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교습소

[조한진희]

인도에 있을 때 만난 영화광인 한국인 친구로 부터 추천 받았던 영화 <발레교습소>.
그 기억을 잊지 않고 며칠 전 그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았다.
성장에 관한 영화라.... 열아홉에서 스무살의 고개를 헉헉 넘어가는 친구들을 위한 영화?
꼭 그런건 아닌거 같고, 암튼 재밌었다.

김민정과 윤계상이 그들의 십년뒤, 그러니까 서른살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며 어이없게 피식 웃는데,
허걱 내 목에 뭔가 칼칼히 걸린다.
며칠전 길에서 '서른을 위한' 뮤지컬이라는 카피를 봤을 때와는 조금 또 다르게.
(그 카피 보면서.. 응.. 서른을 위한 뮤지컬이네.. 하다가, 응? 이제 내 나이네 하며 좀 놀랐었다.)

사실 십대가 질풍노도의 시기네 뭐네 하지만,
살면서 질풍노도 같은 복잡한 느낌 없이 많은 것들이 명확하게 느껴질 때가 얼마나 될까?
이제 겨우 스물아홉해를 산 사람의 말 치고는 넘 건방진 걸까 생각해보지만,
흠... 그런것 같진 않다.
나보다 몇 배를 더 살아온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을 때의 답들도 거진 비슷했다.

스무살을 들어선 김민정과 윤계상은
너무 멀기도 하고,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보다는 불안과 남루함에 기울어진 감정들로 '서른'을 말했다.
난 나쁜 기억력 덕에 벌써부터 스무살을 아득하게 기억하고 있고,
몇 달뒤 다가올 서른을 천천히 잘 보내보고 싶어서 벌써부터 조금씩 준비를 해볼 폼을 잡는다.

사회가 말하는 대로 10대를 질풍노도의 시기로 친다고 하자.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질풍과 노도를 겪.으.며.(견디며-버티며가 아니라) 지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왜 늘 질풍과 노도는 이런저런 현실에 밀려서 저 아래로 구겨져서 꿔다놓은 보리자루 마냥 마음 한구석에 놓여져 있어야만 할까?
사실 질풍과 노도를 한껏 겪어보는 것 만큼 중요한게... 아니 중요한게 많겠지만, 그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여행을 떠난 건 그런 이유에서 였다.
질풍노도를 잘 겪어 볼까하고서... 그러나 신~나게 놀다가 왔다.
그래도 다행인건 신나게 놀고 나니까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는 거다.
그게 그냥 시간이 지나서 그런 것 이라고 하기엔 1년이 넘 짧은 시간이고, 내 가치관이 엄청나게 변한 것도 아니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건 신나게 놀고 났기 때문.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궁시렁 거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실은 지난주에 손언니와 미숙언니를 만났을 때 여행기를 카페에 올리기로 하였으나
여지껏 올리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런 궁시렁이나 올려본다...
조만간 다시 카페에 여행기를 올려볼까나.... 생각중이나 어찌 될런지는...
저의 게으름이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잽싸게 올려 보도록 노력해 보겠사옵니다.

[물뜨는 여자]

저는 29에서 30을 넘길때가 더 힘든 기억이 있습니다. 19에서 20 넘어갈때는 좋기만 하던걸요.

[베짱이]

여행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는 그 말....동감 동감입니다. 여행 후기 부탁해요....

[반다]

성장했는지는 몰겠고, 친구들 말로는 예전보다 재밌어 졌다고 하던데요.. 하하하

[빈 집]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 가운데.. 의미있는 한 가지는 자신을 보는 눈, 자신을 대하는 마음의 변화.... 다른 한 가지..너무나 공식적인 코스로 살아가는 일상에서의 일탈.. 곧 최고의 자유로움... 약간의 스릴...혼자 여행할 수록 더욱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