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는 큰 호박처럼 생긴 박과 식물입니다.
생긴 것이 그다지 예쁘지 않아서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작고 못생긴 사람을 호박으로 비유하는 것처럼
여기서는 동과로 비유합니다.
동과는 껍질을 까서 자른 후 속을 파내고 과육을 먹는데요, 주로 돼지갈비와 함께 탕을 끓여서 먹습니다.
무와 비슷하게 국물의 맛을 시원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작고 못생긴 동과를 닮은 동과돼지는 서쌍판납에서만 볼 수 있는 토종품종입니다.
까만색 털이 나고 크기는 일반 돼지에 비해 반도 안 될 정도로 작습니다.
다 자랐을 때 체중이 50~60kg 정도밖에 안 되는 소형품종입니다.
이정도 무게로 자라는 것도 최소 3년 이상이 걸립니다.
현대식 양돈법으로 키우는 일반 돼지는 8개월만에 110kg까지 자란다고 하니 동과돼지는
키우는 시간이나 정성이 많이 필요한 돼지입니다.
노반장에서 키우는 동과돼지는 공장에서 생산된 사료를 먹이지 않습니다.
옥수수나 쌀, 사탕수수, 그리고 삼림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파초나무 속심을 잘게 썬 것을
걸쭉하게 끓여서 먹입니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돼지도 손님이 오거나 잔칫날이면 잡아야지요.
막 잡은 동과돼지는 숙달된 기술로 해체한 후 요리에 들어갑니다.
볶음과 탕, 찜 등의 요리를 하는데, 주된 요리는 간단한 볶음요리입니다.
볶음에 쓰는 기름도 돼지를 잡아서 나온 지방을 녹여서 굳힌 기름입니다.
예전 외부와 단절된 궁벽한 산골 마을에서 가장 쉽게 지방을 공급할 수 있었던 방법입니다.
옥수수나 콩을 심어 식물성 기름을 얻기에는 재배환경이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예전부터 산골에서는 돼지기름을 사용했습니다.
식물성 식용유에 익숙한 사람들 생각에는 낯설지 몰라도 사실 돼지기름은
미각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재료입니다.
돼지기름은 고온에서 가열될 때 일반 식물성기름에 비해 고소하게 퍼지는 향미가 뛰어납니다.
요즘에는 식물성기름을 많이 씁니다만, 예전에 중국요리집 근처를 지나가면 각종 채소볶는 냄새와 함께
고소하게 풍기던 향기가 있었습니다.
그 향기의 주인공이 바로 돼지기름인 라드(Lard)입니다.
돼지기름은 수분만 제거해주면 굳혀서 장기간 보관하기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채소를 볶아 먹어도 훌륭한 맛을 보장해주고 영양을 보충할 수 있으니
예전 지방이 부족한 산속 생활에서는 꼭 필요한 재료입니다.
지금이야 먹거리가 풍부합니다만, 차산에서 만나는 노년층 어르신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 중에
어렸을 때 배고팠던 추억이 많습니다.
하루라도 원없이 기름진 돼지비계를 실컷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하더군요.
느끼하게 들릴지 몰라도 곡물 위주의 식단과 고단한 농촌생활에서 돼지비계가 주는 고지방,
고열량은 어떤 것과도 바꾸기 어려운 미식이었습니다.
고산지대에서 재배할 수 있는 채소의 종류는 한정되어 있어서 조리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장작불에 솥을 걸고 돼지기름을 녹입니다.
기름이 녹으면 소금을 넣고 마늘 몇 쪽과 말린 고추를 넣어 향을 냅니다.
중식에서는 이 과정을 폭향(爆香)이라고 합니다.
뜨거운 기름에 생강, 파, 말린고추 등의 재료를 넣어 향을 내는 과정입니다.
잘 달궈진 기름에서 말린 고추의 매콤한 향이 퍼지면 기름이 충분히 뜨거워졌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한입 크기로 썰어놓은 동과돼지를 넣고 높은 온도에서 빠른 시간 안에 볶아줍니다.
마지막으로 푸성귀를 넣어 살짝 익혀내면 완성입니다.
별다른 양념이 들어가지 않지만, 쫄깃하고 고소하며 입안 가득 감칠맛이 퍼지는
동과돼지볶음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산속에서 자란 식물을 먹이로 항생제와 같은 약물은 일절 쓰지 않은 채 키워 냈으니
그야말로 건강함 자체가 조미료가 되어 완성된 훌륭한 맛입니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노반장의 차 이야기를 살펴보지요.
첫댓글 전문 세프 못지 않는 심도있는 이야기가 오감을 즐겁게 합니다.
동과돼지볶음 맛있어 보입니다.
올해 인연되면 한번^^
요즘 노반장에 돈이 넘쳐서 돼지 키우는 집도 줄었다고 합니다. 하하...
뭐, 동과돼지는 다른 마을에도 많으니 기회 되시면 한 번...^^
@다향 ㅋㅋ
기대됩니다^^
육식을 않지만 사진을 보니 꾸울꺽... 즐거운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채식하시는군요, 저도 채식을 하고 싶습니다만 쉽지 않더군요.
오리발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