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의미 외 3편
설날 세배를 하는
아들과 딸내미
세뱃돈 건네는 내 손에
용돈을 담아 준다
표현하기 힘든 묘한 기분
고맙지만 약간은 쑥스럽고
조금 멋적기도 하고
갸륵함과 대견함 웃고 있는데
내 나이 돌아보고 도리를 짚어보고
명절이니 환해야 좋거늘
미처 정리를 못한 마음에
그냥 뻘쭘한 미소
아직은 왠지 미안한 마음.
눈 내리는 날
발목 빠지도록 눈 내렸습니다
들녘이 전부 얼굴 가리고
햇살도 안면 바꾸고
시야마저 혼미하게 하지만
아련하고 아슬한 가슴 덮을 수 있을까요
그 깊이 하얗게 하얗게
고드름 눈물처럼 천천히 천천히
베개 적시는 울음도 찬찬하였습니다
옥죄이며 웅크리고 마는 몸짓
그나마 억지로 지나치는 성김이겠지요.
동심이 담긴 얼굴
너를 마주하면
눈에서 반짝이는 별이 뜬다
볼에는 말간 달이 뜬다
별이 뜨고
달이 뜨니
네 얼굴은 하늘이란다.
막다른 길
마주칠 때마다 골몰해집니다
왜 멈추었을까
더 멀리 가지 말라는 뀌뜸인가
그만 가라는 언질言質일까
세속世俗 벗어나라는 예시豫示려나
발걸음 새롭게 다지라는 의미일까
맞닥뜨리면 오묘하게 혼란스러워
가슴조차 막다른 길 되어 버립니다.
우병기
시인, 1963년 경북 영양 출생, 현대자동차(주) 연구개발본부(15년 근무), 자동차부품 관련 회사 임원(10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