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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7452]두보시200~300;가나다순 [徐卿二子歌~韋諷錄事宅]
<杜甫詩 原文解釋 3>
두보 : 712~770 자는 자미(子美)이고, 호는 소릉야노(少陵野老)이다.
명문가 집안으로 본적은 후베이성 샹양(襄陽)이다.
시성(詩聖)이라고 부르고, 그의 시를 ‘시사(詩史)’라고 일컫는다.
그는 약 1천5백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대부분 『두공부집(杜工部集)』에 실려 있다.
<詩題別 順序-가나다순 452수> 徐卿二子歌~韋諷錄事宅
201.서경이자가(徐卿二子歌) 徐卿의 두 아들을 노래하다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徐卿二子生絕奇(서경이자생절기) : 서경(徐卿)의 두 아들 뛰어나니
感應吉夢相追隨(감응길몽상추수) : 길몽에 감응되어 연이어 태어났네.
孔子釋氏親抱送(공자석씨친포송) : 꿈속에 공자와 부처님이 아이를 친히 안아 건네주니
並是天上麒麟兒(병시천상기린아) : 모두 천상의 기린아(麒麟兒)라오.
大兒九齡色清澈(대아구령색청철) : 큰 아이는 아홉 살에 얼굴빛 깨끗하니
秋水為神玉為骨(추수위신옥위골) : 가을의 맑은 물 정신이 되고 옥이 뼈가 되었다오.
小兒五歲氣食牛(소아오세기식우) : 작은 아이는 다섯 살에 기운이 소를 잡아먹을 만하니
滿堂賓客皆回頭(만당빈객개회두) : 당(堂)에 가득한 손님들 모두 머리 돌려 감탄하네.
吾知徐公百不憂(오지서공백불우) : 내 서공(徐公)은 모든 일에 걱정 없음 아노니
積善袞袞生公侯(적선곤곤생공후) : 선을 쌓아 연달아 공후(公侯) 될 인물 낳았다오.
丈夫生兒有如此二雛者(장부생아유여차이추자) : 대장부가 아들 낳되 이 두 아이와 같다면
名位豈肯卑微休(명위기긍비미휴) : 명성과 지위 어찌 낮고 미천함에 그치겠는가.
* 이 시는《杜少陵集》10권에 실려 있는데, 검남병마사(剣南兵馬使) 서지도(徐知道)의 연회에 참석하여 두 아들의 자질이 준수함을 찬미한 내용이다.
* 感應吉夢相追隨(감응길몽상추수) : 추수(追隨)는 서로 따라 다니는 것으로, 이덕홍(李德弘)의 《艮齋集(간재집)》 속집 4권에 “두 아들이 서로 이어서 태어났으므로 추수(追隨)라고 말한 것이다.” 하였다.
* 孔子釋氏親抱送(공자석씨친포송) : 석씨(釋氏)는 부처로 곧 부처님이 점지하였음을 말한 것이다. 이덕홍(李德弘)은 “서경(徐卿)의 두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남다른 자질이 있는 것이 마치 옛 성신(聖神)이 안아서 건네준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석씨(釋氏)를 공자와 병칭(並稱)하였으니, 두자미(杜子美)는 또한 석씨를 성현(聖賢)이라고 잘못 여김을 면치 못한 것이다.” 하였다.
* 麒麟兒(기린아) : 재주와 지혜가 뛰어난 젊은이
* 食牛(식우) : 호표(虎豹)의 새끼는 털에 무늬가 생기기도 전에 소를 잡아먹을 기개가 있다고 한다
* 袞袞(곤곤) :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양.
* 公侯(공후) : 봉작(封爵)의 하나. 공(公)•후(侯)•백(伯)•자(子)•남(男) 등의 다섯 등급의 작위 가운데 그 첫째 등급인 공작(公爵)과 둘째 등급인 후작(侯爵)을 말함.
202.서당음기야부요이상서하마월하부(書堂飮旣夜復邀李尙書下馬月下賦) - 두보(杜甫)
서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밤이 되어 다시 이 상서를 맞이하여 말에서 내려 달 아래 시를 짓다.
湖月林風相與淸(호월임풍상여청) : 호숫가 달빛과 숲속 바람이 서로 맑은지라
殘尊下馬復同傾(잔존하마복동경) : 말에서 내려 남은 술독 다시 함께 기울이네.
久拌野鶴如雙鬢(구반야학여쌍빈) : 귀밑머리 학처럼 희게 돼 버려둔 지 오랜데
遮莫隣鷄下五更(차막린계하오경) : 이웃집 닭 새벽 알리는 게 뭐 대수롭겠는가.
두보가 제목에서 언급된 상서(尙書) 이지방과 정심 등과 함께 모여 어울리며 지은 작품이다. 제목의 서당(書堂)을 보면, 아니 글공부하는 곳에서 술을 마신단 말인가? 하고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된 서당은 그런 곳이 아니다. 호시어(胡侍御)의 서재를 일컫는다. 호수에 비친 달빛과 어우러지는 숲속의 시원한 바람이 사람의 기분을 흥겹게 만든다. 흥에 취해 마시다만 술이 술독에 남았다. 때마침 말을 타고 찾아온 친구. 이에 다시 그와 함께 날이 새도록 술잔을 기울이는 풍경이다. 이웃집 닭이 홰를 치며 새벽을 알리는 소리가 뭐 대수롭겠냐는 시인의 목소리엔 낭만과 호기가 짙게 배어난다.
203.석감(石龕) 석굴
熊羆咆我東(웅비포아동) : 곰은 나의 동편에서 울부짖고
虎豹號我西(호표호아서) : 호랑이는 나의 서편에서 포효하네.
我後鬼長嘯(아후귀장소) : 나의 뒤에는 귀신의 긴 휘파람소리
我前狨又啼(아전융우제) : 나의 앞에는 원숭이가 운다.
天寒昏無日(천한혼무일) : 날은 차갑고 해는 져서 어둡고
山遠道路迷(산원도노미) : 산은 아득히 멀어 길을 잃는다.
驅車石龕下(구거석감하) : 석굴 아래로 수레를 몰아가니
仲冬見虹霓(중동견홍예) : 한겨울인데도 무지개가 보인다.
伐竹者誰子(벌죽자수자) : 대나무 베는 이들은 누구네 자식인가
悲歌上雲梯(비가상운제) : 슬픈 노래가 구름사다리 위로 올라간다.
爲官採美箭(위관채미전) : 나라를 위해 좋은 화살거리를 채취하고
五歲供梁齊(오세공량제) : 오년동안이나 양나라 제나라에 공급했도다.
苦云直幹盡(고운직간진) : 괴롭게 말하기를, 곧은 대나무 다 없어져
無以應提攜(무이응제휴) : 공급할 방법이 없다고 말 하는구나.
奈何漁陽騎(나하어양기) : 어찌할까나, 안록산과 사사명의 반군들
颯颯驚蒸黎(삽삽경증려) : 삽삽하게도 만백성을 놀라게 하는 것을
* 石龕 : 불상(佛像)을 두는 돌로 만든 감실. * 颯颯 : 형용사. 바람이 몸으로 느끼기에 쌀쌀하다.
205.석호리(石壕吏) 석호의 관리
暮投石壕吏(모투석호리) : 날 저물어 석호촌에 투숙하니
有吏夜捉人(유리야착인) : 관리가 나타나 밤에 사람을 잡으려 왔네.
老翁踰墻走(노옹유장주) : 할아버지는 담 넘어 달아나고
老婦出門看(노부출문간) : 할머니가 문 밖에 나가본다.
吏呼一何怒(리호일하노) : 관원의 호출이 어찌 그리도 노엽고
婦啼一何苦(부제일하고) : 할머니의 울음은 어찌 그리도 고통스러운지
聽婦前致詞(청부전치사) : 할머니가 관리 앞에 나아가 하는 말 들으니
三男鄴城戍(삼남업성수) : 셋째 아들은 업성에 수자리 가고
一男附書至(일남부서지) : 맏아들이 편지를 부쳐왔는데
二男新戰死(이남신전사) : 둘째 아들은 새로운 전투에서 죽었다오.
存者且偸生(존자차투생) : 살아있는 자는 억지로라도 살아가겠지만
死者長已矣(사자장이의) : 죽은 자는 영영 그만이로다.
室中更無人(실중갱무인) : 집에는 이제 아무도 없고
惟有乳下孫(유유유하손) : 오직 젖먹이 손자만 있다오.
孫有母未去(손유모미거) : 손자가 있어 그 어미가 아직 떠나지 못하니
出入無完裙(출입무완군) : 출입할 온전한 치마도 없다오.
老嫗力雖衰(노구력수쇠) : 이 늙은 할미 기력은 비록 쇠하나
請從吏夜歸(청종리야귀) : 밤에라도 대신 따라가게 해 주시오.
猶得備晨炊(유득비신취) : 아직은 아침밥은 지을 수 있다오.
夜久語聲絶(야구어성절) : 밤이 깊어 관리와 할머니의 말소리 끊어지고
如聞泣幽咽(여문읍유열) :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울음소리 들리는 듯
天明登前途(천명등전도) : 날이 밝아 길 떠날 때에
獨與老翁別(독여노옹별) : 나는 홀로 할아버지와 작별하였네.
두보의 시는 단순히 그의 천재성에만 기대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가 뼈를 깎는 듯한 고심의 산물이다. 이런 그의 시풍을 잘 반영하고 있는 <석호리(石壕吏)>라는 작품이다. 이 시는 중국 역사상 제2 황금시대로 불리는 당나라가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혼란에 빠져들 무렵에 만들어졌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 중 삼리(三吏)는 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은 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206.선정전퇴조만출좌액(宣政殿退朝晩出左掖) 선정전에 조회를 마치고 저녁에 문하성을 나서다.
天門日射黃金牓(천문일사황금방) : 궁궐 문에 뜬 해는 황금 편액을 비추고
春殿晴曛赤羽旗(춘전청훈적우기) : 봄날 궁궐 위 밝은 저녁 해는 적우기를 비추네.
宮草微微承委珮(궁초미미승위패) : 궁궐 풀은 살짝 살짝 끌리는 패옥을 떠받들고
爐煙細細駐遊絲(노연세세주유사) : 향로의 연기는 가물가물 거미줄에 걸려있네.
雲近蓬萊常五色(운근봉래상오색) : 구름은 봉래전 가까워 언제나 오색 빛을 띠고
雪殘鳷鵲亦多時(설잔지작역다시) : 잔설은 지작관에 또한 오랜 시간 남아있네.
侍臣緩步歸靑瑣(시신완보귀청쇄) : 신하들은 느린 걸음으로 청쇄문으로 돌아오고
退食從容出每遲(퇴식종용출매지) : 퇴청 할 때는 여유로워 늘 늦게 나가네.
시인이 문하성(門下省)에서 근무할 때의 궁정(宮庭)의 아름다움과 하루 일과 모습을 그렸다. 아침에 천자(天子)의 조회에 참석하고 나서 신하들은 느린 걸음으로 자신이 근무할 곳으로 돌아오고, 근무를 끝나면 여유로워 늘 늦게 퇴청한다고 했다. 두보의 시 ‘봉화가지사인조조대명궁(奉和賈至舍人早朝大明宮)’ 즉 가지 사인이 대명궁에서 조현을 마치고 쓴 시를 받들어 화답하다에서 “오야누성최효전(五夜漏聲催曉箭) 구중춘색취선도(九重春色醉仙桃)”라고 읊었다. ‘인시의 물시계 소리 새벽 지침을 재촉하는데, 구중궁궐 봄빛은 복숭아 빛으로 취해있네’에서 오야(五夜)는 3시에서 5시 사이인 인시(寅時)를 가리킨다. 이는 시인이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일찍 출근하고 퇴근은 바쁜 일과가 끝나 마음이 여유로워 천천히 늦게 퇴청한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삶은 다름이 없는 듯하다.
* 宣政 : 대명궁(大明宮) 내 천자(天子)가 신하들과 국사(國事)를 논의 하던 선정전(宣政殿)을 가리킨다.
* 左掖 : ‘겨드랑이 액 掖’ 자는 ‘겨드랑이, 겨드랑이에 낌, 부축하다, 곁문, 정전(正殿)에 달린 궁(宮)’ 등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진(晉)나라 때 처음 설치(設置)한 관서(官署)로 천자(天子)의 명(命)을 출납하는 문하성(門下省)의 별칭이다. 대명궁(大明宮) 내 선정전(宣政殿) 왼쪽에 있어 좌성(左省)이라고도 한다.
* 天門 : 궁궐(宮闕)의 출입문을 가리킨다.
* 牓 : ‘방 방’자로 ‘매 방(榜)’자와 동자(同字)로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성명을 적던 책인 ‘방목(榜目)’, 예전에 어떤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길거리에 써 붙이던 글인 ‘방문(榜文)’, ‘방을 써 붙이다’, ‘매 도는 매질을 하다’ 등의 뜻이 있다. 여기선 선정전의 편액(扁額)을 가리킨다. 현판(懸板)은 나무 판에 글씨를 써 건물에 내건 시문(詩文)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편액은 건물마다 하나 뿐으로 건물 앞부분 높은 곳에 내건다.
* 曛(훈) : ‘석양빛 훈’자는 ‘석양빛, 저녁 해, 황혼 무렵, 적황색’ 등의 뜻이 있다.
* 赤羽旗 : 물총새의 깃털로 장식한 붉은색 정기(旌旗)를 가리킨다.
* 微微 : ‘조금, 살짝, 약간, [문어] 깊고 고요한 모양’을 뜻한다.* 承 : ‘이을 승’자로 ‘받들다, 건지다, 잇다, 계승하다, 돕다’ 등의 뜻이 있다.
* 委(위) : ‘맡길 위’자로 ‘맡기다, 버리다, 쌓이다, 자세하다, 굽히다, 시들다, 방치하다, 던져버리다, 포기하다’ 등의 뜻이 있다. 여기선 패옥이 바닥에 끌릴 것처럼 패옥 줄이 길게 늘어진 모습을 나타냈다.
* 珮(패) : ‘찰 패’자로 왕과 왕비의 법복(法服)이나 문무백관의 조복(朝服)과 제복(祭服)의 허리의 양옆에 늘이는 장식품인 패옥(佩玉)을 가리킨다. 패옥(佩玉)은 중국 은(殷)나라 때 장식품을 한 쌍으로 만들어 혁대에 달고 다녔는데, 이를 ‘패’라 하였고 이 ‘패’에 달린 옥을 패옥이라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 細細 : ‘매우 가는 모양, 근근이, 가늘’ 등의 뜻이 있다.
* 遊絲 : 맑은 봄날 햇빛이 강하게 쬘 때, 지면 부근에서 공기가 마치 투명한 불꽃과 같이 아른거리며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인 ‘아지랑이’의 뜻과 ‘거미줄’의 뜻이 있다. 서법(書法)에 ‘세약유사(細若遊絲)’란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있다. ‘붓글씨 가늘기가 마치 거미줄과 같다’는 말로 글씨에 힘이 없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유사(遊絲)를 ‘아지랑이’로 보면 ‘향로의 연기가 가물가물 아지랑이처럼 올라간다.’로 해석하면 되는데 문제는 ‘머무를 주駐’자 해석이 애매해진다. 따라서 시적(詩的) 감각을 살려 향로의 연기가 가물가물 올라가다 천장 거미줄 가까이에서 힘없이 사라진 모습을 머무른다, 즉 걸렸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이해했다.
* 蓬山 : 봉래전(蓬萊殿)을 가리킨다. 봉래는 봉래산(蓬萊山)을 뜻하며 영주산(瀛州山), 방장산(方丈山)과 함께 중국 전설상에 나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이다. 이 산에는 신선(神仙)이 살며 불사(不死)의 영약(靈藥)이 있고, 이곳에 사는 짐승은 모두 빛깔이 희며, 금은(金銀)으로 지은 궁전(宮殿)이 있다고 한다.
* 鳷鵲(지작) : ‘새매 지, 까치 작’자로 한무제(漢武帝)의 궁전인 지작관(鳷鵲觀)을 가리킨다.
* 緩步 : 천천히 걸음 또는 느린 걸음을 뜻한다.
* 靑瑣(청쇄) : 청색 꽃무늬로 장식한 황궁(皇宮)의 문을 가리킨다. 한(漢)나라 때 궁궐문에 쇠사슬 같은 모양을 새기고 푸른 칠을 한데서 유래되었다.
* 退食 : ‘관청에서 나와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퇴청(退廳)’으로 간단히 해석했다.
* 從容 : ‘(태도가) 조용하다, 침착하다,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넉넉하다’는 뜻이다.
208.성도부(成都府) 성도부
翳翳桑楡日(예예상유일) : 뽕나무, 느릅나무 사이로 해는 어둑한데
照我征衣裳(조아정의상) : 길 떠난 나그네, 나의 옷깃을 비추는구나.
我行山川異(아항산천리) : 내가 걷는 길은 산천도 다르고
忽在天一方(홀재천일방) : 문득 나는 먼 하늘 한 곳, 여기에 있도다.
但逢新人民(단봉신인민) : 오직 만나는 이는 낯 설은 사람들
未卜見故鄕(미복견고향) : 고향 다시 볼 일은 첨칠 수도 없도다.
大江東流去(대강동류거) : 큰 강물은 동으로 흘러가는데
遊子日月長(유자일월장) : 떠도는 나그네 길은 멀기만 하여라.
曾城塡華屋(증성전화옥) : 층진 성채에는 화려한 집들 가득하고
季冬樹木蒼(계동수목창) : 마지막 겨울인데도 나무는 푸르기만 하다.
喧然名都會(훤연명도회) : 이름 난 도회는 소란하여
吹簫間笙簧(취소간생황) : 생황소리에 퉁소소리까지 들려온다.
信美無與適(신미무여적) : 참으로 아름다워도 함께 갈사람 없어
側身望川梁(측신망천량) : 몸을 옆으로 누워 냇물과 다리를 바라본다.
鳥雀夜各歸(조작야각귀) : 참새도 저녁에는 각자가 돌아가는데
中原杳茫茫(중원묘망망) : 중원은 아득하고 멀기만 하여라.
初月出不高(초월출부고) : 초승달이 떠도 높지가 않고
衆星尙爭光(중성상쟁광) : 뭇별들은 아직도 밝은 빛을 다툰다.
自古有羇旅(자고유기려) : 예부터 나그네야 있겠지만
我何苦哀傷(아하고애상) : 나는 어찌 이리도 고통스럽게 애달파하는가?
209.성서피범주(城西陂泛舟) 성 서쪽 저수지에 배 띄우고
靑蛾晧齒在樓船(청아호치재루선) : 푸른 누에 같은 눈썹 하얀 이의 미녀 누선(樓船)에 있는데
橫笛短簫悲遠天(횡적단소비원천) : 황적(橫笛)과 단소(短簫)소리 먼 하늘로 구슬피 울린다.
春風自信牙檣動(춘풍자신아장동) : 봄바람에 상아 돛대 가는대로 배 맡기고
遲日徐看錦纜牽(지일서간금람견) : 긴 날 끌리는 비단 닻줄 천천히 바라본다.
魚吹細浪搖歌扇(어취세랑요가선) : 물고기 뻐끔거려 일렁이는 잔물결에 가기(歌妓)의 부채 흔들리고
燕蹴飛花落舞筵(연축비화낙무연) : 제비 발에 채여 날리는 꽃잎 미녀들 춤추는 자리에 떨어진다.
不有小舟能蕩槳(불유소주능탕장) : 작은 배 있어 삿대질 할 수 없다면
百壺那送酒如泉(백호나송주여천) : 수많은 병에서 샘처럼 솟는 술은 어떻게 가져오랴
이 시는 天寶(천보) 13년(754년) 두보가 長安(장안) 下杜城(하두성)에 살 때 지은 시다
210.성춘(成春) 완연한 봄날에
歲暮遠爲客(세모원위객) : 세모에 멀리 떠난 나그네 되니
邊隅還用兵(변우환용병) : 변경에서 도리어 전쟁이로구나.
烟塵犯雪嶺(연진범설령) : 이내와 티끌이 설령을 침범하고
鼓角動江成(고각동강성) : 북과 뿔피리소리 강성을 움직인다.
天地日流血(천지일류혈) : 천지 사이에 날마다 피를 흘리니
朝廷誰請纓(조정수청영) : 조정에는 누가 벼슬을 청하는가.
濟時敢愛死(제시감애사) : 시절을 구제함에 감히 죽음을 아낄까
寂寞壯心驚(적막장심경) : 적막하여 장사의 마음 놀라게 하는구나.
211.세병마항(洗兵馬行) 병마 씻음을 노래하다
中興諸將收山東(중흥제자수산동) : 중흥의 여러 장수들이 산동을 수복하여
捷書夜報淸晝同(첩서야보청주동) : 첩서가 밤에도 보고되어 밝은 대낮같네
河廣傳聞一葦過(하광전문일위과) : 황하가 넓다지만 전해 들으니 한조각배로 건널 수 있다 하니
胡危命在破竹中(호위명재파죽중) : 오랑캐의 위태로운 운명이 파죽지세 사이에 있네.
祗殘鄴城不日得(지잔업성불일득) : 다만 업성에 남은 잔당도 머지않아 얻을 것이니
獨任朔方無限功(독임삭방무한공) : 유독 삭방절도사 (곽자의에게) 맡겨서 무한한 공을 이루었네.
京師皆騎汗血馬(경사개기한혈마) : 경사(장안)에는 모두 한혈마를 탔으니
回紇餧肉葡萄宮(회흘위육포도궁) : 회흘 병사들을 포도궁에서 고기 먹였네.
已喜皇威淸海岱(이희황위청해대) : 이미 황제의 위엄으로 동해와 대산 맑게 한 것을 기뻐하였고
常思仙仗過崆峒(상사선장과공동) : 항상 왕의 행차가 공동산 지나던 것을 생각하였네.
三年笛裏關山月(삼년적리관산월) : 삼년동안 피리로 관산월(漢의 橫吹曲)을 불었고
萬國兵前草木風(만국병전초목풍) : 만국 병사들 앞에 있는 초목에 바람이 불었네.
成王功大心轉小(성왕공대심전소) : 성왕은 공이 크나 마음은 오히려 겸손하였고
郭相謀深古來少(곽상모심고래소) : 곽상(곽자의)은 계책이 깊어서 옛날부터 드물었네.
司徒淸鑑懸明鏡(사도청감현명경) : 사도(이광필)는 맑은 귀감이라 밝은 거울을 걸어둔 듯 했고
尙書氣與秋天杳(상서기여추천묘) : 상서(왕사례)는 기운이 가을 하늘과 더불어 아득하였네.
二三豪俊爲時出(이삼호걸위시출) : 두세 명 호준들이 시대를 위하여 나오니
整頓乾坤濟時了(정돈건곤제시료) : 건곤을 정돈하고 시대를 구하였네.
東走無復憶鱸魚(동주무복억노어) : 동으로 달아난 적들은 다시 농어를 생각하지 못 했고
南飛各有安巢鳥(남비각유안소조) : 남으로 날아와서는 각각 편안한 둥지를 가진 새들이라네.
靑春復隨冠冕入(청춘복수관면인) : 푸른 봄이 다시 관리들 따라 도성에 들어오니
紫禁正耐煙花繞(자금정내연화요) : 장안 궁궐에 연무 꽃처럼 둘러 마주하고
鶴駕通宵鳳輦備(학가통소봉연비) : 태자(후에 대종)는 밤새 천자의 행차를 준비해서
鷄鳴問寢龍樓曉(계명문침용루효) : 닭 울 무렵에 문안인사 드리니 용루가 밝아오네.
攀龍附鳳勢莫當(반룡부봉세막당) : 용 잡고 오르고 봉에 붙어서 그 형세를 감당할 수 없으니
天下盡化爲侯王(천하진화위후왕) : 천하의 무장들이 모두 제후왕이 되었네.
汝等豈知蒙帝力(여등기지몽제력) : 너희들이 황제의 힘입었음을 어찌 알겠는가?
時來不得誇身强(시래부득과신강) :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이니 자신이 강한 것을 자랑하지 마라
關中旣留蕭丞相(관중기류소승상) : 관중에는 이미 소승상(漢의 蕭何)을 남겨두었고
幕下復用張子房(막하부용장자방) : 막하에는 다시 장자방을 등용 하였네.
張公一生江海客(장공일생강해객) : 장공은 일평생 강과 바다의 나그네니
身長九尺鬚眉蒼(신장구철수미창) : 신장이 구척이고 수염과 눈썹이 세었네.
徵起適遇風雲會(징기적우풍운회) : 불러 기용하여 마침 풍운의 기회를 만났고
扶顚始知籌策良(부전시지주책량) : 넘어지는 것(나라) 부축하니 비로소 계책이 훌륭함을 알겠네.
靑袍白馬更何有(청포백마갱하유) : 푸른 도포에 흰말 탄 자(南朝시대 侯景) 다시 어찌 있겠는가?
後漢今周喜再昌(후한금주희배창) : 후한과 금주가 다시 창성함을 기뻐하네.
寸地尺天皆入貢(촌지척천개입공) : 한치의 땅과 한자의 하늘이라도 모두 들어와 바치고
奇祥異瑞爭來送(기상이서쟁래송) : 기이한 상서로움을 다투어 보내오네.
不知何國致白環(부지하국치백환) : 어느 나라에서 백옥환 바쳤는지 알지 못 하고
復道諸山得銀甕(부도제산득은옹) : 다시 여러 산에서 은항아리 얻었다고 들었네.
隱士休歌紫芝曲(은사휴가자지곡) : 은사들은 자지곡을 노래하지 말라
詞人解撰河淸頌(사인해찬하청송) : 문사들은 하청송을 풀어 짓네.
田家望望惜雨乾(전가망망석우건) : 농가의 사람들은 바라고 바라여 비 멎은 하늘을 애석히 여기고
布穀處處催春種(포곡처처최춘종) : 뻐꾹새는 곳곳에 봄 파종하기를 재촉하네.
淇上健兒歸莫懶(기상건아귀막라) : 기수가에 건아들은 돌아오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城南思婦愁多夢(성남사부수다몽) : 성 남쪽의 그리워하는 부인들은 수심어린 꿈이 많네.
安得壯士挽天河(안득장사만천하) : 어떻게 하면 장사를 얻어서 하늘의 은하수를 끌어다가
淨洗甲兵長不用(정세갑병장불용) : 갑옷과 병기를 깨끗이 씻어 길이 쓰이지 않게 할까
자미(子美)는 두보의 자(字)입니다. ‘洗兵馬行’은 전란이 빨리 끝나서 병장기를 씻어 보관하고, 말을 쉬게 하고 싶다는 내용의 시입니다. 달리 말하면 전란이 빨리 끝나 집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을 노래한 시이기도 하다.
이 세병마행은 다시 반란을 일으킨 사사명을 토벌하는 758년 10월의 상황에서 출발을 한다. 중흥제장(中興諸將)은 중흥을 일으킨 여러 장수들입니다. 삭방절도사 곽자의, 魯炅(노경), 계광침(季光琛), 최광원(崔光遠) 등을 말함.
* 당시 곽자의는 회흘(回紇)을 포섭하여 연합군을 편성합니다. 이때 궁궐에서 회흘군에게 고기를 먹입니다. 포도궁(葡萄宮)은 한(漢)의 궁전 명칭인데, 인용하여 당 궁전을 표현한 것입니다.
삼년(三年)은 숙종이 즉위한 756년부터 이 시의 시작인 758년을 지칭한다. 관산월(關山月)은 한(漢)의 횡취곡(橫吹曲)이다.
* ‘成王功大’는 757년에 이숙(후에 성왕)이 낙양과 장안을 수복한 것을 말함.
212.少年行 三首(소년행 3수) 소년의 노래
1.
2.
3. 馬上誰家薄媚郎(마상수가박미랑) : 말 위의 단아한 사내 뉘 집 사람인지
臨階下馬坐人狀(임계하마좌인상) : 계단 앞에서 말을 내리더니 앉았네.
不通姓字粗豪甚(불통성자조호심) : 통성명은 하지 않았으나 심히 호방한 것이
指點銀瓶索酒嘗(지점은병색주상) : 손으로 은병을 가리키며 술맛을 보라하네.
213.소사(所思) 그리움
苦憶荊州醉司馬(고억형주취사마) : 형주에서 취해 있을 사마 생각해보니
謫官樽酒定常開(적관준주정상개) : 귀양지에서 술통을 열어 둔 채 살겠구나.
九江日落醒何處(구강일락성하처) : 구강에 해진 뒤 술 깰 곳 찾지 못해
一柱觀頭眠幾回(일주관두면기회) : 일주관에서 잠든 것도 헤아릴 수 없으리.
可憐懷抱向人盡(가련회포향인진) : 가련타 가슴속에 사람 생각 가득한데
欲問平安無使來(욕문평안무사래) : 안부 전해주는 사람 찾아오지 않네.
故凴錦水將雙泪(고빙금수장쌍루) : 비단 같은 맑은 눈물 실어 보내나니
好過瞿塘灔澦堆(호과구당염여퇴) : 구당의 염여퇴 사고 없이 지나기를.
* 荊州(형주) : 구주(九州) 중 하나. 형산(荊山)과 형산(衡山) 사이에 있다. 한(漢)나라 때는 13 자사부(刺史部) 중 하나.
* 司馬(사마) : 고대의관직명. 원래는 병사에 관한 일을 맡은 관리를 가리켰으나 수당(隋唐) 때는 자사(刺史)를 보좌하는 관직이 되고 나중에는 폄적(貶謫) 되거나 한직(閑職)으로 밀려난 관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謫官(적관) : 귀양을 가거나 좌천된 관리를 가리킨다.
* 九江(구강) : 지명. 장시성(江西省) 북쪽에 있으며 장강(長江)이 통과 하는 곳이라 수자원이 풍부하다.
* 一柱觀(일주관) : 고적 명. 남조(南朝) 송(宋)나라 때 임천왕(臨川王) 유의경(劉義慶)이 나공주(羅公洲)(나함羅含이 살던 곳)에 세운 누각을 말하는데 기둥이 하나로 되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장열(張說)은 「一柱觀」이란 시에서 ‘奈何任一柱, 斯焉容衆材(어떻게 크나큰 기둥 하나가 / 이토록 많은 목재 떠받들 수 있을까)’라고 읊었다.
* 瞿塘(구당) : 장강(長江) 삼협(三峽) 중 하나
* 灔澦堆(염여퇴) : 장강 삼협 중 하나인 구당협(瞿塘峽)에 있으며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날 풀리면 한 며칠 고향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자식들을 모두 도회로 보낸 뒤 혼자 지내는 누님도 찾아뵙고 핑계 삼아 누님 모시고 봄꽃 피어나는 풍광 좋은 곳들도 좀 돌아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서울 사는 둘째 누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거동이 불편해진 뒤로 형제들 소식에 유난히 민감해 지시더니 큰 누님께서 통화가 안 된다고 끝내 탈이 나신 모양이란다.
여자의 촉이란 것이 무서운 데가 있어서 알아보니 그 안달이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 달포 넘게 속이 불편하시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는데 알아보니 어른들 염려 하실까봐 조카들이 소리 없이 병원을 다닌 끝에 며칠 전에 수원으로 옮겨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조카가 덧붙이는 말이 “동생에게는 알리지 말고 알려지더라도 절대로 병원에 오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단다.
나이도 한참 어린 동생이 먼저 몸에 탈이 난 것도 죄스러운 일인데 당신 아프신 순간에도 동생 걱정을 끝내 내려놓지 않으셨던 모양이니 죄는 죄대로 남고 갚을 길은 더욱 요원해지는 느낌이다. 누님께서 가시는 길이 염여퇴처럼 물길 거센 곳 이라하더라도 지난 삶이 그러 했듯 잘 헤치고 몸성히 침대 밑 땅을 밟게 되시기를 빌 뿐이다.
214.소한식주중작(小寒食舟中作) 소 한식날 배 안에서 짓다
佳辰强飮食猶寒(가진강음식유한) : 명절이라 억지로 먹으니 음식이 차고
隱几蕭條戴鶡冠(은궤소조대할관) : 할관(鶡冠) 쓰고 쓸쓸히 안석(案席)에 기대있네.
春水船如天上坐(춘수선여천상좌) : 봄 강물위의 배는 하늘 위에 앉은 듯한데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 : 늙은이 눈에는 꽃이 안개 속에 보이는 듯하다.
娟娟戲蝶過閒幔(연연희접과한만) : 곱게도 노는 나비 한적한 휘장을 지나가고
片片輕鷗下急湍(편편경구하급단) : 여기저기 무리지은 갈매기들 급한 여울 내려간다.
雲白山靑萬餘里(운백산청만여리) : 청산에는 흰 구름 만 여리나 멀리 떠가니
愁看直北是長安(수간직배시장안) : 수심 젖어 북쪽 바라보니 그곳이 장안이로다.
* 小寒食 : 한식 다음 날이며 한식 전후 3일간은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여 찬 음식을 먹는다.
* 寒食 : 《荊楚歲時記(형초세시기)》에 “동지로부터 105일째인데, 이때는 바람이 거세고 비가 와서 한식이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 불에 타 죽은 진(晉)나라 개자추(介子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한다. * 佳辰 : 좋은 날. 길일. 여기서는 소한식을 말한다. * 強飯 : 무리하여 먹다
* 隱几 : 사방침(四方枕); 궤상(几床). 배 안에서 몸을 기대는 방석. * 蕭條 : 적막하고 쓸쓸하다.
* 鶡冠 : 鶡(할)은 꿩처럼 생긴 산새의 일종으로 그 꼬리 깃을 관(冠)의 양쪽에꽂아 장식한 것이다. 은사(隱士)가 쓰는 관.
* 老年花似霧中看 : 늙어서 눈이 침침하여 물가의 꽃이 안개 속에 있는 것 같다는 뜻이다.
* 娟娟 : 빛이 산뜻하게 아름답고 고움. 나비가 나풀거리다. * 幔 : 휘장. * 片片 : 조각조각. 점점이
* 急湍 : 물결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
숙종의 미움을 사 파직당한 두보는 중앙 정부에서 벼슬하리라는 희망을 끝내 놓을 수 없었기에, 768년에 협곡을 빠져 나가 강릉(江陵)을 거쳐 악양(岳陽)에 이르렀다. 이후 그의 생활은 주로 선상에서 이루어졌고 건강이 악화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운데, 악양과 담주(潭州)사이를 전전하다 뱃길에서 770년 58세로 일생을 마쳤다.
215.송가각노출여주(送賈閣老出汝州) 가각로가 여주로 가는 것을 전송하며
西掖梧桐樹(서액오동수) : 중서성 오동나무
空留一院陰(공류일원음) : 부질없이 온 뜰에 그늘 남긴다.
艱難歸故里(간난귀고리) : 고생하며 고향을 돌아가는데
去住損春心(거주손춘심) : 떠나거나 머물거나 봄날 흥취 줄어든다.
宮殿靑門隔(궁전청문격) : 궁궐의 청문과 떨어지니
雲山紫邏深(운산자나심) : 구름 낀 산, 자라산이 깊숙하리라.
人生五馬貴(인생오마귀) : 사람 일생에 태수자리도 귀하니
莫受二毛侵(막수이모침) : 귀밑머리 침입은 받아들이지 마오.
216.송고삼십오서기십오운(送高三十五書記十五韻) 고서기를 전송하는 시 15운
崆峒小麥熟(공동소맥숙) : 공동산에 소맥이 익어가니
且願休王師(차원휴왕사) : 천자의 군대를 쉬게 하시지요.
請公問主將(청공문주장) : 그대가 장군께 물어주오.
焉用窮荒爲(언용궁황위) : 어찌 궁벽한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饑鷹未飽肉(기응미포육) : 굶주린 매는 고기 충분히 먹지 못하면
側翅隨人飛(측시수인비) : 날개를 기울여 사람을 따라 날아간다오.
高生跨鞍馬(고생과안마) : 고 선생의 말에 앉아보니
有似幽幷兒(유사유병아) : 유주와 병주의 사내 같은 점이 있습니다.
脫身簿尉中(탈신부위중) : 주부나 현위에서 몸이 벗어나니
始與捶楚辭(시여추초사) : 비로소 죄인 매질하는 일에서 떠나게 되었군요.
借問今何官(차문금하관) : 묻건대, 무슨 관직으로서
觸熱向武威(촉열향무위) : 따가운 햇볕 받으며 무위군으로 가십니까? 하니
答云一書記(답운일서기) : 대답하기를, “서기가 되었지만
所媿國士知(소괴국사지) : 부끄럽습니다만 나라의 선비로 알아주는 일이지요라고 한다.”
人實不易知(인실부역지) : 사람들 알아주기란 실로 어려우니
更須愼其儀(경수신기의) : 더욱 그 행동거지에 조심해야 합니다.
十年出幕府(십년출막부) : 십년이 되면 가서한의 막부를 벗어나
自可持旌麾(자가지정휘) : 스스로 장군이 되어 지휘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此行旣特達(차항기특달) : 이번 떠나는 길은 이미 특별한 기회이니
足以慰所思(족이위소사) : 충분히 생각하시는 바를 위로해 줄 것입니다.
男兒功名遂(남아공명수) : 사나이로 공명을 이루는 일은
亦在老大時(역재노대시) : 또한 늙어 나이 든 때일 것입니다.
常恨結驩淺(상한결환천) : 만난 즐거움이 적어 항상 한스러워
各在天一涯(각재천일애) : 각자가 하는 한 끝에 있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又如參與商(우여삼여상) : 다시 삼성과 상성처럼 되었으니
慘慘中膓悲(참참중장비) : 처참하여 속이 아프고 슬프기만 합니다.
驚風吹鴻鵠(경풍취홍곡) : 거친 바람 큰 새에게 불어오니
不得相追隨(부득상추수) : 그대를 쫓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黃塵翳沙漠(황진예사막) : 누런 먼지가 사막을 뒤덮을 것이니
念子何當歸(념자하당귀) : 그대는 어느 때에야 돌아올 지를 생각해봅니다.
邊城有餘力(변성유여력) : 변방에 가셔서 여유가 생기시면
早寄從軍詩(조기종군시) : 종군의 시를 빨리 지어 보내주십시오.
217.송공소부사병귀유강동겸정이백(送孔巢父謝病歸游江東兼呈李白) - 두보(杜甫)
공소보가 병으로 관직을 버리고 강동으로 돌아가 유람하는 것을 전송하며, 아울러 이백에게 드리다
巢父掉頭不肯住(소보도두부긍주) : 소보는 머리를 흔들며 머물려 하지 않고
東將入海隨煙霧(동장입해수연무) : 동으로 장차 바다로 가 안개를 따라가려 한다.
詩卷長留天地間(시권장류천지간) : 시를 적은 두루마리를 세상에 남겨두고
釣竿欲拂珊瑚樹(조간욕불산호수) : 낚싯대 가지고 산호초를 흔들려 하신다.
深山大澤龍蛇遠(심산대택룡사원) : 깊은 산과 큰 못에는 용과 뱀은 멀리 있고
春寒野陰風景暮(춘한야음풍경모) : 봄날 추위에 들판은 어둑하고 해는 저문다.
蓬萊織女回雲車(봉래직녀회운거) : 봉래산 선녀가 구름수레 돌려오고
指點虛無引歸路(지점허무인귀노) : 동쪽 아련한 곳 가리키며 가는 길을 안내한다.
自是君身有仙骨(자시군신유선골) : 본래 그대의 몸에 신선의 골격 있으나
世人那得知其故(세인나득지기고) : 세상 사람들 어찌 그 까닭을 알겠는가.
惜君只欲苦死留(석군지욕고사류) : 그대 아끼노니, 애써 머물게 하고 싶지만
富貴何如草頭露(부귀하여초두노) : 부귀가 어찌 풀끝의 이슬만 하겠는가.
蔡侯靜者意有餘(채후정자의유여) : 채후는 조용한 사람으로 마음이 넉넉하여
淸夜置酒臨前除(청야치주림전제) : 맑은 밤에 술을 차려 뜰 앞의 섬돌에 나왔다.
罷琴惆悵月照席(파금추창월조석) : 거문고 소리 그쳐 서글픈데 달빛은 자리를 비추고
幾歲寄我空中書(기세기아공중서) : 어느 해에나 나에게 신선의 공중 글을 보내려는가.
南尋禹穴見李白(남심우혈견리백) : 남쪽으로 우임금 무덤 찾다가 이백을 만나거든
道甫問訊今何如(도보문신금하여) : 두보가 지금은 어떠하신지 묻더라고 말해주게나.
218.송로육시어입조(送路六侍御入朝) 시어노육이 조정에 들어가는 것을 배웅하며
童稚情親四十年(동치정친사십년) : 40년 된 어릴 적 친한 친구
中間消息两茫然(중간소식량망연) : 그 사이 우리 둘 소식이 망연했으니
更爲後會知何地(경위후회지하지) : 뒷날에 어디서 만날지 더구나 어찌 알리요?
忽漫相逢是别筵(홀만상봉시별연) : 문득 만나자 이것이 송별의 자리라니!
不分桃花紅似錦(불분도화홍사금) : 복숭아꽃이 비단 같은 것도 불만이요
生憎柳絮白于棉(생증류서백우면) : 버들개지 솜 보다 흰 것도 원망스럽네.
劍南春色還無賴(검남춘색환무뢰) : 검남의 봄빛은 믿을게 못 되는구나
觸忤愁人到酒邊(촉오수인도주변) : 근심에 찬 사람을 충동해 술을 찾게 하네.
219.송배이규위영가(送裵二虯尉永嘉) 배위를 영가로 보내며
孤嶼亭何處(고서정하처) : 고서 산 정자는 어디에 있는가?
天涯水氣中(천애수기중) : 먼 하늘 끝 물 기운 속에 있도다.
故人官就此(고인관취차) : 친구는 벼슬길로 그곳에 가는데
絶境興誰同(절경흥수동) : 구석진 지방에서 누구와 함께하나.
隱吏逢梅福(은리봉매복) : 은둔한 관리이라 매복(梅福)을 만나리니
遊山憶謝公(유산억사공) : 산을 노닐면 사영운이 생각나리라.
扁舟吾已僦(편주오이추) : 작은 배를 내가 이미 빌렸으니
把釣待秋風(파조대추풍) : 가을바람 기다려 낚싯대 잡으리라.
220.송원(送遠) 먼 곳으로 전송함
帶甲滿天地(대갑만천지) : 갑옷 입은 병사 천지에 가득한데
胡爲君遠行(호위군원행) : 어찌 그대는 먼 길을 떠나려하는가
親朋盡一哭(친붕진일곡) : 벗들이 모두 통곡을 하는데
鞍馬去孤城(안마거고성) : 말 타고 이 외로운 성을 떠나가는구나.
草木歲月晩(초목세월만) : 초목은 한 해가 늦어 시들고
關河霜雪淸(관하상설청) : 변방의 강에는 눈서리 내려 날은 차가워지리.
別離已昨日(별리이작일) : 이별한 마음이 어제 같다는 시 구절에
因見古人情(인견고인정) : 새삼 옛 친구의 우정을 느낀다.
221.송위서기부안서(送韋書記赴安西)(752年) 안서(安西)로 부임하는 서기(書記) 위씨(韋氏)를 보내며
夫子欻通貴(부자훌통귀) : 선생 갑자기 귀인 되니
雲泥相望懸(운니상망현) : 바라보니 구름과 진흙같이 차이나네.
白頭無藉在(백두무자재) : 늙은 나 위로해 주는 곳 없는데
朱紱有哀憐(주불유애련) : 붉은 인끈 그대가 가엾게 여기네.
書記赴三捷(서기부삼첩) : 그대 書記 부임하여 세 번 이기는데
公車留二年(공거류이년) : 나는 빈 수레로 두해 머물러 있네.
欲浮江海去(욕부강해거) : 강 바다에 배 띄워 떠나려니
此別意蒼然(차별의창연) : 이번 이별에 마음 아득하네.
222.송리교서이십륙운(送李校書二十六韻) 이교서를 전송하는 시 이십육 운
代北有豪鷹(대배유호응) : 대북 땅의 호방한 매새는
生子毛盡赤(생자모진적) : 새끼를 낳으면 털이 모두 붉다.
渥洼騏驥兒(악와기기아) : 악와 강의 준마 새끼는
尤異是虎脊(우리시호척) : 특이한 것이 호랑이 등뼈 같다.
李舟名父子(리주명부자) : 이주는 훌륭한 부모의 자식이라
淸峻流輩伯(청준류배백) : 인품이 청준하여 동년배의 으뜸이다.
人間好少年(인간호소년) : 세상의 훌륭한 젊은이들은
不必須白晳(부필수백석) : 반드시 얼굴이 흴 필요는 없도다.
十五富文史(십오부문사) : 열다섯 살에는 문장과 역사를 공부했고
十八足賓客(십팔족빈객) : 열여덟 살에는 빈객들을 많이 사귀었다.
十九授校書(십구수교서) : 열아홉에는 교서랑을 제수 받고
二十聲輝赫(이십성휘혁) : 스무 살에는 그 명성이 빛났다.
衆中每一見(중중매일견) : 사람들 중 볼 때마다
使我潛動魄(사아잠동백) : 나를 은근히 놀라게 하였다.
私恐二男兒(사공이남아) : 나의 두 아들을 몰래 두려워하나니
辛勤養無益(신근양무익) : 고생하여 길러보아도 무익할까 걱정이다.
乾元元年春(건원원년춘) : 건원 원년 봄날
萬姓始安宅(만성시안댁) : 만 백성이 비로소 편안해지고
舟也衣綵衣(주야의채의) : 이주는 색동옷 입고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告我欲遠適(고아욕원적) : 나에게 멀리 떠난다고 말하였다.
倚門固有望(의문고유망) : 문에 기대어 올 날을 기다릴 것이니
斂衽就行役(렴임취항역) : 옷깃을 여미고 길을 떠나가리라.
南登吟白華(남등음백화) : 남으로 올라 <백화> 시를 읊으니
已見楚山碧(이견초산벽) : 초산의 푸름이 눈에 훤히 보인다.
藹藹咸陽都(애애함양도) : 성대한 함양의 도시에는
冠蓋日雲積(관개일운적) : 사대부들이 날마다 구름처럼 모인다.
何時太夫人(하시태부인) : 태부인께서는 어느 때나 변함없이
堂上會親戚(당상회친척) : 집에서 친척들을 만나신다.
汝翁草明光(여옹초명광) : 그대의 명광전에서 글을 초하시고
天子正前席(천자정전석) : 천자께서는 진정 가까이 하신다.
歸期豈爛漫(귀기개난만) : 돌아올 기약 어찌 늦어 지리마는
別意終感激(별의종감격) : 이별하는 마음은 끝내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顧我蓬屋資(고아봉옥자) : 나를 돌아보면 초가집에나 어울리는데
謬通金閨籍(류통금규적) : 잘못 대궐의 벼슬길에 통하였도다.
小來習性懶(소내습성나) : 어려서 습성이 게으르고
晩節慵轉劇(만절용전극) : 노년에는 게으름이 더욱 심해졌도다.
每愁悔吝作(매수회린작) : 매번 잘못을 저지르고 근심하나니
如覺天地窄(여각천지착) : 천지가 좁은 것을 깨다는 것 같았다.
羨君齒髮新(선군치발신) : 부러워하나니, 그대 치아와 모발 아직 젊은데
行己能夕惕(항기능석척) : 행실은 저녁에도 두려워하는 조심성 있도다.
臨歧意頗切(림기의파절) : 기로에 서니 마음 자못 간절해지니
對酒不能喫(대주부능끽) : 술을 마주하고도 마실 수가 없구나.
廻身視綠野(회신시녹야) : 몸을 돌려 푸른 들판을 바라보니
慘澹如荒澤(참담여황택) : 참담함 황량한 연못 같도다.
老雁春忍饑(노안춘인기) : 늙은 기러기 봄에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哀號待枯麥(애호대고맥) : 애처롭게 소리치며 남은 보리라도 기다린다.
時哉高飛燕(시재고비연) : 때가 되었도다. 높이 나는 제비여
絢練新羽翮(현련신우핵) : 빠르기도하다. 새로 난 날개 죽지는.
長雲濕褒斜(장운습포사) : 긴 구름은 포사 땅을 적시고
漢水饒巨石(한수요거석) : 한수에는 큰 돌도 많단다.
無令軒車遲(무령헌거지) : 수레를 천천히 몰아서
衰疾悲宿昔(쇠질비숙석) : 늙고 병든 몸 옛 이야기로 슬프게 하지 말라.
223.송장십이삼군부촉주인정양시어(送張十二參軍赴蜀州因呈楊侍御) - 두보(杜甫)
장 참군이 촉주 부임을 전송하고, 양 시어에게도 알려드리다
好去張公子(호거장공자) : 잘 가십시오, 장공이시여
通家別恨添(통가별한첨) : 집안이 서로 통하니 이별의 한이 더합니다.
兩行秦樹直(양항진수직) : 좌우의 두 줄의 길에 진나라 나무는 곧고
萬點蜀山尖(만점촉산첨) : 수많은 촉나라 산봉우리 뾰족하기만 합니다.
御史新驄馬(어사신총마) : 양 시어사는 새로 총마를 타셨고
參軍舊紫髥(삼군구자염) : 장 참군은 옛날 붉은 수염 한 진나라 치초 같은 분입니다.
皇華吾善處(황화오선처) : 임금의 사신이 우리와 잘 지내시니
于汝定無嫌(우여정무혐) : 그대에게도 반드시 꺼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224.송채희노도위환롱우인기고삼십오서기(送蔡希魯都尉還隴右因寄高三十五書記) - 두보(杜甫)
도위 채희로가 농우로 귀환하는 것을 전송하고 그 편에 서기관 고적에게 부치며
蔡子勇成癖(채자용성벽) : 채 선생은 용감함이 버릇이 되어
彎弓西射胡(만궁서석호) : 활을 당기면 서쪽으로 오랑캐를 맞힙니다.
健兒寧鬪死(건아녕투사) : 사나이는 싸우다 죽음을 편히 여기고
壯士恥爲儒(장사치위유) : 건장한 사내는 선비 되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官是先鋒得(관시선봉득) : 관직이 선봉장이니
才緣挑戰須(재연도전수) : 재능은 싸움을 거는데 필요합니다.
身輕一鳥過(신경일조과) : 몸의 가벼움은 한 마리 새가 지나가는 듯
槍急萬人呼(창급만인호) : 창사용이 빠름은 수많은 사람 놀라 소리칩니다.
雲幕隨開府(운막수개부) : 군영의 휘장 속에서 개부를 따르고
春城赴上都(춘성부상도) : 봄날의 성으로 장안으로 부임하신다.
馬頭金匼匝(마두금암잡) : 말 머리에는 금빛 장식 빙 둘러져 있고
駝背錦糢糊(타배금모호) : 낙타 등에 비단 장식 눈에 어지럽도록 가득합니다.
咫尺雪山路(지척설산노) : 눈 덮인 산길이 지척에 보이니
歸飛靑海隅(귀비청해우) : 청해의 구석진 곳으로 날듯이 돌아가실 것입니다.
上公猶寵錫(상공유총석) : 상공께서 여전히 총애하시리니
突將且前驅(돌장차전구) : 돌격대장께서는 장차 앞에서 달리실 것입니다.
漢使黃河遠(한사황하원) : 사신에게는 황하가 아득히 먼데
涼州白麥枯(량주백맥고) : 양주 땅에는 흰 보리가 익어 마를 것입니다.
因君問消息(인군문소식) : 당신을 통해서 소식 묻습니다.
好在阮元瑜(호재완원유) : 완 원유께서는 잘 지내시는 지를
225.송한림장사마남해늑비(送翰林張司馬南海勒碑) 남해로 비문을 새기러 가는 한림 장사마를 전송하며
冠冕通南極(관면통남극) : 조정의 관리 남쪽 끝 지방으로 가는데
文章落上台(문장낙상태) : 문장이 제상에게 맡겨졌다.
詔從三殿去(조종삼전거) : 삼전 전각에서 조서가 나아가
碑到百蠻開(비도백만개) : 비문이 백만의 지역에서 열리는구나.
野館穠花發(야관농화발) : 들판의 여각에 꽃은 짙게 피었고
春帆細雨來(춘범세우내) : 봄 돛단배에 가랑비 내린다.
不知滄海使(부지창해사) : 난 모르겠노라, 푸른 바다로 보낸 사신
天遣幾時廻(천견기시회) : 하늘은 어느 때에야 돌려보내주시려나.
226.송한십사강동근성(送韓十四江東覲省) 한 십사를 만나보고 강동으로 보내다
兵戈不見老萊衣(병과불견노래의) : 전쟁 중이라 노래자의 재롱을 보지 못 하니
歎息人間萬事非(탄식인간만사비) : 탄식하노라 인간만사가 다 그릇되었음을
我已無家尋弟妹(아이무가심제매) : 나에게는 집도 없어 남동생과 여동생들 찾고 있는데
君今何處訪庭闈(군금하처방정위) : 그대는 지금 어디에서 부모님을 찾고 있는가?
黃牛峽靜灘聲轉(황우협정탄성전) : 황우협 고요한데 물소리 여울진다.
白馬江寒樹影稀(백마강한수영희) : 백마강물 차가운데 나무 그림자는 드물다.
此別應須各努力(차별응수각노력) : 이제 서로 떠나면 각자 노력해야하나니
故鄕猶恐未同歸(고향유공미동귀) : 고향에는 여전히 돌아가지 못 할 것 같아라
227.수(愁) 근심
江草日日喚愁生(강초일일환수생) : 강가의 풀은 나날이 수심을 불러오고
巫峽泠泠非世情(무협령령비세정) : 무협의 맑은 물은 세상의 정은 아니더라.
盤渦鷺浴底心性(반와노욕저심성) : 소용돌이 여울에서 멱 감는 백로는 무순 심사
獨樹花發自分明(독수화발자분명) : 외로운 나무에 꽃이 피니 저절로 선명하도다.
十年戎馬暗南國(십년융마암남국) : 십년 오랑캐 전쟁에 남방이 어둡고
異域賓客老孤城(이역빈객노고성) : 이역만리 떨어진 나그네 외로운 성에서 늙는다.
渭水秦山得見否(위수진산득견부) : 위수와 태산를 돌아가 볼 수나 있을까?
人今罷病虎縱橫(인금파병호종횡) : 이제야 병이 그쳤지만 호랑이가 횡행하는구나.
228.수고사군상증(酬高使君相贈) 고사군에게 화답하여주다
古寺僧牢落(고사승뢰락) : 옛 절이라 스님이 적어 쓸쓸하고
空房客寓居(공방객우거) : 빈 방에 나그네 처지로 산다네.
故人供祿米(고인공록미) : 친구들이 녹으로 받은 쌀을 보내오고
隣舍與園蔬(린사여원소) : 이웃집에서는 밭의 채소를 준다네.
雙樹容聽法(쌍수용청법) : 법당에서는 부처님 설법을 들을 수 있고
三車肯載書(삼거긍재서) : 세 수레는 불경을 기꺼이 실어오네
草玄吾豈敢(초현오기감) : 양웅처럼 태현경을 어찌 감히 지으리오마는
賦或似相如(부혹사상여) : 글 짓는 일이라면 상여정도는 될 듯하네.
229.수노별(垂老別) 늙어서의 이별
四郊未寧靜(사교미녕정) : 사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垂老不得安(수노부득안) : 늙은이조차 편안할 수가 없네.
子孫陣亡盡(자손진망진) : 자손들이 모두 전사 했건만
焉用身獨完(언용신독완) : 어찌 이 몸 홀로 온전하길 바라리.
投杖出門去(투장출문거) : 지팡이 던지고 전선 향해 문을 나서니
同行爲辛酸(동항위신산) : 동행도 나를 보며 맘 아파하네.
幸有牙齒存(행유아치존) : 다행히 치아는 남아 있지만
所悲骨髓乾(소비골수건) : 슬픈 것은 골수가 말라버린 것
男兒旣介胄(남아기개주) : 사나이 이미 군복을 입었으니
長揖別上官(장읍별상관) : 길게 경례하고 상관과 이별하네.
* 垂老 : 늘그막 * 四郊 : 사방의 교외 * 寧靜 : 편안하고 조용함. * 不得安 : 편안치 못함 * 亡盡 : 전사
* 焉用 : 어찌 하겠느냐? * 辛酸 : 가슴 아프게 여김 * 所悲 : 슬프게도 * 介胄(개주) : 갑옷과 투구. * 長揖 : 군대식 경례
늙은 몸으로 징용되여 싸움터로 나가는 서러움을 읊고 있다. 자식까지 전사한 처지에 늙은 몸이 홀로 살아 있느냐 하며 지팡이 던지고 군복을 입고 나서는 서글픔을 표현하고 있다.
老妻臥路啼(노처와노제) : 늙은 처는 길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歲暮衣裳單(세모의상단) : 세모에 여전히 홑옷을 입고 있네.
孰知是死別(숙지시사별) : 누가 알랴 이것이 사별이 될지
且復傷其寒(차복상기한) : 추위에 떨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此去必不歸(차거필부귀) : 이제 가면 분명 돌아오지 못할 텐데
還聞勸加餐(환문권가찬) : 더 먹고 가라 권하는 아내의 목이 메이네.
土門壁甚堅(토문벽심견) : 토문관 성벽은 아주 견고하고
杏園度亦難(행원도역난) : 행원나루 역시 건너오기 어려우니
勢異鄴城下(세이업성하) : 업성의 전투 때와는 형세도 다르니
縱死時猶寬(종사시유관) : 죽게 되더라도 아직 시간은 있겠지
人生有離合(인생유리합) : 인생에는 헤어짐과 만남이 있으니
豈擇衰盛端(개택쇠성단) : 어찌 젊고 늙은 때를 가리겠나.
* 衣裳單 : 홑옷 * 且復 : 거듭 * 傷其寒 : 추이에 떠는 처 가슴 아파. * 還聞 : 처의 말을 듣는다.
* 勸加餐 : 더 들라고 권함. * 土門 : 하북성의 한 관문 * 杏園 : 하남성의 행원지. * 勢異 : 세가 다르다
* 鄴城下 : 업성에서 싸울 때 * 縱死 : 설사 죽는다 해도 * 時猶寬 : 시간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음
* 豈擇 : 어찌 택하랴 * 衰盛端 : 늙고 젊을 가리지 않음
떠나는 남편 앞에 늙은 처 통곡하며 다시는 못 올 텐데 더 먹고 가라고 목이 메인다.
세모에 홑옷입고 떨고 있는 처를 생각하고 가슴 아파하며 용기를 내여 가는 곳 요새는 견고하니 안심하라며 늙고 젊음을 가릴 때가 아니라고 자탄한다.
憶昔少壯日(억석소장일) : 예전의 젊은 날을 생각해보며
遲廻竟長嘆(지회경장탄) : 머뭇머뭇 주저하다 길게 탄식하네.
萬國盡征戍(만국진정수) : 온 나라가 온통 전쟁에 휘말리어
烽火被岡巒(봉화피강만) : 봉화가 모든 산을 뒤덮었으니
積屍草木腥(적시초목성) : 시체 쌓여 초목에선 피비린내 나고
流血川原丹(유혈천원단) : 흐르는 피로 내와 들이 붉게 젖었네.
何鄕爲樂土(하향위낙토) : 어느 마을에 간들 낙토가 있을까 마는
安敢尙盤桓(안감상반환) : 어찌 아직도 이리 맴돌고 서성거리나
棄絶蓬室居(기절봉실거) : 옹색한 살림이나마 두고 가려니
傝然摧肺肝(탐연최폐간) : 흑 더미 문어지듯 가슴이 메이네.
* 憶昔 : 옛날을 생각함 * 遲廻 : 머뭇거리고 주저함 * 征戍 : 방비함 * 岡巒 : 산과 언덕 * 積屍 : 시체가 싸임
* 腥 : 피비린내 남 * 川原丹 : 강과 들이 붉게 * 安敢 : 어찌 그대로 있겠느냐 * 盤桓 : 맴 돈다 * 棄絶 : 딱 끊음
* 蓬室居 : 초가집 살림 * 傝然 : 불안한 흑 더미 * 摧 : 꺾임
머뭇거리는 노인의 머리에는 젊은 날의 추억이 떠오르는 감회가 뒤섞여 늙은 아내를 두고 가는 아픔을 뒤로하고 전쟁의 피로 물든 세상에 작은 힘이 되고자 나선다. 그러나 흑 더미가 무너지듯 가슴이 메인다. 전화에 휩싸여 노소불문 총동원하여 전란을 막아 보지만 죽음이라는 인명 피해와 피비린내 나는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명작이다. 역사는 수많은 전화가 되풀이 되면서 이러한 전화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 중 삼리(三吏)는 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은 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230.수마항(瘦馬行) 마른 말의 노래
東郊瘦馬使我傷(동교수마사아상) : 동쪽 교외의 마른 말이 날 슬프게 하니
骨骼硉兀如堵牆(골격률올여도장) : 골격이 우둑 솟아 담장 같구나.
絆之欲動轉欹側(반지욕동전의측) : 묶어 두려니 움직여 더욱 기울어지니
此豈有意仍騰驤(차개유의잉등양) : 이런 상황에 어찌 뛰어오를 마음이 날까.
細看六印帶官字(세간륙인대관자) : 여섯 도장 살펴보니 <관>자가 붙어있는데
衆道三軍遺路旁(중도삼군유노방) : 삼군이 길가에 내버린 것이라 사람들은 말한다.
皮乾剝落雜泥滓(피건박낙잡니재) : 가죽은 말라버려 진흙이 섞여있고
毛暗蕭條連雪霜(모암소조련설상) : 털의 어두운 빛 생기 없어 눈서리 연이었구나.
去歲奔波逐餘寇(거세분파축여구) : 지난 해, 달려오는 파도처럼 도적 잔당 쫓으니
驊騮不慣不得將(화류부관부득장) : 화류 같은 명마에는 미숙하여 부릴 수도 없었구나.
士卒多騎內廐馬(사졸다기내구마) : 궁중의 말을 타 본 많은 병사들에게
惆悵恐是病乘黃(추창공시병승황) : 슬프게도 이 말은 병든 승황일 것이다.
當時歷塊誤一蹶(당시력괴오일궐) : 당시에 진흙탕 건너다가 잘못 헛디뎌서
委棄非汝能周防(위기비여능주방) : 버려졌으니, 네가 어찌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見人慘澹若哀訴(견인참담야애소) : 사람들이 쳐다보니 참담하여 슬픈 호소하는 듯
失主錯莫無晶光(실주착막무정광) : 주인 잃어 착막하여 눈에는 밝은 빛이 없도다.
天寒遠放雁爲伴(천한원방안위반) : 차가운 날 멀리 추방되니 기러기가 짝이 되고
日暮不收烏啄瘡(일모부수오탁창) : 날이 저물어도 거두지 않아 까마귀가 상처를 쪼는구나.
誰家且養願終惠(수가차양원종혜) : 누구네 집에서 길러주어 끝까지 은혜 베풀어
更試明年春草長(경시명년춘초장) : 명년 봄날 풀 자랄 때, 다시 시험해주겠는가.
231.수맹운경(酬孟雲卿) 맹운경에게 답하다
樂極傷頭白(낙극상두백) : 환락이 극하니 희어진 머리에 마음 아파
更長愛燭紅(경장애촉홍) : 밤 깊어가니 촛불의 붉은 불빛 애석하여라.
相逢難袞袞(상봉난곤곤) : 서로 만나도 오래 함께 지내기 어려우니
告別莫匆匆(고별막총총) : 이별의 시간을 결코 서두르지 말자꾸나.
但恐天河落(단공천하낙) : 다만 은하수 떨어져 날 밝음이 두렵나니
寧辭酒盞空(녕사주잔공) : 어찌 술잔을 비움을 사양하리오.
明朝牽世務(명조견세무) : 내일 아침이면 세상일에 끌리어
揮淚各西東(휘누각서동) : 눈물을 닦으며 각자 동서로 떠나게 될 것을.
232.수함견심 이수(水檻遣心 二首) 물가 난간에서 마음을 풀다.
其一
去郭軒楹敞(거곽헌영창) : 성곽에서 떨어져 있어 처마와 기둥 탁 트이고
無村眺望賖(무촌조망사) : 마을 없어 멀리까지 보인다.
澄江平少岸(징강평소안) : 맑은 강은 평평하여 언덕 줄어들고
幽樹晩多花(유수만다화) : 그윽한 나무는 저녁이라 꽃 많다.
細雨魚兒出(세우어아출) : 가랑비에 물고기 펄떡이고
微風燕子斜(미풍연자사) : 미풍에 제비 비껴 나누나.
城中十萬戶(성중십만호) : 성 안은 십만 호인데
此地兩三家(차지량삼가) : 이곳은 두 세 가구.
其二
蜀天常夜雨(蜀天常夜雨) : 촉 지역 하늘 자주 밤비 내리는데
江檻已朝晴(江檻已朝晴) : 강 난간은 이미 맑은 아침이구나.
葉潤林塘密(葉潤林塘密) : 잎사귀 젖어 숲과 연못에 빽빽하고
衣乾枕席淸(衣乾枕席淸) : 옷은 말라 잠자리가 시원하다.
不堪祗老病(不堪祗老病) : 다만 늙고 병듦을 감당하지 못하니
何得尙浮名(何得尙浮名) : 어찌 아직도 헛된 명성 얻고자 하겠는가?
淺把涓涓酒(淺把涓涓酒) : 졸졸 흐르는 술 따라 쥐고
深憑送此生(深憑送此生) : 깊이 의지하여 이 삶을 보내노라.
* 이 두 편의 연작시는 얼핏 보면 두 편의 다른 시라고 볼 수 있다. 마치 도연명이나 왕유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주변 경물을 읊으며 그 안에서의 자신의 삶을 그려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작품을 인지 시학적 관점으로 분석해 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이 연작시의 연결점은 '이 곳(此地)'이다. 제 1수에서 묘사되어지는 장소인 이곳은 제 2수에서 '촉 지역(蜀)'으로 연결되며, 마지막 '이 삶(此生)'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맺음 된다. 그리고 연결된 두 작품을 이어 보았을 때, 제 1수 자체는 배경이 되고, 2수가 전경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형상을 보인다.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1수와 2수의 시상 배치가 전경-배경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33.숙부(宿府) 장군의 막부에서 묵으며
淸秋幕府井梧寒(청추막부정오한) : 맑은 가을 막부 우물가 오동나무는 차가운데
獨宿江城蠟炬殘(독숙강성납거잔) : 강성에 홀로 자려니 촛불은 가물가물
永夜角聲悲自語(영야각성비자어) : 긴 밤 호각소리, 슬픔을 스스로 말하는 듯
中天月色好誰看?(중천월색호수간 : 중천의 달빛 좋다 해도 뉘와 바라보리요.
風塵荏苒音書絶(풍진임염음서절) : 지루한 전쟁에 고향 소식도 끊어지고
關塞蕭條行陸難(관새소조행륙난) : 쓸쓸한 변방은 육로 통행도 어려워라
已忍伶俜十年事(이인령빙십년사) : 이미 영락하여 견뎌온 쓸쓸한 세월 십년
强移棲息一枝安(강이서식일지안) : 억지로 옮겨 한 가지에 깃드니 편안하노라.
이 시는 광덕 2년 가을 엄무의 막부에 있을 때 지은 것이다. 막부에서 홀로 잠을 자며 느낀 감회를 적었다. 오랜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를 전전하는 자신의 고달픈 삶에 대한 동정이 드러난다.
234.숙찬공방(宿贊公房) 찬공스님의 방에 묵으며
杖錫何來此(장석하내차) : 석장 짚고 언제 여기 오셨는가?
秋風已颯然(추풍이삽연) : 가을바람 이미 을씨년스러워라.
雨荒深院菊(우황심원국) : 깊숙한 절집 국화 비 맞아 황량하고
霜倒半池蓮(상도반지련) : 연못에 절반이나 되는 연꽃이 서리에 꺾였소.
放逐寧違性(방축녕위성) : 내쫓겨진들 어찌 본성이야 어기리오.
虛空不離禪(허공부리선) : 빈 마음이라 참선에서 떠나지 않는다오.
相逢成夜宿(상봉성야숙) : 서로 만나 밤잠을 같이 자니
隴月向人圓(농월향인원) : 농산(隴山)의 달이 참으로 둥글기도 하네.
* 錫杖 : 승려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 * 隴月 : 농산의 밝은 달.
235.술회(述懷) 감회를 풀다
去年潼關破(거년동관파) : 지난해 동관이 함락된 이래
妻子隔絶久(처자격절구) : 처자와 떨어진지 오래였거늘
今夏草木長(금하초목장) : 이번 여름 초목 욱어진 틈에
脫身得西足(탈신득서족) : 탈출하여 몰래 서쪽으로 가
麻鞋見天子(마혜견천자) : 집신을 신은채로 천자를 알현할 때
衣袖見兩肘(의수견양주) : 옷소매 떨어져 팔꿈치 내보이네.
朝廷愍生還(조정민생환) : 조정은 내 생환 연민해 주었고
親故傷老醜(친고상노추) : 옛 벗은 늙은 이 몸 동정해 주었네.
涕淚受拾遺(체루수습유) : 눈물로 좌습유의 벼슬 받으니
流離主恩厚(유리주은후) : 유랑한 나에게는 과중한 은총이라
柴門雖得去(시문수득거) : 당장에 싸리문 내 집 갈수 있으나
未忍卽開口(미인즉개구) : 차마 입 벌여 가겠다할 수 없네.
* 去年 : 756년 작년 * 潼關破 : 협서성 관문이 반군에 함락 * 隔絶久 : 떨어진지 오램
* 脫身 : 탈출. 숙종이 있는 鳳翔으로 * 麻鞋 : 삼으로 만든 짚신 * 衣袖 : 옷소매 * 兩肘 : 양 소매
* 愍 : 불쌍히 여김 * 親故 : 친한 벗 * 傷老醜 : 추한 늙은이 상심함 * 涕淚 : 눈물 흘리다
* 拾遺 : 임금에 간언하는 벼슬 * 柴門 : 싸리문(두보의집). * 未忍 : 차마
寄書問三川(기서문삼천) : 서신 보내 삼천(고향마을)을 물어보나
不知家在否(부지가재부) : 내 집이 있는지 없는지 알 길 없고
比聞同罹禍(비문동리화) : 전란에 휩쓸려 화를 입었다 들었고
殺戮到鷄狗(살육도계구) : 닭과 개마저 도 다 죽였다 하니
山中漏茅屋(산중누모옥) : 산중의 비새는 초가 내 집에
誰後依戶牖(수후의호유) : 창문가에 누가 기대여 서 있을까?
摧賴蒼松根(최회창송근) : 혹은 푸른 소나무 밑에 묻혔을까?
地冷骨未朽(지냉골미후) : 땅이 차니 뼈는 아직 썩지 않았으리.
幾人全性命(기인전성명) : 전란에 생명 보전할 사람 몇이며
盡室豈相偶(진실개상우) : 집안이 함께 단란할 수 있을 런지
* 寄書 : 편지 띠움 * 三川 : 부주의 三川현 羌忖(두보의 집) * 比聞 : 듣건대
* 同罹禍 : 남들과 같이 화를 입음 * 殺戮 : 죽였음 * 漏茅屋 : 비새는 초가집. * 誰後 : 누가
* 依戶牖 : 창문에 기대있음 * 摧賴 : 부서지고 헝클어짐 * 未朽 : 썩지 않음
* 全性命 : 생명을 보전함 * 盡室 : 가족이 다함께 * 相偶 : 서로 마주하여
嶔岑猛處場(금잠맹처장) : 흉악한 반군이 휩쓸은 내 집 쪽을
鬱結廻我遂(울결회아수) : 고개 돌려 바라보니 가슴만 답답하네.
自寄一封書(자기일봉서) : 집으로 서신 한번 보낸 지
今已十月後(금이십일후) : 이미 열 달이 넘었거늘
反畏消息來(반외소식래) : 소식이 오지 않아 도리어 겁이 나고
寸心亦何有(촌심역하유) : 작은 가슴 녹아 없어지는 듯하다.
漢運初中興(한운초중흥) : 이제 당나라 국운 다시 흥할 것이니
生平老耽酒(생평노탐주) : 평생 즐기던 술 마음 것 마시리.
沈思歡會處(심사횐회처) : 즐거운 술자리에서 깊이 생각 하노라니
恐作窮獨叟(공작궁독수) : 다만 궁핍하여 홀로 늙을까 걱정이네.
* 嶔岑) : 산이 높고 험하다. 흉악함. * 猛處場 : 반군이 날뛰는 곳(두보의 집 있는 쪽). * 鬱結 : 망막하고 얽힘
* 今已十月後 : 반군에 억류 시 서신 띠운 지 10월이 지나. * 反畏 : 도리어 겁이 남 * 寸心 : 작은 마음
* 何有 : 마음자체가 없는듯하다. * 漢運 : 나라의 운(唐) * 初中興 : 숙종이 새로 등극하여 중흥함
* 耽酒 : 술을 즐김. * 歡會處 : 모여 즐기는 자리 * 窮獨叟 : 궁핍한 늙은이
반군치하 장안을 탈출하여 숙종이 있는 봉상(鳳翔)으로 가서 남루한 옷과 집신을 신은채로 임금을 알현하니 좌습유(左拾遺)의 벼슬을 받고 전시의 비참함과 이산가족을 걱정하는 감회를 번득이는 술어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236.승침팔장동미제선부원외랑(承沈八丈東美除膳部員外郎) - 두보(杜甫)
침어른께서 선부원외랑에 제수된 소식을 받고
今日西京掾(금일서경연) : 오늘날 서경의 아전들이
多除南省郎(다제남생낭) : 난성의 낭관에 많이 제수되었습니다.
通家惟沈氏(통가유침씨) : 우리집안과 내왕 있는 집안은 침씨네 뿐
謁帝似馮唐(알제사풍당) : 황제를 알현하게 됨이 한나라 풍당과 같습니다.
詩律羣公問(시률군공문) : 시율의 수준은 어른들이 물어보는 수준이고
儒門舊史長(유문구사장) : 집안은 유가의 가문으로 예부터 오래되었습니다.
淸秋便寓直(청추편우직) : 맑은 가을날 당직서기에 편한데
列宿頓輝光(열숙돈휘광) : 늘어선 여러 별들이 돌연 빛을 뿜습니다.
未暇申安慰(미가신안위) : 축하의 안부를 여쭐 겨를도 없는데
含情空激揚(함정공격양) : 정을 머금고 공연히 기뻐 뜁니다.
司存何所比(사존하소비) : 맡으신 직분은 어디에다 견줄 수 있을까요.
膳部黙悽傷(선부묵처상) : 선부외랑을 생각하니 말없이 슬퍼집니다.
貧賤人事略(빈천인사략) : 가난하고 천하여 사람의 도리도 생략하고
經過霖潦妨(경과림료방) : 찾아가는 길이 장마 비로 방해받고 있습니다.
禮同諸父長(예동제부장) : 갖추는 예는 집안 삼촌처럼 어른 대접하는데
恩豈布衣忘(은개포의망) : 어찌 벼슬 못한 몸으로써 잊을 수 있겠습니까?
天路牽騏驥(천노견기기) : 높은 벼슬길에서 천리마를 끌게 되시고
雲臺引棟梁(운대인동량) : 구름 닿는 높은 누대에서 동량을 끌어들이십니다.
徒懷貢公喜(도회공공희) : 친구의 벼슬에 기뻐한 공우의 기쁨을 떠올리며
颯颯鬢毛蒼(삽삽빈모창) : 쇠락하게도 귀밑머리만 희끗해집니다.
237.시요노아단(示獠奴阿段) 오랑캐 종 아단에게 보여주다
山木蒼蒼落日曛(산목창창낙일훈) : 나무는 검푸르고 지는 해에 어득하니
竹竿裊裊細泉分(죽간뇨뇨세천분) : 대통이 간들간들 가는 샘물 흘러내린다.
郡人入夜爭餘瀝(군인입야쟁여력) : 고을 사람들 밤들어 물 받기를 다투고
豎子尋源獨不聞(수자심원독부문) : 내 종도 물줄기 찾아 불러도 기척 없구나.
病渴三更廻白首(병갈삼경회백수) : 당뇨병이라 한밤에 머리 돌려 찾아도
傳聲一注濕靑雲(전성일주습청운) : 한 줄기 물소리 들려도 하늘만 적신다.
曾驚陶侃胡奴異(증경도간호노리) : 도간의 종과는 다름에 놀라기도 하지만
怪爾常穿虎豹羣(괴이상천호표군) : 물을 찾아 호랑이 소굴을 뚫고 다님이 이상해서야.
238.시월일일(十月一日) 10월 1일
有瘴非全歇(유장비전헐) : 더운 기운이 전부 그치지 않으니
爲冬不亦難(위동불역난) : 겨울이 됨은 또 어렵지 아니한가.
夜郞溪日暖(야랑계일난) : 야랑 땅에는 개울가의 해가 덥고
白帝峽風寒(백제협풍한) : 백제성에는 골짜기의 바람 서늘하다.
蒸裹如千室(증과여천실) : 찐 살이 천 채의 집과 같고
焦糖幸一盤(초당행일반) : 그을린 엿은 행여 한 쟁반이다.
玆辰南國重(자진남국중) : 이때를 남국을 귀중하게 여겨
舊俗自相歡(구속자상환) : 옛 풍속을 절로 서로 즐겨 하여라.
239.시종손제(示從孫濟) 종손자인 제에게
平明跨驢出(평명과려출) : 날이 밝아 나귀 타고 길을 나서니
未知適誰門(미지적수문) : 누구에 집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權門多噂沓(권문다준답) : 권세 있는 집안에는 사람들이 모여드니
且復尋諸孫(차복심제손) : 다시 또 집안 종손자에게나 가자.
諸孫貧無事(제손빈무사) : 종손자는 가난하여 아무 할 일도 없어
宅舍如荒村(댁사여황촌) : 집은 마치 황폐한 고을 같다.
堂前自生竹(당전자생죽) : 당 앞에는 대나무가 저대로 자라고
堂後自生萱(당후자생훤) : 당 뒤에는 원추리가 저대로 자란다.
萱草秋已死(훤초추이사) : 원추리는 가을이라 이미 죽어있고
竹枝霜不蕃(죽지상부번) : 대나무 가지는 서리 내려 무성하지 않다.
淘米少汲水(도미소급수) : 쌀을 이는 데는 물을 조금 길어라
汲多幷水渾(급다병수혼) : 많이 길으면 아울러 우물이 혼탁해진다.
刈葵莫放手(예규막방수) : 아욱을 벨 때는 손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放手傷葵根(방수상규근) : 손을 함부로 놀리면 아욱의 뿌리가 상한다.
阿翁懶惰久(아옹나타구) : 아 할애비는 게을러진 지가 이미 오래
覺兒行步奔(각아항보분) : 어린 너의 행동이 분망하게 느껴지는구나.
所來爲宗族(소내위종족) : 내가 자네를 찾아온 것은 일가의 일 때문이지
亦不爲盤餐(역부위반찬) : 또한 밥 먹으러 온 것은 아니란다.
小人利口實(소인리구실) : 소인배들은 구실 걸기를 좋아하니
薄俗難具論(박속난구논) : 각박한 풍속이야 다 논하기도 어렵구나.
勿受外嫌猜(물수외혐시) : 바깥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는 받아들이지 말아라
同姓古所敦(동성고소돈) : 일가친척은 예부터 돈독해야 하는 것이다.
240.신안리(新安吏) 병사 차출에 가슴 미어지지만 지휘관이 그들을 잘 건사할 테니 걱정 마시라
客行新安道(객행신안도) : 나그네가 신안의 길을 가다가
喧呼聞點兵(훤호문점병) : 떠들썩하게 병졸을 점호하는 소리를 들었다.
借問新安吏(차문신안리) : 신안의 관리에게 물었네.
縣小更無丁(현소갱무정) : 고을이 작아 장정이 더는 없지요?
府帖昨夜下(부첩작야하) : 지난 밤 관청에서 공문이 내려왔는데
次選中男行(차선중남행) : 다음으로 미성년자를 뽑아 보내랍니다.
中男絶短小(중남절단소) : 저 아이들은 저리 작고 어린데
何以守王城(하이수왕성) : 어떻게 왕성을 지켜낼 수 있을꼬?
肥男有母送(비남유모송) : 뚱뚱한 저 아이는 엄마가 배웅 나왔는데
瘦男獨伶俜(수남독령빙) : 여윈 저 아이는 홀로 외롭구나.
白水暮東流(백수모동류) : 흰 강물은 저녁 무렵 동쪽을 흐르고
靑山猶哭聲(청산유곡성) : 푸른 산에는 아직도 곡소리가 메아리친다.
莫自使眼枯(막자사안고) : 스스로 눈물 마르게 하지 말고
收汝淚縱橫(수여루종횡) : 이제 솟구치는 그대 눈물을 거두시오
眼枯却見骨(안고각견골) : 눈이 마르고 뼈가 드러나더라도
天地終無情(천지종무정) : 천지는 끝끝내 무정할 뿐이라오.
我軍收相州(아군수상주) : 아군이 상주를 수복 했다 길래
日夕望其平(일석망기평) : 밤낮으로 이 난리가 평정되기를 기다렸는데
豈意賊難料(기의적난료) : 어찌 알았으랴, 적의 세력 강하여
歸軍星散營(귀군성산영) : 패전한 군사들 흩어져 돌아올 줄을
就糧近故壘(취량근고루) : 군량미를 따라 옛 진지 근처
練卒依舊京(연졸의구경) : 옛 수도를 근거지로 병졸들을 훈련시킨다오.
掘壕不到水(굴호불도수) : 참호를 파도 물이 나올 정도로 파는 것은 아니며
牧馬役亦輕(목마역역경) : 말을 먹이는 일 또한 힘들지 않다오.
況乃王師順(황내왕사순) : 더구나 관군은 순리를 따르는 군대
撫養甚分明(무양심분명) : 잘 먹이고 보살펴 줄 것이 아주 분명하니
送行勿泣血(송행물읍혈) : 보내며 피눈물 흘리지 마오.
僕射如父兄(복사여부형) : 지휘장수는 부형과 같은 분이라오.
* 新安縣 : 하남성 신안현 * 喧呼 : 시끄럽게 떠든다. * 點兵 : 장정을 헤아림. * 借問 : 잠간 물어봄
* 無丁 : 장정은 더없음. * 中男 : 백성을 黃. 小 .中. 丁. 老. 등 5 단계로 나눔, 그중의 중남. * 絶 : 몹시
* 瘦男 : 마른 장정 * 伶俜 : 외롭게 비틀거림. * 白水 : 희미하게 반사하는 강물 * 莫 : 하지 말라 * 見骨 : 뼈가 보임
두보가 신안의 한 마을을 지날 때 불안하게 떠들썩 함을 보고 관리에게 물으니 장정이 이미 징발되어 없는데 어린 청소년을 다음 차례로 뽑아가며, 남은 가족들의 애를 태우는 참상을 묘사하고 있다 .
* 相州 : 반군의 근거지였음 * 豈憶 : 뜻밖에도 * 難料 : 예측하기 어렵다 * 歸軍 : 패해 돌아온 군
* 星散營 : 별같이 흩어져 제 진영으로 옴 * 就糧 : 식량을 비음 * 故壘) : 옛 보루 * 舊京 : 낙양 * 掘壕 : 참호를 팜.
* 不到水=물이 나오지 않을 만큼 얕게 * 王師順 : 관군은 순리에 어긋나지 않음 * 撫養 : 아끼고 보양함
* 僕射 : 지휘관(郭子儀를 칭함)
반란군토벌에 실패한 관군을 추가로 동원하는 백성들의 수난을 보고 재탈환을 위한 고된 훈련을 할 때에는 잘 먹이고 사랑으로 훈련을 선도하여 좋은 관군으로 거듭 날것이라고 지휘관을 믿으며 마음을 놓으라고 위로 하고 있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 중 삼리(三吏)는 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은 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241.신우(晨雨) 새벽 비
小雨晨光內(소우신광내) : 희미한 여명 속에 가랑비 내려
初來葉上聞(초래엽상문) : 잎 위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듣네.
霧交才灑地(무교재쇄지) : 운무 속에서 땅으로 내리는 비는
風逆旋隨雲(풍역선수운) : 바람에 밀려 구름 따라 허공을 나네.
暫起柴荆色(잠기시형색) : 잠깐 사이 사립과 울 빛깔 선명해지고
輕沾鳥獸群(경점조수군) : 날짐승과 길짐승들 깃과 털을 적시네.
麝香山一半(사향산일반) : 사향산 반 남짓 보이지가 않더니
亭午未全分(정오미전분) : 한 낮이 되도록 제 모습 다 볼 수 없네.
* 小雨(소우) : 이슬비. 가랑비. 안개비.
* 晨光(신광) : 여명. 새벽빛. 도잠(陶潛)은 「歸去來辭」에서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길가는 이에게 남은 가야 할 길 물어보며 / 아침빛이 밝는 것을 아쉬워하네)’라고 읊었다.
* 柴荆(시형) : 사립문을 만든 작은 나무를 가리킨다. 구조오(仇兆鰲)는 이 시에 대한 주를 달면서 ‘柴荆小木也(기형은 작은 나무다)’라고 했다. ‘자형(紫荆 -박태기나무)’으로 쓴 자료도 있다.
* 麝香山(사향산) : 쓰촨성(四川省) 봉절현(奉節縣) 동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양신(楊愼)은 「竹枝詞」에서 ‘魚復浦邊曬網去, 麝香山上打柴回(젖은 그물 말리러 어복포로 나가고 / 사향산 올라가 땔나무 해서 돌아오네)’라고 읊었다.
242.신혼별(新婚別) 신혼의 이별
兎絲附蓬麻(토사부봉마) : 새삼 덩굴이 삼에 엉켜 자라면
引蔓故不長(인만고부장) : 줄기가 길게 뻗지 못하듯
嫁女與征夫(가녀여정부) : 출정하는 사람에게 딸을 시집보냄은
不如棄路傍(불여기로방) : 길가에 내버림만 못하다고 합니다.
結髮爲夫妻(결발위부처) : 머리 올리고 부부가 되었으나
席不煖君牀(석불난군상) : 부부의 잠자리가 따듯해지기도 전에
暮婚晨告別(모혼진고별) : 저녁에 혼례하고 새벽에 작별하게 되니
無乃太忽忙(무내태총망) : 이렇게 성급하고 허무한 일이 어디 있나요.
君行雖不遠(군행수불원) : 그대는 비록 멀지 않은 곳이라고는 하나
守邊赴河陽(수변부하양) : 하양의 변두리를 지키러 가시겠지요.
* 新婚別 : 신혼직후 이별함(남편의 징집으로) * 兎絲 : 토사덩굴. * 蓬麻 : 다북쑥과 삼 * 引蔓 : 덩굴을 잡아당김
* 嫁女 : 딸을 시집보냄. * 與征夫 : 출정하는 장정 * 棄路傍 : 길가에 버림 * 結髮 : 마리를 얹음 * 暮婚 : 저녁에 결혼
* 晨告別 : 새벽에 이별 * 無乃 : ~가 아니냐? * 忽忙 : 다급하고 허무함 * 赴河陽 : 하양으로 감
신혼부부의 이별을 신부 입장에서 읊었다. 출정하는 전날 시집오는 애처로운 신부의 처지를 현장이 보이듯이 묘사했다. 첫날밤 부부의 침상이 데워지기도 전에 새벽에 작별하는 이 부부
妾身未分明(접신미분명) : 첩의 신분 분명치 않아
何以拜姑嫜(하이배고장) : 시부모께 어떻게 절하나
父母養我時(부모양아시) : 부모님 나를 기르실 때
日夜令我藏(일야령아장) : 밤낮 나를 집안에만 가두시고
生女有所歸(생녀유소귀) : 자란 딸 시집보내며
雞狗亦得將(계구역득장) : 닭과 개도 데려가게 하시더라.
君今死生地(군금사생지) : 낭군은 지금 생사의 갈림길이라
沈痛迫中腸(침통박중장) : 침통함이 창자까지 밀려오나니
誓欲隨君去(서욕수군왕) : 맹세코 낭군 가시는 길 따르면
形勢反蒼黃(형세반창황) : 형세가 어수선하여 나빠지리라.
*未分明 : 남편이 없는 시집의 어색함 * 姑 : 시부모 * 有所歸 : 시집가다 * 鷄狗亦得將 : 닭이나 개도 짝이 있는데.
* 迫中腸 : 창자에 아픔이 밀어 닥친다 * 反 : 도리어. * 蒼黃 : 어스선하고 혼란스럽다
남편 없는 시집에서 처지가 분명치 않은 중에 시부모를 어떻게 대하며 천생연분 찾아 맺어 준다던 부모님의 뜻이 아른 거리며 낭군을 사지로 보내는 신부의 심정 애간장이 끊어질 듯한데
勿爲新婚念(물위신혼념) : 부디 신혼의 일은 생각하지 마시고
努力事戎行(노력사융행) : 나라위한 군대일 만 힘써 하소서.
婦人在軍中(부인재군중) : 아녀자의 생각 군대에서 하시면
兵氣恐不揚(병기공불양) : 사기가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自嗟貧家女(자차빈가녀) : 한스럽게도 이 몸 가난한 집에 나서
久致羅襦裳(구치라유상) : 오래 걸려 비단옷을 장만해 입었는데
羅襦不復施(라유불부시) : 이 비단옷 다시는 입지 않을 것이며
對君洗紅粧(대군세홍장) : 임을 위한 이 화장도 지워버릴 터예요.
仰視百鳥飛(앙시백조비) : 하늘을 우러러 보니 온갖 새들도
大小必雙翔(대소필쌍상) : 크던 작던 모두 쌍쌍이 돌아 나는데
人事多錯迕(인사다착오) : 사람의 일은 이렇게 뜻대로 되질 않아
與君永相望(여군영상망) : 임과 영영 서로를 그리며 살 것인가요.
* 自嗟 : 스스로 한탄스러워 * 久致 : 오랜 시간 들여 만들다 * 羅褕(나유) : 비단옷 * 雙翔(쌍상) : 짝지어 날음
* 錯迕(착오) : 뒤틀리고 어긋나 잘못됨
낭군의 무운을 빌어 보면서 어렵게 장만해온 비단옷도 입지 않고 고운 얼굴 화장도 지워버리고 낭군 위한 일렴으로 마음 다지나 하늘을 우러러 나는 새도 짝을 지어 저리 나는데. 사람의 일이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아 영영 이별 속에 살아야 하나! 하고 자탄 하니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게 한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 중 삼리(三吏)는 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은 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243.십이월일일 삼수(十二月一日 三首) 12월 1일
其一
今朝臘月春意動(금조랍월춘의동) : 오늘 아침은 섣달인데 봄뜻이 움직이니
雲安縣前江可憐(운안현전강가련) : 운안현 앞 강물이 가히 사랑 할 만하여라.
一聲何處送書雁(일성하처송서안) : 들리는 한 마디 소리, 어느 곳으로 소식 전하는 기러기며
百丈誰家上瀨船(백장수가상뢰선) : 백장은 누구 집으로 여울로 오르는 배인가.
未將梅蕊驚愁眼(미장매예경수안) : 매화꽃을 가져다가 시름스런 눈을 놀라게 하지 못하니
要取椒花媚遠天(요취초화미원천) : 또 산초꽃을 가져야 먼 하늘을 아름답게 여긴다.
明光起草人所羨(명광기초인소선) : 명광전에서 기초하니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바였지만
肺病幾詩朝日邊(폐병기시조일변) : 폐병이 있어 몇 편의 시로 황제 가까이 가 조회할 수 있나
其二
寒輕市上山烟碧(한경시상산연벽) : 추위가 가신 저자 위의 이내 낀 산은 푸르고
日滿樓前江霧黃(일만루전강무황) : 햇빛이 가득한 누각 앞에 흐르는 강에는 누렇게 안개 끼었다.
負鹽出井此溪女(부염출정차계녀) : 소금을 지고 우물 나오니 이 시내에 사는 여인인데
打鼓發船何郡郞(타고발선하군랑) : 북치고 배 타고 가니 어느 고을의 남자일까.
新亭擧目風景切(신정거목풍경절) : 신정에서 눈 들고 보니 풍경이 몹시 처량한데
茂陵著書消渴長(무릉저서소갈장) : 무릉에서 글을 지으니 소갈병이 깊다.
春花不愁不爛熳(춘화불수불란만) : 봄꽃은 만발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데
楚客唯聽棹相將(초객유청도상장) : 오직 초나라 나그네는 배를 서로 저으려는 소리 듣고 싶어라.
* 烟(연) : 이내 낀, 해질 무렵에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其三
卽看燕子入山扉(즉간연자입산비) : 제비가 산 속 사립문으로 드는 것을 보리니
豈有黃鶯歷翠微(기유황앵력취미) : 어찌 꾀꼬리가 산허리에서 지나옴이 있지 않을까.
短短桃花臨水岸(단단도화임수안) : 짧고 단단한 복숭아꽃은 물 건너 둔덕에 있고
經經柳絮點人衣(경경류서점인의) : 아주 가벼운 버들개지는 사람의 옷에 묻어 있다.
春來準擬開懷久(춘래준의개회구) : 봄이 오면 오래도록 회포 펼 것으로 여겼으나
老去親知見面稀(로거친지견면희) : 늙어감에 친하게 알고 지내는 사람 얼굴 드물어라.
他日一杯難强盡(타일일배난강진) : 다른 날에는 한 잔을 억지로 비우기 어려우니
重嗟筋力故山違(중차근력고산위) : 힘이 고향땅 산에 미치지 못함을 거듭 슬퍼한다.
244.쌍풍포(雙楓浦) 쌍풍포에서
輟棹靑楓浦(철도청풍포) : 청풍도에서 노를 멎으니
雙楓舊已摧(쌍풍구이최) : 두 단풍나무 이미 꺾이었다.
自驚衰謝力(자경쇠사력) : 노쇠하여 힘이 사라짐에 놀라
不道棟梁材(부도동량재) : 나라의 대들보감이라 말하지 못한다.
浪足浮紗帽(낭족부사모) : 물결 자국은 사모(紗帽)를 띄운 듯 하고
皮須截錦苔(피수절금태) : 껍질은 비단 이끼 깎은 듯 하도다.
江邊地有主(강변지유주) : 강가의 땅은 임자가 있으리니
暫借上天廻(잠차상천회) : 잠시 빌려서 하늘에 올랐다 오리라.
* 雙楓浦(쌍풍포) : 일명 청풍포라고도 함. 중국 담주 동쪽의 유양현에 있는 강나루임.
245.악록산도림이사행(岳麓山道林二寺行) 악록산 도림사를 가며
飄然斑白身奚適(표연반백신해적) : 백발이 흩날리는 이 몸 어디로 가나?
傍此煙霞茅可誅(방차연하모가주) : 이 노을 곁에 모옥을 지을 수 있으리라.
久爲謝客尋幽慣(구위사객심유관) : 오랫동안 사객은 그윽한 곳 찾곤 했고
細學何顒免興孤(세학하옹면흥고) : 세밀히 배운 주옹은 쓸쓸함을 면했지.
악록산 도림사를 가며(岳麓山道林二寺行)’를 지었다. 그의 시는 현실주의적인 정서가 강하지만 곤궁한 세상에 대한 고뇌 속에서도 여생을 세속을 떠나 절에 기탁하려는 심정을 드러내었다. 이는 두보가 유교를 깊이 신봉하던 때에도 불교적 사유를 떠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246.악유원가(樂遊園歌) 악유원에서 노래하다
樂遊古園崒森爽(악유고원줄삼상) : 악유 옛 동산은 높고도 상쾌한데
煙綿碧草萋萋長(연면벽초처처장) : 아득히 펼쳐진 푸른 풀은 무성하게 자랐네.
公子華筵勢最高(공자화연세최고) : 공자의 화려한 잔치 땅의 형세가 가장 높고
秦川對酒平如掌(진천대주평여장) : 진천은 술을 마주하니 손바닥처럼 平平하다.
長生木瓢示眞率(장생목표시진솔) : 장생목으로 만든 표주박은 진솔해 보이고
更調鞍馬狂歡賞(경조안마광환상) : 안장 얹은 말 길들여 마음껏 즐긴다.
靑春波浪芙蓉園(청춘파랑부용원) : 푸른 봄의 물결이 이는 부용원
白日雷霆夾城仗(백일뢰정협성장) : 대낮의 천둥은 차마가 지나는 협성의 의장대다.
閶闔晴開詄蕩蕩(창합청개질탕탕) : 궁문을 갠 날에 열어 질탕하게 놀고
曲江翠幙排銀牓(곡강취막배은방) : 곡강의 푸른 천막에 고관의 은빛 명패가 널려있다.
拂水低回舞袖翻(불수저회무수번) : 물을 스치듯 낮게 돌며 춤추는 소매 펄럭이며
緣雲淸切歌聲上(연운청절가성상) : 구름 따라 맑고 절절한 노랫소리 올라간다.
卻憶年年人醉時(각억년년인취시) : 해마다 사람들이 취한 때를 생각해보지만
只今未醉已先悲(지금미취이선비) : 지금은 다만 취하지도 않아도 이미 슬프다.
數莖白髮那抛得(수경백발나포득) : 몇 가닥 백발을 어찌 피할 수 있으랴
百罰深杯亦不辭(백벌심배역불사) : 백 번 벌한다 해도 깊은 술잔도 사양하지 않으리라.
聖朝亦知賤士醜(성조역지천사추) : 성스런 조정에서도 천한 선비가 누추함을 알겠으나
一物自荷皇天慈(일물자하황천자) : 하나의 미물도 절로 황제의 자비를 입는다.
此身飮罷無歸處(차신음파무귀처) : 이 몸은 술자리 끝나도 돌아갈 곳도 없으니
獨立蒼茫自咏詩(독립창망자영시) : 홀로 서서 창망히 스스로 시를 읊는다.
247.알문공상방(謁文公上方) 문공의 절을 방문하다
野寺隱喬木(야사은교목) : 들의 절은 높은 나무에 숨어 있고
山僧高下居(산승고하거) : 산승은 높고 낮은 곳에 살고 있네.
石門日色異(석문일색이) : 석문은 햇빛이 다르고
絳氣橫扶疏(강기횡부소) : 붉은 기운이 나뭇가지에 비껴있네.
窈窕入風磴(요조입풍등) : 깊숙이 바람 이는 돌길로 들어가니
長蘆紛卷舒(장로분권서) : 긴 여라 넝쿨이 말렸다 펼쳤다 어지럽네.
庭前猛虎臥(정전맹호와) : 뜰 앞 맹호가 누워있는 곳
遂得文公廬(수득문공려) : 마침내 문공의 처소에 이르렀네.
俯視萬家邑(부시만가읍) : 민가의 고을이 내려다보이고
煙塵對階除(연진대계제) : 연기와 먼지는 섬돌을 마주하고 있다네.
吾師雨花外(오사우화외) : 법사께서는 꽃비를 내리는 일 외에는
不下十年餘(불하십년여) : 십여 년 세월 산을 내려가지 않으셨다 네.
長者自布金(장자자포금) : 장자가 스스로 금을 깔아도
禪龕只晏如(선감지안여) : 불당에서 그저 편안하실 뿐
大珠脫玷翳(대주탈점예) : 티를 벗은 큰 구슬이요
白月當空虛(백월당공허) : 허공에 걸린 밝은 달이로다.
甫也南北人(보야남북인) : 나는 남북으로 떠도는 사람
蕪蔓少耘鋤(무만소운서) : 마음의 거친 풀을 김매지 못하여
久遭詩酒汙(구조시주오) : 오랫동안 시와 술로 더럽혀진 몸.
何事忝簪裾(하사첨잠거) : 무슨 일로 벼슬자리를 더럽혔을까?
王侯與螻蟻(왕후여루의) : 왕이나 제후, 땅강아지나 개미
同盡隨丘墟(동진수구허) : 모두 죽어 산언덕을 좇을 것이라.
願聞第一義(원문제일의) : 원하옵기는 제일의를 듣고
回向心地初(회향심지초) : 돌이켜 초심을 향하고 싶어라.
金篦刮眼膜(금비괄안막) : 금비로 눈꺼풀을 긁어냄은
價重百車渠(가중백차거) : 일백 거거(車渠)보다 귀중한 일.
無生有汲引(무생유급인) : 무생(無生)의 불법은 삶을 인도함이 있나니
茲理儻吹噓(자리당취허) : 아마도 이 이치를 자랑하여야 하리.
* 일찍이 두보는 오대산에서 불법을 닦고 장안의 대운사 주지 찬(讚)상인과 깊이 교류했다.
이 시는 보응(寶應) 원년(762) 겨울에 재주(梓州)에서 지은 시 이다.
* 두보는 불교와 인연이 깊었는데, 왕유에게 어머니의 영향이 깊었다면 두보에게는 고모의 영향이 있었다. 그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에 의해 낙양에 있는 고모 집에 맡겨졌으며 경건한 불교도였던 고모의 영향으로 소박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이런 분위기는 두보의 정신세계도 변화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보는 이십 세 이전에 “만권의 서적을 읽었다”고 하는데, 상당한 문화적 소양을 가졌던 고모 덕분에 집안에 소장하고 있던 많은 불교경전도 그의 독서 범위 속에 포함되었다. 그의 시에 ‘원각경’, ‘능엄경’ 등에 등장하는 용어가 자유롭게 인용된 것도 바로 이 시절의 독서 덕분이다.
248.애강두(哀江頭) 강가에서 슬퍼하다
少陵野老呑聲哭(소능야노탄성곡) : 소릉(少陵)의 촌 늙은이 울음 삼키고 흐느끼며
春日潛行曲江曲(춘일잠행곡강곡) : 봄날 곡강(曲江) 굽이를 몰래 거니네.
江頭宮殿鎖千門(강두궁전쇄천문) : 강가 궁전 많은 문 모두 다 잠겼는데
細柳新蒲爲誰綠(세류신포위수록) : 가는 버들과 새 부들(창포)은 누굴 위해 푸른가?
憶昔霓旌下南苑(억석예정하남원) : 생각하면 지난날 예정(霓旌)이 남원(南苑)에 내려왔을 때
苑中景物生顔色(원중경물생안색) : 정원 속 만물은 생기가 났었지
昭陽殿裡第一人(소양전리제일인) : 소양전의 제일가는 미인이(양귀비가)
同輦隨君侍君側(동련수군시군측) : 임금수레에 같이 타고 따르며 곁에서 뫼시었고
輦前才人帶弓箭(연전재인대궁전) : 수레 앞 재인(才人)은 활과 화살 차고
白馬嚼齧黃金勒(백마작교황금늑) : 백마는 황금 재갈을 물었다
翻身向天仰射雲(번신향천앙사운) : 몸 돌려 하늘 향해 구름을 쏘니
一箭正墜雙飛翼(일전정추쌍비익) : 한 화살에 바로 두 마리의 새 맞추어 떨어뜨렸네.
明眸皓齒今何在(명모호치금하재) : 밝은 눈동자 흰 치아의 미인 지금은 어디에 있나
血汚遊魂歸不得(혈오유혼귀부득) : 피에 더럽혀져 떠도는 혼 돌아오지 못한다오.
淸渭東流劍閣深(청위동류검각심) : 맑은 위수 동쪽으로 흐르고 검각산은 깊은데
去住彼此無消息(거주피차무소식) : 떠나고 남은 자 서로 소식 없구나.
人生有情淚沾臆(인생유정누첨억) : 인생살이 정이 있는지라 눈물이 가슴 적시는데
江水江花豈終極(강수강화개종극) : 강물과 강꽃은 어찌 끝이 있으리오.
黃昏胡騎塵滿城(황혼호기진만성) : 해질 녘 오랑캐 발굽에 성은 먼지 가득해
欲往城南望城北(욕왕성남망성북) : 성 남쪽에 가려다가 성 북쪽을 멀리 바라보네.
*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4권에 실려 있는 바, 至德(지덕) 2년(757) 봄에 敵中에서 지은 작품이다. 두보는 安祿山(안록산)의 난에 적중에 있다가 뒤에 요행으로 도망쳐 돌아왔는데, 曲江을 지나면서 예전에 화려했던 궁궐과 정원이 모두 황폐해진 것을 보고 감개하여 이 시를 지은 것이다. 白居易의〈長恨歌(장한가)〉와 함께 양귀비를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이나, 양귀비 한 개인에 대한 슬픔보다는 양귀비의 영화로 대변되는 당나라 왕실의 몰락에 대한 비애를 읊고 있다.
* 少陵野老呑聲哭(소릉야노탄성곡) : ‘少陵’(소릉)은 옛 지명이니 지금의 陝西省 長安縣 杜陵 東南쪽이다. 杜陵(두릉)은 漢나라 宣帝의 무덤으로 少陵은 杜陵에 비해 작은데 宣帝의 許皇后가 묻힌 곳이다. 두보가 한 때 이 부근에 산 적이 있으므로 스스로 ‘杜陵布衣(두릉포의)’, ‘小陵野老(소릉야노)’라 불렀다. ‘呑聲哭(탄성곡)’은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것으로 가슴이 아프다는 뜻을 부친 것이다
* 曲江(곡강) : 京兆(경조)의 朱雀街(주작가) 동쪽 龍葉寺(용엽사) 남쪽에 구불구불 흘러가는 물이 있으니, 이것을 曲江이라 이른다. 원래는 연못이름이니, 지금의 섬서성 장안현 동남쪽에 있다.
* 南苑(남원) : 곧 芙蓉苑(부용원)을 가리킨다.
* 鎖千門(쇄천문) : 당시 장안은 安祿山의 叛軍에 점령되어 궁전에는 아무도 없고 수많은 문이 다 닫혀 있다는 뜻이다.
* 細柳新蒲(세류신포) : 《劇談錄》에 곡강의 여름풍경을 묘사한 글이 있다. “여름이 되면 향초 부들이 푸르게 피고 버들 그림자가 사방을 둘러싸고 푸른 물결에 붉은 연꽃이 있어 선명한 모습이 사랑할 만하다.[入夏則菰蒲蔥翠 柳陰四合 碧波紅蕖 湛然可愛]”
* 霓旌下南苑(예정하남원) : ‘霓旌’(예정)은 황제의 儀仗用(의장용) 깃발인데, 채색한 깃발이 길게 뻗어 멀리서 보면 무지개 같음을 이른다. ‘南苑’은 芙蓉苑(부용원)을 가리키며 玄宗의 行宮으로 곡강 남쪽에 있었다.
* 昭陽殿裏第一人(소양전이제일인) : 昭陽殿(소양전)은 漢나라 未央宮(미앙궁)에 있던 전각으로 成帝가 총애하던 趙飛燕(조비연)이 이곳에 거처하였는 바, 楊貴妃(양귀비)를 직접 지칭하기 어려우므로 조비연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 才人(재인) : 황후의 밑에 있던 宮人으로 唐代에는 황후의 아래에 9명의 夫人과 9명의 婕妤(첩여:궁녀와 여관), 9명의 美人과 7명의 才人이 있었다 한다.
* 去住彼此(거주피차) : 去住(거주)는 蜀(촉)땅으로 떠나간 자와 長安에 머문 자로, 彼는 蜀땅으로 玄宗을 따라 떠난 자를 가리키며 此(차)는 長安에 남아 收復(수복)한 자들을 가리킨다.
* 江水江花豈終極(강수강화개종국) : 李德弘의《艮齋集(간재집)》續集(속집) 4권에 “杜甫의〈春望〉시에 ‘세상을 근심하니 꽃이 눈물을 뿌리게 하고 이별을 서러워하니 새가 마음을 놀래키네.[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감시화천루 한별조경심)]’라고 말한 것과 같은 따위이니, 모두 마음이 매우 슬프므로 무심한 사물을 빌어서 極言한 것이다.” 하였다.
* 箭(전) : ‘笑’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 血汚遊魂歸不得(혈오유혼귀부득) : 天寶 15년(756) 양귀비가 馬嵬(마외)에서 죽은 사건을 가리킨다.
* 淸渭東流劍閣深(청위동류검각심) : 현종이 안록산의 난을 피해 蜀(촉)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묘사한 것이다. ‘渭’는 渭河(위하)로 甘肅省(감숙성) 渭源縣(위원현)에서 발원해 陝西省 高陵縣(섬서성 고릉현)에 이르러 涇水와 합쳐진다. 渭水는 맑고 涇水는 탁하므로 세상에서 말하는 ‘涇渭가 分明하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渭水는 馬嵬 남쪽을 지나 흐르는데 양귀비는 渭水 북쪽에 장사지냈다. ‘深’은 깊고 험하다는 뜻이다.
* 胡騎(호기) : 안록산 叛軍(반군)의 騎兵(기병)을 말한다.
* 欲往城南望城北(욕재성남망성북) : ‘城南’은 당시 두보가 살던 곳을 가리킨다. ‘望城北’은 ‘忘南北’ 혹은 ‘忘城北’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望’을 향하다[向]의 뜻으로 보아 자기가 사는 곳으로 가고 싶으면서도 걱정스런 마음에 북쪽을 향한다로 보기도 하는데, 방향을 잊을 만큼 傷心한 시인의 상태로 보는 것이다. 또 肅宗(숙종)이 靈武(영무)에서 즉위했는데 장안 북쪽에 있으므로 왕의 군대가 와서 서울을 수복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도 한다.
249.애왕손(哀王孫) 왕손을 슬퍼하다
長安城頭頭白烏(장안성두두백오) : 장안성 머리에 머리 흰 새
夜飛延秋門上呼(야비연추문상호) : 밤에 연추문 위를 날며 소리쳐 운다.
又向人家啄大屋(우향인가탁대옥) : 또 인가로 날아가 큰 집을 쪼아대니
屋底達官走避胡(옥저달관주피호) : 큰 집안의 고관들 오랑캐를 피하여 달아난다.
金鞭斷折九馬死(금편단절구마사) : 황금 채찍 끊어지고 아홉 마리 말도 죽어
骨肉不待同馳驅(골육부대동치구) : 골육들도 기다리지 않고 도두 말달려 달아난다.
腰下寶玦靑珊瑚(요하보결청산호) : 허리엔 보석 구슬과 산호초 차고 있는데
可憐王孫泣路隅(가련왕손읍노우) : 가련하구나! 왕손이 길모퉁이에서 눈물 흘리네.
問之不肯道姓名(문지부긍도성명) : 물어도 성명을 말하려 하지 않고
但道困苦乞爲奴(단도곤고걸위노) : 다만 곤고하니 종으로 삼아달라고 한다.
已經百日竄荊棘(이경백일찬형극) : 이미 백 날을 가시덩굴에 숨어 다녀
身上無有完肌膚(신상무유완기부) : 몸에는 성한 살이라곤 하나도 없다.
高帝子孫盡隆准(고제자손진륭준) : 고종 황제 자손들 모두 코가 오뚝하여
龍種自與常人殊(룡종자여상인수) : 왕족은 자연스레 평민과는 다르다네.
豺狼在邑龍在野(시낭재읍룡재야) : 짐승 같은 도적은 장안 도읍에 있고 황제는 촉나라 시골에 있으니
王孫善保千金軀(왕손선보천금구) : 왕손은 천금같은 귀한 몸을 잘 보존 하소서
不敢長語臨交衢(부감장어림교구) : 교차로에 있는지라 길게는 말 못하고
且爲王孫立斯須(차위왕손립사수) : 왕손을 위해 잠시 서 있소
昨夜東風吹血腥(작야동풍취혈성) : 어제 밤 동풍 불어 피비린내 불어와
東來橐駝滿舊都(동내탁타만구도) : 동쪽에서 온 낙차로 엣 도읍에 가득하다.
朔方健兒好身手(삭방건아호신수) : 북방의 건아들의 좋은 몸집과 재주
昔何勇銳今何愚(석하용예금하우) : 엣 날엔 그리도 용감하고 날랬는데 지금은 어찌 그리도 어리석나
竊聞天子已傳位(절문천자이전위) : 가만히 들으니, 천자가 이미 선위하니
聖德北服南單于(성덕배복남단우) : 새 천자의 성덕은 북으로 남단우를 복종시켰네.
花門剺面請雪恥(화문리면청설치) : 화문에서도 낯을 베어 우리 위해 설욕을 원하니
愼勿出口他人狙(신물출구타인저) : 삼가 입 조심하시오, 남의 저격 두려우니
哀哉王孫愼勿疏(애재왕손신물소) : 슬프다! 왕손이여 삼가 소홀히 하지마소
五陵佳氣無時無(오능가기무시무) : 오릉의 상서로운 기운 없을 때가 없다오.
250.야(夜) 1 가을밤
露下天高秋氣淸(노하천고추기청) : 이슬 내린 높은 하늘, 가을 기운 맑아
空山獨夜旅魂驚(공산독야여혼경) : 빈 산 고독한 밤, 나그네 마음 놀라라
疎燈自照孤帆宿(소등자조고범숙) : 희미한 등을 켠 조각배 잠들고
新月猶懸雙杵鳴(신월유현쌍저명) : 초승 달빛아래 다듬이 소리
南菊再逢人臥病(남국재봉인와병) : 병든 이 몸 남녘 국화 다시보고
北書不至雁無情(북서부지안무정) : 북의 가족소식 없어 기러기도 무심해라
步檐倚杖看牛斗(보첨의장간우두) : 처마 밑에 지팡이 짚고 직녀성을 바라보고
銀漢遙應接鳳城(은한요응접봉성) : 은하수는 멀리 봉성에 닿았으리.
* 露下 : 이슬이 내림
* 旅魂驚 : 나그네 마음이 설렘
* 疎燈 : 외로운 등불
* 自照 : 간신이 희미하게 비침
* 孤帆宿 : 쪽배가 강변에 정박
* 新月 : 초승달
* 猶懸 : 아직도 걸려있다
* 雙杵 : 한 쌍의 다듬이 소리
* 南菊再逢 : 작년에 왔던 남쪽의 국화 다시 봄
* 人臥病 : 병으로 누어있는 나
* 北書 : 북쪽가족소식
* 步簷倚杖 : 처마 밑에 나가 지팡이를 짚고
* 銀漢 : 은하수
* 應接 : 반듯이 이어주다
"登高"와 같은 시기 밤에 지은 시이다. 고독과 쓸쓸함의 가을 밤. 청신하면서 처절하다.
병든 몸으로 가족의 소식을 모르고 전시의 불안으로 쓸쓸해하며 밤하늘의 별을 보고 견우와 직녀성이 만나 듯 은하수를 건너 장안으로 가고 싶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251.야(夜) 2 겨울밤
絶岸風威動(절안풍위동) : 절벽에 거센 바람 불어 대니
寒房燭影微(한방촉영미) : 차갑고 추운 방 촛불 그림자 희미하다.
嶺猿霜外宿(영원상외숙) : 산중의 원숭이는 찬 서리 풀숲에서 잠을 자고
江鳥夜深飛(강조야심비) : 물새는 깊은 밤 어디론가 날아가네.
獨坐親雄劍(독좌친웅검) : 수심에 홀로 앉아 큰칼을 만지나니
哀歌歎短衣(애가탄단의) : 철지난 옷 입은 채 슬픈 노래로 탄식한다.
煙塵繞顧闔(연진요고합) : 전쟁의 기운이 황궁을 감싸고 있으니
白首壯心違(백수장심위) : 백발 서린 이내 몸 큰 뜻은 꺾이었구나.
* 絶岸 : 절벽 * 威動 : 거세게 움직임 * 影微 : 희미한 그림자 * 嶺猿 : 산속 원숭이
* 霜外宿 : 찬 서리 풀숲 속에서 잔다. * 夜深飛 : 깊은 밤에 날아감 * 親雄劍 : 큰칼 쥐고
* 歎短衣 : 짧은 옷 입고 탄식 * 煙塵 : 전시 중 * 繞顧闔 : 황궁을 감싸고 * 壯心違 : 장한 뜻 꺾이다
이 시는 샨사(三峽)부근 어느 집에서 杜甫 詩聖이 추운 밤 잠 못 이루며 젊은 날의 포부를 이룰 수 없는 괴로움을 호소하며 知識人에게 薄福을 歎하고있다.
"白首壯心違 백발서린 이내 몸, 웅대한 뜻은 꺾이었구나."라고 인간적인 고뇌로 음영한 명언을 후인들에게 전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252.야망(野望)1 들에서 바라보다
西山白雪三城戍(서산백설삼성수) : 서산엔 백설, 삼성(三城)이 지키고
南浦淸江萬里橋(남포청강만리교) : 남포 맑은 강물에는 만리교 놓여있다.
海內風塵諸弟隔(해내풍진제제격) : 온 나라 전쟁 중리라 형제들 떨어져
天涯涕淚一身遙(천애체누일신요) 하늘가 멀리서 이내 한 몸 눈물만 흘리네.
唯將遲暮供多病(유장지모공다병) : 늙어가는 몸에 병만 더해가고
未有涓埃答聖朝(미유연애답성조) : 임금께 조금도 보답하지 못하고 있네.
跨馬出郊時極目(과마출교시극목) : 말 타고 들로 나가 저 끝을 바라볼 때에
不堪人事日蕭條(부감인사일소조) : 세상사 날로 쇠락함을 감당하기 어렵구나.
* 서산(西山)에는 흰 눈이 덮여 있고 송주(松州)와 유주(維州), 보주(保州) 세 곳의 진(鎭)이 변방을 지키고 있다. 남포(南浦)에는 금강(錦江) 위에 만리교가 놓여 있다. 나라 안의 전쟁 통에 여러 아우들과 헤어지고, 도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내 한 몸은 눈물만 흘릴 뿐이다. 늙어갈 일밖에 없는 이 몸은 병만 더하여 임금께 조금도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말을 타고 교외로 나가 멀리 바라보니 세상사 날로 쇠락함을 감당하기 어렵다.
* 이 시는 상원(上元) 2년(761) 두보(杜甫)가 성도의 초당에 우거하고 있을 때에 지은 것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제1·2구는 토번과 대치하고 있는 서산의 변새 지역과 자신이 거처하고 있던 남포 지역의 경치를, 제3·4구에서는 전란으로 인한 형제와의 이별을, 제5·6구에서는 노쇠함으로 국가에 보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신의 심경을 담아내고 있다. 제7·8구에서는 말을 타고 교외에 나가 바라보면서 느끼는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데, 자신의 영락한 처지와 더불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제7구의 ‘出郊(출교)’와 ‘極目(극목)’은 ‘野望(야망)’이라는 제목과 부합한다.
* 西山(서산) : 성도(成都) 서쪽에 있으며, 민산(岷山)을 주봉(主峰)으로 한다. 일 년 내내 눈이 쌓여 있기에 설령(雪嶺)이라고도 한다.
* 三城戍(삼성수) : 성도 서북쪽에 있던 세 곳의 진(鎭)으로, 송주(松州:지금의 사천성(四川省) 송번현(松藩縣))·유주(維州)·보주(保州)를 지칭한다. 이 지역은 토번과 접하고 있어 촉 지역의 요충지였다.
* 南浦淸江萬里橋(남포청강만리교) : ‘南浦(남포)’는 남쪽 교외의 물가이고, ‘淸江(청강)’은 금강(錦江)을 말한다. ‘萬里橋(만리교)’는 ≪華陽國志(화양국지)≫에 “만리교는 성도현의 남쪽 8리 지점에 있는데 촉에서 비위(費褘)를 오(吳)로 사신 보낼 때에 제갈량이 그를 전별하니, 비위가 탄식하기를 ‘만리길이 이 다리에서 시작한다.’고 하여 ‘만리교’라 부르게 되었다.[萬里橋 在成都縣南八里 蜀使費褘聘吳 諸葛亮祖之 褘歎曰 萬里之行 始于此橋 因以爲名]”라고 하였다.
* 風塵(풍진) : 바람이 일어나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전란을 비유한다.
* 天涯(천애): 하늘의 끝이란 뜻으로, 여기서는 낙양과 장안에서 멀리 떨어진 촉 땅을 의미한다.
* 遲暮(지모) : 모년(暮年)으로 만년(晩年), 노년(老年)을 뜻한다.
*涓埃(연애): 한 방울의 물과 한 줌의 흙으로, 아주 작은 것을 비유한다.
253.야망(野望)2 들판의 조망하다
淸秋望不極(청추망부극) : 맑은 가을날, 조망은 끝이 없고
迢遞起層陰(초체기층음) : 멀리 층계 구름 바뀌어 이는구나.
遠水兼天淨(원수겸천정) : 멀리 보이는 물, 하늘처럼 깨끗하고
孤城隱霧深(고성은무심) : 외로운 성곽, 깊숙이 안개에 묻혀있구나.
葉稀風更落(섭희풍경낙) : 나뭇잎은 드물어도 바람에 다시 떨어지고
山逈日初沈(산형일초침) : 산은 아득히 멀고 해는 지기 시작하는구나.
獨鶴歸何晩(독학귀하만) : 외짝 학은 돌아옴이 어찌 그리도 늦은가
昏鴉已滿林(혼아이만림) : 황혼녘에 까마귀는 이미 숲에 가득 앉았구나.
254.야연좌씨장(夜宴左氏莊) 밤에 좌씨의 별장에서 잔치하다
風林纖月落(풍림섬월낙) : 바람 이는 숲에 고운 달 떨어지고
衣露淨琴張(의노정금장) : 이슬 맺힌 옷자락에 거문고 소리 맑다.
暗水流花徑(암수류화경) : 어둑한 강물은 꽃길로 흘러들고
春星帶草堂(춘성대초당) : 봄 하늘의 별빛은 초가를 둘러싼다.
檢書燒燭短(검서소촉단) : 촛불 밝혀 책을 봄은 짧지만
看劍引杯長(간검인배장) : 잔을 들어 칼을 봄은 길기만 하다.
詩罷聞吳詠(시파문오영) : 시를 다 읊고 오노래(吳歌)를 들으니
扁舟意不忘(편주의부망) : 예날 선유 하던 일 잊을 수 없네.
* 纖月 : 초승달. * 衣露 : 옷에 이슬 맺힘 * 淨琴 : 맑은 소리 나는 가야금 * 張 : 타나
* 暗水 : 초승달이 진후의 어두운 강물 * 花徑 : 꽃길 * 帶草堂 : 초당이 총총한 별들에 매달린 듯한
* 檢書 : 장서를 뒤적이다 * 燒觸短 : 초가 타서 짧아짐 * 看劍 : 벽에 걸린 보검을 보고
* 引杯 : 술잔을 들고. * 長 : 여기서는 심장하다 * 詩罷 : 시를 다 읊고 * 吳詠 : 오나라 노래 읊다.
* 扁舟 : 쪽배 * 意不忘 : 엣 강남의 쪽배 타고 돌던 추억 잊을 수 없다
255.야인송주앵(野人送朱櫻) 시골 사람이 붉은 앵두를 보내오다
西蜀櫻桃也自紅(서촉앵도야자홍) : 서촉 땅 앵두는 월래 붉은데
野人相贈滿筠籠(야인상증만균롱) : 시골 사람 광주리에 담아서 서로 보내주는구나
數回細寫愁仍破(수회세사수잉파) : 몇 번을 조심스레 쏟으니 으깨지는 것이 근심되나
萬顆勻圓訝許同(만과균원아허동) : 앵두알 하나같이 둥글어 어찌 이 같은가 의심이 드네.
憶昨賜霑門下省(억작사점문하성) : 지난 날 생각하니 문하성에서 임금님이 내리신 앵두
退朝擎出大明宮(퇴조경출대명궁) : 조회에서 물러나 대명궁으로 가지고 나왔었다 네.
金盤玉筯無消息(금반옥저무소식) : 금반과 옥저의 소식은 없고
此日嘗新任轉蓬(차일상신임전봉) : 이날 새 앵두 맛보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네.
256.야청허십일송시애이유작(夜聽許十一誦詩愛而有作)
밤에 허선생의 시 읊는 소리 듣고 좋아서 지은 시
許生五臺賓(허생오대빈) : 허선생은 오대산에 온 손님
業白出石壁(업백출석벽) : 업을 깨끗이 하고 산을 나오셨다.
余亦師粲可(여역사찬가) : 나도 승찬과 혜가를 스승 삼았으나
身猶縛禪寂(신유박선적) : 몸은 여전히 선적에 매여 있습니다.
何階子方便(하계자방편) : 어찌해야 그대의 방편을 밟아
謬引爲匹敵(유인위필적) : 외람되이 이끌리어 상대가 되겠습니까?
離索晩相逢(리색만상봉) : 사람들과 떨어져 쓸쓸히 살다가 늦게 서로 만나
包蒙欣有擊(포몽흔유격) : 몽매함을 받아 주시어 기쁘게도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誦詩渾遊衍(송시혼유연) : 시를 읊음에 두루 여유로워
四座皆辟易(사좌개벽역) : 사방에 사람들 모두 기죽어 피하여 물러납니다.
應手看捶鉤(응수간추구) : 시상을 지음에는 허리띠의 고리를 만들 듯 정교하고
淸心聽鳴鏑(청심청명적) : 마음을 맑게 함에는 울리는 화살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精微穿溟涬(정미천명행) : 정교하고 미묘함은 천지의 기운을 뚫고
飛動摧霹靂(비동최벽력) : 기운이 생동함은 마치 벽력을 꺾는 것과 같습니다.
陶謝不枝梧(도사부지오) : 도연명과 사운령도 대항하지 못하고
風騷共推激(풍소공추격) : 국풍과 이소처럼 같이 미루어 격찬할 만 합니다.
紫燕自超詣(자연자초예) : 자연과 같은 준마가 절로 뛰어넘어 나아가는 듯 하고
翠駮誰剪剔(취박수전척) : 취박과 같은 날랜 짐승을 누가 잘라주고 깎아주겠습니까?
君意人莫知(군의인막지) : 그대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人間夜寥闃(인간야요격) : 사람 세상은 밤처럼 조용하기만 합니다.
257.억석(憶昔) 옛날을 생각함
憶昔開元全盛日(억석개원전성일) : 개원의 전성시대를 회상하니
小邑猶藏萬家室(소읍유장만가실) : 작은 읍에도 만호집이 차있고
稻米流脂粟米白(도미류지속미백) : 입쌀은 기름지고 좁쌀은 실하니
公私倉廩俱豊實(공사창름구풍실) : 나라에나 개인이나 곡식이 가득 찼네.
九州道路無豺虎(구주도로무시호) : 각지의 모든 길에 도적떼도 없었고
遠行不勞吉日出(원행불로길일출) : 먼 길도 아무 때나 떠날 수 있었네
齊紈魯縞車班班(제환노호차반반) : 제의 명주 노의 비단 수레가 떼를 짛고
男耕女桑不相失(남경여상불상실) : 남자 밭 갈고 여자 길쌈일 분수 지키네.
宮中聖人奏雲門(궁중성인주운문) : 궁중의 임금은 운문곡을 연주하고
天下朋友皆膠漆(천하붕우개교칠) : 세간의 선비들은 모두 화합하네.
百餘年間未災變(백여년간미재변) : 백년간을 재난과 변란이 일지 않고
叔孫禮樂萬何律(숙손례악만하율) : 예악·율령을 만들어 세상을 순화했네.
* 開元 : 당 현종의 년호 재위 29년간의 전성기 * 小邑 : 작은 도시 * 猶藏 : 역시 가득 참
* 稻米 : 벼의 쌀 * 流脂 : 기름지다. * 粟米 : 좁쌀 * 倉廩 : 곡식창고. * 俱豊實 : 모두 풍성히 찼음
* 九州 : 온 나라 * 豺虎 : 도적떼 (승양이와 범) * 齊紈 : 제나라의 명주 * 魯縞 : 노나라의 비단
* 車班班 : 많은 수레 줄지어 * 男耕女桑 : 남자는 밭 갈고 여자는 길삼질
* 不相失 : 서로 본분을 잃지 않음 * 聖人 : 임금. * 雲門 : 黃帝氏가 지었다는 춤과 노래(舞樂)
* 膠漆 : 잘 협동함(아교와 칠 같이 잘 붙음)
258.억유자(憶幼子) 어린 아들을 생각하며
驥子春猶隔(기자춘유격) : 기자(두보의 아들)는 봄이 되어도 떨어져 있는데
鶯歌暖正繁(앵가난정번) : 화창한 날에 꾀꼬리 자주 울어대네.
別離驚節換(별리경절환) : 이별 중에 계절이 바뀌니 안타까운데
聰慧與誰論(총혜여수온) : 너의 총명함을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 할꼬
澗水空山道(간수공산도) : 텅 빈 오솔길 옆으로 계곡물 흐르고
柴門老樹村(시문노수촌) : 늙은 나무 있는 마을에 사립문이 있네.
憶渠愁只睡(억거수지수) : 그를 그리다가 시름에 졸기만 하고
炙背俯晴軒(적배부청헌) : 따뜻한 난간에 등을 꾸부리고 햇빛을 쪼이네.
* 驥子(기자) : 두보의 아들 杜宗武의 아명. * 澗水 : 산골물, 계곡물. * 柴門 : 사립문. * 渠 : 도랑, 그, 저,
* 炙背 : 등을 햇빛에 쬠. * 說 : 五言律詩, 平聲元韻(繁, 論, 村, 軒)
259.억제 이수(憶弟 二首) 아우를 생각하며
其一
喪亂聞吾弟(상난문오제) : 난리에 아우의 소식 들으니
饑寒傍濟州(기한방제주) : 허기와 추위 속에 제주에 가까이 있다네.
人稀書不到(인희서부도) : 사람이 드물어 편지도 오지 않고
兵在見何由(병재견하유) : 전쟁 중이니 어찌 만날 수 있을까?
憶昨狂催走(억작광최주) : 지난 날 미친 듯 황급히 달아난 일 생각하니
無時病去憂(무시병거우) : 병들어 근심을 떨칠 때가 도무지 없었다네.
卽今千種恨(즉금천종한) : 지금 온갖 종류의 회한이
惟共水東流(유공수동류) : 오직 물과 함께 동쪽으로 흐른다네.
其二
且喜河南定(차희하남정) : 잠시 하남이 평정된 것이 기뻐서
不問鄴城圍(부문업성위) : 업성이 포위 된 것을 묻지도 않았다.
百戰今誰在(백전금수재) : 수많은 전쟁에 지금 누가 살아있을까?
三年望汝歸(삼년망여귀) : 삼 년 동안,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故園花自發(고원화자발) : 고향에는 꽃이 절로 피어서
春日鳥還飛(춘일조환비) : 봄날에는 새도 돌아와 날아다닌다.
斷絶人煙久(단절인연구) : 인가의 밥 짓는 연기 끊어져
東西消息稀(동서소식희) : 동서 간에 소식이 드물어졌구나.
260.엄정공댁동영죽(嚴鄭公宅同詠竹) 엄정공 댁에서 대나무를 읊다
綠竹半含籜(록죽반함탁) : 푸른 새싹 반 남짓 죽순껍질 속에 있고
新梢綠出牆(신초록출장) : 새 가지 파랗게 담장을 넘었네.
色侵書帙晩(색침서질만) : 그 빛깔 저녁나절 책에까지 이르니
隱過酒樽凉(은과주준량) : 대 그림자 지나간 술 더욱 맑아지겠네.
雨洗娟娟淨(우세연연정) : 비에 씻겨 어여쁘고 산뜻한데
風吹細細香(풍취세세향) : 바람 불어오니 그 향기 은은하네.
但令無剪伐(단령무전벌) : 자르지 말라 명령만 한다면야
會見拂雲長(회견불운장) : 구름에 닿을 만큼 길게도 자랄 것을
* 嚴鄭公(엄정공) : 당唐 대종代宗 원년(763) 정국공鄭國公에 봉해진 엄무嚴武를 가리킨다. 두보가 촉에 들어갔을 때 신세를 졌다. 무인이면서도 시에 능했고 두보와 나눈 교우가 깊었다.
* 半含籜 : 절반 정도 죽순껍질에 싸여있는 모습. * 書帙 : 책의 표지라는 뜻에서 나중에는 책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됨
* 樽 : 술을 담는 그릇, 술통. * 涓 : 미세한, 작은. * 凈 : 淨으로 쓴 자료도 있음. * 隱 : 陰으로 쓴 자료도 있음
261.여리십이백동심범십은거(與李十二白同尋范十隱居) 이백과 범은사를 방문하다
李侯有佳句(이후유가구) : 이후에게 아름다운 시구 있으니
往往似陰鏗(왕왕사음갱) : 왕왕 음객의 시구와 흡사하다.
余亦東蒙客(여역동몽객) : 나 또한 동몽산의 나그네
憐君如弟兄(련군여제형) : 당신 좋아하기를 형제처럼 하였다.
醉眠秋共被(취면추공피) : 취하여 잠들면 가을에는 함께 이불 덮고
攜手日同行(휴수일동항) : 손을 맞잡고 날마다 동행 했었다.
更想幽期處(경상유기처) : 기약한 그윽한 곳을 다시 생각하며
還尋北郭生(환심배곽생) : 다시 고고한 북곽선생 찾는다.
入門高興發(입문고흥발) : 문을 들어서니 고상한 흥이 일고
侍立小童淸(시립소동청) : 모시고 서있는 어린 동자가 해맑다.
落景聞寒杵(낙경문한저) : 지는 햇볕에 차가운 다듬이 소리 들려오고
屯雲對古城(둔운대고성) : 쌓인 구름이 옛 성을 마주한다.
向來吟橘頌(향내음귤송) : 지금껏 굴원의 귤나무 노래를 읊었으니
誰與討蓴羹(수여토순갱) : 누구와 같이 고향 돌아 와 순채 나물국 찾을까.
不願論簪笏(부원논잠홀) : 벼슬아치의 비녀와 홀을 말하고 싶지도 않나니
悠悠滄海情(유유창해정) : 아득하다. 푸른 바닷가에 살고 싶은 마음이로다.
262.여야서회(旅夜書懷) 나그네가 밤에 회포를 적다
細草微風岸(세초미풍안) : 고운 풀에, 미풍 불어오는 언덕
危檣獨夜舟(위장독야주) : 높은 돛 달고 홀로 뜬 밤 배
星垂平野闊(성수평야활) : 하늘엔 별 늘어지고 평야는 광활한데
月涌大江流(월용대강류) 달은 솟아오르고 큰 강물은 흘러만 간다.
名豈文章著(명개문장저) : 문장으로 어떻게 이름을 날릴까
官應老病休(관응노병휴) : 늙고 병들어 벼슬길도 쉬어야하는데
飄飄何所似(표표하소사) : 떠도는 이 몸 무엇과 같다할까
天地一沙鷗(천지일사구) : 천지간 한 마리 모래톱 물새라네.
263.여인행(麗人行) 미인들을 노래함
三月三日天氣新(삼월삼일천기신) : 삼월 삼짇날 날씨도 맑아
長安水邊多麗人(장안수변다려인) : 장안 물가에는 미인도 많네.
態濃意遠淑且眞(태농의원숙차진) : 자태는 농염하고 뜻은 멀고 마음은 맑고 진실한데
肌理細膩骨肉勻(기리세니골육균) : 피부 결은 섬세하고 기름지며 뼈와 살이 적당하다.
繡羅衣裳照暮春(수나의상조모춘) : 수놓은 비단 옷 저문 봄빛 비치면
蹙金孔雀銀麒麟(축금공작은기린) : 금실로 공작새를, 은실로 기린을 수놓았네.
頭上何所有(두상하소유) : 머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翠微盍葉垂鬢唇(취미합섭수빈진) : 비취색 머리 장식 귀밑까지 드리웠네.
背后何所見(배후하소견) : 등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珠壓腰衱穩稱身(주압요겁온칭신) : 진주 박힌 허리띠에 온몸이 어울린다.
就中雲幕椒房親(취중운막초방친) : 궁중 휘장 안 황후의 친척에 나아가면
賜名大國虢與秦(사명대국괵여진) : 대국 괵부인, 진부인의 명칭 내렸네.
紫駝之峰出翠釜(자타지봉출취부) : 자타지봉 팔진미 요리는 푸른 솥에서 나오고
水精之盤行素鱗(수정지반항소린) : 수정 쟁반에는 흰 물고기 기어 다니네.
犀箸饜飫久未下(서저염어구미하) : 무소 젓가락 음식에 물려 오래도록 내리지 못하고
鸞刀縷切空紛綸(난도누절공분륜) : 부엌칼은 잘게 자르는 데에 공연히 바쁘다.
黃門飛鞚不動塵(황문비공부동진) : 태감은 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황문에서 날듯이 달려가고
御廚絡繹送八珍(어주락역송팔진) : 임금님 주방에선 끝없이 팔진미를 보내오네.
簫鼓哀吟感鬼神(소고애음감귀신) : 퉁소소리, 북소리 애달프게 울리면 귀신도 감동하고
賓從雜沓實要津(빈종잡답실요진) : 손님이 많이 와도 실로 귀한 손님이라
后來鞍馬何逡巡(후내안마하준순) : 황후가 타고 오는 말은 어찌 그리 느릿느릿
當軒下馬入錦茵(당헌하마입금인) : 집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려 비단 요에 든다.
楊花雪落覆白蘋(양화설낙복백빈) : 버들꽃 눈같이 떨어져 흰 부평초에 덮이고
靑鳥飛去銜紅巾(청조비거함홍건) : 소식 전하는 푸른 새, 붉은 수건 물고 날아간다.
炙手可熱勢絶倫(자수가열세절륜) : 자수가열 권세가 대단하니
愼莫近前丞相嗔(신막근전승상진) : 조심하여 가까이 말라, 승상께서 화내실라
3월 3일 맑고 화창한 날, 장안(長安) 곡강(曲江)) 강가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궁녀들이 봄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들의 자태는 농염하고 마음속에 간직한 생각은 고원(高遠)한 듯하며, 성품은 온화하고도 선량해 보인다. 게다가 피부는 곱고 매끄러우며 뼈와 살이 적절하게 균형 잡혀 있다. 그들의 화려한 의상은 저무는 봄 들녘에서 빛을 발하는데, 금실과 은실로 공작과 기린을 함께 수놓은 옷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들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비취로 된 머리 장식이 귀밑머리 옆까지 내려와 있다. 등 뒤에 보이는 것은 또 무엇인가? 진주가 알알이 엮여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허리띠를 누르고 있는데 몸에 한층 잘 어울린다. 구슬발 휘장 안에 있는 귀비(貴妃)의 친척들은 괵국부인(虢國夫人), 진국부인(秦國夫人)에 책봉된 양귀비의 언니들이다.
그들이 먹는 음식은 낙타의 불룩한 봉(峰)을 잘라 구운 고기로 비취빛 솥에 담겨 있고, 은빛으로 빛나는 생선이 수정으로 된 접시에 줄지어 놓여 있다. 실컷 먹고 배가 부른 탓에 상아 젓가락을 손에 든 채로 한참을 음식에 대지 않는데, 공연히 요리사는 먹지도 않을 음식들을 실처럼 가늘게 써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궐내의 환관들이 말을 타고서 먼지 한 점 날리지 않고 오고 가는데, 대궐의 주방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진귀한 음식들을 보내온다. 옆에서 음악을 연주하여 흥을 돋우는데, 슬퍼하듯 한숨짓듯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왕왕 귀신조차 감동시킬 듯하다. 자리를 함께 한 빈객(賓客)과 종신(從臣)들이 참으로 많은데 이들은 모두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들이다.
가장 나중에 안장 얹은 한 필의 말이 다가오는데, 달리는 그 모습이 참으로 느리고 거만하다. 수레 휘장 앞에 이르자 그는 말에서 내려 곧장 비단 깔개가 깔려 있는 수레 안으로 들어간다. 버들개지가 눈처럼 흩날려 마름 위를 덮고,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인 청조(靑鳥)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붉은 수건을 머금고 머리 위를 난다. 이 남자는 당대의 세력가로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으니, 그녀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가 분노를 발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264.여임성허주부유남지(與任城許主簿遊南池) 임성 허주부와 남지에서 놀다
秋水通溝洫(추수통구혁) : 가을 물 밭도랑으로 통하고
城隅進小船(성우진소선) : 성 모퉁이에 작은 배가 나아간다.
晩涼看洗馬(만량간세마) : 싸늘한 저녁에 말 씻는 것 보이고
森木亂鳴蟬(삼목난명선) : 숲 속 나무에는 매미소리 어지럽다.
菱熟經時雨(능숙경시우) : 때맞춘 비 지나가니 마름이 익고
蒲荒八月天(포황팔월천) : 팔월 하늘에 창포가 황폐해지는구나.
晨朝降白露(신조강백노) : 이른 아침에 흰 이슬 내리는데
遙憶舊靑氈(요억구청전) : 낡은 푸른 털 담요 아득히 생각는구나.
265.여호현원대소부연미피(與鄠縣源大少府宴渼陂) - 두보(杜甫)
호현의 원씨네 맞 아들 소부와 함께 미파에서 연회를 갖다
應爲西陂好(응위서피호) : 응당 서쪽 미피못이 너무 좋아
金錢罄一餐(금전경일찬) : 돈을 한 끼 식사에 모두 들였다.
飯抄雲子白(반초운자백) : 밥은 구름처럼 흰 것을 뜨고
瓜嚼水精寒(과작수정한) : 외는 수정처럼 찬 것을 먹었다.
無計廻船下(무계회선하) : 배를 돌려 돌아 내려가려니 방법이 없어
空愁避酒難(공수피주난) : 권하는 술 피하기 어려울까 공연히 근심했다.
主人情爛漫(주인정난만) : 주인이 정이 넘쳐는 분이라
持答翠琅玕(지답취랑간) : 지은 시 손에 쥔 채로 주인의 옥 같은 마음에 보답한다.
266.연융주양사군동루(宴戎州楊使君東樓) 융주 양사군의 동루에서 잔치하다
勝絶驚身老(승절경신로) : 좋은 자리라서 몸 늙은 것에 놀라고
情忘發興奇(정망발흥기) : 감정을 잊고 흥을 발하는 것 신기하다.
座從歌妓密(좌종가기밀) : 자리는 가기(歌妓)의 친밀함을 따르고
樂任主人爲(락임주인위) : 즐기는 일은 주인 하는 대로 맡겨 두면서
重碧拈春酒(중벽념춘주) : 짙게 푸른빛이 감도는 봄 술을 잡고
輕紅擘荔枝(경홍벽려지) : 옅게 붉은빛을 띠고 있는 여지를 쪼갠다.
樓高欲愁思(루고욕수사) : 누각 높아 근심스런 생각에 잠기려 하는데
橫笛未休吹(횡적미휴취) : 횡적은 불기를 그치지 않는다.
* 이 시는 영태 원년 6월 융주(戎州)에서 지었다. 두보는 영태 원년 5월 성도를 출발하여 배를 타고 장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잠시 융주에 들렀다. 그때 융주자사 양 씨가 베푼 동루 연회에 초대되어 잠깐의 연락(宴樂)에 몸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이 시는 당시 연회석상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여행길에 있는 처지라 편치만은 않은 심사를 써 내고 있다. '양사군'이 누구인지는 자세하지 않다. '동루'는 융주 관청의 동북쪽에 있었다.
267.연자래주중작(燕子來舟中作) 제비가 날아와 배 안에서 짓다
湖南爲客動經春(호남위객동경춘) : 호남의 나그네 되어 그럭저럭 봄을 지나니
燕子㗸泥兩度新(연자함니량도신) : 제비가 진흙 물어다가 집 짓는 일도 두 번째로다.
舊入故園嘗識主(구입고원상식주) : 옛 고향에 갔을 때, 일찍이 주인을 알아보고
如今社日遠看人(여금사일원간인) : 오늘이 사일(社日)이라 멀리 날아와 주인인 나를 보는가!
可憐處處巢居室(가련처처소거실) : 가련하다 여기저기 사는 둥지 마련하니
何異飄飄託此身(하이표표탁차신) : 정처 없이 떠도는 이 몸과 무엇이 다른가!
暫語船檣還起去(잠어선장환기거) : 잠시 돛대에서 조잘대다가 다시 날아가
穿花落水益霑巾(천화락수익점건) : 꽃을 쪼아 물에 떨어뜨리니 더욱 눈물이 수건을 적신다.
268.열 삼수(熱 三首) 더위
其一
雷霆空霹靂(뇌정공벽력) : 우레가 헛되이 벼락을 치더니
雲雨竟虛無(운우경허무) : 구름과 비가 마침내 없어졌어라.
炎赫衣流汗(염혁의류한) : 더위가 성하여 옷에 땀 흐르니
低垂氣不蘇(저수기부소) : 기운이 떨어져서 깨어나지 못하였다.
乞爲寒水玉(걸위한수옥) : 찬물의 옥이 되기를 빌며
願作冷秋菰(원작냉추고) : 서늘한 가을 향초 고포가 되기를 바란다.
何似兒童歲(하사아동세) : 어찌해야 어린 아이 때처럼
風涼出舞雩(풍량출무우) : 바람이 서늘함이 기우제 춤에서 나올까.
其二
瘴雲終不滅(장운종부멸) : 더운 구름이 끝내 없어지지 않고
瀘水復西來(노수복서내) : 노수는 다시 서쪽에서 흘러오는구나.
閉戶人高臥(폐호인고와) : 문 닫고 사람은 높이 누워있고
歸林鳥卻回(귀림조각회) : 수풀로 갔던 새가 도로 돌아오는구나.
峽中都是火(협중도시화) : 협주 안이 모두가 다 불 같으니
江上只空雷(강상지공뇌) : 강 위에는 오직 한갓 우레뿐이어라.
想見陰宮雪(상견음궁설) : 음궁의 눈을 보고 있음을 상상하니
風門堸沓開(풍문풍답개) : 바람 부는 문이 열림을 생각한다.
其三
朱李沈不冷(주리침부냉) : 자두가 물에 담가도 차갑지 않고
彫胡炊屢新(조호취누신) : 줄의 열매로 밥 지음을 자주 새롭게 한다.
將衰骨盡病(장쇠골진병) : 벌써 늙으니 뼈가 아프고 병을 얻으니
被暍味空頻(피갈미공빈) : 더위 병에 음식 맛을 헛되이 자주 만들었구나.
欻翕炎蒸景(훌흡염증경) : 갑자기 찌는 듯한 햇볕이 쪼이고
飄颻征戍人(표요정수인) : 변방의 군인들 회오리바람같이 다닌다.
十年可解甲(십년가해갑) : 10년 만에 가히 갑옷을 벗어버리니
爲爾一霑巾(위이일점건) : 너를 위하여 한번 수건이 젖게 울어본다.
269.영회고적 오수(詠懷古跡 五首) 고적에서 회포를 읊다
1. 支離東北風塵際(지리동배풍진제) : 동북의 전진 속을 유리타가
漂泊西南天地間(표박서남천지간) : 서남의 천지를 떠돈다.
三峽樓臺淹日月(삼협누태엄일월) : 삼협의 누대는 해와 달이 잠기어 있고
五溪衣服共雲山(오계의복공운산) : 다섯 계곡에 오랑캐 옷이 구름산과 함께 비춰든다.
羯胡事主終無賴(갈호사주종무뢰) : 오랑캐가 임금을 섬기나 끝내 믿을 수 없어
詞客哀時且未還(사객애시차미환) : 시인은 때를 슬퍼해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庾信平生最蕭瑟(유신평생최소슬) : 유신의 평생이 가장 쓸쓸하였으니
暮年詩賦動江關(모년시부동강관) : 말년의 시와 노래가 강관을 감동시키다.
2. 搖落深知宋玉悲(요낙심지송옥비) : 흔들려 떨어지는 가을 낙엽, 송옥의 슬픔을 진정 알아
風流儒雅亦吾師(풍류유아역오사) : 풍류스런 선비의 멋, 또한 내 스승이라
悵望千秋一洒淚(창망천추일쇄누) : 추창히 천년을 바라보니 눈물이 흐르고
蕭條異代不同時(소조리대부동시) : 쓸쓸히 시대를 달리하니 동시대는 아니구나.
江山故宅空文藻(강산고댁공문조) : 강과 산 그리고 옛집에는 남긴 글 공허하거늘
雲雨荒臺豈夢思(운우황태개몽사) :. 운우황대를 어찌 꿈꾸어 생각하랴
最是楚宮俱泯滅(최시초궁구민멸) : 이곳도 곧 초나라 궁궐과 함께 다 사라졌으니
舟人指點到今疑(주인지점도금의) : 뱃사람 손짓해 가리키며 지금까지 의심한다.
3. 群山萬壑赴荊門(군산만학부형문) : 여러 산, 온 골짜기 지나 형문에 이르니
生長明妃尙有村(생장명비상유촌) : 명기가 생장한 고을 아직도 있어라
一去紫臺連朔漠(일거자태련삭막) : 한 번 궁궐을 떠나니 길은 북방의 사막을 잇고
獨留靑塚向黃昏(독류청총향황혼) : 오직 명기의 푸른 무덤만이 남아 지는 해를 향한다.
畫圖省識春風面(화도생식춘풍면) : 봄바람 같이 부드러운 얼굴 화도성의 화공이 잘못 그려
環佩空歸月下魂(환패공귀월하혼) : 달빛 아래의 혼백 되어 패옥차고 부질없이 온다네.
千載琵琶作胡語(천재비파작호어) : 천년동안 비파는 오랑캐 노래 연주하니
分明怨恨曲中論(분명원한곡중논) : 분명히 그 원한 노래 속에 말 하리라
4. 蜀主征吳幸三峽(촉주정오행삼협) : 촉나라 임금 오나라 치려고 친히 삼협에 왔다가
崩年亦在永安宮(붕년역재영안궁) : 붕어한 해에도 영안궁에 있었네.
翠華想像空山里(취화상상공산리) : 빈 산속, 그 때의 화려한 임금 행차 생각하니
玉殿虛無野寺中(옥전허무야사중) : 궁궐은 허무하게 들판의 절고
古廟杉松巢水鶴(고묘삼송소수학) : 임금의 옛 무덤, 삼나무와 소나무에 학들이 둥지 틀고
歲時伏臘走村翁(세시복납주촌옹) : 해마다 여름과 겨울의 제사에 촌로들이 달려가 제사하네.
武侯祠屋常鄰近(무후사옥상린근) : 무후 제갈량의 사당도 항상 같이 있어
一體君臣祭祀同(일체군신제사동) : 군신이 한 몸 되어 제사도 합께 받는구나.
5. 諸葛大名垂宇宙(제갈대명수우주) : 제갈량의 큰 이름 우주에 드리우고
宗臣遺像肅淸高(종신유상숙청고) : 큰 신하의 초상화 청고하고 엄숙하다.
三分割據紆籌策(삼분할거우주책) : 삼분할거의 큰 포부 펴지 못했으나
萬古雲霄一羽毛(만고운소일우모) : 하늘에 낀 구름, 오랜 세월 깃털 같구나.
伯仲之間見伊呂(백중지간견이려) : 백중의 사이로 여궁이 보이고
指揮若定失蕭曹(지휘야정실소조) : 지휘와 안정에는 소조도 못 따랐다.
運移漢祚終難復(운이한조종난복) : 시운이 떠나 한나라의 복조를 끝내 회복하지 못하니
志決身殲軍務勞(지결신섬군무노) : 군무에 시달려 큰 뜻 결판나고 몸마저 죽었구나.
270.예도료영회(刈稻了詠懷) 벼 벤 뒤 회포를 읊다
稻獲空雲水(도획공운수) : 벼 베어내니 구름과 물 휑하고
川平對石門(천평대석문) : 강물은 평평하게 석문과 마주 하였다.
寒風疏落木(한풍소락목) : 차가운 바람에 풀과 나무 성글고
旭日散雞豚(욱일산계돈) : 해 뜨자 닭과 돼지 흩어진다.
野哭初聞戰(야곡초문전) : 들녘의 곡소리 애초에 전쟁에 대해 들었으나
樵歌稍出村(초가초출촌) : 나무꾼의 노래는 점차 촌락을 벗어난다.
無家問消息(무가문소식) : 소식 물을 집 없으니
作客信乾坤(작객신건곤) : 나그네 되어 천지에 몸을 맡길 수밖에.
이 시는 추수를 하고난 뒤의 들판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271.오반(五盤) 오반령
五盤雖云險(오반수운험) : 오반이 비록 험하다 말하나
山色佳有餘(산색가유여) : 산 빛은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에
仰凌棧道細(앙릉잔도세) : 우러러 잔도 좁은 곳을 오르고
俯映江木疎(부영강목소) : 굽어 물가 나무 드문 데를 비춰본다.
地僻無網罟(지벽무망고) : 땅이 유벽하여 그물로 잡을 이 없으니
水淸反多魚(수청반다어) : 물이 맑아도 도리어 고기들 많아라.
好鳥不妄飛(호조불망비) : 좋은 새 멋대로 날지 아니하고
野人半巢居(야인반소거) : 뫼의 사람은 반만 깃들여 산다.
喜見淳朴俗(희견순박속) : 순후 검박한 풍속을 보고 즐거워
坦然心神舒(탄연심신서) : 훤히 내 마음을 펴겠다.
272.옥화궁(玉華宮) 옥화궁
溪廻松風長(계회송풍장) : 개울물 굽이쳐 흐르고 솔바람 길게 불어오고
蒼鼠竄古瓦(창서찬고와) : 옛 기와 속으로 털 빠진 놀란 쥐가 숨어든다.
不知何王殿(부지하왕전) : 어느 왕의 궁전인지 알 수 없고
遺構絶壁下(유구절벽하) : 절벽아래에 남아 얽혀있구나.
陰房鬼火靑(음방귀화청) : 어두운 방에는 도깨비불 푸르고
壞道哀湍瀉(괴도애단사) : 무너진 길에는 흘러내는 물소리 애달프구나.
萬籟眞笙竽(만뢰진생우) : 들려오는 소나무 바람소리는 꼭 피리소리 같고
秋色正蕭灑(추색정소쇄) : 가을빛은 쓸쓸하고 물 뿌린 듯 맑도다.
美人爲黃土(미인위황토) : 미인도 죽으면 흙이 되나니
況乃粉黛假(황내분대가) : 하물며 분단장하고 눈썹 그린 거짓 미인이야!
當時侍金輿(당시시금여) : 당시에 모시던 임금의 수레
故物獨石馬(고물독석마) : 고물이 되고 돌로 깎은 말만 남아있구나.
憂來藉草坐(우래자초좌) : 시름에 겨워 무성한 풀밭에 안자서
浩歌淚盈把(호가루영파) : 호탕하게 노래 부르니 눈물이 손바닥을 흘러내린다.
冉冉征途間(염염정도간) : 가고 가는 인생길에
誰是長年者(수시장년자) : 영원히 사는 사람 그 누구이든가?
* 玉華宮 : 당태종의 아궁 * 溪廻 : 계류가 흘러 돌아 * 竄 : 숨는다. * 蒼鼠 : 털 빠진 늙은 쥐
* 構 : 헐어진 건물의 골조 * 壞道 : 무너진 길. * 湍瀉 : 빠르게 쏟아져 흐름
* 萬籟 : 자연의 모든 울림소리 * 笙竽 : 피리의 일종 * 蕭灑 : 산뜻하고 말쑥함
* 紛黛假 : 분과 눈썹먹. * 金輿 : 왕의 수레 * 故物 : 옛 부터의 물건 * 藉草坐 : 풀을 깔고 앉음
* 浩歌 : 소리 내 노래함 * 盈把 : 솥 아귀에 가득함. * 冉冉 : 앞으로 앞으로 나감 * 征途 : 가는 길
두보가 퇴임 후 본가. 부주로 향하던 도중 당태종 때 지어 폐허가 된 옥화궁 터에 들러 역사의 변천과 인생의 무상함을 회상하고 있다.
273.완월정한중왕(玩月呈漢中王) 달빛을 즐기다가 한중왕께 드리려고
夜深露氣淸(야심노기청) : 밤이 깊어갈수록 이슬 더욱 맑아지고
江月滿江城(강월만강성) : 물 위에 뜬 밝은 달 강변 마을을 비추는데
浮客轉危坐(부객전위좌) : 떠도는 이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歸舟應獨行(귀주응독행) : 헤어진 뒤 혼자서 배를 타야 하기 때문
關山同一照(관산동일조) : 관산에 달이 떠서 우리를 함께 비출 때면
烏鵲多自驚(오작다자경) : 까치들도 잠을 자다 놀라 깨어나겠지
欲得淮王術(욕득회왕술) : 회남왕의 방술을 배워보고 싶은데
風吹暈已生(풍취훈이생) : 바람이 불고 구름이 달을 가려버렸네
* 江(강) : 쓰촨(四川)에 있는 민산(岷山)의 주봉 설보정(雪寶頂)에서 발원하는 강으로, 장강(長江)의 지류 가릉강(嘉陵江)의 최대 지류인 부강(涪江)을 가리킨다. 부강은 유속이 매우 느리다.
* 浮客(부객) : 성도(成都)로 돌아가지 못하고 떠도는 시인 자신을 가리킨다.
* 危坐(위좌) : 원래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바로 세워 공경의 자세를 취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어느 곳에서도 편히 있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말한 것으로 새겨 읽었다. 《관자管子⋅제자직弟子職》에서 ‘危坐鄕師, 顔色無怍(스승을 향해 단정하게 앉고, 함부로 안색을 바꾸지 않는다).’이라고 했다.
* 歸舟(귀주) : 두보가 성도(成都)로 돌아가는 배에 타는 것을 가리킨다.
* 淮王術(회왕술) : 한(漢)나라 때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쓴 《회남자淮南子》 속에 나오는 방술方術을 가리킨다.
보응(寶應) 원년(762), 두보가 재주(梓州)에 들렀을 때 지은 작품이다.
한중왕(漢中王)은 당예종(唐睿宗)의 손자 이우(李瑀)를 가리키는데 두보는 재주에서 지은 다른 시 「희제기상한중왕戱題寄上漢中王」의 자주(自注)에서 한중왕이 영왕(寧王) 이헌(李憲)의 아들 이우(李瑀)라고 하였다.
(時王在梓州, 初至, 酒斷不飮, 篇有戱述. 漢中王瑀, 寧王憲之子)
이우(李瑀)는 이때 봉주장사(蓬州長史)로 좌천되어 있던 중이었다.
274.왕랑주연봉수십일구석별지작(王閬州筵奉酬十一舅惜別之作) - 두보(杜甫)
왕 낭주자사의 송별연에서 열한 번째 외삼촌의 석별시에 화답하다
萬壑樹聲滿(만학수성만) : 골짜기마다 낙엽 지는 소리 가득하고
千崖秋氣高(천애추기고) : 높이 솟은 벼랑마다 가을기운 드높네.
浮舟出郡郭(부주출군곽) : 물위에 배를 띄워 군곽(郡郭)을 떠나니
別酒寄江濤(별주기강도) : 송별의 주연 배위에서 열었네.
良會不複久(량회불복구) : 이렇게 좋은 만남도 곧 끝나게 되리니
此生何太勞(차생하태로) : 인생이란 정말로 괴로움이 한없는 것이리라.
窮愁但有骨(궁수단유골) : 나 오랜 고생으로 피골이 상접한 상태이나
群盜尚如毛(군도상여모) : 많은 침입자 반역자 아직도 헤일 수 없이 많네.
吾舅惜分手(오구석분수) : 외삼촌도 이별의 서러워 석별의 시를 지어 주셨고
使君寒贈袍(사군한증포) : 군(君)께서도 추위에 대비하게 솜옷을 전별로 주었네.
沙頭暮黃鵠(사두모황곡) : 해 저무는 강가 모래밭에는 황학(黃鵠)이
失侶自哀號(실려자애호) : 마치 내 신세 같이 짝을 잃고 홀로 슬피 울고 있네.
275.외인(畏人) 사람을 두려워하여
早花隨處發(조화수처발) : 이른 꽃은 곳을 좇아 피어있고
春鳥異方啼(춘조리방제) : 봄새는 타향에서 우는구나.
萬里淸江上(만리청강상) : 만 리 먼 맑은 강 위
三年落日低(삼년낙일저) : 삼년 세월에 해가 진다.
畏人成小築(외인성소축) : 사람이 두려워 작은 집을 지으니
褊性合幽棲(편성합유서) : 좁은 성품에 깊숙이 사는 것이 적합하다.
門徑從榛草(문경종진초) : 문 앞길에 무성한 풀 따를 뿐
無心待馬蹄(무심대마제) : 말 발굽소리 기다리는 마음 없어라.
276.용문(龍門)(即伊闕) 용문산(龍門山)에서(이궐)
龍門橫野斷(용문횡야단) : 용문산은 들판을 가로 누워 끊어지고
驛樹出城來(역수출성내) : 역의 나무들은 성에서부터 늘어서 있다.
氣色皇居近(기색황거근) : 분위기를 보니 황제 계신 곳이 가까워
金銀佛寺開(금은불사개) : 휘황찬란한 금빛 은빛, 사찰들이 열려있다.
往來時屢改(왕내시누개) : 왕래하는 때마다 자주 바뀌나
川陸日悠哉(천륙일유재) : 냇가와 땅은 날마다 변함없구나.
相閱征途上(상열정도상) :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살펴보니
生涯盡幾回(생애진기회) : 내 일생동안 모두 몇 번이나 다시 찾아올까.
* 이궐(伊闕) : 지금의 허난성[河南省] 낙양시[洛陽市] 伊闕縣에 두 개의 산 龍門山이 대궐처럼 마주 보고 그사이로 伊水가 흘러 伊闕이 되었다. 闕口라고도한다.
* 742年에 지은 시이다.
277.용문각(龍門閣) 용문각
淸江下龍門(청강하용문) : 용문산 밑에는 물 맑은 강 흐르고
絶壁無尺土(절벽무척토) : 강가에 솟은 절벽에는 흙 한 줌이 없는데
長風駕高浪(장풍가고랑) : 멀리서 온 바람이 높은 물살 일으키며
浩浩自太古(호호자태고) : 태곳적부터 호호탕탕 요란한 소리로 흘러가네.
危途中縈盤(위도중영반) : 절벽 가운데 구불구불 작은 길이 나 있어
仰望垂綫縷(앙망수선루) : 늘어진 실을 보듯 고개 들고 쳐다보면
滑石欹誰鑿(활석의수착) : 이끼 낀 바위벽에 누가 구멍을 뚫었는지
浮梁裊相拄(부량뇨상주) : 시렁 같은 다리가 간들간들 걸려 있네.
目眩隕雜花(목현운잡화) : 잡꽃이 지듯이 눈이 어질어질하고
頭風吹過雨(두풍취과우) : 머릿속은 비바람 몰아치는 것 같네.
百年不敢料(백년불감료) : 백 년 인생 몇 년이나 살게 될지 모르지만
一墜那得取(일추나득취) : 한 번 떨어지면 어떻게 주워 담을 수 있을까?
飽聞經瞿唐(포문경구당) : 구당협 험한 물길 하도 많이 들어봐서
足見度大庾(족견도대유) : 대유령 넘는 어려움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終身歷艱險(종신력간험) : 평생 힘들고 어렵게 지나온 것 생각하면
恐懼從此數(공구종차수) : 이제부터 겪게 될 일 헤아리기도 무섭네.
* 龍門 : (이주利州 면곡현綿谷縣 동북쪽 80리 되는 곳에 있는) 용문산을 가리킨다. ‘총령蔥嶺’이라고도 한다. 수십 장 높이에 석굴이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위태롭게 산허리에 걸려 있는 전각에는 바위에 구멍을 뚫어 잔도처럼 만든 작은 길을 통해 갈 수 있다. 『일통지一統志』에서 ‘在保寧府廣元縣嘉陵江上(보령부 광원현 가릉강嘉陵江 위에 있다).’이라고 했다.
* 淸江 : 한수현很水縣에 있는 장강長江의 지류로 옛 이름은 이수夷水였다. 『수경주水經注·이수夷水』에서 ‘夷水卽很山淸江也, 十丈分沙石, 蜀人見其淸澄, 因名淸江也(이수는 한산현에 있는 청강이다. 열 길 깊이의 돌과 모래도 구분될 만큼 물이 맑아서 촉인들이 청강이라 이름하였다).’라고 했다.
* 高浪 : ‘白浪’으로 쓴 자료도 있다.
* 危途 : 위태로워서 걷기 어려운 길을 가리킨다. ‘縈盤’은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위태로운 길을 가리킨다. ‘縈盤道’로 쓴 자료도 있다.
* 仰望垂綫縷 : 드리워진 실처럼 높이 매달린 전각을 수직으로 올려다보는 것을 가리킨다.
* 浮梁 : 절벽에 구멍을 뚫고 나무를 박아 허공에 만든 잔도棧道를 가리킨다.
* 不敢料 : 감히 헤아리지 못하다.
* 飽聞 : 많이 듣다. ‘瞿唐’은 장강삼협長江三峽 중 기주夔州에 있는 구당협瞿塘峽을 가리키는데, 물살이 빠르고 거칠기로 이름 높은 곳이다.
* 건원乾元 2년(759), 화주참군(華州參軍)직을 내려놓고 진주(秦州)를 거쳐 성도(成都)로 들어가 세밑 무렵에 쓴 것인데, 그동안 살아온 내력이 간단치 않았던 두보에게는 객지에서 새롭게 겪게 될 어려움들을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278.우(雨)1 비
萬木雲深隱(만목운심은) : 나무란 나무는 구름 속에 깊이 숨어 있고
連山雨未開(연산우미개) : 연이은 산에는 비가 아직 개이지 않았네.
風扉掩不定(풍비엄부정) : 바람에 사립문은 닫아도 고정되지 않고
水鳥過仍回(수조과잉회) : 물새들은 지나가더니 되돌아오네.
鮫館如鳴杼(교관여명저) : 인어들의 집에서 베틀의 북소리 나듯이 비가 내리니
樵舟豈伐枚(초주기벌매) : 배 안의 나무꾼은 어찌 땔나무를 얻으리오.
清涼破炎毒(청량파염독) : 청량함이 더위 독을 씻어주었으니
衰意欲登臺(쇠의욕등대) : 마음이 쇠약함에도 높은 누대에 오르고 싶네.
* 仍回(잉회) : 되돌아오다.
* 鮫館(교관) : 鮫室. 인어들이 사는 물속의 집. 남해의 물속에서 인어들이 쉬지 않고 비단을 짜고 있다 한다.
* 如鳴杼(여명저) : 베틀의 북소리와 같다.
* 伐枚(벌매) : 땔나무를 베다. 枚는 작은 가지.
* 炎毒(염독) : 더위의 독.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대종(代宗) 대력(大曆) 원년(元年) (766) 두보가 55세 때 기주(夔州)에서 지은 시이다. 그 해에 비가 많이 내려 비에 대하여 지은 시가 다수 있다. 연일 비가 오는 날 강을 바라보며 비 오는 풍경을 묘사한 시로 노쇠한 몸이지만 높은 누대에 올라 비 오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을 읊은 시이다.
279.우(雨)2 비
冥冥甲子雨(명명갑자우) : 어둑어둑 정월 초파일 내리는 비
已度立春時(이도립춘시) : 벌써 입춘을 넘긴 때
輕箑煩相向(경삽번상향) : 가벼운 부채 부치는 것 번거롭고
纖絺恐自疑(섬치공자의) : 가는 베옷 입을 때인가 절로 의심스럽다네.
烟添纔有色(연첨재유색) : 안개 끼어 겨우 조금 빛이 있고
風引更如絲(풍인갱여사) : 바람이 불자 빗발은 더욱 실 같아지네
直覺巫山暮(직각무산모) : 무산이 저물어 감을 바로 깨닫게 하고는
兼催宋玉悲(겸최송옥비) : 아울러 송옥의 슬픔을 재촉 하는구나
* 이 시는 대력 원년 정월 8일 운안에서 지었다. 겨울 갑자일 부터 비가 내려 입춘을 넘겨 계속 비가 내리자 그 풍경과 느낌을 짧지만 심장하게 읊었다. 날이 무더워 부채와 여름옷을 꺼내면서 사물에 자신의 감정을 기탁했고, 무산 가까운 곳이라 송옥의 고사를 떠올려 나그네 신세에까지 생각이 닿았다. 대력 2년에 지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갑자일은 입춘 이후 봄의 갑자일이라고 보기도 하나 옳지 않다.
280.우과소단(雨過蘇端) 빗속에 소단을 방문하다
鷄鳴風雨交(계명풍우교) : 새벽부터 비와 바람 번갈아 들어
久旱雲亦好(구한운역호) : 오랜 가뭄에 구름을 보는 것도 좋구나.
藜杖入春泥(여장입춘니) : 지팡이 짚고 봄날의 흙탕길로 나선 것은
無食起我早(무식기아조) : 속이 비어 잠에서 일찍 깨어난 것이겠지.
諸家憶所歷(제가억소력) : 지금까지 들렸던 여러 집들은
一飯迹便掃(일반적편소) : 밥 한 끼 먹인 뒤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蘇侯得數過(소후득수과) : 소단만은 여러 차례 찾아갔어도
歡喜每傾倒(환희매경도) : 그때마다 기뻐하며 마음으로 맞아줬는데
也復可憐人(야부가련인) : 언제라도 무골호인 소단 이 사람
呼兒具梨棗(호아구리조) : 아이 불러 과일들을 내오게 하고
濁醪必在眼(탁료필재안) : 탁주까지 빼놓지 않고 차리게 해서
盡醉攄懷抱(진취터회포) : 흠뻑 취해 속마음까지 털어놓게 했네.
紅稠屋角花(홍조옥각화) : 집 모퉁이에는 꽃들이 붉디붉게 피고
碧委墻隅草(벽위장우초) : 담장 구석에도 풀들이 푸른 기운을 되찾아
親賓縱談謔(친빈종담학) : 가까운 사람들이 마음껏 우스갯소리 나누며
喧閙畏衰老(훤뇨외쇠로) : 늙은이를 즐겁게 하려는 듯 시끌벅적 놀았네.
况蒙霈澤垂(황몽패택수) : 그뿐인가 하늘이 은혜롭게 비까지 내려주어
糧粒或自保(양립혹자보) : 양식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을 것인데
妻孥隔軍壘(처노격군루) : 전란으로 처자식과 떨어져 지내야 하다니
撥棄不擬道(발기불의도) : 그것만은 말하고 싶은 맘 하나 없구나.
* 鷄鳴(계명) : 날이 밝기 전에 닭이 우는 것을 가리킨다. 포조(鮑照)는 「行藥之城東橋」란 시에서 ‘鷄鳴關吏起, 伐鼓早通晨(닭이 울면 관문을 지키는 병사 잠에서 깨어 / 북을 쳐서 사람들에게 날 밝은 것을 알리네)’이라고 읊었다.
* 傾倒(경도) : 탄복하다. 심복하다. 감명 받다.
* 濁醪(탁료) : 탁주濁酒
* 墻隅(장우) : 담 모퉁이. 委’를 ‘秀’로 쓴 자료도 있다.
* 談謔(담학) : 우스갯소리를 나누다.
* 喧鬧(훤뇨) : 시끌벅적하다. 소란스럽다.
* 霈澤(패택) : 빗물. 은택. 죄인들에게 은사를 베풀다.
* 妻孥(처노) : 처와 자식
* 撥棄(발기) : 내쫓다. 없애다. 물리치다.
이 작품은 숙종(肅宗) 지덕(至德) 2년(757) 봄, 어려움을 겪던 시절에 자신을 돌봐준 소단이란 사람의 집에 들러 지은 것이다.
此至德二載春, 陷賊中詩, 末云妻孥隔軍壘.(차지덕이재춘, 함적중시, 말운처노격군루.)
이것은 지덕 2년 봄, 반군에게 함락된 (장안에 있던) 중에 지은 시로
(시문의) 말미에서 ‘전란으로 처자식들과 떨어져 있네.’라고 했다.
- 《두시상주杜詩詳注》 중에서
두보(杜甫)는 당시 반군들에게 함락된 장안(長安)에 있었고, 아내와 아이들은 부주(鄜州) 삼천현(三川縣)에서 남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제주(題注)에 '소단이 술을 준비해두었다(端置酒)'고 한 것을 보면 이날도 소단이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두보를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두보는 이 시를 짓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새로 즉위한 숙종(肅宗)으로부터 좌습유(左拾遺)로 제수되어 관리가 되려는 오랜 바람을 이루었다.
282.우묘(禹廟) 우왕의 사당
禹廟空山裏(우묘공산리) : 우왕의 사당은 빈 산 속에 있어
秋風落日斜(추풍락일사) : 가을바람 불어오고 해가 지고 있다.
荒庭垂橘柚(황정수귤유) : 황폐한 뜰에는 귤이 매달려 있고
古屋畵龍蛇(고옥화룡사) : 오래된 사당에는 용과 뱀이 그려져 있다.
雲氣生虛壁(운기생허벽) : 구름기운 빈 벽에 일어나고
江聲走白沙(강성주백사) : 강물 흐르는 소리 흰 모래벌판으로 달려간다.
早知承四載(조지승 사재) : 일찍이 알았네, 가지 수레를 이어
疏鑿控三巴(소착공삼파) : 물길 뚫어 삼파 지방을 농토로 당겨왔음을
283.우부절(雨不絕) 그치지 않는 비
鳴雨既過漸細微(명우기과점세미) : 천둥치던 비 지나가고 차츰 가늘어지더니
映空搖颺如絲飛(앙공요양여사비) :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실처럼 흔들리며 날리네.
階前短草泥不亂(계전단초니불란) : 섬돌 앞 작은 풀은 흙탕물에 더러워지지 않고
院裏長條風乍稀(원리장조풍사희) : 뜰 안의 긴 가지에 바람이 잠시 잠잠해지네.
舞石旋應將乳子(무석선응장유자) : 제비가 곧 새끼 데리고 날아오르려니
行雲莫自濕仙衣(행운막자습선의) : 신녀(神女)는 자기 옷을 젖게 하지 말지어다.
眼邊江舸何怱促(안변강가하총촉) : 눈앞의 큰 배는 무슨 일이 그리도 급하기에
未待安流逆浪歸(미대안류역랑귀) : 물결 잦기를 기다리지 않고 급물살에 돌아가는가.
* 鳴雨 : =뇌우(雷雨). 천둥소리가 내며 내리는 비. * 映空 : 어두컴컴한 하늘.映은 희미할 ‘앙’.
* 搖颺 : 흔들리며 날리다. * 乍 : 잠깐. 잠시. * 舞石 : 제비. 비바람이 잦아드는 것을 말한다. 상수(湘水) 동쪽에 제비 모양의 바위가 있어 산 이름을 석연산(石燕山)이라고 하였으며, 그 바위의 모습이 혹은 크고 혹은 작아서 모자(母子)와 같고, 비바람이 잦아들면 제비 떼가 날아오르는 듯 보여 춤추는 바위로 표현한 것이다. * 旋應 : 빠르다. 쉽사리
* 將乳子 : 새끼를 데려오다. 將(장)은 데려오다. 乳子(유자)는 (제비의) 새끼.
* 行雲 : 지나가는 구름. 무산신녀(巫山神女)를 가리킨다. 무산신녀가 저녁에 비가 된다고 하였으니 비를 그만 내리게 하라는 표현이다. <무산신녀가 “저는 무산의 남쪽 고악산(高丘山) 험한 곳에 사는데, 아침엔 구름이 되고 저녁엔 비가 되어 아침이면 아침마다 저녁이면 저녁마다 양대(陽臺)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妾在巫山之陽 高丘之阻 且爲朝雲 暮爲作雨 朝朝暮暮 陽臺之下]”><송옥(宋玉)의 高唐賦(고당부)〉 * 江舸 : 큰 배. * 怱促 : 바쁘다. 다급하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대종(代宗) 대력(大曆) 원년(元年) (766) 두보가 55세 때 기주(夔州)에서 지은 시이다. 그 해에 비가 많이 내려 비에 대하여 지은 시가 다수 있다.
비 오는 날 상수(湘水)가에서 강을 바라보며 비 오는 풍경을 묘사한 시로, 석연산(石燕山)과 무산 신녀를 인용하여 비가 그쳐 감을 말하고 거친 강물을 거슬러 가는 배를 근심하며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284.우시종무(又示宗武) 종무에게 또 보이다
覓句新知律(멱구신지률) : 시구를 찾다가 율시를 새로 알게 되었으니
攤書解滿牀(탄서해만상) : 책을 펼쳐놓고 가득한 책상 뒤질 줄도 안다.
試吟靑玉案(시음청옥안) : 장형의 시, <청옥안>을 외워보라
莫羨紫羅囊(막선자나낭) : 사형처럼 붉은 비단 부러워하지 말아라.
暇日從時飮(가일종시음) : 휴일에 시절을 따라 술을 마시니
明年共我長(명년공아장) : 명년에는 나처럼 성장하리라
應須飽經術(응수포경술) : 반드시 경서와 학문을 배불리 익혀
已似愛文章(이사애문장) : 이미 문학을 좋아하는 것 같구나.
十五男兒志(십오남아지) : 열다섯 살 사나이는 뜻을 가지고
三千弟子行(삼천제자항) : 삼천 제자의 행렬에 들어야 하느니라.
曾參與游夏(증삼여유하) : 증삼과 자유와 자하처럼
達者得升堂(달자득승당) : 도달하면 승당의 경지는 얻을 수 있으리라.
* 覓句 : 시를 짓는 사람이 구상을 위해 시구詩句들을 찾아보는 것을 가리킨다.
* 攤書 : 참고할 서적들을 펼쳐놓는 것을 가리킨다. 독서讀書를 가리키기도 한다.
* 靑玉案 : 일반적으로 고시(古詩)를 가리킨다. 여기서는 옛사람의 시를 가리키는 것으로 새겨 읽었다.
* 紫羅囊 : 허리춤에 차는 장식물의 하나로 붉은 비단으로 만든 향낭香囊을 가리킨다. ‘羨’을 ‘帶’로 쓴 자료도 있다.
* 從時 : 시절을 따르다. 절기를 따르다. * 經術 : 경학經學 * 三千弟子 : 공문孔門의 제자를 가리키는 말.
* 曾參 :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를 가리킨다. 공자가 그를 가르쳐 효경을 짓게 했다. 노나라에서 죽었다).’라고 했다.
* 遊夏 : 공자의 제자 중에 문학에 능했던 자유子遊(언언言焉)와 자하子夏(복상卜商)의 병칭이다.
* 升堂 : 관리가 되어 관청에서 일을 보는 것을 가리킨다.
* 두보는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었는데 이름은 각각 큰아들 종문(宗文)과 둘째 아들 종무(宗武), 그리고 딸 봉아(鳳兒)였다. 제목을 ‘又示宗武’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두보는 이보다 앞서 「새해 첫날 종무에게 보이려고」란 시를 짓기도 했는데, 그것을 감안하여 이번 시를 읽을 때 제5구 ‘暇日從時飮’을 새해 첫날 편안하게 마시는 술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汝啼吾手戰(여제오수전) : 내 손 떠는 것을 보고 너는 우는데
吾笑汝身長(오소여신장) : 네 키 자란 것을 보고 나는 웃는다.
處處逢正月(처처봉정월) : 도처에서 사람들이 새해를 맞겠지만
迢迢滯遠方(초초체원방) : 나는 아득히 먼 곳에 묶여 있구나.
飄零還柏酒(표영환백주) : 떠돌아도 백엽주는 마셔야 할 터인데
衰病只藜床(쇠병지여상) : 늙고 병들어 침상에 누워 지내며
訓喩靑衿子(훈유청금자) : 어린 아이에게 글자나 가르치고 있으니
名慚白首郞(명참백수랑) : 다 늙어 낭관이란 이름조차 부끄럽다.
賦詩猶落筆(부시유낙필) : 시를 짓다 붓을 그만 내려놓고는
獻壽更稱觴(헌수갱칭상) : 장수를 기원하며 술 한 잔을 더했더니
不見江東弟(불견강동제) : 강동에서 소식 끊긴 아우가 보고파서
高歌泪數行(고가루수행) : 큰 소리로 노래하며 눈물만 흘리노라.
* 斤削 : 남에게 시문(詩文) 수정을 청하는 것을 가리키는 경어(敬語)
285.우정오랑(又呈吳郞) 또 오랑에게
堂前撲棗任西隣(당전박조임서린) : 집 뜰 대추는 서쪽 이웃이 따가라고 놔두시게
無食無兒一婦人(무식무아일부인) : 먹을 것도 자식도 없는 한 부인이라네.
不爲困窮寧有此(불위곤궁녕유차) : (그녀가) 가난하지 않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으랴?
秪緣恐懼轉須親(지연공구전수친) : 두려워할 테니 더욱 친하게 대해주시게.
卽防遠客雖多事(즉방원객수다사) : 비록 할 일이 많으나 먼 곳에서 온 나그네를 말리나니
使揷䟽籬却甚眞(사삽소리각심진) : 울타리를 치게 함은 도리어 너무하신 거요.
已訴徵求貧到骨(이소징구빈도골) : 이미 세금이 많아 가난이 뼈골에 사무친 것이니
正思戎馬淚盈巾(정사융마루영건) : 전쟁의 참상을 생각하니 눈물이 수건을 가득 적시네.
* 두보가 기주에서 모처럼 평안한 말년을 보내던 시절, 오랑이라는 이에게 집을 넘겨주고 이사 가면서 남긴 시다.
286.우청(雨晴) 비가 개다
天際秋雲薄(천제추운박) : 하늘 끝에 가을 구름은 희미하고
從西萬里風(종서만리풍) : 서쪽 만리의 바람 불어오네.
今朝好晴景(금조호청경) : 오늘 아침은 맑은 경치가 좋아서
久雨不妨農(구우불방농) : 오랜 비가 농사를 방해하지는 않으리.
塞柳行疏翠(새류행소취) : 변방의 버들 성긴 비취빛으로 늘어서고
山梨結小紅(산리결소홍) : 산배나무 붉은 빛으로 조그만 열매 맺었네.
胡笳樓上發(호가루상발) : 호가소리 누대 위에서 들려오니
一雁入高空(일안입고공) : 기러기 한 마리 높은 하늘에 날아드네.
287.운산(雲山) 운산에 올라
京洛雲山外(경락운산외) : 도성인 낙양은 운산 너머 있는데
音書靜不來(음서정불래) : 말로도 글로도 소식 오지 않네.
神交作賦客(신교작부객) : 마음으로 내왕하며 시를 짓는 나그네
力盡望鄕臺(역진망향대) : 힘써 높은 곳 올라 고향 쪽을 바라보네.
衰疾江邊臥(쇠질강변와) : 허약해져 아픈 몸 강가에 뉘었더니
親朋日暮回(친붕일모회) : 벗들은 날 저물자 돌아가 버렸네.
白鷗元水宿(백구원수숙) : 갈매기 본래부터 물가에서 사는 법
何事有餘哀(하사유여애) : 슬프고 자실일 무엇이 있겠는가?
* 雲山 : 호남성 무강시 남쪽에 있으며 오랫동안 중국의 명산으로 여겨지며 69복지 중 하나로 꼽힌다.
* 京洛 : 낙양의 별칭이다. * 音書 : 서신. 소식. * 神交(신교) : 마음으로 사귀다. 이름을 흠모하여 자기도 모르게 벗이 되다.
* 親朋 : 친척과 벗. 친한 친구. * 水宿 : 물에서 살다.
288.원유(遠遊) 멀리 가서 놀다
江闊浮高棟(강활부고동) : 강이 넓어 높은 용마루 그림자 물에 뜨고
雲長出斷山(운장출단산) : 구름이 길어지니 허리 잘린 산이 드러난다.
塵沙連越嶲(진사련월수) : 티끌과 모래바람은 월수 땅에 이어지고
風雨暗荊蠻(풍우암형만) : 바람 불고 비가 내려 형만 땅이 어득하다.
雁矯銜蘆內(안교함노내) : 갈대를 물고 나는 기러기 조심스럽게 날고
猿啼失木間(원제실목간) : 나무 잃은 원숭이들 애절하게 우는구나.
敝裘蘇季子(폐구소계자) : 헐어진 가죽옷 입은 소진 같은 사람
歷國未知還(력국미지환) : 여러 지방 다니면서 돌아올 줄을 모른다.
289.원일기위씨매(元日寄韋氏妹) 설날에 여동생에게 보내다
近聞韋氏妹(근문위씨매) : 요즘 듣자하니 위씨에게 시집간 누이가
迎在漢鍾離(영재한종리) : 종리현에 가서 잘 산다하네.
郎伯殊方鎭(랑백수방진) : 신랑은 먼 변방 수비 떠나고
京華舊國移(경화구국이) : 번화했던 서울(장안)은 많이도 변했네.
秦城廻北斗(진성회북두) : 진성에 북두성이 돌았으니
郢樹發南枝(영수발남지) : 영 땅의 나무는 남쪽가지에 움텄네.
不見朝正使(불견조정사) : 설날 조회하러 온 조정사가 보이지 않으니
啼痕滿面垂(제흔만면수) : 눈물자국 얼굴에 가득 하겠지.
291.월(月)1 달
天上秋期近(천상추기근) : 하늘이 가을철에 가까워지니
人間月影淸(인간월영청) : 인간 세상 달빛은 맑기도 하네.
入河蟾不沒(입하섬불몰) : 은하수로 들어간 두꺼비는 빠지지도 않고
搗藥兎長生(도약토장생) : 약을 찧는 토끼는 장생을 하네.
只益丹心苦(지익단심고) : 단지 일편단심의 마음 고통만 더할 뿐
能添白髮明(능첨백발명) : 환한 달빛에 백발만 더 늘어나네.
干戈知滿地(간과지만지) : 창과 방패가 천지에 가득 차 있으니
休照國西營(휴조국서영) : 장안(長安)의 서쪽은 비추지 말아다오.
이 시는 두소릉(杜少陵) 시집 및 고금시산(古今詩刪)에 실려 있으며, 전당시(全唐詩) 및 두소릉 시집에는 동일 제목의 월(月)이라는 시가 있고 또한 월삼수(月三首)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아래 원문 참조). 지덕(至德) 2년(757) 두보의 46세 때 지은 시로 안록산(安祿山)의 난으로 피난을 갔던 두보가 달을 바라보고 안록산의 난이 평정되기를 바라며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읊었다.
* 入河蟾不沒(입하섬불몰) : 은하수에 들어간 두꺼비는 빠지지도 않고. 전설상의 달에 있는 두꺼비가 강물 같은 은하수로 들어가지만 빠지지 않는다. 즉, 달이 은하수에 걸려있다는 뜻.
* 搗藥免長生(도약토장생): 불로장생의 약을 찧는 토끼는 장생을 한다. 전설에 달 속에는 하얀 옥토끼가 있어 계수나무 아래에서 약방아를 찧어 인간에 뿌려 준다고 한다.<白兎擣藥(백토도약 ): 把酒問月(파주문월) - 李白(이백)>
* 休照國西營(휴조국서영) : 장안(長安)의 서쪽은 비추지 말아다오. 國西營(국서영)은 장안 서쪽의 병영으로 안록산의 난 때 안록산의 반군이 있는 지역.
292.월(月)2 달
四更山吐月(사경산토월) : 사경(四更)에 산이 달을 토하니
殘夜水明樓(잔야수명루) : 새벽녘 물에 비춰 누대를 밝게 하네.
塵匣元開鏡(진갑원개경) : 먼지 쌓인 경대에서 거울이 처음 열고 나온 듯하고
風簾自上鉤(풍렴자상구) : 바람 불어 발이 저절로 발 갈고리에 걸린 듯하네.
兔應疑鶴髮(토응의학발) : 토끼는 아마도 제 머리 학처럼 희다 의아해하고
蟾亦戀貂裘(섬역연초구) : 달에 사는 두꺼비 따뜻한 담비 갖옷이 그립겠네.
斟酌姮娥寡(짐작항아과) : 짐작컨대 항아(姮娥)는 과부일 테니
天寒耐九秋(천한내구추) : 쌀쌀한 이 가을 어찌 견디려나.
* 四更 : 새벽2시 전후. * 殘夜 : 새벽녘. * 水明樓 : 달빛이 물에 비추어 누대가 밝다.
* 塵匣元開鏡 : 먼지 쌓인 경대(匣)에 든 거울이 처음 열고 나오다.
* 簾 : 발. 주렴. * 疑鶴髮 : 달빛 때문에 더 희게 보이므로 새삼 자기의 흰 머리를 의아하게 여긴다.
* 戀貂裘 : 날씨가 추우므로 따듯한 담비 갖옷을 그리워한다. 貂裘(초구)는 담비 가죽으로 만든 갖옷.
* 斟酌 : 어림쳐서 헤아림. * 姮娥 : 嫦娥(상아,항아), 하나라 때 有窮(유궁)의 군주인 夷羿(이예)의 아내로 羿(예)가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구했는데 항아가 이 약을 몰래 훔쳐먹고 신선이 되어 달로 도망가 달의 정령이 되었다. * 天寒 : 날씨가 추움. * 九秋 : 가을 3개월, 90일간의 가을.
이 시는 전당시에 실려 있으며, 전당시(全唐詩) 및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에는 동일 제목의 월(月)이라는 시가 있고 또한 월삼수(月三首)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새벽녘에 누대에서 달을 보며 달의 전설에 빗대어 자신의 보내야 할 쓸쓸한 가을에 대하여 읊은 시이다.
293.월 삼수(月 三首) 달의 노래
其一
斷續巫山雨(단속무산우) : 무산(巫山)에 비가 내리다 멈추다 했는데,
天河此夜新(천하차야신) : 은하수가 있는 이 밤이 새롭구나.
若無青嶂月(약무청장월) : 만약 푸른 산에 달이 없었더라면,
愁殺白頭人(수살백두인) : 근심에 백발의 이 사람은 죽었겠지.
魍魎移深樹(망량이심수) : 도깨비가 옮겨 다니는 깊은 숲에,
蝦蟆動半輪(하마동반륜) : 두꺼비가 움직이는 반달이네.
故園當北斗(고원당북두) : 고향에도 마땅히 있는 북두칠성을
直指照西秦(직지조서진) : 똑바로 가리키며 서진(西秦)쪽을 비추네.
* 巫山 : 중국 사천(四川)성과 호북(湖北)성의 경계에 있는 산 * 天河 : 은하(銀河)
* 魍魎 : ①도깨비 ②이매 망량(魑魅魍魎)[산과 바다의 요괴 또는 산도깨비와 물도깨비라고 함.]
* 蝦蟆 : 두꺼비. * 故園 : ①전(前)에 살던 곳 ②고향(故鄕)
* 西秦 : 중국(中國)의 오호십육국(五胡十六國)의 하나. 선비족(鮮卑族)의 걸복국인(乞伏國人)이 감숙(甘肅)의 원천(苑川)에 도읍(都邑)하여 세운 나라. 4세(世)로 대하의 혁연정(赫連定)에게 망(亡)함. 진(秦) (385~481)
其二
幷照巫山出(병조무산출) : 모두 무산(巫山)을 비추며 나왔는데,
新窺楚水清(신규초수청) : 새로 엿보는 초나라 강이 맑네.
羈棲愁裏見(기서수리견) : 객지살이에 근심이 속에서 드러나니,
二十四回明(이십사회명) : (달이)24번이나 돌면서 밝았네.(2년이 지나버렸네.)
必驗昇沈體(필험승침체) : 분명 경험한 오르고 가라앉는 모습에서
如知進退情(여지진퇴정) : 나아가고 물러나는 정이 있는 걸 어찌 알겠는가?
不違銀漢落(불위은한락) : 어김없이 은하수가 떨어지니
亦伴玉繩橫(역반옥승횡) : 또한 짝하여 (달이)태을성(太乙星)을 가로지르네.
* 玉繩(옥승) : 별의 이름. 옥형(玉衡), 곧 북두(北斗) 제5성의 북쪽에 있는 천을(天乙)•태을(太乙)의 두 소성(小星)을 말함.
其三
萬里瞿塘峽(만리구당협) : 만 리에 있는 구당협에
春來六上弦(춘래륙상현) : 봄이 오니 여섯 번이나 초승달이 떠서
時時開暗室(시시개암실) : 때때로 어두운 방을 밝혀주고,
故故滿青天(고고만청천) : 수시로 푸른 하늘에 가득 차네.
爽合風襟靜(상합풍금정) : 시원함이 합쳐진 바람은 옷깃에서 쉬고
高當淚臉懸(고당루검현) : (달은)높은데서 분명 눈물 흐르는 뺨을 매달았는데,
南飛有烏鵲(남비유오작) : 남쪽으로 날아가는 까마귀와 까치가 있어
夜久落江邊(야구락강변) : 밤이 늦도록 강가에 떨어지네.
* 瞿塘峽 : 사천(四川)성 동부에 있는 양자강(揚子江) 삼협(峽)의 하나. 물길이 험하기로 유명함.
* 弦 : 초승달. * 故故 : ① 때때로 ② 왕왕 ③ 여러 번
294.월야(月夜) 달밤
今夜鄜州月(금야부주월) : 오늘 밤 부주에 뜬 저 달을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 : 아내는 혼자 보고 있겠지.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 : 멀리서 그리는 어린 자식들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 : 아직은 장안 생각은 못하겠지.
香霧雲鬟濕(향무운환습) : 밤안개에 구름머리가 축축하고
淸輝玉臂寒(청휘옥비한) : 휘영청 달빛 아래 고운 팔이 차가우리라.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 : 어느 날에나 창가에 기대어
雙照淚痕干(쌍조누흔간) : 우리 둘이 눈물 마른 얼굴로 저 달을 보겠나.
杜甫의 역경과 애틋한 가족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다. 안록산의 난(755~763)이 일어나기 바로 전에 두보는 奉先縣으로 가서 가족을 만났지만, 바로 안록산의 난이 일어났고, 두보는 가족을 데리고 白水縣으로 피난했다가 다시 가족만 鄜州(부주)로 피난시켰다. 부주는 지금의 陝西省 延安市 黃陵縣이다.
295.월야억사제(月夜憶舍弟) 달밤에 아우를 생각하다
戍鼓斷人行(수고단인행) : 수루의 북소리에 발길 끊어지고
邊秋一雁聲(변추일안성) : 변방의 가을에 한 마리 기러기 소리
露從今夜白(로종금야백) : 이슬은 오늘밤부터 얼어 희어지고
月是故鄉明(월시고향명) : 이 달은 고향에서도 밝으리라
有弟皆分散(유제개분산) : 형제가 있으나 모두 흩어져
無家問死生(무가문사생) : 생사를 물어볼 집마저 없도다.
寄書長不達(기서장불달) : 편지를 부쳐도 오랫동안 가지 못하나니
況乃未休兵(황내미휴병) : 하물며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음에야
296.월원(月圓) 둥근 달
孤月當樓滿(고월당루만) : 외로운 달이 누각 위에 가득하고
寒江動夜扉(한강동야비) : 차가운 강물 빛이 밤 사립문에 어리네.
委波金不定(위파금부정) : 금빛 달빛은 파도에 실려 반짝이고
照席綺逾依(조석기유의) : 비단 방석은 달빛을 받아 더욱 눈부시네.
未缺空山靜(미결공산정) : 달이 둥그니 적막한 산은 고요하고
高懸列宿稀(고현렬수희) : 달이 높이 걸려 환하니 별빛들도 희미하네.
故園松桂發(고원송계발) : 고향에는 소나무와 계수나무 무성하리니
萬里共清輝(만리공청휘) : 만 리 먼 곳도 함께 맑게 비추겠네.
* 未缺(미결) : (달이) 아직 이지러지지 않음. 달이 둥그렇다.
* 列宿(열수) : 열성(列星).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
* 故園(고원) : 고향.
* 松桂發(송계발) : 소나무와 계수나무가 무성하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 및 두소릉집(杜少陵集)에 실려 있는 시로 서각(西閣)에서 둥근 달을 보고 읊은 시이다. 대력(大曆) 원년(元年:766) 겨울 두보는 기주(夔州)에 머물면서 서각(西閣)에 우거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곳은 최간(崔旰)이 일으킨 전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서각의 높은 누각 위에 둥근 달이 떠올라 가을밤의 한기 중에 장강에 비친 달빛을 보며 고향인 장안 쪽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읊은 시이다.
297.위농(爲農) 농사지으며
錦里烟塵外(금리연진외) : 금리는 연기와 티끌(전란)밖의 마을
江村八九家(강촌팔구가) : 이 강 마을에는 팔구가구 살고 있네.
圓荷浮小葉{원하부소옆} : 둥근 연꽃 주위에 작은 잎들 떠 있고
細麥落經花(세맥낙경화) : 가느다란 보리꽃 가볍게 떨어지네.
卜宅從玆老(복택종자노) : 점을 처 집을 마련하고 여기서 늙을지니
爲農去國賖(위농거국사) : 서울서 멀지라도 농사지으며 살련다.
遠撕勾漏令(원시구루령) : 옛 구루현령을 바랄수도 없고
不得問丹紗(부득문단사) : 영약인 단사에 대해 물을 수도 없구나.
* 錦里 : 초당이 있는 마을 * 烟塵 : 먼지와 연기 * 圓荷 : 둥근 연잎 * 去國賖 : 멀리 서울을 떠남
* 勾漏令 : 구루는 베트남으로 葛洪이 그곳에 선약인 단사가 난다는 소문을 듣고 현령을 자처. 현지의 선약을 먹고 등선했다는 고사로 두보는 이상향으로 자주 인용하고 있다.
* 홍진을 멀리하고 티 없이 깨끗한 고요한 마을에서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정하고 보리밭 가꾸며 농사지으려니 높은 이상의 꿈은 없으나 마음은 더 없이 평화롭구나.
298.위장군가(魏將軍歌) 위장군을 노래함
將軍昔著從事衫(장군석저종사삼) : 장군께서는 전에 종사관의 옷을 입고
鐵馬馳突重兩銜(철마치돌중량함) : 철마를 몰고 치달림에 이중이 재갈을 물리었습니다.
被堅執銳略西極(피견집예략서극) : 견고한 갑옷 입고 날카로운 무기로 서쪽 변방을 공략함에
崑崙月窟東嶄歸(곤륜월굴동참귀) : 곤륜산이 서쪽 월굴의 동쪽으로 우뚝 솟아있었습니다.
君門羽林萬猛士(군문우림만맹사) : 대궐의 방위군인 우림에는 만여 명의 용맹한 군사
惡若哮虎子所監(악야효호자소감) : 그대가 맡은 군사는 사납기가 포효하는 호랑이 같았습니다.
五年起家列霜戟(오년기가렬상극) : 오 년 만에 집안을 일으키시고 서릿발 같은 창을 늘어세우고
一日過海收風帆(일일과해수풍범) : 하루 만에 바다를 지나 바람 탄 돛을 거두었습니다.
平生流輩徒蠢蠢(평생류배도준준) : 평생 동년배들은 부질없이 준동하고
長安少年氣欲盡(장안소년기욕진) : 장안의 젊은이들은 기가 다 꺾이었습니다.
魏侯骨聳精爽緊(위후골용정상긴) : 그러나 위후께서는 기골이 솟구치고 정신이 활발하여
華嶽峯尖見秋隼(화악봉첨견추준) : 화악봉 꼭대기에서 용맹한 가을 매를 보는 듯하였습니다.
星纏寶校金盤陀(성전보교금반타) : 반짝이는 별로 두른 듯한 반타로 장식하고
夜騎天駟超天河(야기천사초천하) : 밤에 천마를 타고 은하수처럼 아득한 궁궐로 갔습니다.
欃槍熒惑不敢動(참창형혹부감동) : 혜성인 참창과 화성인 형혹이 감히 움직이지 못하였고
翠蕤雲旓相蕩摩(취유운소상탕마) : 푸른 깃발과 구름 깃발이 서로 부딪쳐 출렁거렸습니다.
吾爲子起歌都護(오위자기가도호) : 나가 그대를 위해 일어나 그대 도호를 노래하리니
酒闌揷劍肝膽露(주란삽검간담노) : 술이 취하자 칼을 뽑으니 간담이 드러나고
鉤陳蒼蒼玄武暮(구진창창현무모) : 구진 별빛은 밝게 빛나고 현무궐은 어두워집니다.
萬歲千秋奉明主(만세천추봉명주) : 만세토록 현명한 황제를 받들 것이니
臨江節士安足數(림강절사안족수) : 임강절사가 어찌 족히 견주려 생각하겠습니까.
299.위풍녹사댁관조장군화마도(화인)(韋諷錄事宅觀曹將軍畫馬圖(畵引)
위풍 녹사댁에서 조장군이 그린 말 그림을 보고
國初以來畫鞍馬(국초이내화안마) : 국초이래로 말 그린 그림에는
神妙獨數江都王(신묘독삭강도왕) : 신묘하여 다만 강도왕을 꼽는다네.
將軍得名三十載(장군득명삼십재) : 장군 이름 얻은 지 삼십 년
人間又見眞乘黃(인간우견진승황) : 인간세상 또 진짜 승황을 보겠네.
曾貌先帝照夜白(증모선제조야백) : 일찍이 황제의 조야백을 그렸더니
龍池十日飛霹靂(룡지십일비벽력) : 용지에 날마다 벽력이 날았다네.
內府殷紅瑪瑙盌(내부은홍마노완) : 내고의 은나라 빨간 마노주발을
婕妤傳詔才人索(첩여전조재인삭) : 접여는 조서를 전하고 재인은 찾네.
盌賜將軍拜舞歸(완사장군배무귀) : 주발을 하사받은 장군은 절하고 춤추며 돌아가고
輕紈細綺相追飛(경환세기상추비) : 가벼운 비단옷과 가느다란 비단옷 서로 나는 듯 따르네.
貴戚權門得筆跡(귀척권문득필적) : 권문귀족들도 그의 그림 얻고서
始覺屛障生光輝(시각병장생광휘) : 병장에 광채 남을 비로소 알게 되네.
* 韋諷 : 낭주록사(閬州錄事)였는데 그의 집이 성도(成都)에 있었다. 낭주(閬州)는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낭중현(閬中縣)이다.
* 曹將軍 : 조패(曹霸)를 가리킨다. 《歷代名畫記(역대명화기)》 卷9에, “조패는 위(魏)나라 조모(曹髦)의 후손이다. 조모의 그림은 후대에 와서 유명해졌지만 조패는 개원(開元) 연간에 이미 명성을 얻었고, 천보(天寶) 말기에는 매양 부름을 받아 어마(御馬)와 공신상(功臣像)을 모사(模寫)하였다. 관직이 좌무위장군(左武衛將軍)에 이르렀다.[曹霸 魏曹髦之後 髦畫稱於後代 霸在開元中已得名 天寶末 每詔寫御馬及功臣 至左武衛將軍]”라 하였다. * 鞍馬 : 안장을 갖춘 말
* 江都王 : 당(唐) 태종(太宗)의 조카인 이서(李緖)이다. 당(唐)나라 장언원(张彦远)의 《歷代名畫記(역대명화기)》 卷10에, “강도왕 서(緖)는 곽왕(霍王) 원궤(元軌)의 아들이며 태종 황제의 조카였다. 재주가 많고 글씨를 잘 썼으며 안마(鞍馬)를 잘 그리기로 유명하였다. 수공(垂拱) 연간(685~688)에 관직이 금주자사(金州刺史)에 이르렀다.
* 乘黃 : 신마(神馬)의 이름이다. 《廣川畫跋(광천화발)》에, “승황의 모습은 여우 같고 등에는 뿔이 있다. 조패(曹霸)가 그린 말은 한 번도 이와 같지 않았으니, 다만 그 신묘하고 빼어남을 말한 것일 뿐이다.”고 하였다. * 先帝 : 당 현종을 가리킨다.
* 照夜白 : 현종(玄宗)이 타고 다녔다는 준마(駿馬)의 이름이다. 《明皇雜錄(명황잡록)》에, “임금이 타는 말로는 옥화총(玉花驄), 조야백(照夜白)이 있다.”고 하였다.
* 龍池十日飛霹靂 : ‘龍池(용지)’는 못 이름인데, 장안(長安)의 남내(南內) 남훈전(南薰殿)의 북쪽에 있다. 《唐六典(당육전)》 주(注)에, “흥경궁은 금상(今上:玄宗)이 잠저(潛邸)에 있을 때 살던 옛 집이다. 집 동쪽 우물이 있었는데 갑자기 물이 솟아올라 작은 연못이 되었다. 항상 그곳에는 운기(雲氣)가 서려 있고 간혹 황룡(黃龍)이 그 안에서 나왔는데 못의 물이 점점 불어나더니 마침내 물이 솟아나와 용지(龍池)가 되었다.”고 하였다. 십일(十日)은 연일(連日) 이어진다는 뜻이다. 비벽력(飛霹靂)은 뛰어오르는 것의 빠르기가 천둥과 같음을 형용한 것이다. * 內府 : 황실의 창고이다.
* 瑪瑙盤 : 盤(반)은 쟁반이다. ‘瑪瑙(마노)’는 보석의 일종이다.
* 婕妤傳詔才人索 : 첩여는 궁중의 여관(女官)이며, 전조는 황제의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다. 재인 역시 궁중의 여관이다.
* 輕紈細綺相追飛 : ‘환’과 ‘기’는 모두 결이 가늘고 섬세한 비단이다. ‘상추비’는 황제가 상을 내리는 데 마노완 이외에도 환기(紈綺)를 더 주어서 은총을 표시하였음을 말한다.
昔日太宗拳毛騧(석일태종권모왜) : 옛날 황제의 말인 권모왜
近時郭家獅子花(근시곽가사자화) : 근래의 곽가의 말 사자화
今之新圖有二馬(금지신도유이마) : 지금의 새 그림에 그 두 마리 말을 그렸으니
復令識者久嘆嗟(복령식자구탄차) : 아는 사람들을 다시 오래도록 감탄하게 하네.
此皆騎戰一敵萬(차개기전일적만) : 이들이 모두 기마전에 하나가 만을 당해내는 것
縞素漠漠開風沙(호소막막개풍사) : 넓은 흰 비단에 바람과 모래를 일으키네.
其余七匹亦殊絶(기여칠필역수절) : 그 나머지 일곱 필도 특별히 뛰어나
逈若寒空雜煙雪(형야한공잡연설) : 저 멀리 찬 하늘에 안개 눈발 흩날리네.
霜蹄蹴踏長楸間(상제축답장추간) : 서리에 발굽은 긴 추자나무 길을 달리니
馬官廝養森成列(마관시양삼성렬) : 마관들, 시관들이 삼엄하게 늘어섰네.
可憐九馬爭神駿(가련구마쟁신준) : 아홉 마리 말들 신마와 재주를 다투는 것이 가련해도
顧視淸高氣深穩(고시청고기심온) : 돌아보니 눈빛은 맑고 높으며, 기상은 깊고 온화하다.
借問苦心愛者誰(차문고심애자수) : 묻건대, 고심하며 말을 사랑하는 자는 누구인가
后有韋諷前支盾(후유위풍전지순) : 오늘에는 위풍이요, 옛날에는 지순이라네.
憶昔巡幸新豐宮(억석순행신풍궁) : 그 옛날 신풍군을 순행하던 일 생각하면
翠花拂天來向東(취화불천내향동) : 황제의 푸른 깃발 하늘로 떨치며 동으로 향하여 오셨네.
騰驤磊落三萬匹(등양뇌낙삼만필) : 뛰고 달리는 말들은 삼만 필이었네.
皆與此圖筋骨同(개여차도근골동) : 모두가 이 그림과 근골이 같구나.
自從獻寶朝河宗(자종헌보조하종) : 보물을 받친 뒤 하종을 조회하니
無復射蛟江水中(무복사교강수중) : 다시는 강에서 교룡을 쏘는 사람 없었으니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金粟堆前松柏里(금속퇴전송백리) : 금속 땅 송백나무 마을 무덤 앞에
龍媒去盡鳥呼風(룡매거진조호풍) : 용매는 간 곳 없고 새들만 바람을 부르고 있는 것을
* 拳毛騧 : 당 태종이 타던 여섯 마리 준마 중의 하나이다.
* 郭家師子花 : ‘곽가’는 과자의(郭子儀)이다. ‘사자화’는 곧 구화규(九花虯)로서 대종(代宗) 이상(李豫)의 준마의 이름인데 훗날 공훈을 세운 곽자의에게 하사하였다. * 七匹 : 조장군이 그린 그림은 ‘九駿圖(구준도)’이다.
* 霜蹄 : 말발굽을 가리킨다.
* 長楸間 : 대로(大路)의 도상(道上)을 말한다. 조식(曹植)의 시에, “긴 가래나무 사이로 말을 달린다.[走馬長楸間]”고 했는데, 그 주(注)에, “옛날 사람들은 길가에 가래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장추(長楸)라 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 馬官廝養 : 마관은 말을 관리하는 관원이고, 시양은 군중에서 나무를 하거나 밥을 짓는 천한 일을 하는 자를 이른다. * 氣深穩 : 말의 기운과 도량이 깊이 침잠(沈潛)해 있으면서도 온중(穩重)하여 아름다운 기품을 지녔음을 가리킨다.
* 支遁 : 진(晉)나라 고승(高僧)이다.
* 新豐宮 : 화청궁(華淸宮)이다. * 翠華 : 황제가 순행(巡幸)을 나갈 때 사용하였던 깃발로 취조(翠鳥)의 깃털로 장식하였다.
* 騰驤磊落 : 등양은 뛰어오르고 내달린다는 뜻이다. 말이 내달리고 뛰어오르는 그 모습이 대단함을 말한 것이다.
* 獻寶朝河宗 : 《穆天子傳(목천자전)》에 의하면, 목천자가 서쪽으로 가다가 양우(陽紆)의 산에 이르러 물의 신 하백(河伯)을 만났다. 그는 하백에게 절을 하고 보물을 바친 후 돌아왔는데, 그로부터 오래지않아 죽었다. 여기에서는 이 고사(故事)를 들어 당 현종의 죽음을 말하였다.
* 射蛟 : 《漢書(한서)》 〈武帝紀(무제기)〉에, “원봉 5년 겨울에 남쪽으로 순수(巡狩)를 떠났다. 심양에서부터 강에 배를 띄워 가다가 강 가운데서 직접 교룡을 쏘아 잡았다.[元封五年冬行南巡狩 自尋陽浮江 親射蛟江中 獲之]”고 하였다. “다시 교룡을 쏘지 못하였다.”는 말 또한 현종(玄宗)의 죽음을 의미한다.
* 金粟 : 산이름이다. 현종(玄宗)을 금속산(金粟山)에 장사지내고 태릉(泰陵)이라 하였다.
* 龍媒 : 말 이름이다. 《漢書(한서)》 〈禮樂志(예악지)〉에, “천마가 오니 용이 오게 될 매개이다.[天馬徠兮龍之媒]” 했다. 후에 이로 인하여 준마를 용매(龍媒)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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