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년 전 이집트에 ‘성수 자판기’
한국엔 1970년대 콘돔 자판기 도입하기도
자판기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자 사람과 만나지 않는 '비대면 서비스'가 크게 늘어났어요. 그중엔 사람 도움 없이 자판기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무인 점포도 있어요. 최근엔 음료수나 과자뿐 아니라 책·마스크·꽃 등 다양한 물건을 자판기에서 살 수 있지요. 돈을 넣으면 물건이 자동으로 나오는 자동판매기, 언제부터 사용했을까요?
자판기는 최신 기계 같지만 놀랍게도 고대 시대에도 있었어요. 기원전 215년 이집트의 수학자이자 기술자인 헤론이 '성수(聖水) 판매 자판기'를 발명해 신전에 설치했어요. 투입구에 동전을 넣으면 기기 안에 있는 접시에 떨어지고, 접시가 아래로 내려가면 지렛대가 위로 올라가 성수가 담긴 병의 마개를 열어 성수를 흘려보내는 원리였죠. 기원전 1세기 그리스에도 이와 비슷한 원리의 성수 판매기가 있었대요.
이후 자판기는 근대에 다시 등장했어요. 1615년 담배 자판기와 1822년 신문 자판기가 영국에 있었다는데 원리 등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찾기 어려워요.
현대식으로 동전을 투입해 물건을 사는 자판기가 나온 것은 보통 1880년대로 보고 있어요. 1883년 영국의 기술자 퍼시벌 에버릿이 엽서를 판매하는 자판기를 발명했어요. 이 기계는 곧 기차역이나 우체국 등에 퍼져 나갔고, 엽서뿐 아니라 편지 봉투, 노트 등도 팔았어요. 미국에선 1888년 토머스 애덤스 껌 회사가 뉴욕 기차역에 처음 껌 자판기를 도입했어요. 캡슐 안에 껌과 작은 피겨를 같이 넣고 팔았는데,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캡슐이 떨어지는 식이었죠.
한국에는 1970년대 자판기가 도입됐어요. 1972년 고궁 등에 음료 자판기가 생겨서 50원짜리 동전을 하나 넣으면 콜라나 사이다 한 잔이 나왔대요. 1975년엔 산아 제한 정책을 실시하던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남성용 피임 기구(콘돔) 자판기를 설치했어요. 1977년엔 롯데산업이 일본 샤프사에서 커피 자판기 400여 대를 수입해 설치했고, 1980~90년대 전국적으로 자판기가 크게 늘어났답니다.
자판기는 보통 투입된 동전의 크기와 무게를 인식하는데, 어떤 동전들은 크기와 무게가 비슷해 이를 이용한 자판기 불법 사용도 문제가 됐죠.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100원짜리 동전과 무게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가치는 4분의 1 수준인 필리핀의 1페소짜리 동전을 넣는 방식으로 자판기를 불법 사용한 사례가 있었어요. 이런 문제 등으로 갈수록 동전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이용하는 자판기가 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