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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함경_151. 아섭화경(阿攝■經)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많은 범지들은 구살라(拘薩羅)에서 학당(學堂)에 모여, 서로 이런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범지종(梵志種)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種姓)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梵天)의 변화로 된 것인데, 사문(沙門) 구담(瞿曇)은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해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들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러분, 누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찾아가,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는가?’
그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섭화라연다나 마납(阿攝■邏延多那摩納)은 부모도 높이 칭찬하는 사람으로서 청정하게 태어났고,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이지 않았으며, 대대로 나쁜 일이 없었고, 널리 들은 것 모두 잊지 않았으며, 4베다[典經]를 전부 외우고,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 5구설(句說)에 깊이 통달하였다.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 우리는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의 처소로 가서, 그에게 이 일을 말하고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이 하는 말대로 우리는 따르자.’
이에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은 곧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의 처소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말했다.
“마납(摩納)이시여, 우리들 많은 범지들은 구살라에서 학당에 모여, 이런 일을 의논하였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梵天)의 변화로 된 것인데, 사문 구담은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해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우리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여러분, 누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는가?’
우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부모도 높이 칭찬하는 사람으로서 청정하게 태어났고,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이지 않았으며, 대대로 나쁜 일이 없었고 널리 들은 것 모두 잊지 않았으며, 4베다를 전부 외우고,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 5구설(句說)에 깊이 통달하였다.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원컨대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이시여, 사문 구담에게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져 주십시오.”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이 모든 범지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사문 구담은 법답게 설법합니다. 만일 법답게 설법한다면야 따질 수 없는 것입니다.”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이 말하였다.
“마납이시여, 당신은 아직 어떤 일에도 굽힌 적이 없으니, 미리 예상하여 스스로 항복할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부모도 높이 칭찬하는 사람으로서 청정하게 태어났고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이지 않았으며 대대로 나쁜 일이 없었고 널리 들은 것 모두 잊지 않았으며 4베다를 전부 외우고 인(因)ㆍ연(緣)ㆍ정(正)ㆍ문(文)ㆍ희(戱) 5구설(句說)에 깊이 통달하기 때문입니다.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능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입니다. 원컨대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이시여,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 일을 법답게 따져 주십시오.”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을 위하여 잠자코 받아주었다.
이에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그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을 데리고,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제가 여쭙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들어 주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이여,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이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잘 모르겠으나, 사문 구담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마납아, 여니(餘尼)국과 검부국(劍浮國)에는 양반[大家]과 노비의 두 종성이 있는데, 양반이 노비가 되고, 노비가 양반이 되었다는 말을 혹 들어보았는가?”
“구담이시여, 저는 여니국과 검부국엔 양반과 노비의 두 종성이 있는데, 양반이 노비가 되고, 노비가 양반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와 같이 마납아, 범지(梵志)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요, 찰리(刹利)ㆍ거사(居士)ㆍ공사(工師)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들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다.”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혹 어떤 범지만 유독, 이 허공에 붙들리지도 않고 묶이지도 않고, 부딪히지도 않고 걸리지도 않으며, 찰리ㆍ거사ㆍ공사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는가?”
“구담이시여, 범지가 이 허공에 붙들리지도 않고 묶이지도 않으며, 부딪히지도 않고 걸리지도 않는다면,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또한 그럴 것입니다.”
“그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바르게 나아가면, 그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니라.”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혹 어떤 범지만 유독 능히 자비심을 행해,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고, 성냄도 없고 다툼이 없으며, 찰리ㆍ거사ㆍ공사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는가?”
“구담이시여, 범지가 능히 자비심을 행해,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이 없다면,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또한 그럴 것입니다.”
“그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바르게 나아가면, 그들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니라.”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백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혹 어떤 한 사람이 그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오라. 만일 찰리족(刹利族)ㆍ범지족(梵志族)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오직 그들만이 비누[澡豆]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하자.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찰리족이나 범지족이면, 그들은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있고, 거사족(居士族)이나 공사족(工師族)이면, 그들은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없겠는가?
아니면 모든 백 종류의 사람이 다,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지극히 깨끗해질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그 모든 백 종류의 사람들도 다, 능히 비누를 가지고 물에 가서 때를 씻어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들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니라.”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백 종류의 사람이 있을 때, 어떤 한 사람이 그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오라. 만일 찰리족이나 범지족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오직 그들만이 잘 마른 사라(娑羅)나 전단(栴檀)나무로 화모(火母)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자.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찰리족이나 범지족이면, 그들은 잘 마른 사라나 전단나무로 화모를 삼아야만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고, 거사족이나 공사족이면, 그들은 돼지나 개의 밥그릇, 이란단(伊蘭檀)나무나 그 밖의 쓸모없는 나무로 화모를 삼아야만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모든 백 종류의 사람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그 모든 백 종류의 사람들도 다, 능히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들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것이니라.”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그 백 종류의 사람들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불은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능히 불의 구실을 할 수 있다.
그 중 어떤 불만 홀로,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할 수 있고, 그 중의 어떤 불은 유독 불꽃이 없고 빛이 없으며, 열이 없고 광명이 없어서, 불의 구실을 못한다고 하겠는가?
아니면 그 모든 불이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한다고 하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 백 종류의 사람이 다, 여러 종류의 나무로 화모를 삼아 찬을 마찰시켜 불을 내어 오래가게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불은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불의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혹 그 가운데 어떤 불만 홀로,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불의 구실을 한다는 것은 끝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 혹 그 가운데 어떤 불은 유독, 불꽃이 없고 빛이 없으며, 열이 없고 광명이 없어서, 불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직 구담이시여, 그 모든 불이 다 불꽃이 있고 빛이 있으며, 열이 있고 광명이 있어서, 다 불의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납아, 범지가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는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고, 찰리ㆍ거사ㆍ공사도 만일 바르게 나아가면, 그도 또한 잘 이해하여 스스로 법답게 알 수 있을 것이니라.”
“구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기특합니다. 유쾌하게 그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다만 모든 범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만일 이 몸이 그 태어나는 바를 따른다면, 곧 그의 구성원[數]이 될 것이니,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만일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마납아, 마치 불이 그 생겨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數]이 되는 것과 같나니, 나무로 인해 생기면 곧 그 나무 불의 구성이 될 것이요, 풀이나 똥이나 섶으로 인해 생기면 곧 그 풀이나 똥이나 섶의 불의 구성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마납아, 이 몸이 태어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원이 되는 것이니, 만일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그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그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찰리 여자와 범지 남자가 서로 어울리면, 그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뒤에 곧 자식을 낳을 것이며, 혹 아버지를 닮거나, 혹 어머니를 닮거나, 혹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너는 뭐라고 말하겠느냐? 그는 찰리인가, 범지인가?
“구담이시여, 찰리 여자와 범지 남자가 서로 어울리면, 그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뒤에 곧 자식을 낳을 것이며, 혹은 아버지를 닮거나, 혹은 어머니를 닮거나, 혹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저는 그를 찰리라고 말할 수 없고, 또한 범지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다만 그는 다른 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마납아, 이 몸이 태어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원이 되나니, 만일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만일 범지 여자와 찰리 남자가 서로 어울리면, 그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뒤에 곧 자식을 낳을 것이며, 혹은 아버지를 닮거나, 혹은 어머니를 닮거나, 혹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너는 뭐라고 말하겠느냐? 그는 범지인가, 찰리인가?”
“구담이시여, 범지 여자와 찰리 남자가 서로 어울리면, 그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뒤에 곧 자식을 낳을 것이며, 혹 아버지를 닮거나, 혹 어머니를 닮거나, 혹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저는 그를 범지라고 말할 수 없고, 또한 찰리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다만 그는 다른 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마납아, 이 몸이 태어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원이 되나니, 만일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찰리족ㆍ거사족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사람이 많은 초마(草馬) 가운데 한 수나귀를 풀어놓았는데, 그 중 한 초마가 수나귀와 서로 교미하고, 그 교미로 말미암아 뒤에 곧 망아지를 낳으면, 너는 뭐라고 말하겠느냐? 그것은 나귀인가, 말인가?”
“구담이시여, 만일 어떤 초마가 수나귀와 서로 교미하고, 그 교미로 말미암아 뒤에 곧 망아지를 낳으면, 저는 그것을 나귀라고 말할 수도 없고, 또한 그것을 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그것을 노새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마납아, 이 몸이 태어나는 바를 따라 곧 그 구성원이 되나니, 범지족으로 태어나면, 곧 범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요, 찰리ㆍ거사ㆍ공사족으로 태어나면, 곧 찰리ㆍ거사ㆍ공사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먼 옛날에 많은 선인(仙人)들이 일 없는 높은 곳에 함께 살면서, 이러한 나쁜 견해를 내었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梵天)의 변화로 된 것이다.’
그 때 아사라선인제비라(阿私羅仙人提鞞邏)는 많은 선인들이 일 없는 높은 곳에 함께 살면서, 이러한 나쁜 견해를 낸다는 말을 듣고는, 가사를 입고 가사 두건으로 머리를 싸고, 지팡이를 짚고 일산을 들고, 흰 옷을 입고 몸을 변화시켜,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선인들이 사는 조용한 방으로 와서 거닐고 있었다.
그 때 일 없는 높은 곳에 함께 살던 어떤 한 선인이, 아사라선인제비라가 가사를 입고 가사 두건으로 머리를 싸고, 지팡이를 짚고 일산을 들고, 흰 옷을 입고 몸을 변화시켜,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선인들이 사는 조용한 방으로 와서 거니는 것을 보고는, 일 없는 높은 곳에 함께 사는 많은 선인들에게 가서, 곧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지금 어떤 사람이 가사를 입고 가사 두건으로 머리를 싸고, 지팡이를 짚고 일산을 들고, 흰 옷을 입고 몸을 변화시켜, 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선인이 사는 조용한 방으로 와서 거닐고 있다. 그러니 우리 함께 가서 그에게 곧, 〈너는 재[灰]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는 주문을 외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에 일 없는 높은 곳에서 함께 살던 많은 선인들은 곧 저 아사라선인제비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너는 재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고 함께 주문을 외웠다. 그들이 주문법대로 그에게, ‘너는 재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고 주문을 외우자, 그의 매우 빛나는 얼굴이 더욱 좋아지고, 온몸엔 부드럽게 윤기가 흘렀다. 그러자 그 많은 선인들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가 예전에, 〈너는 재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고 주문을 외우면, 그는 곧 재가 되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 사람에게, 〈너는 재가 되라, 너는 재가 되라〉고 하며, 우리들이 주문법대로 이 사람에게 주문을 외웠으나, 이 사람의 빛나는 얼굴이 더욱 좋아지고, 온몸엔 부드럽게 윤기가 흐르나니, 우리가 차라리 물어보는 것이 낫겠다.’
그리고 곧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아사라선인제비라가 대답하였다.
‘여러분, 당신들은 혹 아사라선인제비라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아사라선인제비라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다.’
‘내가 곧 그 사람이다.’
그 많은 선인들은 곧 아사라선인제비라에게 사과하였다.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당신이 존경하는 아사라선인제비라인 줄 몰랐습니다.’
이에 아사라선인제비라는 여러 선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미 용서하였노라. 너희들은 진실로 나쁜 견해를 내어,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 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고 하였다.’
거기의 여러 선인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아사라시여.’
아사라는 다시 여러 선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아버지를 스스로 아는가?’
‘압니다. 범지인 아버지는 범지인 아내를 맞이했으니, 범지 여자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 아버지 또 그 아버지, 나아가 7대의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범지인 아버지는, 그 범지인 아내를 맞이했으니, 범지 여자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어머니를 스스로 아는가?’
‘압니다. 범지인 어머니는 범지인 남편을 맞이했으니, 범지 여자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 어머니 또 그 어머니, 나아가 7대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범지인 어머니는, 범지인 남편을 맞이했으니, 범지 남자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사라가 여러 선인들에게 다시 물었다.
‘너희들은 혹 태를 받은 일을 스스로 아는가?’
‘압니다. 3사(事)가 고루 합해져 태를 받았습니다. 곧 부모의 회합,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을 견뎌냄, 향음(香陰:中有)의 이르름 등, 아사라여, 이런 일들이 모여 어머니 태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생을 받는 것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는가?
찰리족에서 왔는지, 범지족ㆍ거사족ㆍ공사족에서 왔는지를 아는가?
방에서 왔는지, 남방ㆍ서방ㆍ북방에서 왔는지를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아사라는 다시 그 선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그것을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그대들은 태를 받았지만, 누가 어디서 왔으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찰리족에서 왔는지, 범지족ㆍ거사족ㆍ공사족에서 왔는지,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범지종은 훌륭한데 다른 종성은 그만 못하고, 범지종은 흰데 다른 종성은 다 검으며, 범지는 청정한데 범지가 아닌 종성은 청정하지 못하다. 범지는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口]에서 나왔으니, 범지는 범천의 변화로 된 것이다.〉’
마납아, 저 일 없는 높은 곳에 살던 많은 선인들도 아사라선인제비라에게 이렇게 잘 가르침을 받고 잘 꾸짖음을 받고는, 범지만이 청청하다고 주장할 수 없었는데, 하물며 한낱 가죽옷이나 풀옷을 입는 그대들 따위겠는가?”
이에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세존께 직접 꾸짖음을 받고, 마음속으로 걱정스럽고 슬퍼져 머리를 숙이고 잠자코 있으면서, 다시 뭐라고 할 말을 잃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을 직접 꾸짖으신 뒤에, 다시 기쁘게 하시고자, 곧 말씀하셨다.
“마납아, 어떤 한 범지가 재(齋)를 베풀고 보시를 행하였다. 그에겐 네 아이가 있었는데, 둘은 학문을 좋아하고, 둘은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그 범지는 누구에게 먼저,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주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 범지의 두 아이가 학문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그들에게 먼저,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마납아, 다시 어떤 한 범지가 재를 베풀고 보시를 행하였다. 그에게는 네 아이가 있었는데, 둘은 학문을 좋아했지만 정진(精進)하지 않고 악법(惡法) 행하기를 기뻐하였고, 둘은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정진하기를 좋아하고 묘법(妙法) 행하기를 기뻐하였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그 범지는 누구에게 먼저,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주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 범지의 두 아이가 비록 학문은 좋아하지 않으나. 정진하기를 좋아하고 묘법 행하기를 기뻐한다면. 반드시 그들에게 먼저.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줄 것입니다.”
“마납아, 너는 먼저는 학문하는 것을 칭찬하더니, 나중엔 계(戒) 지니는 것을 칭찬하고 있구나.
마납아, 나는 네 종성(種姓)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하고 나타내 보였는데, 너도 또한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하고 나타내 보이고 있구나.”
이에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려 하였다. 그 때 그 대중들은 높고 큰 소리로 외쳤다.
“사문 구담께서는 매우 기이하고 특별하시다. 대여의족(大如意足)이 있으시고 대위덕(大威德)이 있으시며. 큰 복[大福祐]이 있으시고 대위신력(大威神力)이 있으시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께서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며. 시설하고 나타내 보이신 것처럼.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으로 하여금 또한 네 종성이 다. 청정하다고 말하게 하셨기 때문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대중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아섭화라연다나여, 다만 마음으로 기뻐하면 족하다. 자리로 돌아가 앉으라. 내 지금 너를 위하여 설법하리라.”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못내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으며.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못내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다음엔. 고요히 머무셨다.
이에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못내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이 때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갖가지 말로 아섭화라연다나를 꾸짖었다.
“어쩌자는 것인가?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려 하다가 도리어 사문 구담에게 항복하고 돌아오다니. 마치 어떤 사람이 눈을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도리어 눈을 잃고 돌아오는 것처럼. 아섭화라연다나여, 그대도 또한 이와 같아서.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그에게 항복하고 돌아왔구나.
또 마치 어떤 사람이 물을 마시려고 못[池]에 들어갔다가 도리어 목이 말라 돌아온 것처럼. 아섭화라연다나여, 그대도 또한 이와 같아서.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그에게 항복하고 돌아왔구나. 아섭화라연다나여, 어쩌자는 것인가?”
이에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구살라의 많은 범지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저는 전에 이미 말하였습니다.
‘사문 구담은 법답게 설법합니다. 만일 법답게 설법한다면야, 따질 수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섭화라연다나 마납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