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51. 대가전연 , 다섯 가지 덮개[5개], 의지하지 않음ㆍ명칭ㆍ공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제가국(那提迦國) 분식가(★寔迦)정사에 계셨다.
세존께서 대가전연(大迦旃延)에게 말씀하셨다.
“뜻을 안정시키고 산란하지 않는 것을 마땅히 좋은 말처럼 함으로써 모든 감관을 조복하고 껴잡을 것이며,
나쁜 말처럼 모든 감관이 들뜨고 산란한 것이 마치 나쁜 말을 마판 위에 매어 두자 오직 물과 풀만 생각할 뿐 그 밖의 것은 아는 바가 없으며,
만약 먹을 것을 얻지 못하면 고삐와 굴레를 끊는 것과 같이 하지는 말아야 한다.
또한 어떤 사람은 흔히 애욕의 결박과 상응해서 그 탐욕 때문에 혐오함과 원망하는 마음이 많고 애욕에 대한 생각을 많이 일으키는데,
애욕에 대한 생각이 있기 때문에 온갖 괴롭힘과 해치는 짓이 생기고 갖가지 나쁜 생각이 그로 말미암아 생기나니,
그러한 일 때문에 해탈의 요체를 알지 못하며 끝내 애욕의 체성과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또 어떤 사람은 수면을 탐하고 좋아해서 항상 잠만 자기 때문에 산란한 생각을 많이 일으키는데,
갖가지 번뇌가 그로 말미암아 자라나기 때문에 해탈의 요체와 대치법(對治法)을 알지 못한다.
또 어떤 사람은 들뜨고 후회하는 마음을 많이 내는데,
그가 항상 들뜨고 후회하는 마음을 내기 때문에 모든 법의 모양을 분명히 알지 못하니,
들뜨고 후회하는 것이 산란함의 원인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또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해탈의 요체와 대치법을 알지 못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의심을 많이 내는데,
그 의심하는 마음 때문에 모든 법을 의심하여 알지 못하며,
그로 인해 해탈의 요체와 대치법을 알지 못한다.
좋은 말은 마판 위에 매어 두어도 그 마음은 전혀 물과 풀을 생각하지 않고 고삐와 굴레를 끊지 않나니,
비유컨대 어떤 사람의 마음에 애욕의 결박이 없고 다만 청정한 생각만 있는 것과 같다.
이 애욕의 생각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또한 다시 들뜨거나 후회하거나 의심하는 따위와 수면의 덮임[蓋]이 생기지 않으며,
이 다섯 덮임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인연으로 말미암아 곧 해탈의 요체와 대치법을 안다.
비구는 이처럼 저 땅과 물과 불과 바람에 의지하지 않고,
또한 다시 4무색정(無色定)에도 의지함이 없이 선정의 법을 내며,
이 세상과 저 세상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해ㆍ달ㆍ별들에게도 의지하지 않으며,
보고 들음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의식으로 아는 것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지혜로 아는 것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추구하는 마음과 의식의 경계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깨달아 아는 것에도 의지하지 않으면서 의지함이 없는 선정을 얻는다.
만약 어떤 비구가 이러한 온갖 경지의 선정법에 의지하지 않고 깊은 선정을 얻으면,
석제환인(釋提桓因)과 33천(天)과 모든 범천들이 모두 다 그 사람에게 합장하고 공경하며 존중히 여기고 귀의하면서,
‘우리들은 지금 어떤 법에 의지해서 선정을 얻으신지를 모릅니다.’라고 한다.”
그때 존자 박가리(薄迦梨)가 부처님 뒤에 서서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고 있다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비구가 선정을 닦을 때 4대(大)와 4무색(無色)에 의지하지 않으며, 나아가 각관(覺觀)의 상념에도 의지하지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비구들이 그와 같은 선정을 어떻게 얻었기에 석제환인과 그 밖의 하늘 대중들이 선정 얻은 이에게 합장하고 공경하고, 존중히 여기고 칭찬하면서,
‘이 착한 남자야말로 장부 중에서 최상이로다. 어떤 일에 의지하여 선정을 닦았을까?’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박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선정을 깊이 닦으면,
저 대지가 다 허망한 거짓이라고 관찰함으로써 진실로 땅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물과 불과 바람과, 네 가지 무색과, 이 세상과 저 세상과 해와 달과 별과, 의식과 앎과 봄과 들음과, 추구하는 각관(覺觀)과 마음과 뜻의 경계와, 또는 저 지혜로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마찬가지로,
모두 다 허망한 거짓이어서 진실한 법이 없고,
다만 거짓 이름의 인연 화합으로 갖가지 명칭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모두 공적(空寂)한 것으로 관찰하여 법과 법 아닌 것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금 너 박가리는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나니
좌선하는 법을 닦을 때는
있는 것이 없다고 관찰하라.
천주(天主)인 교시가(憍尸迦)와
그리고 33천(天)과
세계의 근본 천주인
대범천왕(大梵天王) 등이
사람 중에서 어른이신 분에게
합장하고 공경ㆍ예배하면서
모두 다 이러한 말을 하나니
‘거룩한 장부에게 귀의합니다.
당신이 어떤 법에 의지하여
이러한 깊은 선정을 얻으셨는지
우리들도 당신을 모르겠으며
모든 사람들도 밝혀내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대가전연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떠나서 법안의 청정함을 얻었으며, 박가리 비구도 번뇌가 영원히 사라져서 후생 몸을 받지 않고 모든 결박을 다 없앴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