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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
‘Utopia'란 일반적으로 이상향을 의미하지만, 어원적으로는 없는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이상 국가를 말하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모어는 『유토피아』란 책을 통해 이러한 이상 국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공정한 분배와 평등한 역할 분담, 철저한 공동체 생활이 잘 이루어지는 이상 국가의 모습을 이 글을 통해 살펴보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이상적인 사회의 모델로서 제기된 이상향의 예는 플라톤의 ‘이상 국가론’이나 모어(More, Thomas)의 ‘유토피아’(1516)같은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철학(소홍렬 외)」 교과서 P.200에서
Ⅰ. 머리말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어머님을 떠올리는 학생도 있을 것 같고, 마을 한 구석에 감추어 두고 짝사랑해 온 남학생, 또는 여학생의 얼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어머님이나 짝사랑하는 사람도 결점을 지니지 않은 완벽한 인간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어찌 보면, 이 세상에는 완벽하게 이상적인 사람이 있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모두 어느 정도의 결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화내고, 기뻐하고, 즐기고 또 슬퍼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사회의 모습인지 모른다. 이러한 현실 사회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노력해 가는 것이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을 지닌 사회일까? 우리들의 사회교과서에는 그 이상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실려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민주주의의 근본 이념에 충실한 사회이고, 사회 경제적인 면에서는 좋은 법이 만들어져서 준수되고, 복지 사회의 여러 제도들이 실현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교과서의 제시는 현재의 사회적인 뜻을 모아서 한 것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동양에서의 모범적인 사회였던 요순시대와 정약용 선생 등의 실학자들이 제시한 이상 사회의 모습에서 영향을 받았고, 서양에서는 플라톤의 이상 국가의 이념과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의 모습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이상 사회의 모습이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는 토머스모어의 『유토피아』를 읽고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일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갈 학생들이 자신의 이상과 꿈을 다지는데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업이라고 생각된다. 또 현실적으로는 사회교과서를 폭넓게 이해하고, 그 중심 과제들을 근본적으로 생각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Ⅱ.『유토피아』의 구성
토머스 모어는 15세기 말에 출생하여 16세기 초까지 살다가 생을 마감한 정치가이자 저술가이다. 『유토피아』를 저술한 것은 그가 플랑드르 지방에 관리로 가 있는 동안이었고, 당시 귀족들 사이에만 통용되던 라틴어로 써서 책으로 낸 것은 1516년이었다. 그 후에 그는 당시의 영국의 왕이었던 헨리 8세가 새로 제정한「왕위계승법」에 대한 선서를 거부하였다는 죄목으로 1535년에 단두대에서 사형당했다. 사형을 당하면서 “죄가 전혀 없는 내 수염을 비켜 놓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말을 남겨, 후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라틴어로 쓰여 있던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한 것은 1551년이었고 번역자는 역시 영국의 랄프 로빈슨이라는 사람이었다. 『유토피아』가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널리 읽히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분은『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소설로 유명한 주요섭 선생님이시다.
『유토피아』는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를 그린 소설이다. ‘유토피아(Utopia)'는 이상향을 의미하지만, 어원으로는 ’없는 땅‘을 나타내는 것으로, 즉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을 가졌다. 원래 그의 책 제목은 『최상의 국가와 새로운 섬나라 유토피아』이다. 이것은 유토피아란 최고의 이상 국가이며, 현실로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는 뜻이다.
『유토피아』의 전체적인 구성은 크게 제1부와 제2부, 이렇게 둘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토머스 모어가 영국의 왕인 헨리 8세와, 카스티야라는 지금의 스페인에 위치한 나라의 국왕인 찰스 사이에 생긴 의견 충돌을 조절하는 교섭 대표가 되어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다. 교섭과정에서 생긴 시간적인 여유를 이용하여 노틀담 성당에 가서 만나게 된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모어에게 ‘유토피아’라는 이상적인 섬에 가 본 경험을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2부에서 다루어지고 있고, 1부에서는 인간의 본성과 범죄의 관련성을 다루면서, 처벌이 범죄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느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또 바람직한 왕의 모습과 현실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이상적인 국가를 상상하는 노력이 나타난다. 1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재산을 사유로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공유로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라파엘이 유토피아에서의 경험을 말하면서 2부로 넘어가고 있다.
제2부는 라파엘이 소개한 유토피아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본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먼저 나라 전체에 대한 소개를 하고, ‘아모롯’을 비롯한 도시의 모습과 공무원 제도, 직업, 무역, 도덕철학, 종교 등 16개 부분으로 나누어 그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한 설명은 당시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평가가 어떠한가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고, 동시에 현재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각 부별로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면서 살펴보자.
Ⅲ.『유토피아』의 내용 요약
1. 제 1 부
“세상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분이요, 남들과는 견줄 수 없는 군주다운 모든 덕을 구비한 영국왕 헨리 8세와, 가장 침착하고 부드러운 카스티야의 국왕인 찰스 사이에 얼마 전부터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그래서 그 두 왕 사이의 불화를 조절하는 교섭을 해보라는 사명을 나에게 내리며 헨리 8세는 나를 플랑드르로 파견했다……”
『유토피아』는 이렇게 시작된다. 플라드르로 파견된 모어는 카스티야국의 대표들과 만나서 몇 차례 회합을 가졌으나,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자 상대방측이 자기네 왕의 새로운 지시를 받으러 돌아갔고, 모어는 볼 일이 있어 안트워프 지방으로 갔다가, 피터 가일즈라는 상냥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를 통해 한동안 배를 타고 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라파엘이라는 노인을 소개받는다.
그 노인은 라틴어도 조금 알고, 그리스어에는 매우 능통하였다. 또한 아메리카를 발견한 아메리고 베스푸치와 함께 항해한 경험도 갖고 있었다. 라파엘이 여행한 문명국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나누던 모어는, 가끔씩 그의 견해에 반론을 펴기도 하면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경청한다. 라파엘은 마음이 매우 깨끗하고, 재산이나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에게 모어와 그의 동료들이 정치를 하라고 권장하지만, 라파엘은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또 그럴 능력도 없다면서 사양한다. 그러면서도 당시의 왕들이나 재판관들이 내리는 판단의 문제들을 자세하게 지적한다. 특히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따라서 판단을 하는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한 왕들이 지닌 생각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신하들의 아부와 아첨이 국민들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강력한 군대가 있어야만 나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가진 현명한 듯한 바보들은 일부러 전쟁기회를 노리게 되어 결국 전쟁을 일으키고 만다는 것이다.
“강력한 군대, 특히 노련한 군인들로 편성된 군대를 계속 유지하여 전쟁위기에 언제나 대비하고 있는 것이 국민 안전에 필요불가결한 것이라는 이론을 전개하는 현명한 바보들이 참 많습니다.”
동시에 국민들의 가난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논리를 강하게 비판한다. 백성이 가난하고 부자유할수록 왕에게는 더 유리한데, 그 이유는, 반역을 일으킬 정신을 가난이 억누르고 깨뜨려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라파엘이 보기에는 왕의 명예와 안전을 보장해 주는 토대가 오히려 국민의 재산이다. 국민은 자신을 보살펴 주는 왕을 옹호할 것이고, 도 그 토대에서 세금을 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왕의 명예와 안전을 보장해 주는 토대는 왕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 인민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라고 나는 강조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왕을 택하는 목적은 왕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민 자신을 위해서라고.”
그런데, 이러한 생각들을 왕의 고문관 회의에서 발표하기도 어렵고, 설령 발표한다고 해도 고정된 생각을 가진 왕과 고문관들에게 결코 수용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라파엘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라파엘의 부정적인 현실관에 대해 모어는 꾸준하게 반박하면서, 계속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권하자,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자신의 생각이 실현될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재산의 사유를 든다.
“내가 만일 플라톤이 그의 저서『공화국(共和國)』에 묘사한 정책들을 옹호하거나, 혹은 유토피아인들이 현재 자기 나라에서 실제로 실시하고 있는 정책들, 즉 내가 강조하는 정책들보다 훨씬 더 좋은 유토피아인들의 정책들을 내가 아무리 옹호하고 창도(唱導)하더라도 그것이 이 나라에서는 발붙일 곳을 발견할 수 없다는 확실한 사실을 나는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재물이 개인 각자의 사물로 되어 있는 데 반해, 플라톤이 그려낸 『공화국』이나 유토피아에서는 모든 물건이 다 공동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회에 사유재산제도가 그냥 남아 있고, 금전의 다과(多寡)가 모든 것의 평가기준으로 되어 있는 한, 한 나라를 공정하게 다스린다거나 국민을 행복스럽게 해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가장 좋은 물건은 가장 나쁜 놈들의 소유가 되어버리니까 공정한 정치가 될 수 없고, 모든 것을 몇몇 사람들끼리만 나누어 가지게 되니 대중은 행복스럽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플라톤이라는 그리스의 철학자가 제시한 이상국가나, 자신이 여행한 유토피아섬에서는 모든 물건이 다 공동소유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재산이 사유로 되어있는 상태에서 도둑질을 아무리 엄하게 처벌해도 없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처벌은 전혀 쓸모가 없다. 즉 인간의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유재산제이기 때문에, 또 좋은 물건이 일부의 사람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의 정치가 잘 될 수 없고, 왕과 정치인들도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이 문제에 대해 토머스 모어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모든 것을 공동소유하고 있는 사회에서 행복스런 생활이 가능하리라고 나는 보지 않습니다. 개개인이 다 일을 중지해 버릴텐데 어떻게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개인적인 이득을 노리는 동기나 희망이 없는 자는 남에게 의존하려 들어 게을러지기 마련입니다. 남이 번 돈을 가로채고 싶어하는 매우 가난한 사람이 많아질 텐데, 자기가 부지런히 일해 모은 재산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거기 따를 사태는 끊임없는 싸움과 소란밖에 무엇이 또 있겠습니까?…….”
이러한 모어의 비판에 대해 라파엘은 유토피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다녀온 그 곳, 유토피아섬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하나 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바로 그 답변이 제2부의 내용인 것이다.
2. 제 2 부
가. 유토피아섬의 농촌과 도시
유토피아섬은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고 둘레의 길이가 약 500마일에 달한다. 양쪽 끝의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커다란 만이 있지만, 삼면의 육지가 바닷바람을 막아 주기 때문에, 커다란 파도가 용솟음치는 일이 없어 마치 고요한 호수와 같은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렇지만, 만 한복판에 돌산이 있어 밖으로 부터의 침입을 막는 데는 천연의 요새를 형성하고 있으며, 돌산 꼭대기에 성곽을 짓고 수비대가 주둔하고 있다.
「유토피아」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유토퍼스라는 사람이 군대를 끌고 와서 이 섬을 정복하고 난 이후의 일이며, 모두 54개의 도시를 가지고 있다. 그 중 수도는 아모롯인데, 다른 도시도 모두 아모롯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 도시와 농촌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이 섬의 특징이다. 농촌에는 집과 농기구가 잘 갖춰져 있고, 도시사람들이 윤번제로 기일을 정해 시골로 와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관계로, 도시와 농촌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모롯이라는 수도는 정방형의 도시인데, 에니더 강을 끼고 발달하였다. 도시 주위에는 높고 두꺼운 성이 둘러 싸여있고 그 성 위에는 탑과 요새들이 구축되어 있어 어떤 적의 침입도 쉽게 막을 수 있다. 주택들도 사유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서로 드나들 수 있고 10년만에 한 번씩 제비를 뽑아 서로 바꾸기도 한다. 다시 말해 유토피아섬의 농촌과 도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도시의 경우 도시계획에 의해 완벽하게 시가지와 주택이 배치되어 있어서 국민들의 삶이 매우 풍요로우면서도 편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도시계획을 처음으로 세운 사람은 유토퍼스 왕이고 그 후대에 와서 완전하게 이루어졌다.
나. 공무원제도와 사회경제, 그리고 직업
유토피아섬의 공무원은 ‘필랄치’라고 불리는데, 그들은 매년 한번씩 선출된다. 그들이 모여 왕을 뽑고, 그 왕과 더불어 나라의 일을 토의하고 결정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이들이 처리하기 어려운 일은 섬 전체의 인민회의를 열어 해결하고, 또한 필랄치들의 회의는 신속한 것 보다 더디더라도 현명한 토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섬의 사회조직은 우선 개개의 지역사회가 대부분 일가친척으로 구성되어 있고, 아들과 손자들이 모두 가장 나이가 많은 친권자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또한 한 직역의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한 세대당 성인 식구가 열명 정도에서 조절되도록 하고있고, 너무 많아질 때는 주변의 지역으로 이주시키고 있다. 한 가족을 다스리는 것은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의 일이고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며, 자식들은 부모에게 복종해야 한다. 행정구역을 정해 각 기 시장을 세워서 가정에서 생산한 것을 시장에 내 놓고, 필요한 것을 가져가는 경제사회적인 제도를 운영하는데, 모든 것이 풍부한데다가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에 아주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이 섬의 곳곳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있어서 누구나 무료로 치료를 받고, 식사시간이 되면 공동주택의 식당에 모여들어 함께 식사한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기르고, 동시에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공동식사를 하면서 예절과 도덕에 관한 규범을 배우기도 한다.
그들의 경제 생활은 앞에서 말한 사회운영과 조직을 위해 매우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며, 직업도 그에 맞게 선택되고 있다. 우선 모든 국민은 농사일을 함께 하고, 동시에 각자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공무원들의 거의 유일한 임무는 국민들 중에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을 적발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인데, 하루에 여섯 시간만 일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별로 없다. 남는 시간은 각자 취미에 따라 강의를 듣기도 하고 덕서도 하면서 보낸다. 이 나라에는 놀고 먹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여섯 시간만 일해도 모든 생산품이 충분하고, 각자 자유시간을 즐기는데도 부족함이 없다.
다. 해외무역과 전쟁, 노예제도
유토피아섬에서는 다른 지방으로 여행하려면 공무원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다. 여행할 때는 노예를 하나 딸려주며, 이러한 규칙을 어길 때는 노예 신분으로 격하시킨다. 그들은 또 충분하게 비축해 놓고 남은 것을 외국에 수출하는데 쇠를 비롯하여 자기 나라에서 생산되지 않은 물건들과 교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그 대가로 받은 금과 은이 많아 졌기 때문에 약속어음을 통해 무역을 하기도 한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보관해 놓은 금은과 약속어음 등을 이용하여 용병을 사서 대신 싸우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우 심하게 전투훈련을 시켜서 마지막 수단으로 전쟁을 선택하게 될 경우나, 적의 침입으로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 섬의 노예제도는 자기 나라의 군대가 사로잡은 포로만을 노예로 삼아 대를 물리지 않고 당대에만 그치게 하는 제도이다. 그 외에도 시민으로 있다가 죄를 지은 자를 노예로 삼고, 다른 나라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자들을 사들여서 노예를 삼기도 한다. 노예들은 쉴 틈이 없이 일을 해야하고 자청해서 이 나라의 노예가 될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원하지 않을 때는 흔쾌히 보내 준다. 이 나라의 노예는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반 시민에 비해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일 뿐인 것이다.
라. 유토피아인들의 철학과 종교
유토피아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경정하는 철학은 일반인들의 것과 큰 파이가 없는 것이다. 착한 것이 참된 선이라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생각에 뿌리를 두고, 주된 관심을 인간의 행복에 집중하며 행복이 밑바닥을 이루는 것은 유쾌한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이 행복의 논할 때에는 반드시 철학의 합리적인 원칙과 종교의 준엄한 원칙들을 겹합 시키려고 한다. 그들이 신봉하는 종교적인 원칙들은 ‘인간의 영혼이 영혼불멸이고, 인간의 행복은 신의 은총에 의해 정해진 것이며, 저승에 가면 이승에서 행한 대로 대접받는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종교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생각으로 충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만을 지키는 선에서 그들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태양신을 숭배하고 달을 숭배하기도 하며, 또 다른 사람들은 인간을 신으로 삼고 숭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유토피아인들은 인간으로서 알 수는 없지만 영원무궁하고 무한대의 능력을 지닌 어떤 신, 즉 하나님이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우주를 창조하고 다스리는 힘을 가진 신은 오직 한 분이라는 유일신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아래에서 다른 종교를 좋게 해석하여 서로 인정해주고 종교적인 생활의 구체적인 모습니다. 이러한 종교 생활 때문에 종교로 인한 싸움이 없고, 종교 생활을 이끌어 가는 성직자들이 가장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
Ⅳ. 맺음말
위에서 요약된 내용 외에도「유토피아」에서는 환자의 치료를 위한 제도와 시설, 결혼풍속, 처벌 등에 관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지만, 앞의 내용에서 이미 어느 정도 다루어졌기 때문에 생략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결혼 풍습중에 이런 것이 있다.
어떤 총각이 어떤 처녀에게 결혼을 신청하면, 결혼하기 전에, 남들에게 존경 받는 여인이 중간에 나서서, 처녀의 벌거벗은 몸을 총각에게 보이고, 그 뒤에는 어떤 고결하고 덕망있는 남자가 나서서 총각의 벌거벗은 몸을 처녀에게 선 보인다는 것이다.
또 덧붙일 것은 그들이 배움을 매우 즐긴다는 것인데, 이 배움이 실제 생황을 윤택하게 하는 데에도 연결되어 있다. 원칙과 실생활을 모두 존중하는 그들의 교육은 본받을 만하다.
이상향을 그린 모어의 이 소설은 한낱 공상 소설에 불과하며, 현실성과 역사성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 ‘유토피아’같은 이상형의 설정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유토피아는 모어가 살던 16세기의 영국의 사회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이다. 모어는 그의 소설 속에서, 헨리8세가 권력을 집중하고, 농민들의 토지를 멋대로 수용하며, 가난하고 굶주린 빈민이 많아져 범죄가 심했던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간접적으로 내포하였다. 즉 그가 말한 유토피아란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과 현실 개조의 정신을 가지고 그려낸 세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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