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혹은 밈meme으로서의 예술
대멸종
30억년의 생명역사에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고 6천오백만년전의 백악기 대멸종에서는 모든 공룡이 짦은 시간에 멸종했다. 멸종시기마다 전체 생물종의 65%가 사라졌으며 페름기의 대멸종에는 전체의 95%가 멸종했다고 한다. 이런 혹독한 자연조건에서도 생명은 다시 번성해서 지금 지구에는 대충 오천만종의 생명이 번성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6번째의 대 멸종이 진행 중인데 과거와 다른 점은 자연환경이나 지질의 변화가 아닌 사람의 문명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문명은 자연환경의 암’이라는 생각을 하는 에드워드 윌슨은 그 암세포가 급속도로 지구에 퍼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생태계의 관점에서 생명은 모든 생명에게 자신의 목숨을 의지한다. 태양에너지는 녹색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바다의 플랑크톤에 의해 에너지가 물질형태로 고정된다. 균류는 식물의 뿌리를 부양하고 식물은 곤충을 먹여 살리고 곤충은 새를 부양한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먹고 잡식인 인간은 초식과 육식에 의존하고 미생물과 기생충은 인간과 동물과 식물의 사체의 의존해서 살아간다. 다른 종에 의존하는 먹이연쇄는 개체의 탄생과 죽음을 밀물과 설물의 파도처럼 조절한다. 인간의 문명이 생명의 다양성을 훼손시켜 개체의 연쇄멸종이 시작되는 임계치에 이르면 인간의 식량자원이 바닥이 날지도 모른다.
생명의 정보
DNA는 인산과 디옥시리보스, 염기로 구성되는 뉴클레오티디의 연쇄결합이다. DNA분자는 이중나선구조로 얽혀있고 A,G,C,T의 4염기는 3염기의 자유로운 결합으로 64가지의 유전암호문을 만든다. 주역의 4象, 8卦, 64卦로 이어지는 상징기호와 대응하는 면이 있어 흥미로운 시사점이 있다. DNA는 유전자의 최종분자단위인 뉴클래오티드nucleotide를 수백만 개씩 포함한 연결체이다. 알파벳으로 표시한 A,G,C,T의 비트정보는 동전 한 개의 앞면과 뒷면처럼 2비트이다.
세균하나에는 이러한 유전정보 약 천만 비트가 있고, 균류에는 10억 비트, 곤충에는 종의 복잡구조에 따라 10억 내지 100억 비트가 있다고 한다. 개미 한 마리의 유전정보를 영어단어로 해석해 표준크기의 글자로 인쇄하면 그 줄은 1,600km에 이르는데 이를 환산하면 오백페이지를 촘촘하게 인쇄한 A4크기의 책 약 300권에 이른다. 이 분자정보의 결합으로 쓰여진 오천만종의 생명책들이 지구상에 발간되어 있다. 30억년동안 발간된 생명책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아 지구도서관에 남아있는 책은 1%도 안 된다고 한다.
생명의 기원
생명은 신이 창조했다는 바이블의 소박한 견해가 있지만 과학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은 이에 반대한다. 생명은 물리화학의 법칙에 지배받고 있으며 최초의 단세포생물은 유기물질에서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d의 방법으로 스스로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자기조직화란 정보처리계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과 외부의 정보입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시스템내의 조직을 개조하는 것을 말한다. 물질과 에너지가 조합하면서 일종의 시스템 정보체계가 발생했고 이 정보체계가 스스로 학습 발전했다는 얘기다. 이 정보체계의 발달기록이 유전자인데 결국 생명의 기원은 물질의 자기조직화의 기록인 유전자에 있다는 가설이다
과학은 어떤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가설이 만들어지면 실험으로 증명해야만 과학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과학자들이 태초의 물질 환경을 만들고 가공 번개를 만들어서 유기물질을 만들었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그러나 아직 세포의 발생과 유전자가 스스로 만드어지는 과정은 실험하지 못했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가설처럼 생명이 물질계에서 스스로 발현했다는 가설도 아직은 과학에 대한 신념의 수준에 머물러있다.
우아함
호모사피엔스의 뇌는 생명이 살아남기 위한 과정에서 지금의 형태로 커졌다고 한다. 기본적인 생명장치 외에도 환경에 적응해서 관계지식을 만들어내고 경험을 습득하며 사고판단하기 위한 장치가 인간의 뇌다. 몸무게의 비율에 비해 어떤 포유류보다도 큰 인간의 뇌는 다른 종이 가지지 못한 학습의 능력과 문화전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뇌는 외부사물의 무한 정보를 다 파악하지는 못한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인간의 뇌는 외부사물의 대칭이나 형식과 패턴의 우아함에 의지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웠다. 우리가 즉 아름다움이나 미美라고 부르는 직관적인 형식판단이 성립한다. 칸트식으로 말하면 미와 아름다움은 세계판단에 있어서 인간에게 선험적으로 주어진 인식이다.
이 지적인 능력은 육체의 생존을 위해 식욕과 성욕이 주어진 것처럼 외부세계에 대한 자아판단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정신에서 진화했다. 식욕과 성욕이 감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의 심미안은 인간에게 판단의 즐거움을 준다.
형식과 패턴의 우아함 혹은 개념과 관념의 우아함을 위해서 예술가는 특별한 정신적인 훈련을 한다. 아이가 언어를 배워 기호사고로 보는 세계를 넓혀가듯이 예술가는 심미형식을 배워 예술세계의 범위를 확장한다. 예술의 확장된 미의식 혹은 특수와 보편이 결합한 심미의 깊이는 예술가 자신 혹은 인간사회의 문화를 풍부하게 한다.
유전자, 혹은 밈meme
리터드 도킨스가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말한 ‘밈meme’이라는 개념은 모방을 통해서 전해지는 문화의 요소를 말한다. 유전자가 개체의 유지와 생식의 적자생존에 의해 자신을 복제하듯이 ‘밈meme’은 남의 것을 모방하는 인간의 문화심리를 통해 자신의 생명을 전달한다. 우월한 문화적 내용을 가진 ‘밈meme’은 인간의 문화에서(구체적으로는 인간의 뇌에서)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내용은 사라진다. 마치 유전자의 자연도태와 같다.
그리스시대와 중국의 삼황오제부터 아직까지 살아남은 언어, 제도와 관습, 예술과 건축이 있다. 살아남은 ‘밈meme’들이다. ‘마인드 바이러스virus’의 예술은 인간의 마음속에 침투해 사고방식과 의지를 조종하거나 심지어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글루밍 선데이glooming Sunday』의 음악처럼 인간의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 인간 개체의 삶을 유지하고자 진화한 예술과 문화능력이 인간의 문화세계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복제기술을 획득한 점은 불가사의이다. 이 문화정보들이 독자적으로 정보체계의 바다에서 인간의 생명처럼 자기조직화 한 것인지 아니면 이 또한 인간의 유전자가 설계한 프로그램의 하나로서 작동하는 것인지 신비한 수수께끼이다.
정보로서의 예술
인간은 상징으로서의 언어에 의지해 산다. 문화적인 맥락의 약속된 의미체계 안에서 의미를 기호로 약속한 언어는 인간의 강력한 기억과 의사소통체계가 되었다. 예술의 상징은 인간의 경험을 압축해 새로운 형태로 가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식을 불러온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대한 예술의 소용이 여기에 있다. 음악 한 소절, 그림 한 점, 시 한 편은 서술적인 기호로 약술하면 한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양의 정보를 형식하나의 특이함으로 전달한다.
예술에 대한 생물학적인 정의로는 ‘예술은 자아의 확립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죽음에 대항하는 주문呪文이다’라는 견해가 있다. 이런 개인적인 목적을 문화사적으로 확장하면 예술은 당대 사회의 목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술과 과학 같은 사고와 감정의 능력이 인간의 뇌, 깊이 들어가면 유전자의 정보체계와 관련이 있다. 진화는 에너지의 낭비를 선호하지 않기에 인간의 예술능력은 생존에 중요한 장치로 보여진다. 이러한 능력은 몇백권의 책으로 기록될 수 있는 유전자의 정보체계에 그 단서가 있고 인간의 뇌는 배아를 거쳐 성체다 된 후 외부세계와의 경험을 통해 정보를 축적, 문화기호체계의 상징으로 변모시킨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유전자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구축되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다. 인간의 목숨 및 정신활동과 예술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최적화하는 방향(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활동)으로 자신을 전개한다. 이 기원이 유전자의 메카니즘에 있으며 언어와 문화, 정신일반이 유전자의 복제방식을 따른다는 생각은 인간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한다.
.김백겸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기상예보」로 등단.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 한 서정별곡』,『가슴에 앉힌 山 하나』,『북소리』,『비밀방』,
『비밀정원』『기호의 고고학』
.시론집으로 『시적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 『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
.계간 《시와표현》주간 , 웹진 《시인광장》주간
.주소: 305-353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대로 989번길 한국원자력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