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에서 살고 싶으셔요?
공계진 사)시화노동정책연구소
왜 묻냐고요? 울산에서 살기 힘들어 떠나고 싶어하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가 궁금해서요. 제가 울산의 사회조사를 분석하질 않았기에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다니시는 노동자들은 울산을 떠나고 싶지 않으실 겁니다. 왜냐하면 거대 노동조합의 보호아래 높은 임금과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셔요?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시흥시 노동자들은 시흥시에 대한 정주성이 약합니다. 정주성이란 눌러앉아 살고 싶은 마음일텐데요, 그런 것이 경기도내의 다른 시보다, 그리고 전국평균 보다도 약합니다. 왜냐구요? 이곳에서 일하며 먹고 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죠. 낮은 임금, 긴 노동시간, 비젼없는 회사 등등, 살고 싶겠어요?
이번 칼럼에서는 현대차 노동자들과는 달리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시흥시)에 대한 애정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시흥시 노동자들의 생활실태상황을 소개합니다.
경기도에서 하는 조사 중 사회조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회조사는 경기도 전역을 대상으로 실시되지만 저희 연구소는 원자료 속에서 시흥, 안산 것만 뽑아내어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2021년도에 조사한 것이지만 시흥, 안산시 지역 노동자 생활세계 실태와 인식의 주요 내용을 알게 해주는 듯하여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희 연구소의 손정순 박사가 정리한 시흥안산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나쁜 것은 OECD국가들 중 1~2등(이를테면 노인 자살률)하고 좋은 것은 꼴찌에서 1~2등 하는 우리나라의 사회조사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주거지 소유형태를 보면 시흥시, 안산시에서 자가 비율이 경기도 대비 낮은 편입니다. 전세 비율은 시흥시에서 낮은 반면에 시흥시 월세(보증금+무보증금) 비율이 39.6%로 경기도, 안산시 대비 시흥시가 확연히 높습니다. 시흥시 노동자 10명중 4명은 주거비용으로 월세를 부담하고 있어 주거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소비 지출 항목 중 ‘주거비가 부담된다’는 비율이 36.6%로 경기도 평균 28.9%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데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간(2020. 9. 1~2021. 8. 31) 생계유지와 관련해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보면 시흥시 노동자의 1/2, 51.8%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안산시는 55.3%로 시흥, 안산지역 노동자중 1/2은 코로나19 시기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양 지역 모두 경기도 전체 43.9%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시흥시 노동자 가구 소득은 경기도 평균, 안산시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노동자 가구 소득에 대한 만족도도 시흥과 안산시 지역은 경기도 평균 대비 낮습니다. 소비 만족도에서도 시흥, 안산 지역 노동자의 불만족 비율은 경기도 평균 23.5%보다 높게 나타나 경기도 31개 지역 중 소비 만족도가 낮은 편입니다.
시흥시 노동자 가구에서 부채가 있다는 비율은 68.7%로 경기도 평균 61.4%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채 이유도 경기도, 시흥, 안산 모두 주택 문제로 부채를 얻었다는 비율이 가장 높지만 시흥시에서는 ‘기타 생활비’ 때문에 부채를 얻었다는 비율이 17.7%로 경기도 평균 대비 2배 이상 높은 편입니다. 시흥시 20대와 30대, 임시, 일용직, 단순 노무 직종에서 기타 생활비 문제로 부채를 얻었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주변부 노동 층에서 생활비로 부채를 얻은 것입니다.
시흥시 노동자의 삶 만족도, 지역생활 만족도는 낮은 편이며, 지역 공동체에 대한 헌신, 즉 신뢰자산 형성에서도 시흥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시흥시 노동자의 노동 만족도, 즉 현재 일하고 있는 일 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경기도 평균 보다는 확연히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흥, 안산시 노동자의 정주성,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낮은 편입니다. 10년 이내에 시흥, 안산에서 타 지역으로 이주하겠다는 비율도 높은 편이며, 가구의 소득, 소비 만족도도 낮은 편입니다. 시흥, 안산 지역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점에서 임금을 포함한 일자리 조건과 관련한 만족도도 대체로 낮습니다. 산업단지 조성·운영을 목적으로 한 배후 도시라는 점에서 시흥시, 안산시 양 지역 노동자의 전반적인 생활세계 만족도는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규모 사업체가 대다수이기에 기업규모별 분단 구조에 기인하는 상대적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작업장 밖 생활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작업장 내 직접 임금에 더해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간접 임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역 내 노동조합 조직 확대이지만 주·객관적인 여건상 단기간에 확대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습니다. 앞의 칼럼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곳에는 노동조합을 만들기 매우 어려운 중소영세사업장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살게 놓아두어야 할까요?
그럼 이 칼럼을 쓰는 의미가 없습니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과 함께 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간접임금이라도 올릴 수 있도록 이들을 노동조합으로 안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공장 노동자들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역의 연구소나 지역단위 노조의 힘만으로는 어찌해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금속노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울산에서 어떻게? 할 수 있습니다. 울산에 계시면서 금속노조를 움직이고, 민주노총을 움직여낸다면 이곳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대공장노동자들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입니다. 연대정신을 발휘한다면 울산에 있으면서 시화공단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