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찬송하는 자가 있으니 곧 레위 족장이라 저희가 골방에 거하여
주야로 자기 직분에 골몰하므로 다른 일은 하지 아니하였더라(대상 9:33).“
내가 음악사역자로서의 소명을 확인하던 대학 시절, 나의 고민은 사역을 하냐 안 하냐가 아니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사역을 겸할 것이냐, 아니면 음악 사역만 할 것이냐였다.
결국에는 현재와 같이 풀 타임(교회 풀 타임이 아닌) 음악 사역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학 학위와 전공이 전혀 소용이 없는 삶을 살기에, ‘낭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대학 학비와 4년의 시간이 낭비된 것 같아서다.
그렇다고, 나의 음악 사역이 아주 활발해서 반드시 풀 타임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객관적으로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도 음악 사역을 ‘틈틈이’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보통 풀 타임 음악 사역을 택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음악 재능이 아주 뛰어나서 음악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거나,
아니면 활동의 양이 너무 많아서 다른 직업과 병행할 수 없는 경우다.
그런데, 나는 두 경우 모두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나는 풀 타임을 선택했으며 또 주께서는 왜 내게 허락하셨을까?
위 말씀을 보면 당시 찬송을 담당했던 레위 족장들이 골방에 거하며 음악사역에만 집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실, 레위 지파는 태어나면서부터 삶이 정해진 자들이다.
아론의 자손들은 제사장으로, 그 외의 레위인들은 찬양 사역자나 성전 봉사자들로 이미 정해진 삶을 살아야 한다.
그들은 비전을 놓고 고민할 필요도 선택권도 없었다.
다만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주께서 명하신 사명을 받아들이고 충성하면 되는 것이었다.
레위 지파의 족장들 중에서 찬양 사역자들이 선발되었는데,
그들은 다른 성전 사역들로부터는 면제되어 전용 공간에서 자신들에 사역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날의 우리 나라 교회 현실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인듯 싶다.
초대교회 시대에 사도들도 기도와 말씀 사역에만 전념하기 위해서 구제와 성도 관리 사역을 다른 사역자들에
맡겼다.
사실 오늘날의 사역자들은 한 분야에 집중하지 못 하거나 안 하고 있다.
오늘날의 교회가 한 명의 사역자에게 멀티 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구약 때 레위 족장들은 과연 다른 사역을 하지 않고 골방에서 주야로 몰입할 정도로
그렇게 음악 사역의 양이 많았을까?
이에 비해 오늘날의 음악사역자들은 다른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오히려 짬을 내서 선곡을 잠깐 하고 당일 날 교회에 가서 즉석 편곡을 하고는 곧바로 강대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하지만, 당시의 레위 족장 찬양 사역자들은 ‘말로만 풀 타임’이 아니라
‘말 그대로 풀 타임’이 되어 날마다 예배를 준비했다.
그들은 과연 다른 사역이나 다른 일을 하면서는 음악 사역을 감당할 수가 없었을까?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