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52〉교단은 출가자와 중생의 이중구조
출가자 설법과 재가자 보시공덕
해탈의지 심어주는 끈끈한 인연
보시는 복전〈福田〉 사상과 연결돼
부처님께서 아침 일찍 발우를 들고 탁발을 나가셨다. 음식을 받기 위해 서 계신 부처님께 한 바라문이 말했다.
“사문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이렇게 노동한 수확물로 나는 먹고 있습니다. 사문이여, 당신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그 수확물로 공양을 하십시오.”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려 노동한 수확물로 먹습니다.”
“우리는 당신께서 호미를 들고, 밭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믿음은 종자요, 고행은 비(雨)며, 지혜는 내 멍에와 호미, 부끄러움은 괭이자루, 의지는 잡아매는 줄, 정념(正念)은 내 호미 날과 작대기입니다. 정진은 나의 황소이며, 나를 안온의 경지로 실어다 줍니다. 퇴전하지 않고 끊임없이 수행해 그곳에 이르면 근심 걱정이 없습니다. 이런 경작을 시행하면 고(苦)를 여의고 열반의 낙(樂)을 얻습니다.”<숫타니파타>
농부가 ‘왜 노동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처님께서 대답하신 내용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위시해 역대이래로 모든 출가자들이 생산노동에 참여하지 않고, 마음 밭을 일구는 수행자임은 기명사실이다.
중국에 불교가 유입된 이래 승려가 생산노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제기가 수차례 있었다. 중국은 승려가 되면 병역과 노역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세금도 면제되었다. 사찰에서 소유한 토지에도 세금이 면제되다보니, 유학자들이 국가재정 감소를 빌미로 불교를 탄핵했고, 폐불 사건도 몇 차례 발생하였다.
어떤 이는 세금과 부역을 면제받기 위해 재가자이면서 승려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나라 때는 이 점을 악용해 관리들이 도첩을 판매해 이익을 챙기기도 하였다. 이 도첩 판매는 청나라 말기까지도 성행되었다. 당나라 때, 선종에서 승가 자정(自淨) 차원에서 청규가 발생했는데, 도첩매매가 그 원인 중 하나이다. 청규가 제정되면서 노동과 수행을 하나로 보는 사상이 발전하였고, 승려들의 울력이 보편화되었다.
불교가 발생한 인도나 불교 사상이 발전한 중국과 한국에서도 승려들의 생산노동과 그에 따른 세금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초기경전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공양청에 의해 공양을 하시면 공양이 끝난 뒤에 보시자에게 법을 설하셨다. 신도들은 자신들이 믿고 의지하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열심히 정진하라’고 보시하고, 부처님과 제자들은 신도의 보시에 대한 보답으로 법을 설해주어 그들에게 삶의 지혜를 얻게 하였다. 이렇게 불교 교단은 출가자가 중생에게 진리를 설해주고, 중생은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요 근래 종교인 과세 문제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물론 불교계 승려들도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과세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요, 훗날에 국가의 혜택을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하지만 신자들의 보시는 복전(福田) 사상과 연결되어 있다. 복전은 복덕을 낳는 밭이라는 뜻으로 각 개인 승려이기도 하고, 승가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사를 복전의(福田衣)라고도 한다. 그만큼 신자들에게 복을 심게 해주는 만큼 수행자로서 해탈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는 끈끈한 인연이었다. 종교인 과세는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종교가 자본주의에 구속되는 느낌도 없지 않다.
그 옛날 승가가 세속을 다스렸지만 지금은 승가가 세속의 법에 다스림을 받는 세대로 변화되었음도 다 무상(無常)의 진리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세인들의 물결에 승가가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여하튼, 스님들은 일괄적으로 월급을 받는 성직자가 아니다. 여타 종교와 다르게 스님들은 출가 신분의 독신 수행자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어떤 차별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삶과 수행이야기' 목차 바로가기☜
첫댓글 ☞ [숫타니파타] 4. 밭을 가는 바라드바자 http://cafe.daum.net/daman1203/Ro5Y/13
☞ 잡아함경 4:98. 경전경(耕田經) http://cafe.daum.net/daman1203/Ro5X/79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