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불방지 관제시스템에서
황지형
무거운 호스를 들고 걸음을 떼어놓는다 손목이 아플 정도로 시계태엽을 감아냈다
지리한 시간을 태우고 몇 시쯤일까 전화기를 들고 일거릴 찾아내고
여자의 방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부터 그는 식곤증에서 벗어날 것이다
이 불구멍을 다 태운 어간 앞에서 산불을 막는 속도와 방향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지형과 기상여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페이지는 봄의 속도를 내는 4월로 간다
꽃과 과일이 나무 위에 엉클어져 있고 도처에 과일향이 번져오기까지의 이동 경로를 측정한다
관제탑의 맑은 목소리가 들린다 질문과 응답의 소리는 효과를 내지 못했고
아무도 화상을 입지 않은 노란 가지들을 흔들며 꼭대기로 날아갈 것이다
남의 이목을 가릴 줄 모르고 타오른다
그는 불을 가졌고 페이지는 낮은 문장으로 이야기했다
주어는 지면에 노출되지 않았고 조사는 양치류 사이에 바짝 붙어 들어야 했다
숨을 죽이고 귀에 손을 대어야 이해할 수 있는 그를
씨가 만발이나 빠질 연탄 한 덩이를 어간에 놓고
화마인 자신을 딱 꺼버렸다
불은 춤을 부른다
바람소리가 선창했던 책상 앞 통화소리를 끌고 가 쥐어뜯기를
불꽃에 기대었고 덩굴은 처음부터 단음절로 흔들렸다
한가운데 안전하게 들어앉은 건 확실한데 그는 누구였더라 새의 지저귐과 흡사한
다독거려 놓은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나는 저물기 전에 빨래를 늘어놓는다
산불을 구경하고 싶은데 묵혀둔 방은 힘을 주지 않고 있다
새까맣게 탔고 그을음이 묻은 시계가 있으면 꺼내라고 교태 섞인 여자가 소리쳤다
달이 뜨기 전에 아궁이도 살핀다
나는 타인의 시간을 알고 싶다
불이 웬만히 붙은 봄이 아득했다
?
당신이 청진기를 대기 전에
난 이미 차가울 만큼 얼었다
물음표 안에 장기들이 살아 있지만
난 이미 나뒹굴었다
광경을 비웃었다 애써 무심했고
내가 회귀점처럼 당신의 등에 청진기를 갖다 댔다
찰랑거리는 귀걸이들
물음표 하나에 앞뒤도 분간 못 하기 전에
난 이미 잠이 들었다
결정적인 순간들을 빼앗기고 느낌표 하나로 남겨졌지만
난 이미 비루하다
잠꼬대로 삶의 매듭을 꺼내놓는 몸은 정직하다
한 꺼풀 물음표가 벗겨지면 금지 표지가 달린 귀걸이를 달고
머리를 점점 돌리는 질문의 답을 구하지만
얼굴에 붙은 청진기
너는 신음을 내뱉지만 자신을 볼 수 없는 청맹과니.
부끄러운 물음표와 부끄러운 물음표가 용접되고
난 주먹을 입속에 넣는다
청진기를 댄 등에서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듯
일 초마다 아직 어린 자들을 깨우기 위해
그러니까 박동 소리가 들리기 전에
난 이미 안도감을 느꼈다
음악에 익숙한 어부바들
물음표 하나를 제 몸에 나누어 주는 등
심장이 폭삭 쪼그라들기 전에
청진기는
그 많은 아이는 내가 먼저 기댈 유령들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