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세계문화유산"…부여 전체가 노천 박물관
[파워시티 NOW] [10] 부여 '백제문화도시'
- 1400년前 백제의 수도
정림사지·나성 등 4곳, 올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수륙양용車로 백마강 건너 유적 돌아보는 코스도 준비
- 왕궁·거리 생생하게 재현
역사테마파크 '백제문화단지' 17년 동안 8000억원 투입
쇼핑시설·리조트까지 갖춰… 日·中서 관광 문의 잇따라
지난 28일 오후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구드래나루 선착장에서는 관광객들이 줄 지어 황포돛배 유람선에 오르고 있었다. 배가 백마강을 유유히 거슬러 백제 마지막 왕 의자왕과 삼천궁녀 이야기가 전해지는 낙화암에 이르자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와 휴대전화 셔터를 누르며 절경에 빠져들었다.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화단지'에서 만난 주부 김선미(42·전북 전주)씨는 "다양한 유물을 통해 백제 문화의 진수를 접했다. 아이들 역사 교육에 그만"이라며 반겼다. 회사원 이미연(37·경기 수원)씨는 "유익한 볼거리도 많고, 대형 아웃렛도 있어 편하게 쇼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국보(國寶)인 정림사지 오층석탑, 백제금동대향로, 백제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 규암리 금동관음보살입상 등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충남 부여는 '지붕 없는 노천박물관'으로 불린다.〈표〉 부여읍의 경우 전체 면적(5926만㎡) 가운데 문화재 지정구역이 15%(888만3160㎡)에 달한다. 그래서 '고도보존특별법'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건축물 고도제한, 재산권 행사 제한 등 규제가 많다. 개발행위 제한과 까다로운 사전심의 절차 탓에 기업들로부터 '투자하기 힘든 지역'이란 평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부여 주민들은 "백제 옛 수도라는 화려한 이름 뒤의 여러 규제가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푸념하곤 했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백제문화단지 전경. 백제시대 왕궁인 ‘사비성’과 대표적 사찰인 ‘능사’, 계층별 주거 문화를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 백제 개국 초기 궁성인 ‘위례성’, ‘고분공원’ 등이 만들어져 있다. 전시 공간인 백제역사문화관도 지어 백제의 옛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다. 1994년부터 17년간 공사 끝에 공공부문 공사가 완료됐고, 롯데호텔이 투자한 호텔형 리조트, 골프장, 아웃렛도 단지 안에 만들어졌다. 롯데호텔 측은 2017년까지 테마파크와 스파빌리지 등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휴일이면 많은 인파가 몰려 찬란했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감상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부여는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침체됐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활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4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충남 공주·부여, 전북 익산 등지 8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는데, 그 절반인 4곳(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나성)이 부여에 있는 유적이었다. 그 덕에 부여의 관광 및 지역경제가 급격히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유산 등재 이후 부여의 주요 유적을 찾은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그래프〉 일본·중국의 언론사 취재와 현지 여행사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부여의 관광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맞은 셈이다. 부여군청은 문화유적을 활용한 콘텐츠 발굴과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며 기회를 살리고 있다.
백제의 역사·문화를 알리는 체험장인 백제문화단지는 국가적 사업으로 시작돼 17년 동안 8077억원이 들어갔다. 1400여년 전 왕궁을 재현한 사비성,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 위례성, 고분공원, 역사문화관 등을 갖췄다. 화려했던 백제문화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타임머신'인 셈이다. 이 단지 안에는 롯데호텔이 자본 4223억원을 투자해 322실 규모 호텔형 리조트, 150여개 점포가 입점한 아웃렛, 골프장(18홀)도 만들었다. 2017년까지 다양한 위락시설을 갖춘 테마파크, 스파빌리지까지 완공되면 체류형 역사테마파크로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이종연 백제문화단지 관리사업소장은 "보고 체험하고 먹고 자고 구매하는 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 백제문화단지의 특징"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힘입어 관람객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충남 부여 문화유산 지도
부여군은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체계적 보존에도 주력하고 있다. 백제고도문화재단 정림사지고증심화연구단을 통해 정림사지 복원 연구를 진행 중이다. 원상회복이 필요한 부소산성, 능산리고분군, 나성 주변 사유지도 매입하고 있다. 수륙양용 버스 2대를 백제문화단지에서 출발시켜 백마강을 거쳐 세계유산 등재지구, 시가지까지 20km 구간을 운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색다른 즐길거리를 제공하면서 원도심 상권도 살리기 위해서다. 백제호 주변 2km는 둘레길로 개발, 생태힐링로드로 꾸민다. 규암면 호암리(11만여㎡)에 수상레저타운도 조성 중이다. 지난 7월부터 백마강변에 카라반오토캠핑장(28면), 야외바비큐장, 웨이크보드·수상스키·바나나보트 등을 타는 수상레저계류장을 운영 중이고, 앞으로 승마장·밀리터리체험장 등 레포츠 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부여는 청정농업으로도 유명하다. 양송이버섯 생산량은 전국 45%나 차지한다. 표고버섯·밤·멜론·토마토 생산량도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부여군은 기반산업인 농업의 부흥을 위해 '굿뜨래 로컬푸드 종합유통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통합브랜드 '굿뜨래'를 통해 지역농산물을 전국에 유통하기 위해서다. 귀농·귀촌인 유치를 위해 20억원을 들여 '귀농인 보육센터'도 세워 영농기술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상업·주거·녹지가 복합된 산업단지도 홍산·구룡면 일원에 조성할 계획이다. 한·중 합작자본을 유치, 2020년까지 55만평 규모 '한중경제 대협력단지'를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활력 넘치는 명품 관광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부여=우정식 2015.10.05
부여 "백제문화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