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가 일어나고 며칠 지나서 세월호를 끌어올리기 위해 응원의 메세지를 쓰는 편지를 학교에서 썼다.
어린 마음에 대충 쓰려고 했다. 다시 생각하면, 제대로 썼어야 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슬프고, 애처롭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일 것이다. 4월이 돌아오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제각각 의미를 담는다. 리본을 달기도 하고 추모의 메세지를 남기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7주기가 되는 2021년, 매해 세월호를 기억하고, 안전 · 책임을 다하는 국가 및 지역사회를 위해 추모활동을 진행하는 달그락 청소년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와 청소년들의 다짐을 모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7년 간의 시간동안 학교 및 교육청에서 진행되는 추모 활동을 진행하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및 사회적 재난에 대한 이해,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한 이해도는 낮아지고 있다.
달그락연합회 대표자회의에서는 "세월호를 잊으면 안되는 이유를 알리는 토론회를 열고 싶어요. 자원봉사도 온라인으로 하는데, 토론회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라며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이유와 우리는 어떤 자세로 그 참사를 바라보아야할지 안내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저 '캠페인'이다 '세월호 참사니까 캠페인 참여하는거다.'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보자. 달그락 청소년들에게 세월호 추모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 안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다신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민으로서 요구하는 것이다.
2017년, 달그락 청소년들은 목포신항에 직접 찾아가 세월호와 마주하고 유가족 분들과 마음을 나눴다. 기억 선언문을 전달하며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세기며, 꾸준히 추모활동을 이어갔고, 방송과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7년이 흐른 지금, 세월호는 어디쯤 떠올랐을까 그 이후를 알리고 청소년들의 기억을 담는 '기억 공유회' 자리를 만들었다. 현재 청소년들에게는 ‘세월호’라는 배가 어떤 의미이고 2014년의 기억을 기록하고, 사회적 재난을 겪지 않도록 청소년이 국가에 요구하고 행동해야하는 이유를 나눴다.
기억공유회 "내 삶에 세월호라는 배 띄우기"의 시작은 기억을 나누는 것이었다. 0n년생에게 세월호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2014년도 참사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그 장소에 있던 사람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집에서, 걸어가는 길에서 티비를 보고 눈물 짓던 사람들을 본 모두가 목격자이다. 각자의 상처와 기억으로 남아있다. 참사로 인해 희생한 청소년들과 같은 나이대가 된 현재 청소년들은 그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진심을 다해 슬퍼하지 못하고 와닿지 않았던 그때를 후회하고 반성한다."
"수련회를 가지 못해 속상한 마음이 더 컸다. 부끄러운 기억이다."
죄책감을 느끼기 위한 기억공유가 아니다. 진실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재난은 그 이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겐 어떤 기억일지를 적어나가는 것이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참사 이후 밝혀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처벌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조사하여 기억공유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알리는 자리를 가졌다. 이 기억공유회를 주도해 기획한 이해빈, 조민성, 원세인 청소년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시와 결과는 다 알고 있겠지만, 참사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에 직접 조사하며 과정을 알아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알려야하는 내용들을 준비했다. 해빈 청소년은 세월호 선장, 해경 등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국민과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처벌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침몰이유는 '~설'로 불리고 있을 뿐이라는 내용을 안내했다.
세인 청소년은 '민간 잠수부' 들의 희생과 트라우마를 알렸다. 피해자들의 시신을 조심히 안고 차디찬 바다에서 끌어올 때의 기억과 어떤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내고 계신지, 우리는 이분들도 잊지 않아야한다고했다.
민성 청소년은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시각을 안내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등 현재 청소년들은 생소한 참사들이었지만 청소년들의 기억에 명확히 남아있는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점을 설명하고 인간의 욕심과 여러 사회적 요소로 일어난 참사라는 것이다.
" 자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사회적 참사들을 한번 봤는데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맞아요. 바로 초기 대응이 아쉬웠던 점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조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가 이 발표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이미 일어난 참사라고 지나치고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며 관심을 가지고 기억을 한다면 이런 무서운 일들이 재발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세월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여 청소년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소그룹으로 모였다. 크게 3가지 정도의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4월 쯤 돌아오는 추모 캠페인에 대한 생각과 참여 경험을 이야기 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삶에서 달라진 점, 세월호 참사 당시 알고있었던 점과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된 참사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이다.
몇명의 청소년들은 세월호 추모 캠페인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해야하니까 하는 추모'는 하고싶지 않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캠페인을 매년 진행했다. 비교적 간단했다. 영상을 보여주고 리본만들기를 한다. 그것도 의미가 있는 추모였지만, 점점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본을 만들고 봉사시간을 받은 적도 있다. 뭔가 찝찝한 봉사였다. 세월호 추모활동이 수단이 되어간다고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된 참사에 대한 이야기에선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글에 분노했고, 많아지는 가짜뉴스가 유가족들을 힘들게 했으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관심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참사 당시에는 단지 배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만 알고있었고, 지금은 참사 당시에 학생들에게 대피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 점, 선장의 도망, 일부 네티즌들의 유가족에 대한 조롱에 대해 할게 됐고 특히나 네티즌들이 유가족들에게 7년 전 일에 대해 뭐 그리 슬퍼하냐는 글들을 보며 같이 분노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것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청소년들은 배를 타는 것을 무섭게 생각하게 되었고, 안전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변 어른들의 안전에 대한 강조가 더 심해진 점도 있다고 했다. 한 청소년은 " 매년 추모활동과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기획한 경험들이 다른 사회문제의 캠페인 참여에도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것 같아요." 라며 세월호 참사를 통한 사회에 대한 생각이나 변화를 위한 행동에 더 가까워졌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진행되었다는 점은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졌지만, 자신이 그러한 위험상황에 있다면 과연 그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라는 말도 주고 받았다.
약 30분 가량의 깊은 대화를 마치고 다시 모였다. 온라인을 통한 대화였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편한 자리에서 나눠보지 못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이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제 친구들, 제 또래들과 이런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처음이었어요. 사람들이 기억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시간이 지나면 둔감해지고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져가는데 다시 한번 상시시킬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 내 기억을 적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나누는 것과 세월호 참사 이후 과정에 대해서 정리된 내용을 알 수 있는 자리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슬픈 영상 위주의 교육을 진행해서 다소 일방적이고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기억공유회에서는 그런 마음 뿐만 아니라 밝혀졌고 밝혀져야 할 정보에 관한 얘기도 담고, 서로 관련 대화도 나누면서, 세월호에 대한 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
어른의 시각이 아닌 청소년의 시각으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던 '내 삶에 세월호라는 배 띄우기' 는 세월호의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의 처벌을 위한 과정에 함께하는 자리였다. 청소년들은 4월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정확한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언제든 함께 모여 생각를 모으는 자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모두의 기억과 목소리가 존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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