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 제4차 전체모임을 알리는 올러리슈 추기경 (Vatican Media)
바티칸
올러리슈 추기경 “모든 이는 교회의 일원...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이들에게도 문을 활짝 엽시다”
10월 9일 오전 주교대의원회의 총보고관 장 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이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2부의 첫 주제를 다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제4차 전체모임을 시작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안집」 2부 주제가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긴장을 겁내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함께 여정을 걸어가는 형제자매라고 생각하는 한, 긴장은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아울러 “구체적 응답”을 제시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도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길” 초대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소그룹 모임이 진행될 예정이다.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코로나19 감염 관련 주의사항을 공지했다.
Salvatore Cernuzio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리스본에서 열린 지난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회가 지구상의 모든 이를 향해 온전히 마음을 열 것을 강조하며 이 같이 절절하게 호소한 바 있다. 주교대의원회의 총보고관 장 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도 10월 9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제4차 전체모임을 시작하며 교황의 해당 표현을 동일하게 인용했다.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에게 문을 여십시오.” 올러리슈 추기경은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도 마음을 열라고 당부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교회는 그저 친목단체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시노드 총회 작업의 두 번째 단계
주일 동안 휴식을 마친 뒤인 10월 9일 오전, 올러리슈 추기경은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제4차 전체모임을 개회했다. 그는 제1회기 둘째 주간부터 전 세계 시노드 총회 대의원들이 함께 작업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의 2부 주제를 다룬다고 밝혔다. 「의안집」 2부 주제의 3가지 질문 가운데 둘째 주간에 다룰 첫 질문은 “빛나는 친교: 어떻게 더 충만하게 하느님과 이루는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가 될 수 있을까?”다. 시노드 총회 대의원들은 이 질문을 두고 이날 오후부터 소그룹 모임을 통해 그룹별 발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바오로 6세 홀에서 진행된 모임 장면
코로나19에 감염된 몇몇 참석자들
올러리슈 추기경의 「의안집」 2부 주제 설명에 앞서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이 제1회기 제4차 전체모임 시작 인사말을 통해 대의원 가운데 4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이날 전체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레크 추기경은 “의료진의 견해에 따르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보건 조치 사항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을 자주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청 공보실장 마테오 브루니는 이날 오전 제4차 전체모임 참석 예정이었던 교황이 불참한 사실과 관련해 코로나19 감염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인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를 넘어 “우리”를 향해
이날 오전 일정은 그레크 추기경의 시작 인사말과 제4차 전체모임 의장을 맡은 호주 퍼스대교구장 티모시 존 코스텔로 대주교의 소개로 시작됐다. 이후 올러리슈 추기경이 2부 주제와 관련해 발제했으며, 잠시 침묵의 시간을 보낸 후 요한복음(4,7-30) 낭독이 이어졌다. 그런 다음 티모시 라드클리프 교수의 묵상과 안나 롤랜드 교수의 신학적 성찰이 진행됐으며, 시노드 총회 대의원 가운데 3명이 차례로 나와 「의안집」 2부 주제와 관련한 각 지역 교회의 경험을 나눴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발제를 통해 오후부터 진행될 소그룹 모임의 작업 방식과 소그룹 구성방식의 변화를 설명했다.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첫 주간에는 「의안집」 1부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최근 2년간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걸어온 여정의 체험을 경청”하기 위해 집중했다면, 이제 2부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단계에서 드러난 세 가지 질문 가운데 첫 번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참석자들은 남은 기간 가운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첫 주간에 “나”를 넘어 “우리”를 향해 나아가려는 논의 안에서 쌓아올린 유대와 관계성을 바탕으로 “협업의 분위기”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회기 제4차 전체모임을 시작하며 함께 기도를 바치는 대의원들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시는 하느님
올러리슈 추기경은 「의안집」 2부 첫 번째 질문의 핵심주제인 “친교”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삼위일체로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는 온 인류를,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드셨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시며, 모든 피조물 하나 하나를 사랑하시고, 특별한 방식으로 모든 인간을 사랑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이처럼 위대하며 그분의 구원 권능은 위대한 사랑을 통해 드러납니다. 교회로서, 하느님 백성으로서 우리는 이 구원의 역동성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역동성 안에서 인류 통합의 기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의 한 국가로 이주한 가족 이야기
올러리슈 추기경은 「의안집」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려는 작업에 도움이 되고 시노드적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 하나를 강조하기 위해 개인적인 체험을 공유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아프리카를 떠나온 그 가족은 유럽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본당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들은 처음 찾아간 가톨릭 본당에서 미사에 참례하긴 했지만, 해당 공동체는 그들과 깊은 친교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이 가족은 종교적 관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본당에서 무시를 당하고 철저히 소외됐다고 느꼈습니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이 아프리카 가족이 감리교 공동체를 만나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도움”을 받고 환대를 체험할 수 있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은 무엇보다 형제자매로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저 자선활동의 수혜자나 선행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었죠. 그들은 함께 여정을 걸어가는 같은 인간으로 환대를 받았습니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이 가족의 이야기가 지닌 상징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저는 이 가족의 증언을 들으며 제 고국과 저희 교구가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저희 공동체 안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다만 그들을 맞이하는 감리교회가 없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
올러리슈 추기경은 교황이 지난 세계청년대회와 지난 10월 4일 세계주교시노드 개막 미사에서 “모든 이는 교회의 일원이 되도록 초대를 받았다”라고 강조한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입니다. (…) 예수님께서는 친교의 범위를 모든 죄인에게로 넓히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과 똑같이 행할 준비가 돼 있나요? 그들의 존재방식이 우리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성가시게 간주하는 집단과도 우리는 이 작업을 행할 준비가 돼 있나요?”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대화
올러리슈 추기경은 이 같은 친교가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대화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다음과 같이 물었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우리 문화 안에서 진정으로 우리 신앙을 깊이 있게 살아낼 수 있을까요? 정의, 평화, 통합 생태를 위해 다른 종교 전통의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요?”
학술서적과 같은 성찰은 안 됩니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성찰이 시노드 총회 둘째 주 활동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논의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신학이나 사회학 학술 논문의 형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경청의 단계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경험, 각 개인, 하느님 백성의 집단적 체험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긴장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10월 9일 오후부터 10일 오전까지 시노드 총회 대의원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회의를 진행한다. 첫 주에는 언어 선호도를 기준으로 소그룹을 구성했지만 둘째 주에는 언어와 함께 “주제”를 기준으로 그룹을 나눈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우리는 같은 행성에 살고 있다”며 “각 그룹의 고유성으로 인해 의견 교환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안집」 2부 주제가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긴장을 겁내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함께 여정을 걸어가는 형제자매라고 생각하는 한, 긴장은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