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봄 텃밭 모퉁이에 작고 동그랗게 비닐을 씌워 싹이트면
비닐을 벗기고 나뭇가지 몇개 걸쳐주면그 나뭇가지 따라 감고 올라가면서
노란 꽃이 피며 꺼칠한 가시를 달고 작은 열매를 맺는 채소가 있으니
사람들은 그것을 오이라 하더군요
청오이 얇게 썰어 예뻐지려는 여인들 얼굴 마사지 재료가 되는가 하면
채썰어 고추장에 싹싹 무치면 오이 무침이 되고
주부 솜씨에 따라 장아찌 소박이 냉채 냉국에..
오가는 길손 슬쩍 한개 따서 목 축이려 먹어도 누가 뭐라는이 없으니 그 아니 좋을손지요
그래서 저는 오이를 좋아 합니다
비록 껄끄러운 줄기에 잎은 사랑받지 못할 지언정
열매 만큼은 사람뿐 아니라... 좋아하는 짐승들도 있더군요
소 돼지 어쩌다 구유에 오이 꽁지라도 넣어주면 그렇게 맛있게 먹고
털복숭이 고슴도치 부부도 어느새 사람 눈을 피해 오이 꼭지를 따놓고
그 위로 한바퀴 구르니 등에 꽂힌 오이를 짊어지고 뒤뚱뒤뚱 걸음도 힘들게 집으로 향합니다
분명히 집에 가서는 새끼들에게 그 오이 훔친것이 아니고 농사 지은거라 하겠죠
여름 한철 여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오이..
어느날 어린아이 고부라진 꼬추처럼 꼬부라져 자라고
맺은지 며칠 되지 않아 자꾸만 누렇게 되면 가을이 옵니다
가히 어른 고무신짝 보다도 큰놈을 배를 가르고 새봄 씨앗꺼리만 남겨두고
치아없는 할머니는 다 닳은 달챙이 숟가락으로 긁어 자시고
나머지는 껍질 벗겨 채썰어 고추장에 무쳐내어 들기름 넣고 밥을 비비니...
그 이름 노각생채 비빔밥.. 그맛 또한 별미입니다
세상은 사람만 늙어지는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사철 푸를것만 같던 나무도 풀도 철따라 나이 들어가고 늙어가니 오가는 세월 막을수는 없는거구요
비록 사람은 늙었다고 괄세 받을지 몰라도 늙은 오이는 늙어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더군요 그 시큼한 맛 까지도요.......
요즘 시장에 오이가 많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입맛이 없으신분.. 오늘 오이 생채 비빔밥 어떠실지 한 말씀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