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렸다.
서울의 소비자께서 전화가 왔다.
배추가 짜서 김장을 못하겠단다.
바쁜사람 전화기 붙들고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다.
30박스 서울로 시집보냈는데 유독 그니 집에서만 짜다고 전화가 왔다.
평균염도로 절여서 깨끗하게 씻어서 곱게곱게 시집보내는 거다.
마음같아서는 시집보내는 녀석 화장이라도 곱게 해서 보내고 싶은 심정이지만
청순하게 순수하게 목욕만 말끔하게 해서 보낸다.
그래서 되돌아왔다.
가는데 이틀 다시 돌아오는데 이틀....
갖은 수모를 다 당하면서 택배기사님을 힘들게 하고
돌아오는 차비를 또 들여서 내 집으로 돌아왔다.
소박맞고 돌아온 배추가 아직도 참으로 곱다.
박스가 너덜너덜 찢어지고 단단히 묶은 비닐은 풀어헤쳐지고
다시 비닐로 싸서왔는데 물은 질질 흘리고 다섯 박스를 다 그렇게 해서 보내왔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비닐속의 배추는 노란속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
아직도 속은 다 절여지지 않은 상태다.
설령 그니의 주장처럼 배추가 짰다면 며칠의 시간이 흘렀으니 푹 절여져서 소태가 되었어야 맞다.
하루종일 혼자서 다섯 박스나 되는 배추를 양념 준비해서 김치를 했다.
너무 작아서 못 보낸 배추 한 박스를 꺼내다가 함께 버무려넣었다.
속이 상해서....
마음이 아파서....
내년엔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라해서....
달달한 커피한잔 마시고 마음을 달래서 김치를 버무렸다.
사실 너무 안짜다.
동네형님들 다모여서 우리김치와 막걸리 한잔 나누어 마셨다.
객관적인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언니들도 짜기는커녕 김치가 너무 싱겁다고 했다.
돌아온 김치가 이렇게 맛있냐고 되물었다.
그니의 단순변심으로 본다.
시중의 배추값이 싸니까 갑자기 주문한 우리배추가 미워진거다.
택배비포함 4만원.
다섯 박스니까 시중의 배추를 산다면 남은 돈으로 온가족이 외식한번 할수있을래나....
일년내내 먹을 김치 값이 운동화 한 켤레값이다.
여름에 싹을 내서 모종을 키우고
날마다 앉아서 벌레를 잡고
틈날때마다 녀석들이 잘 크고 있는지 벌레들에게 진딧물에게 시달리고 있지나 않은지
아침저녁 산책을 배추밭골에서 하면서 가을이 왔다.
더덕더덕 진딧물 투성이인 배추도 있고 양분이 모자라서 작은 배추도 있다.
그러나 올해는 생선액비도 쳐주고 그 가뭄에 물도 주어서
그동안 14년 배추 농사 중에 제일 튼실한 배추를 생산했다.
우리끼리 배추 따서 절이면서 하이파이브 몇 번했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서 보내도 타박하는 사람이 있다.
농산물이 공산품처럼 모양도 내용도 똑같다면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출 수 있겠지마는
기후변화에 자연재해에 견디고 견디어서 생존한 녀석들만 보낼 수 있다.
그것도 최대한 예쁘고 잘난놈만 달라하니 못난이는 늘 우리차지다.
그것도 감사해서 지인들과 나누어먹고 간혹 초대받아 남의 집 방문할때도 대부분 내 못난이김치를 들고 찾아갔다.
나 이제 그 소비자와 결별을 선언한다.
“앞으로 우리 집 농산물은 절대로 천만금을 주고도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것이오.”
감물느티나무장터 주인장 이우성, 농부의 아내 유안나의 이름표를 달고 당당하게 농사짓는다.
그대가 되돌려보낸 김치 내가 맛나게 버물려서 이웃들과 나눌 것이다.
김치하기 어려운 가족한테 선물로 보낼 것이다.
나 화났다.
많이 화났다.
저급하고 유치한 소비자들 이제는 길들이고 함께 어깨동무 할 생각 없다.
이제는 자격박탈로 잘라내고 더 좋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그동안 우리농산물 먹고 싶어도 못 먹고 순서 기다린 사람들 많았다.
기다려준 고마운 분들과 손잡으려한다.
평생 안전한 농산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관계로 변심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앞으로 절임배추 2주 남았다.
못난이 배추는 계속 나올 것이고 저장고속에 내 김치는 계속 늘어만 갈 것이다.
12월 첫 주까지 파이팅!!!
비가와도 눈이 와도 함께 힙 냅시다.
오늘은 일산에 사는 남편친구가 자원봉사 온다.
내일은 친정언니들이 도와주러 내려오고....
이번 주 300박스 거뜬하게 해치우고 마지막 다음 주를 위해 달려보자.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덕분에 김장 잘했다고
따뜻한 문자 전화주시는 700명의 고마운 분들을 위해!!!
쌤~ 저 노오란 배추속처럼 달달하게 살라고 말씀하신 신종현쌤~~
어릴 적 내 은사님의 선물.
가슴깊이 40년 동안 그 말씀 가슴깊이 기억하며 살고 있다.
그 김치 엄청 맛있다.
눈물 삭히며 버물려 넣었더니 더 맛나다.
작고 못난이도 밭에서 다 데려왔다.
겨울동안 밭에서 너무 추울까봐....
첫댓글 어제 지인이 농부아내님이 쓰신 절임배추 글을 페이스북에 링크하셔서 저도 링크했더니 저도 모르는 많은 분들이 좋아요 눌러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 중에 한 분이 "힘내세요"라고 쓰셨기에 어떻게 전달해드리나 하다가 여기에 제 페이스북을 링크합니다.
한 번 들어와 보시고 그 분 말씀 처럼 힘내십시오.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014856715
감사합니다.
사실은 응원이 100배는 많습니다.
간혹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취급하는 사람때문에 상처받지요..
이쯤되면 면역이 돼야하는데
매번 새로운 내 자식같은 녀석들이 천대받을때 그리고
농부의 자존심을 뭉게버릴때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돈 4안원에~
넘 마음이 아프네요.
절임배추 한포기에 얼마인가요?
감사합니다...
배추한포기 값이요???
큰놈으로 선발된 녀석이 2000원쯤 계산이 되나요?
소금값, 밭에서 따 들여 절이고 씻는 인건비 ...계산할 수 없는 노력이 들어가지요.
이런 일 때문에 늘 걱정하고, 또 응원합니다. 그냥 무시하면 좋겠습니다. 누릴 자격이 없는 분 같습니다. 토요일 배추 가지러 가자던데, 그때 뵙지요.
고맙습니다....
꼭 같이 오세요...
텃밭에 냉이 지천인데 캐서 준비할 시간 없으면 같이 캐지요....
점심이후에 오셨으면..
제가 좋아하는 노총각 중매서서 꼭 다녀와야 해서요..ㅎㅎ
참 여러가지 합니다...
청주갔다가 바로 올게요.
2시면 도착할듯....
@농부의 아내 제가 가야지요.^^ 오전진료 마치고 출발하면 오후 해질 무렵에나 도착하겠지요. 차가 막히지 않으면 좋겠는데... ㅎ
좋은 마음, 좋은 일, 좋은 열매는 하늘에서 나지요. 하늘에서 오신 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장수하늘소님..
저희집 박달산 밑이라 장수하늘소 많은데요...
저번에 행복한 느티나무 교실벽에서 연애질하는거 봤는데 사진을 찾을수가 없네요...
짖꿎은 형부가 수컷 한마리를 더 밀어넣었더니 작은놈 슬슬 물러나는거 봤어요...
얼매나 속이 상혔을까요.
그 예쁘고 귀한 아그덜을 ....
안그려도 이것저것 속 끓이는 일들이 많은
울 농부님네를 ......
안나님아 !!!! 사랑해 ~~~~
내가 너무 바쁜고로 감물장터 농부님들 응원도 못하고 가고 있는데...
패북 열어보니...울분이 터져서 달려 왔어요.
안나님아~ 내가 대신 욕 다해줄까요?ㅎㅎ...
%$#*@&%$@*ㅆㅆ@$ㅆㅉㅉ%$#@*%$#@*&^...^____^
난 귤따기 돌입하면 넘넘 바빠서 염치좋게 미리 절임배추 주문해서
일치감치 김장도 다해놓고 귤따기준비 끝냈는데...
감히 자부하는바(내 전직 수십번 우려먹는다만)...내가 담근 김장 김치가 맛이 최고여~
절임배추 간 딱 맞게 와서(사실 김치가 싱거우면 익으면 넘넘 맛없어짐)
멸치액젓과 매실엑기스와 청귤 엑기스 넣어서
파 마늘 갓만 넣고 뚝닥 담궜는데도 맛이 기똥차요.ㅎㅎ...
입 까다로운 울 언니 왈 우리 김치가 최고래...
그 이유는 절임 배추가 맛이 좋아서지요.
김장배추는 싱거우면 익어버리면 세상에 맛없는 김치 되는데(짐짐하고 물내가 남)
배추가 짜다고 돌려 보낸 이는 김치맛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농부 고충은 하나도 헤아릴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안짜게 먹는 사람은 30분만 물에 담그었다가 해도 되고...
그런데 내 입에는 딱 알맞게 절여 왔더라고요.
배추도 맛있고, 절임도 알맞고...더구나 제주도까지 오려면 좀 더 절었을텐데도...
안나님아...우린 해마다 같은 상처를 입곤 하지만...
이젠 상처 받지 맙시다요. 소크라테스는 악처 크산티페 때문에 성인이 되었다며...
내가 남편을 빗대어서 하는 말이랍니다.ㅎㅎ...
그리고 우리도 이제는 갑질 좀 해봅시다.ㅎㅎ...
제대로 키운 농산물 먹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줍시다.
농사 힘들어서 울고
소비자에게 치도콘 얻어 맞아 울고...
이거 이거...
되겠습니까요?
더구나 유기농산물 만나는게 행운 인 줄 알아야지...
우리 내년부터는 소비자도 내가 선택 합시다.
힘내요~~~응원 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다 끝내고 제주도로 휴가 오세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반디님....
언제나 우리의 든든한 응원군....
네. 이제 다 잊고 씩씩하게 절임배추해요.
서울서 언니 둘이와서 돕고
나무님 친구 자원봉사 자청해서 와있고
동네총각 풀~~~로 출근하고..
둘이만 살다가 요즘 여섯식구가 먹고자고 합숙중이에요...
같이 먹고 같이 일해야 한다잖아요.
일도 재밌고 밥도 맛있어요...
빨래는 푸지게 많고요.
똥도 줄서서 싸야하고요...ㅎㅎ
어제는 10시 40분에 끝났어요.
얼마나 다행이에요.
오늘 눈이 이렇게 올줄 미리 예측한 나무님 이제 진짜농부 맞습니다.
어제 늦은 저녁밥을 먹고 나무님 고민고민하더라고요.....
배추를 300포기 절이고 그시간에 다시 부직포를 씌워야하는데 일꾼들이 다 지쳐서 망설이고 고민하고 있어요.
"오빠 내가 나가서 씌울께" 눈짓으로 오케이 싸인 주고받고
야간작업돌입...
300포기 절이고 청소하고 다시 부직포를 깔러 나갔습니다.
별빛도 달빛도 없는 야밤에
부슬부슬 비는 내리고 하얀 이불을 다 덮어주었습니다.
내새끼들 이불덮어주고 다리뻗고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10센티는 내렸어요...
누군가에게는 선물이겠지만
우리집은 그닥 반갑지않은 눈입니다.
오늘도 밭에서 배추를 따 들여야하고
큰놈 인재도 한살림 물품 공급해야하니 ....
소녀같은 언니들은 사진찍어서 보내고 난리네요...ㅎㅎ
어제 맛있는 반디귤 도착했어요.
딱 맞춰서 왔어요.
간식으로 최고지요...
아주 달고 맛있어요. 새콤달콤 짱!!
그런데 곰보랑 주근깨있는 아이만 보내달라했는데
너무 이쁜애들만 보냈어요 왜....
이렇게 이쁜애들은 까탈스런 고객님께 보내시지....
다음엔 진짜로 주근깨 많은 아이들로 보내주세요...
우리끼리 알잖아요.
그게 더 맛있는걸....
언니도 귤따는데 고생하시네요..
제주에 귤이 따지도 못하고 있다는 소식 듣고 있어요.ㅜㅜ
때아닌 겨울 우기네요.
맛있는 커피 마시면서 쉬엄쉬엄 하셔요.
우리 만날때까지 화이팅!!!
농부의 아내님 오늘 막 카페가입한 새내기입니다.페북에 올라온 글을보고
너무 놀라서 이밤에 글을 안쓸수가 없네요. 제가 놀란 이유는 오래전 소식이 끊어진 친구 이우성 유안나 부부랑 이름이 똑 같아서요. 글솜씨도 똑같고 느낌도 똑같고... 제 이름은 김경순인데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기억하겠죠? 기억이 난다면 폰 번호좀 남겨주세요.
하하하 금발의 제니....
친구야 ~~~너무 반갑다.
페이스의 위력이라니....정말 대단하다.
내가 찾고싶은 사람들 다 찾았는데 첫사랑도 찾았고 두번째도 세번째도 찾았건만
아무리 딸들 이름까지 눌러봐도 못찾겠더라고...
아라, 아주, ...고 귀여운것들 다 기억하지.
살아있으니 만나는구나...
아라 결혼식 너무너무 축하하고 이렇게 늦게라도 만날 수 있으니 참 좋다.
더구나 건강한 모습으로 말이야...
아우~~~ 절임배추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튀어 올라가고 싶다만
절임배추 끝나고 만나자.....
너네 딸 결혼식에서...
아직도 들뜨고 흥분된 마음에 일이 손에 안잡힌다는ㅎㅎ 그래서 알콜솜 작업도 대충 해치우고 또 다시 카페에 들러 너의 흔적을 느낀다.
근데 페북에선 유안나가 안 나온다. 쪼매 기다려 보기로하고~~
서로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으니 이렇게라도 통하다니 참 놀랍고 신기할 뿐이야 ㅎㅎ
유연숙으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