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문]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벨루가 '루비'를 즉각 방류하라
결국 한화 여수 아쿠아플라넷 벨루가가 또 폐사했다. 작년 7월 20일에 수컷 벨루가 ‘루이’가 죽은 뒤 불과 10개월만의 일이다. ‘루이’의 죽음 직후 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벨루가 방류 대책을 요구했다. 당시 책임 주체들이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을 죽음을 또 다시 마주하게 된 심정은 비통하기 그지없다.
1년 사이 세 마리 중 두마리가 죽고 이제 여수 아쿠아플라넷에는 암컷 벨루가 ‘루비’ 한 마리만 남았다. 야생에서 벨루가의 평균 수명이 30년 이상인데 비해 작년과 올해 여수 아쿠아플래닛에서 폐사한 ‘루이’와 ‘루오’의 삶은 겨우 12년에 그쳤다. 같은 시설에서 비슷한 나이의 벨루가 두 마리가 폐사한 사건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수족관 생활이 벨루가에게 얼마나 부적합한지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인 것이다.
연이은 벨루가의 죽음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는 현재 살아남은 마지막 한 마리 ‘루비’의 생존이다. ‘루비’마저 죽기 전에 반드시 방류 대책이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책임을 져야 할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회피하기에만 급급하다.
‘루비’는 수컷 ‘루오’, ‘루이’와의 합사 실패로 2012년 반입된 이후 5년여 가까이 비좁은 내실에 갇혀 지냈다. ‘루비’가 몇 년 간 살아온 보조 수조는 주 수조에 비해 면적 약 1/5, 부피는 1/10에 불과한 크기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측은 2016년 이후 수컷과 암컷이 교대로 내실을 오가며 지냈다고 변명중이다. 보조수조 사육으로 인한 ‘루비’의 건강악화 우려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조 수조와 주 수조를 오가며 살아온 환경 역시 벨루가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루이’와 ‘루오’가 주 수조에 있을 때는 ‘루비’가 보조 수조에, 그 반대의 경우에는 ‘루이’와 ‘루오’가 보조 수조에 갇혀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은 세 마리 벨루가 모두에게 최악의 환경이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일어난 벨루가들의 죽음과 ‘루비’의 생존 대책을 수립할 책임이 한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전시 중인 벨루가들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전시를 위해 반입된 개체이다. 원 소유자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인데 벨루가 반입 당시 한화 여수 아쿠아플라넷 측에 30년 간 위탁 관리를 맡겼다며 관리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벨루가 폐사사태가 계속 벌어지고 있지만 재단은 벨루가 방류 협의를 위한 시민단체의 면담 제안마저 거부하고 있다.
여수 아쿠아플라넷은 자신들에게 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로 방류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벨루가 소유자인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관리의 책임이 아쿠아플라넷에 있다며 발을 빼기 급급하다. 1년 사이에 두 마리가 폐사하고 나머지 한 마리 벨루가의 생존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서로 책임 미루기에만 바쁜 모습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구도 벨루가 방류에 대한 권한이 없다면 대체 ‘루비’는 누가 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해양수산부 소속 기관으로서 실질적 소유는 정부에 있으므로 해양수산부는 여수 벨루가들의 죽음과 방류에 대한 최종 책임자의 위치에 있다. 이에 우리는 마지막 남은 루비의 생존을 위해 강력히 요구한다.
- 거제씨월드, 마린파크에 이은 세번째 고래무덤 한화 여수 아쿠아플라넷은 벨루가 ‘루비’의 조건없는 방류에 응하라!
- 해양수산부는 정부 소유의 벨루가 죽음에 책임을 물어 관리 소홀에 대한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을 즉각 감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분하라!
- 해양수산부와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책임있는 소유권자로서 마지막 남은 벨루가 ‘루비’의 안전 담보와 방류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
2021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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