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17>
만성전립선염·방광염의 원인치료 - 인동덩굴(金銀花)
염증은 외상을 입거나 각종 유해 화학물질 혹은 미생물에 의해 야기되는 세포손상에 대한 보호반응으로 항체는 항원을 중화시키거나 파괴해서 인체의 세포(조직)를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데 기여한다. 세포손상을 막고 정상세포로 복구하는 우리 몸의 면역기전은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되는 지점에서 몸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정교한 생명 메커니즘이다. 만일 이와 같은 면역기능이 균형을 잃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질에 대해서는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이물질에 대해서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을 소실하여 자기-비자기의 구별능력을 잃게 된다. 이른바 자가면역반응의 면역교란이다. 자가면역반응은 만성염증반응과 나란하다. 세포막이 산화하여 파괴된 상태를 만성염증질환이라 한다면 자가면역질환은 한층 더 진행된 상태이고 세포가 완전히 파괴되어 변성을 일으키면 암세포가 된다.
염증이 이물질에 대해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면역반응일지라도 지나치면 면역과잉이 될 수 있다. 면역과잉(과다염증반응)은 면역저하와 다르게 ‘열증(熱症)’을 배경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열증이라는 것은 상당히 광범위한 개념으로 모든 염증반응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동의학에서는 평소 입이 마르고 눈이 충혈 되며, 낯빛이 붉어지거나 등과 얼굴에 땀이 많고, 오줌이 노랗거나 변비가 있으며, 손발바닥이 뜨겁거나 피부가 마르고, 잔기침을 하며 코가 메는 것, 관절이 아프고 탈모하는 것 등 선천적으로‘열 체질’인 사람에게서 많은 여러 증상을 포괄한다. 또한 후천적으로 열을 부추기는 과식과 과로, 잦은 음주, 불면, 독성물질, 분노, 우울, 노화, 스트레스, 합성화학약물과 방사선 등에 의해 염증이 만성화 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인 아토피, 건선, 비염, 류머티즘 관절염, 당뇨병, 천식, 다발성경화증, 베체트병, 암 등은 모두 체질적 열과 생활습관성 열이 반영된 세포산화의 결과물이다.
전립선염을 치료할 때 병원에서는 소염제를 쓴다. 그러나 소염제 처방은 염증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있는 사이에 조직이 건강상태로 복구가 되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일 회복되지 않으면 투약 양을 더욱 늘리게 되며 반복되는 실패는 만성화되고 급기야 면역억제제인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기에 이른다. 염증조절을 위한 스테로이드제, 통증개선을 위한 비스테로이드제, 면역과잉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는 모두 일시적으로 증상만 완화시킬 뿐 근본치료와는 무관하다. 염증이 장기화되면 단백뇨, 농뇨, 배뇨통, 고환통, 요통 등의 증상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여 전립선염은 난치의 만성염증질환으로 발전한다.
만성전립선염의 치료는 크게 항염증작용을 조절하고 이뇨하며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축과 특히 비장의 습열을 맑히고 방광의 기화작용(氣化作用)을 도우며 신허를 보강하는 축을 통합하는 것이 요체이다. 두 축은 서로 상관관계를 이루며 인체외부에 노출된 외독소(가공식품, 살충제, 중금속, 방사선, 화학물질, 바이러스, 미세먼지 등)와 인체내부의 정상적인 대사과정에서 발생하거나 장기적으로 체내에 축적된 내독소를 제거하여 몸을 정상화한다.
약초 인동덩굴은 청열해독(淸熱解毒, 열을 내리고 해독함)의 요약으로 특히 항내독소작용이 매우 강하다. 내독소는 두통이나 기억력 감퇴, 정신신경증, 피로, 알러지질환, 근육통 등을 유발하는데, 금은화 추출물은 내독소에 길항하는 작용이 강해서 일시적인 억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파괴작용을 한다. 그래서 금은화는 이열증(裏熱症, 속열)을 치료하는 데 적용하는 약리학적 기초가 된다. 인동덩굴의 꽃을 금은화(金銀花, 생약명)라 하는데, 흰색으로 피었다가 곧 황색으로 변하여 흰 꽃과 노란 꽃이 함께 피어있는 모습을 명명한 것이다. 성미는 차고 달며, 폐·위·심·비 경락으로 들어간다. 해열, 소염,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 및 면역증강작용이 있다. 잎과 줄기도 약재로 사용할 수 있는데, 말려두었다가 감초 등과 함께 뜨거운 물에 우려낸다.
한약의 주요 기전은 항염, 항산화, 항섬유화, 면역조절의 경로와 관련이 깊다. 가령 황기의 항염효과는 폐와 신, 심근에 대해서 확인되어 있으며 강한 항산화효과로 천연면역조절물질로 연구되고 있다. 또한 단백뇨와 신 손상 완화효과를 가지고 있음이 일련의 동물모델에서도 확인되었다. 여기에 방광의 습열(濕熱)을 없애고 이뇨하며 통증을 없애는 패장근(마타리)과, 열을 내리고 이뇨하며 파어혈하고 해독하는 호장근, 백화사설초, 혈림(血淋)이나 적탁(赤濁)을 치료하는 목통(으름덩굴 줄기), 방광염· 요도염· 신우염에 쓰는 토복령, 중금속 배출 효능이 잘 알려진 발계(청미래덩굴 뿌리), 간열을 내리고 이뇨하는 차전자(질경이 씨), 위열을 내리고 방광의 습을 제거하는 택사, 해독·살균·염증에 탁월한 어성초(약모밀), 열독과 식독을 풀어주는 포공영(민들레) 등에서 몇 가지를 선별하여 각각 비슷한 분량으로 수전복한다. 이와 동시에 만성전립선염은 신의 허를 보하는 약재를 겸해야 근치로 간다. 한약의 보법(補法)은 서양의약에는 없는 카테고리이다.
음을 보하고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여정자(광나무 열매)·구기자·복분자·토사자·숙지황·천문동·산약(마)·하수오(야교등) 등에서 몇을 가미하고, 비장의 습열을 맑혀 전립선으로의 하주를 막는 백출(삽주), 다양한 동물모델에서 염증에 대한 조직보호효과가 확인된 목단피들이 모두 만성전립선염과 방광염에 관여하여 효과를 내는 천연의 귀한 약초들이다.[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