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지나치게 가정적이어서 가족은 물론 이웃 아주머니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한 한편, 다른 아빠들의 공적(公敵)으로 지탄받는 남성들이 있다. 9월 9일 PNAS(미 학술원회보)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고환이 작은 아빠들은 육아에 전념하며, 자녀의 사진을 볼 때 두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참고논문 1).
영장류의 수컷들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진화생물학자들은 「보다 많은 자손을 낳기 위해 짝짓기에 투자하는 시간」과 「자손을 돌보는 데 투자하는 시간」 사이의 상충관계(trade-off)에 주목해 왔다. 예컨대, 성생활이 난잡하기로 유명한 수컷 침팬지는 - 인간의 두 배에 달하는 - 거대한 고환을 자랑하는데, 그들은 많은 정자를 만들기만 할 뿐 육아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컷 고릴라는 고환이 비교적 작으며 새끼를 보호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에는 어떨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번 연구에 의하면) "인간 남성들이 육아에 투자하는 노력은 다양하며, 그 노력의 크기는 고환의 크기에 반비례한다"고 한다. (고환의 크기는 정자수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연구진은 `고환의 크기`를 `짝짓기에 전념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간접적 척도로 사용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고환의 크기`, `뇌의 활성화 정도`, `육아행위`라는 3가지 척도를 결합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다"고 미국 네바다 대학교의 피터 그레이 박사(인류학)는 논평했다. (그레이 박사는 이번 연구에 참가하지 않았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의 제임스 릴링 박사(인류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어떤 아빠들은 육아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반해, 어떤 아빠들은 육아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1~2세의 자녀을 둔 아빠 70명을 모집하여, 그들의 뇌와 고환을 MRI로 촬영했다. 한편 연구진은 설문조사를 통해 아빠들이 육아에 전념하는 경향을 측정하는 동시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배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병행했다.
연구진이 아빠들에게 자녀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배우자로부터 `좋은 아빠`로 평가받은 남성들은 뇌의 복측피개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 보상에 관여하는 영역의 일부)이 많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고환의 크기가 큰 남성들은 배우자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았고, VTA의 활성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남성들의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를 분석한 결과, "육아에 전념하는 아빠들은 테스토스테론의 혈중농도가 낮다"는 선행연구 결과(참고논문 2)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중요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특정한 생물학적 소인을 가진 남성이 육아에 전념하는가?`라는 의문을 해결하려면 보다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일부 남성들은 특정한 형태의 육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지만, 좋은 아빠는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것만은 아니며 후천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예컨대, 아빠가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테스토스테론의 혈중농도는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남성의 부성애(父性愛)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UC 버클리의 사라 하디 교수(인류학, 석좌교수)는 말했다.
"이번 연구의 통계분석 결과를 보면, 고환의 크기는 육아성향의 다양성을 극히 제한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부성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매우 많다. 예컨대 사회적 환경이나 사전경험(예: 남성이 어렸을 때 동생들을 돌봤던 경험) 등도 남성의 부성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찰스 스노든 박사(심리학)는 지적했다.
연구진의 다음 연구과제는 `다른 요인들(예: 유전, 편부슬하에서 자람)이 고환의 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메커니즘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현재 「일생동안 마주치는 많은 사건들이 고환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연구한 선행연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고환 촬영(testicular imaging)은 이 분야의 연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틈새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 참고논문:
1. Mascaro, J. S., Hackett P. D. & Rilling, J. K. Proc. Natl Acad. Sci. USA http://dx.doi.org/10.1073/pnas.1305579110 (2013).
2. Gettler, L. T., McDade, T. W., Feranil, A. B. & Kuzawa, C. W. Proc. Natl Acad. Sci. USA 108, 16194?16199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