대가 10여 마리나 흩어진다.
나의 어린 시절, 6.25사변이 끝나고 옷에 이, 빈대, 벼룩이 많아 밤마다 긁적거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빈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이곳 인도의 빈대는 내 엄지손톱만큼이나 크다.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묘한 감정이 교차(交叉)된다.
프런트에 전화해서 빈대(Bed Bug)가 있으니 빨리 와 보라고 했더니 예쁘장한 아가씨가 스프레이 통을 들고 나타나서 칙칙~ 뿌리고는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사람을 오라 가라 한다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본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