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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려고 하지 마라 메러디스 매런 Meredith Maran(1951~ )
미국도서비평가협회 회원. 작가이자, 도서 비평가이며 저널리스트.
[프롤로그]
세계적 작가 20인의 유혹적인 글쓰기
사람들은 왜 글을 쓰는 걸까? 모니터에서 깜박이는 커서를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부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질문을 한 번쯤, 아니 어쩌면 수없이 해보았을 것이다.
자신의 글이 활자화되어 나올 때의 성취감 때문에? 통계적으로 볼 때 이는 합리적인 동기라고 할 수 없다. ‘Publishing Explained'라는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100만부 이상의 원고가 출판을 기다리고 있는 반면, 이들 중 겨우 1퍼센트만이 출판 계약을 얻어낸다고 한다. 글을 잘 썼을 때의 만족감? 언제나 긍정적이었던 오스카 와일드 조차도 ’책은 결코 완성할 수 없다. 그저 내려놓을 뿐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출판되는 책 가운데 30퍼센트만이 이익을 낸다. 그러므로 금전적 보상도 논외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찰리 채플린의 명언은 작가에게도 잘 들어맞는다. “작가는 퇴짜를 갈망한다. 남이 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퇴짜를 놓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도대체 왜 글을 쓸까?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글을 쓴다. 일기를 쓰고, 소설을 쓰고, 글쓰기 강좌를 듣는다. 사람들은 작가가 선사하는 문장, 인물,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에 감탄하며 게걸스럽게 글을 탐닉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지?”라는 질문과 함께 그런데 왜 쓰는 걸까? 라고 궁금하게 된다.
조지 오웰은 1946년 발표한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1. 순전한 이기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죽어서도 기억되고 싶어서, 어린 시절에 알았던 어른들에게 복수하려고 등의 이유로 글을 쓴다. 2. 아름다움의 추구: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미치는 영향. 잘 써진 산문의 탄탄한 구성. 잘 만들어진 이야기의 리듬을 음미하려고 글을 쓴다. 3. 역사에 남고 싶은 충동 :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분명한 사실들을 찾아내서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후대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려고 글을 쓴다. 4. 정치적 의도 :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가 정치성을 띤 태도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조엔 디디온은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이 문제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순전히 내가 생각하고, 보고, 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무엇이며, 그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 글을 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글을 쓰는 것은 나를 드러내고, 다른 이들에게 나를 내세우는 일이다. 내 말을 듣고,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너의 생각을 바꿔 라고 말하는 것이다.”
2001년 천상의 온화함을 지닌 자연주의자이며 작가인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는 <노던 라이츠>에 실린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화해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종종 흑과 백으로만 보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색깔들을 엮어내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발견하기 위해, 드러내기 위해, 나쁜 기억들과 마주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글을 쓴다. 또 사물을 다르게 상상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그렇게 다르게 상상하다보면 세상은 아마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내 자신의 의문에 답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인터뷰하고 싶은 작가들을 골랐다. 우선 나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고, 작가의 성별, 인종, 나이, 그에 따른 저술 및 인생 경험 등도 다양하길 바랐다. 또한 시련을 이겨낸 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즉 작품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어냈기에 예술적 창작력에 대한 남다른 직관을 제공할 수 있는 작가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 즉 내가 20인 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출판사로부터 화환과 가죽으로 장정한 초판본 같은 선물은 물론, 다음 책의 계약을 너끈히 받아낼 만큼 잘 팔리는 작가들이다. 그들이 쓴 책들은 매번 호평을 받는다.
나는 아이젠하워가 미국의 대통령 시절부터 시와 기사를 발표했고, 닉슨이 퇴임할 무렵부터 책과 서평을 써왔다. 수 십 년간 출판업계에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나는 이제부터 인터뷰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언론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이고 그들을 인터뷰 요청에 응하게 만들기란 여간 어렵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홍보 담당자, 개인 비서, 보디가드, 그리고 소위 어께들을 겪으면서 나는 유명인의 반열에 오른 이들에게는 거절이 일상이라는 사실을 뼛속깊이 깨우쳤다. 그래서 나는 섭외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되리라고 예상했었다. 이 선택받은 소수의 작가들이 나와 예기하고 싶어지도록 그들을 납득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작가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첫 반응은 놀라웠고, 모든 일은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많은 작가들은 또 왜? 라는 질문은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내가 그들의 답을 듣고 싶어 하는 것만큼이나, 그들도 왜? 라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어 했다.
<잘 쓰려고 하지 마라>는 독서는 좋은 일이고, 글쓰기는 더 좋은 일임을 알리기 위한 책이다. 이를 위해 각 꼭지 말미마다 작가들이 선사하는 짧지만 실속 있는 글쓰기 조언을 실었다.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작가든, 장르와 성별, 나이와 인종, 인생 경험을 막론하고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작가들은 저마다 처한 위치가 다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모두 작가라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점이다.
1 더 좋은 글에 관한 멈출 수 없는 욕망 -제니퍼 이건 Jennifer Egan. 2011 퓰리처상 수상-
“시작은 여느 때와 같았다. 라시모 호텔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노란색 아이섀도를 바르던 샤샤는 세면대 옆 바닥에 놓인 가방을 발견했다. 화장실의 육중한 문을 통해 희미하게 오줌 누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가방은 그 안에 있는 여자가 가지고 있던 것임이 분명했다. -제니퍼 이건의 <깡패단의 방문> 중.”
그녀의 2006년 소설<킵> 관련 서평에서 <뉴욕 타임스>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제니퍼 이건은 어느 범주로도 분류할 수 없을 만큼 신선하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흔히 볼 수 없는 선명하고 ㅅ러득력 있는 사실주의다.
이건이 독보적인 작가인 이유는 단지 남다른 방식으로 쓰기 때문이 아니라 남다른 것을 쓰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매번 발표하는 작품이 확실한 차별성을 지녀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사실 나중에는 스스로 이 원칙을 깨려는 시도도 했었다. 원칙은 깨려고 만드는 것이니까!”라고 대답했다.
-제니퍼 이건의 유혹적인 글쓰기
글을 쓰고 있을 때, 특히 글이 잘 써질 때 나는 서로 다른 차원의 두 세계를 오간다. 현실 세계의 삶도 물론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나에게는 아무도, 심지어 남편조차도 모르는, 현실과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 세계가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차라리 아무것도 안 쓰느니만 못하다.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사소한 일도 참지 못하고,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심드렁하다.
-희망에 부풀어 현실을 망각하다.
다음 작품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머, 다음번엔 진짜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아”라는 기대에 부풀곤 한다.
뭔가 다른 일을 하는 동안에는 새 작품을 시작할 수가 없다. 이야기를 끌고나갈 실마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그것도 펜을 들어야 가능한 예기다.
-원고를 버리다
나흘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마치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이스트 빌리지 일대를 떠도는 피골이 상접한 유령 같았다.
아무튼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수습했고, 나흘 만에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 나는 소설을 분해하고 재구성했다. 내가 불안에 떨고, 우울해하고, 오열하는 동안 나의 뇌 일부는 어떻게 하면 원고가 더 나아질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나는 생각해놓은 방법들을 실행에 옮기고 싶어 했다. ~~~이것이 나만의 방식인 것 같다.
-대중의 눈을 의식하다.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받아들여 줄지 확신이 없었다.
-틀린 부분 찾기
작가로서 나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잘못을 바로잡는 데 능하다는 점이다.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초고를 쓰고 나면, 중요한 작업은 언제나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즉흥적으로 나열한 것들을 읽을 만한 글로 바꾸는 일이다. 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일단은 거침없이 써내려 ㄱ나다. 그 말은 즉, 다음 단계에서 문제점들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어머, 내가 쓴 글이지만 괜찮네”라며 자화자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지극히 부석적인 시각에서 무엇이 틀렸는지 찾아내는 작업이 핵심이다. 변증법적 사고가 필요하다.
-퓰리처상의 축복
<깡패단의 방문>이 호평을 받아서 행복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00년 뒤, 인류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그리고 누군가 제니퍼 이건이라는 이름을 기억한다면, 내가 퓰리처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들이 판단할 것이다. 나는 내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나도 주요 문학상의 심사를 맡아본 적이 있어서 수상자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정도는 일고 있다. 모든 것은 취향 문제이고, 따라서 운이 좌우한다. 내가 몇 안 되는 최종 후보에 들었다면 그것은 내가 운 좋게도 특정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맞는 글을 썼기 때문이다. ~~~~<룩 엣 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자식이다.
-퓰리처상의 함정
사람들은 현재가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아마 내 작품이 더 이상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함을 깨닫는 순간 절망하고 충격을 받을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씩씩한 말들을 깡그리 잊을지도 모른다. 나는 다만 내가 그런 절망과 충격을 헤쳐 나갈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써라
쓰고 싶은 수준의 책을 읽어라. 내가 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라는 자양분이 필요하다. 즐겨 읽는 책과 동떨어진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쓰기는 운동에 비유할 수 있다. 운동에 익숙해지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고 이상할 것이다. 이 법칙은 글쓰기 경력에 상관없이 모든 작가들에게 적용된다. 하루 15분이라도 꾸준히 쓰면 글쓰기 습관이 몸에 밸 것이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항상 잘 쓰기만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꾸준히 쓰면서 늘 잘 쓸 수는 없다. 나쁜 글은 일종의 기본기다지기, 잘 쓰기 위한 준비운동 같은 과정임을 명심하다.
2 잘 쓰려고 하지 마라 -제인 스마일리 1992년 퓰리처 수상-
“그는 두 팔로 그녀를 감싸더니 부서지도록 힘껏 껴안았다. 물론 그는 그녀가 자신을 숭배한다는 걸, 아니면 존경한다는 걸 , 아니면 그 비슷하게 뭐 그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현명한 여자라면 가까이하지 않을 그런 부류의 남자였다. 여자들에게 늘 관심이 많은 남자, 여자들을 관찰하고 여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남자.
여보, 나는 좀 다른 사람이었어야 했는데, 이런 사람인 걸 어쩌겠소. -제인 스마일리의 <프라이비트 라이프>중. “
-제인 스마일리의 유혹적인 글쓰기
나는 내가 궁금한 것들을 밝혀내기 위해 글을 쓴다.
소설은 무슨 사건이 일어났을 때 등장인물들은 그 사건 속에서 무엇을 느끼는가를 보여주고,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가 자리를 바꿔가며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다. 당신이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소설을 쓸 이유가 없다. 그것이 없으면 소재는 건조해 진다.
대부분의 소설가들은 허기를 채우듯 독서하면서 자랐고, 많은 이들이 수다쟁이고모든 누구든 가족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그들은 호기심이 많고 주의력이 뛰어났다.
-조약돌은 씨앗이 된다.
매일매일 글쓰기를 하다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일종의 도약이 일어나리란 걸 알게 된다. 그게 좀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지만, 내가 에너지를 밀면서 나아가기보다는 에너지가 스스로 앞으로 나약하다는 느낌이 드는 지점이 있다.
딱히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면 아무 조약돌이나 이야기 속에 던져본다. 그리고 그냥 계속 쓴다. 그러다보면 그 작은 조약돌이 어느 순간 이야기의 씨앗이 되었다가 갑자기 싹이 되어 쑤욱 올라온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라기 시작한다.
- 이렇게 써라
출판사가 출판하고 싶어 할 책을 쓰지 마라. 당신이 취재하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을 써라.
무슨 글을 쓰든지 당신의 독자층이 누구인가를 파악하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회원인 북 클럽이나 다른 모임에 원고를 보내서 반응을 살펴보라.
3 글쓰기에 미친다는 것 -이사벨 아옌데. 칠레 국립문학상 수상-
“사십 평생 동안 나, 자리네 세델라는 다른 노예들보다 운이 좋았다. 나는 오래 살 것이고, 흐린 날 밤에도 내 별이 빛날 테니 노년 역시 편안하리라. 나는 내 심장이 선택한 남자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고 있다. 그의 큰 손이 나의 피부를 깨운다. -이사벨 아예데의 <아일랜드 비니스 더 시> 중.”
이사벨 아옌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독자를 보유한 스페인어권 작가다.
내가 단어 하나하나를 얼마나 깐깐하게 골라 쓰는지 독자들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다. 한 문단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같은 단어가 반복되지 않는지 살핀다. 영어로 번역된 글도 한 줄 한 줄 꼼꼼히 살핀다. 번역자가 스무 쪽에서 서른 쪽씩 번역할 때마다 원고를 보내주면, 내가 의도한 의미가 제대로 살아 있는지 한 자 한 자 읽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전을 찾아본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는 단어를 찾아내는 과정을 나는 정말로 중요시 한다. 내가 이렇게 한 마디 한 마디 고르는 이유는 단어야 말로 내가 가진 유일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단어는 공짜다. 돈 한품 안 내고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갖다 쓸 수 있다.
나는 아름답지만 읽기 쉬운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로망스 어군에 속하는 언어들은 영어와는 달리 복ㅈ밥한 미사여구를 잔뜩 사용한다.
-이렇게 써라
감정을 이끌어 내거나 상황을 묘사하는 정확한 단어를 찾아내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작업이다. 동의어 사전을 활용하고, 상상력을 동원하라. 생각날 때까지 머리를 쥐어짜라. 어떻게 해서든 꼭 맞는 단어를 찾아라. 이야기의 리듬이 느껴지고, 등장인물들이 점차 형태를 갖추면서 그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리고 그들이 내가 계획하지도 않고 상상도 못했던 일을 하고 있다면, 책은 다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가는 그저 그 책을 한 글자 한 글자 현실세계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부엌에 앉아 친구에게 이야기를 한다고 치자, 실수도 많고,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할 것이다. 글에서는 실수와 반복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동시에 대화의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 문학은 강연이 아니다.
4 문학성과 대중성의 담장 위쯤에서 -데이비드 발다치 . 국제범죄소설 명예의 전당 등재-
“잭 암스트롱은 클리블랜드 자신의 집 한구석에 처박아 둔 환자용 중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열아홉 나이에 이미 한 아이의 부모인 그와 아내 리자에게 둘째 아이가 생겼다. 잭이 군대에서 휴가 나온 사이 생긴 아이였다. 잭이 5년째 복무 중이던 해에 중동에서 전쟁이 터졌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윈 서머> 중.”
- 데이비드 발다치의 유혹적인 글쓰기
약간의 상상력과 상상력을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만 있다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 길을 걸을 때면 나는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 속에 집어넣어 보고 싶어진다.
-변호사는 이야기꾼이다
소송에서 사실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을 재구성해서 의뢰인의 승산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실은 강조하고, 어떤 사실은 축소한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부분을 사건의 핵심인양 믿게 만들고 불리한 점들은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숨겨버린다. 이런 게 소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매번 죽을 만큼 두렵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다시는 이전처럼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이렇게 써라
어떤 장르의 글을 쓰든, 해당 장르의 최신 트렌드를 숙지하라.
장편소설이든, 에이전트에게 보내는 편지든 간결함이 미덕이다.
5 미스터리작가가 된다는 것 -수 그래프턴. 다이아몬드 대거 평생공로상 수상-
“필립 레너헌은 1985년형 포르쉐 911 카메라 카브리올레를 몰고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날렵하고 아담한 빨간색 자동차는 2개월 전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할 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이 영 못마땅한 양아버지는 이 차를 중고로 구입했다. 금세 가치가 떨어져버릴 새 차를 사봐야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것이었다. -수 그래프턴의 <브이 이즈 포 벤전스> 중”
- 끈기로도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
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글을 완성해간다. 그 말은 완전히 앞이 꽉 막혀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써라
어떤 비결도 지름길도 없다. 정말로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이것만은 알아둘 것. 글쓰기는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장, 문단, 페이지 하나하나를 고치고 또 고치다 보면 작가의 마음의 귀에 맞는 리듬, 억양, 어조 등을 발견하게 된다.
6 누구나 처음은 무명작가다 -새러 그루언 . 북브라우스 다아아몬드상 수상-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사진작가 오스굿은 나지막이 코를 골고 있었다. 한가운데 좌석에 옴짝달싹 못하게 끼어 앉은 그를 중심으로 한편에는 존 시그펀이, 다른 한편에는 커피색 스타킹에 활동하기 편한 구두를 신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오스굿의 몸이 여자 쪽으로 심하게 기울었고, 이미 팔걸이를 단단히 내린 여자는 점점 벽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새러 그루언의 <보노보의 집> 중.”
-새러 그루언의 유혹적인 글쓰기
나는 글을 쓰려면 먼저 책을 읽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글을 쓸 때 남에게 말하기 좀 부끄러운 나만의 절차가 있다. 새 책을 시작할 때, 첫 장면이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작품의 영감을 준 아이디어에 푹 빠져 지낸다. 잠을 잘 때도, 샤워를 할 때도 , 요리를 할 때도 온통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만 생각한다. 생각에 잠겨 다니다가 벽에 부딪친 적도 부지기수다.
드디어 글 쓰는 작업에 착수하면, 매일 똑같은 일과가 반복된다. ~~~그 전날 작업한 부분을 읽고 또 읽으며 다음 이야기를 써나갈 준비를 한다.~~~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통과한 느낌이 든다. 그 다른 세계는 허구의 세계이며, 나는 글을 창작한다기보다 그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할 뿐이다.
- 새러 그루언과 마법의 돌
나는 일단 쓴 글은 절대로 지우지 않는다. 한 문단, 쪽, 꼭지 또는 장면 전체를 삭제해야 하는 경우, 나는 그 부분을 나머지라는 파일에 넣어 둔다. 나머지 파일에서 단 한 단어도 다시 꺼내 쓴 적은 없지만, 이런 쓸데없는 행위가 주는 정신적 위안이라도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할 것이다. 버린다는 것, 나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다.
-이렇게 써라
작품을 계획하고, 플롯을 짜고, 사전 조사를 하고……. 다 좋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 일단 써라! 어제 써놓은 파일을 여는 것은 작가의 일과에서 가장 힘든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제 끄적거려 놓은 글들을 오늘 또는 내일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의 일인 것을, 글쓰기 위한 시간을 따로 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직장에 다니거나 아이가 있거나,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더욱 힘들다. 주변 사람들에게 글 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설명하라. 금쪽같은 토요일에 두 시간이 빈다면 그 시간이라도 놓치지 말고 글을 써라.
7 아메리카를 점령한 아시아의 펜촉 -기시 젠. 라난 문학상 수상-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이슈, 수령이 1000년은 된 측백나무들일 것이다. 어떤 나무는 곧게 솟아 있고, 어떤 나무는 기울어져 있다. 그곳에 가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곧게 뻗은 줄기를 따라 위를 향해 나선형을 그리며 깊이 팬 나무껍질도 볼 수 있다. 마치 누군가 갈퀴로 휘저어놓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시 젠의 <월드 앤드 타운> 중.”
기시 젠은 사려 깊은 등장인물을 창조해냄으로써 그들의 말과 생각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쉽게 전달할 줄 아는 작가다.
그녀가 만들어낸 인물 하나하나는 각각 자신만의 남다른 감성적 이력에 깊이 젖어 있어 책을 읽는 동안 한순간도 그들이 보편적인 또는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시 젠의 유혹적인 글쓰기
글쓰기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먹고, 자고, 쓰는 일은 모두 내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들이다.
글을 쓸 때면 나는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나는 내 글 속, 등장인물들 속에 있다.
나는 언제나 매우 직관적으로 글을 써왔다. 새 작품에 들어갈 때에도 계획 같은 것은 세우지 않는다. 앞으로의 일을 미리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재 내가 하는 일에만 몰두하다가, 어느 날 시선을 들어 깨닫는다. 어느새 호수 건너편 어귀까지 왔음을.
- 시에 눈을 떠라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왜 시는 짧은 행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왜 시인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을까? 강의 시간에 직접 시를 써야 한다는 점을 모르고 수강한 과목이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 1분에 90단어를 타이핑하다.
1983년 작가워크숍 과정을 마친 나는 결혼을 하고 동부로 이사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몇몇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가 여기저기에 발표한 단편들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 이렇게 써라
돈벌이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어리석다. 글을 쓰려면 다른 작가들이 늘 그래왔듯 돈보다 더 큰 만족을 추구하라.
국제적인 시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작품을 쓸 때 이야기가 가진 불완전한 부분들을 잘라내지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만은 살리려고 한다. 문학은 강의가 아니다. 문학에는 강의보다 더 깊은 이야기가 있다.
8 나의 문학 사화현상이 되다 -세바스찬 융거 . 내셔널매거진상 수상-
“아프가니스탄, 코렝갈 계곡 1007년 봄 오번과 전투 중대원들은 6월 마지막 주에 도착했다. 얼음이 녹아 강물이 불어났지만, 산꼭대기의 눈은 아직 그대로였다. 수송용 치누크헬기가 아파치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아바스 가르’라고 불리는 거대한 검은 산을 선회하더니 골짜기를 울리는 굉음과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좁은 착륙 지점에 내려앉았다. -세바스찬 융거의 <WAR> 중.
그는 뼛속까지 종군기자다. 융거는 나이지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가장 위험한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배너터페어>에 기고할 기사를 썼고,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팀 헤더링턴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레스트레포>를 만들었다. 팀 헤더링턴은 2011년 리비아 내전을 취재하던 중 박격포에 맞아 사망했다. 동료이자 친구의 죽음에 대해 융거는 ‘신의 은총이 없었더라면 나도 같은 운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바스찬 융거의 유혹적인 글쓰기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반 최면 상태가 된다.
내게 필요한 아이디어들은 바깥세상에 있고, 나는 그저 도처에서 아이디어를 수확할 뿐이니 굳이 생각해낼 필요는 없다. 내가 보고 들은 것, 조사한 자료,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을 모아다가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만한 글로 엮어내는 것이 내 dfl이다.
- 작가의 고집 과 가독성
나는 글을 쓸 때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한다. 나는 독자들을 위해서 글을 쓴다는 점을 분명히 의식하며 독자들을 글 속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내 글이 쉽고 흡인력 있는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동시에 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에 대해서는 초연해지려고 애쓴다. 나는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세상에 대해 배우고 싶고, 글은 내가 세상을 배우는 방식이다. 사람들의 취향이란 어차피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쓴 책에는 모두 ‘이 부분을 넣으면 안 될 텐데, 독자가 반으로 줄여 버릴 텐데’라며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 <더 페펙트 스톰>의 경우는 파동의 물리학에 관한 부분이다. 누가 그런 걸 읽고 싶어 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야기 전개상 필요하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파도가 배를 삼켰다. 파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 부분을 살렸고, 설령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작가로서 성공 못하면 언제든 조경일로 돌아가면 되니까.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책을 쓸 테다.
-왜 잘 쓰려고 하는가
<WAR>를 쓰는데 6개월이 걸렸다. <WAR>는 내 안에 있던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부분을 끄집어내 주었다. 나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포화 상태가 되었다.
나는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인가 늘 생각ㅎ나다. 다른 사람의 글 혹은 내 작품을 읽다보면 좋은 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이제껏 밝혀낸 좋은 글의 공통점은 글에, 문장에, 문단에 리듬이 있다는 점이다. 리듬이 없으면 책을 읽기가 힘들다. 그런 점에서 글은 음악과 매우 비슷하다. 책 속에는 저마다 고유의 리듬이 있어서 독자들을 이끌어 준다. 사람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이 저절로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음악을 듣지 않으면, 리듬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다. 문장이나 문단에 내재한 리듬은 그 글의 DNA 와 같다. 그런 리듬이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나는 표현에도 엄청나게 신경을 쓴다. 표현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충분히 시간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렇게 써라
재미없는 문장들을 아무렇게나 나열하지 마라. 독자들은 책을 덮고 텔레비전을 켤 것이다. 독자의 관심을 얻는 자가 돈을 얻는다.
이미지를 간과하지 마라. “비가 퍼 붓는다”같은 평범한 표현에 만족한다면 죽은 글밖에 쓸 수 없다. 표현 하고자 하는 대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느낌인지 깊이 생각하고 ,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머리를 짜내라. 강력하고 창의적인 표현 방식을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 좋은 표현을 찾아내고, 좋은 리듬이 흐르는 문장을 쓰는 작가의 책이라면 사람들은 기꺼이 읽을 것이고, 다음 책은 언제 나으냐며 작가를 재촉할 것이다.
9 재능과 노력의 결정체, 글쓰기 -메리 키. 푸시카트상 수상-
“아들에게 쓰는 공개편지 어떤 방식이 됐든 내가 하는 이야기가 진실 그대로일 수는 없겠지. 그러니 엄마는 늙었고 판단력도 흐리다고 일정 간격으로 반복하는, 네 머릿속 장치는 좀 꺼주렴. 나는 쉰 살이고 너는 스무 살이니, 내 기억력이 흐릿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네가 틈만 나면 입에 올리듯, 네 기억 장치가 내 것보다 월등할 테고.... -메 카의 <릿> 중.“
-메리 카의 유혹적인 글쓰기
나는 꿈꾸기 위해 글을 쓴다. 다른 인간과 접속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기록하기 위해,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죽은 이들을 방문하기위해 글을 쓴다.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원초적 욕구 때문에, 그리고 돈 때문에 쓴다.
-이렇게 써라
10 작품으로 커밍아웃 하다. -아미스테드 모핀. 피바디상 수상-
“토끼 굴이 있는 게 틀림없어.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산비탈 어딘가에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 희미하게 떠오르는 감각 - 앨커트레즈의 전경, 혹은 무적 소리, 혹은 딛고 선 발판에서 나는 이끼 냄새 - 는 그녀를 잃어버린 이상한 나라로 다시 데려가려 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친밀하면서도 뭔가 지난 경험과는 조금 달라 낯설었는데.... -아미스테드 모핀의 <메리 앤 인 오텀> 중.
글쓰기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모자이크 조각을 맞추는 것과 같다. 완성품이 완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색깔 조각들을 한곳에 몰아넣는 것이다. 나는 마침내 찾아올 기쁨만을 믿으며 이렇게 벌 받는 법을 배웠다.
서머싯 몸은 글을 쓸 때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명쾌함, 간결함, 유포니.
-이렇게 써라
처음 작가로 출발할 때, 다른 작가들을 전부 경쟁자로 여기지 마라. 당신이 창조한 작품에 조금이라도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만의 작품이 될 것이다.
11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순간 -테리 맥밀런. 미국국립예술기금 수혜-
“나랑 같이 베이거스에 가고 싶지 않은 게 확실해? 남편은 오늘 아침 두 번째 묻고 있다. 두 가지 이유로 가고 싶지 않다. 먼저, 남편은 내가 세련된 뭔가를 걸치고 둘이 함께 쇼를 보고 카지노를 돌아다니면서 ㅂ마을 새고 사랑을 나누고 느지막이 잠이 들어 룸서비스를 주문하는... 그런 정열로 달아오른 주말에 나를 초대하는 게 아니다. -테리 맥밀런의 <게팅 투 해피> 중.
- 이렇게 써라
나는 내가 불편한 인물들에 대해서만 쓴다. 글을 시작할 때는 등장인물들에게 공감이 안 간다. 인물들의 이야기를 말하려면 나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그들을 향한 공감을 키워야만 한다.
12 악마가 필요 없는 악마 -릭 무디. 메트카프상 수상-
“사람들은 종종 내게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느냐고 물어본다. 아니 2024년에 한 번 나는 그런 질문을 받았다. 바로 이 읍내의 구식 미디어인 지방 방송국이 이라크나이즈 주식회사라는 회사 매장에서 낭독 회를 열었을 때였다. 청중은 다섯 명의 용감하고 건장한 사람들이었는데, 그 중 네 사람은 척 보기에도 산만하게 딴짓들을 하고 있었다. -릭 무디의 <더 포 핑거스 오브 테스> 중.
-릭 무디의 유혹적인 글쓰기
나는 왜 쓰는가? 순간순간, 내가 지금 언어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다. 무능력을 벌충하고 자신감을 간직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지점이 중요한데, 글쓰기 말고 달리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숨 쉬고 밥 먹는 것처럼 글을 쓴다. 매일매일 습관적으로.
-조지 오웰의 글을 쓰는 네 가지 중요한 동기에 답하여.
1. 순전한 이기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죽어서도 기억되고 싶어서. 어린 시절에 알았던 어른들에게 복수하려고 등등의 이유로 글을 쓴다. 분통이 터져 하는 글쓰기, 뭔가 얻고자 하는 개인적 욕망으로 하는 글쓰기는 문학을 유용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글을 쓰는 건 주로 신경과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말하면서 한 번도 편안했던 적이 없다. 글쓰기는 시간과 평정심을 가져다줘서 말할 때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원고지는 속세와 단절된 평화로운 장소이며, 그곳에서 나는 세상에서 느끼는 압박감을 받지 않는다. 2. 미학적 열정 :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미치는 영향, 잘 써진 산문의 탄탄한 구성, 잘 만들어진 이야기의 리듬을 음미하려고 글을 쓴다. 3. 역사에 남고 싶은 충동 :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분명한 사실들을 찾아내어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후대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려고 글을 쓴다. 나는 후세들이 나에게 관심이 있기를 분명히 바라지만, 그때면 내가 죽었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당신이 세상을 뜰 때 후세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4. 정치적 목적 :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가 정치성을 띤 태도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며 이 말에 동의한다. 나는 모든 예술 이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조엔 디디온에 답하여
글쓰기는 나를 드러내고, 다른 이들에게 나를 내세우는 일이다. 내 말을 듣고,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네 생각을 바꾸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뿐이라면, 나부터 글쓰기를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을 것 같다. 자신의 시점으로 출발하는 나의 불가피성이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독자로 구현된 당신 도 있다.
- 경고 : 읽기는 쓰기로 이어질 수 있다.
글쓰기 전에 나는 왕성하게 독서하는 탐서 가였다.
-이렇게 써라
소설의 구조는 당신이 발견하는 것이지 미리 짜 맞추는 게 아니다. 키보드 앞에 앉아서 줄거리의 노예가 되지 마라. 소설을 쓸 때 머릿속에 전체 상을 넣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일하는 게 좋은데, 며칠 동안 아무 방해받지 않고 일에 푹 빠져 있을 시간을 확보하는 게 좋다.
13 최악의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다. -월터 모즐리. 오헨리상 수상-
-월터 모즐리의 유혹적인 글쓰기
글쓰기는 30대가 되어서야 시작했는데 완전히 빠져버렸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맹목적으로 섬기지는 않는다. 정말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 쓰면, 전자오락이나 체스를 하다가 뭔가 잘 풀렸을 때처럼 신이 난다.
-이렇게 써라
글쓰기는 장기적인 투자다.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면 바라는 수준까지 성과를 낼 것이다.
14 글쓰기로 스타일을 만들다. -수전 올리언. 하버드대학 니먼기금 수혜-
“그는 개가 불멸한다고 믿었다. 린 틴 틴은 영원히 존재할 거예요. 리 덩컨은 계속 ㅂ나복해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방문객들에게 말하고, 연예 잡지사에, 이웃들에게,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말했다. 처음에 이 말은 분명히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의 고독을 달래주고 그를 세상에서 유명하게 해준 피조물을 생하는 리 덩컨의 바람일 뿐이었다……. -수전 올리언의 <린 틴틴> 중.
-이렇게 써라
글쓰기를 사랑해야 한다. 가능한 많이 읽어야 ㅎ나다. 그게 글 쓰는 방법을 배우는 최선의 길이다.
어휘사전 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마라. 필요하다면 나는 하루 종일이라도 <로제트> 같은 어휘 사전을 본다.
15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다. -앤 패쳇. 오렌지상 수상-
16 되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건 더 어렵다. -조디 피코 . 알렉스상 수상-
“9월의 어느 화창하고 신선하던 토요일 날, 그때 나는 일곱 살이었는데 아버지가 덜컥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가 잔디를 깎는 동안 주차장 진입로 가장자리 돌담 위에서 좋아하던 인형을 갖고 놀고 있었다. 처음에 아버지는 잔디를 깍 고 있었는데, 잠시 후엔 잔디에 얼굴을 묻고 쓰러져 있었다. 잔디 깎는 기계는 뒤뜰에 엎어진 채 천천히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조디 피코의 <싱 유 홈> 중.
-이렇게 써라
글쓰기 강좌를 들어라. 피드백을 주고받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며, 요구에 맞춰 글 쓰는 법도 알게 될 것이다.
쓰고 싶은 기분이 안 내킬 때도 글을 써라.
읽어라. 독서는 앞서간 작가들처럼 당신도 쓸 수 있게 영감을 줄 것이다.
17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메그 올리체. 푸시카틋아 수상-
-이렇게 써라
효과적인 글쓰기는 농축된 부용 큐브와 같다.
18. 문학의 거짓과 진실, 그리고 용서 -제임스 프레이-
“내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내가 살던 집 맞은편에는 1년가량 지어 있던 아파트가 있었다. 내가 살던 빈민들을 위한 다세대용 주거 건물들은 보통 빨리 세가 나간다. 정부 보조를 받으니 임대료가 싸다. 이 세상에서 별 볼일 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집이다. 다들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결국 평생 별 볼일 없이 살게 될 것이다. -제임스 프레이의 <더 파이널 테스터먼트 오브 더 홀리 바이블> 중.
19 무엇보다 중요한 작가의 조건 -캐스린 해리스-
“보라, 지금 그러하듯, 태초에 모든 것이 있었다. 뇌운의 거대한 일격, 쾅, 말하는 뱀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큰 빛은 낮을 다스리고, 작은 빛은 밤과 요동치는 물과 불안한 대기를 다스린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여자는 넓적다리를 벌린다. 둘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저녁 산들바람 속에 혹시 들릴지도 모를 신의 걸음 소리를 상상하며…….-케그린 해리슨의 <인챈트먼트>중.
- 캐스린 해리슨의 유혹적인 글쓰기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만이 나도 사랑받을 만한 사람임을 증명해 보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20 훌륭한 작가와 유명한 작가 사이 -마이클 루이스-
-이렇게 써라
의자에 앉아 글을 써야 할 동기가 뭐든 하나라도 있으면 된다. [Review]
신문기사에 짧은 댓글 하나 달아놓고 나중에 다시 보면, 문맥이 맞지 않은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얼른 지워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타고난 말재주가 없어서 남들과 대화하는데 그저 빙그레 웃고만 서 있다가 갑자기 생각한 말이 떠올라 남의 말 자르고 불쑥 한마디 했는데, 이건 영 아니다 싶을 때도 있다. 도대체 남들이 하는 말은 어쩌면 그렇게 논리가 정연한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식판에 송아고물 찍어내듯 정갈하게 느껴진다. 이럴 땐 애매하게 뇌의 브로카 영역인가 베르니케 영역인가만 떠올리게 되고 한 시간에 오백 개씩 사멸되어간다는 뇌세포 걱정만 하게 된다.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이 많다. 말은 한마디로 논리가 세워지는 게 아니라 이말 저말 덧붙이다 보면 논리적인 말이 된다. 한마디 툭 던져놓는 것으로 남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스님들이나 하는 대화다. 미주알고주알 비판하고 따지는 속세의 대화는 스님들의 화법으로는 빈축만 사게 된다.
글도 이와 같아서 이말 저말 너저분하게 흩어놓고 그중에 버릴 건 버리고 또 줄일 건 줄이고 바꿀 건 바꾸면서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것이지 자판기에 손을 얹기만 하면 푸쇠(강원도 사투리 : 풀 먹은 소)똥 싸듯 매끄러운 문장이 툭툭 떨어지는 게 아니란다. 피천득 수필에 보면 춘원 이광수 선생의 글 쓰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은 신문소설 일 회분 쓰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일이 드물었고, 쓴 원고를 고치는 일도 별로 없었지만 읽기에도 그 흐름이 순탄했다‘고 술회하였다. 그러나 글을 그렇게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젊은 날 글과는 거리가 먼 엔지니어로 지내다 보니 제대로 문학책 한권 읽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골치 아픈 기술서적만 들여다보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품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부품의 형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서로 연관된 움직임의 이미지 같은 일만 생각하다보니 사람보다는 기계를 대하기가 편했다. 은퇴를 하고보니 그런 기술은 일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대체로 나 같은 전문직 사람들이 노후에 겪게 되는 일이다. 그래서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대로 읽으려고 책을 송두리 채 복사하듯 타이핑하며 읽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고 있다. 이 무슨 미련한 짓인가 하다가도 그렇게 읽어야만 책을 한권 읽은 것 같고 그냥 슬슬 책장을 넘기며 읽다보면 며칠 지나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 그렇게 메모한 것을 블로그에 저장하고 아무 때고 꺼내 읽어보면 스토리가 쉽게 떠오른다. 그러다가 이렇게 리뷰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에서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 스무 명에게 글 쓰게 된 동기, 글 쓰는 일상과 글을 쓰기를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들을 인터뷰해서 엮은 책이다. 책 한권 쓰고 출판사에 넘길 때 수천에서 수십만 달러를 받는 소위 유명작가의 반열에 든 사람들이다. 자연히 현재 왕성하게 글을 쓰고 있는 오륙십 대 작가들이다.
그들 중에는 아직 돈벌이를 위해서 궁색하게 쓰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직업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정이 어떻든 그들의 공통점은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젊은 날부터 쓰기 시작 했던가 또 동기가 일찍부터 부여되었고 오랜 시간 글을 써 왔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글을 잘 쓰려면 무조건 책을 많이 읽고 또 매일 단 얼마간의 시간이라도 꾸준히 쓰는 열정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논리적인 문장 하나는 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산고의 고통 속에 태어난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글이 안 나온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책 제목에서 ‘잘 쓰려고 하지 말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처음부터 글이 잘 써지지는 않는다는 말로 잘 표현되어있다. 이 책은 전문적인 글쓰기 책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기법 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부분적으로 인터뷰에서 그런 점들이 드러나기는 해도 개인적인 경험과 글을 쓰게된 동기 , 일상 그리고 작가의 특징 등에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다. 그래서 읽기가 편하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글을 쓰기로 작정한 전문적인 작가지망생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