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야곱이 그들과 말하는 동안에, 라헬이 그의 아버지의 양과 함께 오니, 그가 그의 양들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더라. ⑩야곱이 그의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과 그의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외삼촌 라반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 ⑪그가 라헬에게 입 맞추고, 소리 내어 울며, ⑫그에게 자기가 그의 아버지의 생질이요, 리브가의 아들 됨을 말하였더니, 라헬이 달려가서 그 아버지에게 알리매”
야곱은 목자들이 양떼들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얼른 그 자리를 피해주기를 원했다. 그런데 라헬이 도착할 때까지, 목자들은 양떼들에게 같이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해 기다렸다. 그럼에도 야곱은 서둘러 우물의 돌을 치웠다. 라헬로 하여금 양떼에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서두르는 모습이다.
라헬이 양떼들이 물을 마시게 하는 동안, 야곱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런데 눈물이 왜 그토록 쏟아지던지……. 소리 내어 엉엉 울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리브가이며, 곧 야곱 자신은 라헬과 이종사촌지간임을 말하였다. 라헬은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아버지에게 달려가 모든 이야기를 전했다.
“야곱이 그의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과 그의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외삼촌 라반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10절) 재미있는 구절이다. 우물의 돌은 혼자서 치울 수 없는 크기이다. 장정 몇이 달려들어야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야곱은 혼자서 그 돌을 치웠다. 이게 가능할까?
아마도 라헬의 미모에 반한 야곱이 순간적으로 힘과 용기가 치솟았던 것이 아닐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남자다움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순간적으로 없던 힘까지 생겨난 것이 아닐까?
감동(感動)은 ‘크게 느껴 마음이 움직임’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감동을 원한다. ‘예스24’에서 ‘감동’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을 검색했다. 1,684건이다. 감동을 주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잘못된 감동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참 다양하다. 고객 감동에서 시작하여 CEO를 감동시키는 방법까지, 심지어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방법까지 있다. 책을 보고 훈련하면, 하나님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감동을 느낄 때 아주 강력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을 감동 호르몬 ‘다이돌핀(didorphin)’이라고 한다. 근년에 발견된 새로운 호르몬이다. 엔돌핀이 암을 치료하고, 통증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 다이돌핀의 효과는 엔돌핀의 4,000배이다.
다이돌핀은 언제 우리 몸에서 생성될까? 바로 “감동 받을 때”이다. 가슴 뭉클한 글을 읽었거나, 좋은 음악 선율이 마음을 깊이 만질 때,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되었을 때,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진리를 깨달았을 때, 엄청난 사랑에 빠졌을 때, 마음 깊이 기쁨이 샘솟을 때……. 즉 굉장한 감동이 왔을 때, 드디어 ‘다이돌핀’이란 호르몬이 생성된다. 이 호르몬들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강력한 긍정적 작용을 일으켜, 우리 몸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할 뿐 아니라, 암 세포를 공격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 대단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생의 행복을 가져다준다. 감동은 기적을 일으킨다.
야곱이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그런데 왜 울었을까? 이곳까지 오는 동안 야곱이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겠는가! 굳이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야곱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충분히 상상된다. 라헬을 만나는 순간, 아마도 그 모든 일들이 격한 감정으로 표출되었으리라. 감동을 받은 것이다.
1990년대에 등장한 ‘뇌과학 마케팅(neuromarketing) 이론’은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보다는 (무의식적인) 감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두 가지 판단에 의존하는데, 그것은 ‘생각하는(think) 판단’과 ‘느끼는(feel) 판단’이다. 그리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느끼는 판단’이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이 ‘감성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론적 바탕에 기초한 것이다.
성공적인 변화를 위한 3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라. 둘째,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라. 셋째, 지도를 구체화하라. 여기서 기수는 인간의 이성을, 코끼리는 인간의 감성을 각각 의미한다. 이 표현이 이미 암시하듯, 인간은 기본적으로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일단 코끼리 같이 막강한 감성이 버티거나 거부하면, 연약한 기수와 같은 이성의 판단력과 결심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성이 감성을 자제력이라는 고삐로 통제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실제로 인간을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감성이다. 그래서 사람을 설득하거나 변화시키려면,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을 움직여야 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인간은 몰라서 못하는 존재라기보다, 뻔히 알면서도 안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날카롭고 메마른 이성들끼리만 충돌하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 단체, 개인 가릴 것 없이 상대편의 이성만 자극하는, 그것도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자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최근의 남북한 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교회 속의 영성조차 메마르게 만들고 있다. 사드(THAAD), 세월호, 빈부격차…….
상대편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아,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 줄 잘 안다. 다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마음이 상한 사람에게는 흥겨운 노래조차 짜증스러운 법이다. “마음이 상한 자에게 노래하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음 같고, 소다 위에 식초를 부음 같으니라.”(잠 25:20) 설득시키기보다 감동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만한 지식’보다는 사람들의 냉랭한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어줄 ‘따뜻한 감성’이다.
갑작스런 야곱의 출현에 라헬이 놀랐을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야곱이 라헬을 보자마자 입맞춤을 한다. 소리 내어 울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라헬이 얼마나 놀랐을까? 생면부지의 사람이, 그것도 남자가 자신을 보자마자 입맞춤을 하다니? 거기다 소리 내어 울기까지? 라헬은 아버지 라반에게 달려갔다. 양떼와 함께 천천히 길을 걸어야만 하는 라헬이다. 그런데 라헬은 뜀박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라헬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정복전쟁을 시작한 시간이 벌써 5년 혹은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호수아의 당시 나이가 90~100세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너무 늙었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너무 늙었다고 말씀하신다. 더 이상 정복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지파별로 땅을 분배하기 시작한다.
85세의 갈렙이 이야기한다. “그 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 날에 들으셨거니와, 그 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 하니”(수 14:12)
이스라엘이 가나안 정복 전쟁을 시작하기 전, 12명의 정탐꾼들을 보냈었다. 이때 10명의 정탐꾼은 가나안을 절대로 정복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아낙 자손 때문이다. 이들의 후예가 골리앗이다. 하나 같이 거인이다. 하나 같이 용사이다. 하나 같이 크고 견고한 성읍에 거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과 싸움을 벌인다고? 그건 백전백패의 결과가 될 것이다. 그 아낙 자손이 거하는 곳이 헤브론이고, 지금 갈렙이 요구하는 땅이 헤브론이다. 당연히 헤브론은 전쟁의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났고, 지금 영토를 분배하는 중에서도 기피하고 싶은 대상이 되었다. 그런 땅을 85세의 갈렙이 차지할 수 있다고?
‘사실’아낙 자손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골리앗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홍해와 요단강을 건널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아니 전혀 없다. ‘사실’ 누구에게도 정복된 적이 없는 여리고가 한 번도 전쟁 경험이 없는 이스라엘에 의해 정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 죽은 예수님께서 사흘 만에 다시 부활하실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절대로 없다.
갈렙은 가나안을, 아낙 자손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쳤다. “⑧여호와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면,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시고,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시리라. 이는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니라. ⑨다만 여호와를 거역하지는 말라.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먹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민 14:9)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리 가나안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하지만, 아낙 자손이 그곳을 이미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예수쟁이의 시선은 달라야 한다. ‘사실’의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믿음’의 눈이다. ‘사실’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모든 사람들은 아무도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오직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여호수아와 갈렙만 가나안에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간 것이 절대로 아니다. ‘믿음’의 눈을 가진 사람이 누리는 축복이다.
헤브론에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무덤이 있는, 막벨라 굴이 있다. 무덤을 사는 것은 그 땅의 정당한 소유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가나안이 자신들의 땅임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후(後)에, 이 땅은 도피성으로 사용되고, 다윗이 유다 땅을 다스릴 때는 왕도(王都)로 사용되었다.
85세의 나이이지만, 모두가 두려움으로 회피하는 일이지만, 갈렙은 이 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꼭 차지하고 싶었다. 해냈느냐고? 물론이다. 성경은 감동을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브라함의 이야기도, 꿈쟁이 요셉의 이야기도, 다윗의 이야기도, 베드로의 이야기도, 바울의 이야기도…….
“⑦의인을 위하여 죽는 자가 쉽지 않고, 선인을 위하여 용감히 죽는 자가 혹 있거니와, ⑧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7~8) 사람을 통해 감동을 받고, 그래서 ‘다이돌핀’이 만들어진다. 갈렙과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도전하리라.’는 감동을 받는다. 그런데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을 통해서는 감동을 받는가? 어떤 감동을 받는가? 얼마나 감동을 받는가? 감동을 받았다면, 그 감동이 여전한가? 죄인을 위하여,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하여 돌아가셨다는 사실보다 더 큰 감동은 없다.
앤 그루텔은 언청이다. 그녀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늘 부모를 원망했다. 그러다 보니 부모도 앤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친구들도 앤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세상사람 모두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느 날, 학교에서 청각테스트를 했다. 청각테스트라는 것은 교실 한 가운데 칸막이를 설치하고, 저편에서 담임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듣고 반복하는 일이었다. 앤의 순서가 되자, 선생님은 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앤, 나는 정말 네가 내 딸이었으면 좋겠어.” 그 말에 앤은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아 반복하는 대신, “정말이세요?”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앤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그럼, 그렇고말고. 나는 정말 네가 내 딸이었으면 좋겠어.” 이 말은 앤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앤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가 될 수 있었다.
“⑦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전하노라.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 내가 너를 낳았도다. ⑧내게 구하라. 내가 이방 나라를 네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시 2:7~8) 하나님의 음성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못 듣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다. 사랑의 고백을 사랑의 고백으로 받지 못하는 것보다 불행한 일은 없다. 하나님의 이 고백이 정말로 내 마음에 감동이 되는가?
말 4:2은 이렇게 번역된다. “너희는 너희 자신들을 감동시켜라.”나를 감동시키는 사람, 그는 하나님을 감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