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또 많은 경우 각자의 분야에서 인류 구원을 위해 고심해 오고 있다. 21세기 전자 정보 시대에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포스터라는 매체를 쉽게 저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 선(善)의 실천과 발언의 매체로 포스터가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한 동의의 표현일 것이다. 제품 디자이너나 공간 디자이너들은 또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흔히 테크놀로지의 위력과 합세하여-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디자인을 넘어 최근 인류의 최대 사안이 환경 문제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구 살리기는 곧 지구 환경 살리기이고, 지구 환경 보존의 문제는 탄소 배출량 줄이기로 압축된다. 이를 위해 제품디자이너들은 친환경 재료 사용에서부터 유통 프로세스를 단축시켜 운송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량 줄이기 등의 방식을 통해 지구 구하기에 동참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 제품 기사가 보도되는 것이 이제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건축 분야에서도 친환경 재료의 사용은 더없이 중요한 이슈다. 특히 최근에는 현지의 자재를 활용함으로써 친환경 소재 활용과 원자재 운송비 절감을 동시에 노리는 방안이 환영받고 있다. 캐머론 싱클레어가 운영하는 휴머니즘 건축 기구 ‘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는 몇 해 전부터 현지의 자재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장려해오고 있다. 지역 공동체의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는 첫째 지역의 자연 조건을 최대한 보존하는 디자인, 둘째 현지에서 생산되는 자재의 사용을 모든 프로젝트의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는데, 현지 원자재 사용은 그 지역 산업을 육성하는 데 기여하는 부과 효과도 가져온다.
지난 주 제품디자인 분야에서는 ‘고기 만드는 기구’가 인류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을 끌었다. 일렉트로룩스 디자인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코쿤’(디자인: 리카르드 헤데르셰르나, 스웨덴)은 체세포, 산소, 영양소를 혼합, 가열하여 실제 육질을 만들어내는 기기다. 이 제품이 상용화 될 경우, 여전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연한 전지구적인 식량난을 대폭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가축 사육 및 도살 과정에 대한 끝없는 논쟁도 일부 가라앉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생명체 구성성분을 만들어내는 데 대한 윤리적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늘 더 나은 인류를 꿈꾸는 디자이너들이 이제는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들에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제시하며 지구수비대로 나서고 있다. 올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UN 기후 변화 회의에서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도 한 몫 하기를 기대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