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天下)와 강호(江湖)
마음그릇 心椀 박 찬
1. 서론
가) 천하(天下)란 무엇인가 ?
사전적 의미로는 명사로써 하늘 아래 온 세상. 보천(普天). 일하(日下). 세상에서 드물거나 뛰어난 것임을 이르는 말이다.
천하(天下)의 뜻은 문자 그대로[ 하늘 아래 모든 것 ]이다. 그러나 중화 왕조 시절의 천하란 [ 깨어 있는 지역, 즉 화(華)의 계도를 받은 지역 ]만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며, 화(華)란 보편적 가치들에 의해 문명화된 국가와 아닌 국가 즉 화외(華外)가 구분되었다.
이전의 천하(天下) 개념을 예로 들면 중국 문화, 즉 중화는 모든 이들이 열망하는 표준이었으며, 한문을 숙달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교양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심지어 중국어가 통용되지 않는 지역이더라도 말이다.
명나라 조정은 비중국계 번국들에게 작위를 하사했고, 이런 명목상의 책봉은 당시 동아시아 지도자들에게 필수불가결까지는 아니어도, 책봉의 부재는 집권 정당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작위들은 외국 지도자들에게 중국과의 교역을 행하게 하는 허가증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농경 사회였으므로 국가간 교역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으로의 접근은 중대한 사안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과 제대로된 무역을 하려고 한다면 이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현재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만이 아닌 세계의 천하(天下)를 구성하고 있다. 이 미국의 천하(天下)는 하나의 주(州), 국가, 심지어 제국마저도 넘어선 무언가이다.
이것은 세계인들의 생활 모든 방면에 침투하고 있다. 연결된 이 세계에서 중국의 기업들, 러시아의 대학들, 심지어 적대국 이란의 혁명군들까지 미국이 깔아 놓은 선로로 다니고 있다.
나) 강호(江湖)란 무엇인가 ?
사마천의 사기에 乃乘扁舟 浮江湖 라는 구절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단어이며 평지, 땅과는 상대항적인 의미로 위험하고 불안정한 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강호라는 말뜻의 유래는 크게 세가지로 추측할 수 있는데,
첫째.
중국의 지리에서 중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강서(江西)와 호남(湖南)을 의미한다.
두번째.
중국의 어머니 강이라고 할 양자강과 또 가장 크고 중국을 대표하는 호수인 동정호를 가리킨다. 즉 양자강과 동정호가 있는 세상, 혹은 양자강과 동정호 사이 중원 천하를 의미한다.
세번째.
강과 호수를 의미한다. 인간은 강이나 호수가 없으면 살수가 없다. 즉 인간이 사는 일반적인 세상을 의미한다.
2. 본론
동양사회사상학회에서 발행하는 사회사상과 문화 22권3호
천하(天下)에서 강호(江湖)로: 『장자』에서 강호(江湖)의 발견과 [ 사회 ]의 상상에 의하면
고대 중국의 제자백가 가운데 하나인 『장자(莊子)』는 20세기에 이르러 주로 형이상학과 존재론, 인식론 중심으로 연구되어왔으나 그의 독특한 사회에 관한 관점을 드러내는 강호(江湖)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 강호 ]는 글자 그대로는 강과 호수를 뜻하는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장자』에서 강호가 등장하는 맥락을 살펴보면 [ 천하(天下) ]와 대비되는 독특한 의미들이 드러난다.
천하(天下)가 기본적으로 황제의 정치 권력이 영향을 미치는 곳을 의미하는 정치공간적 의미라면
강호(江湖)는 그 범위의 바깥을 의미한다.
이 논문을 통해서 살펴보면
『장자(莊子)』의 [ 강호(江湖)에 대한 개념 ]이 갖는 독특한 사회 사상적 의미와 배경을 분명하게 알 수 가 있다.
첫째.
장자는 당시 법가(法家)와 유가(儒家)가 주도하던 중앙집권화된 체제로서의 천하(天下)를 비판하며 강호(江湖)라는 [ 새로운 사회 ]를 상상하였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두번째.
강호(江湖)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의 자발적 상호 합의에 의해 구성되는 [ 친구들의 공동체 ]로 표현된다. 물론 고대 중국에서 강호(江湖)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회공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강호(江湖)가 어떤 제도와 규범으로 이루어진 사회인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당시에 진행되었던 중앙집권화된 권력 질서에 대한 저항과 비판의 의미로서 강호는 충분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강호(江湖)는 지금도 여전히 쓰이고 있는 말임에도 그 기원과 의미는 그간 학계에서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
3. 결론
삼국지의 천하(天下)와 수호지의 강호(江湖)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
수호지에서 양산박은 본래가 도적의 무리이다. 사회 혹은 국가에 편입되기를 거부한 사람들. 이들은 천하에 사는 사람이 아니다.
강호(江湖)에 사는 사람들 자신들만의 [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이라는 나름의 기준에 의해 살아갈 뿐 소위 말하는 강호(江湖)의 의리.
그 역사적 한가운데 송강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그의 의도는 그런 그들을 [ 더 큰 우리 ]인 [ 국가 ]에 편입시키려 한 것이다.
더 넓게 말해 [ 국가(國家) ]에 복속시키려 한 것인데 송강은 여러가지로 상징적인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써 강호(江湖)의 세계에 살면서 강호(江湖)의 논리대로만 살것인지를 영웅호걸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렇듯 수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한국과 달리 강호(江湖)의 세계가 있었다.
국가만이 아니라 강호(江湖) 그들에게 중국이란 자신의 국가 자체가 천하(天下)이니 곧 천하(天下)의 세계가 있고 강호(江湖)의 세계가 있음을 읽을 수 있으며
모든 게 중앙집중화되던 한국과 달리 중국에는 강호(江湖)로 대변되는 여백의 공간, 자유로운 세계가 분명하게 있었다.
삼국지로 대변되는 것이 [ 천하(天下)의 세계 ]라면 수호지로 대변되는 것이 바로 [ 강호(江湖)의 세계 ]이다.
그리고 서유기는 [ 상상의 세계 ]를 대변한다면 금병매는 [ 욕정과 현실의 인간세계 ]를 대변하는데
중국의4대기서가 괜히 4대기서가 아닌 셈이고 각 책들은 중국, 중국인, 중국의 생활, 문명 세계를 4등분해서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삼국지만 있지 수호지로 대변되는 강호(江湖)의 세계가 조선에 있었던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금병매와 서유기의 세계는 혹시라도 있었을까 ?
[ 국가 ]의 논리와 질서가 구석구석 강요되고 뿌리내리고, 사람들은 늘 중앙으로만 향하고 수도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강호라는 여백이 없었던 것이 중국과 한국의 큰 차이였던 것은 아닌지를 생각 해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금병매의 세계도 없다는 것은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중국인들은 한국과 달라, 욕망에 솔직한 사람들이었으며 먹고싸는 거에 도움이 안되면 별로 좋아하질 않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와 반대로 조선이란 국가 사회는 그저 공자 맹자를 믿고 추종하며 성리학을 교조화시키고 양명학의 흥망성쇠에 몰두한 것은 아니였던지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와 달리 적서 차별이 별로 없었던 중국이라는 거대한 천하(天下)의 사회,
강호(江湖)의 사회에서는 무지랭이들도 힘과 수완으로 뭔가 살 길을 찾아볼 수 있었던 사회로 성장 발전하였고
반대로 적서 차별, 반상의 논리를 앞세웠던 조선사회는 늘 내부 식민지를 만들어놓고 이중화시켜 놓은 다음에 나라와 가정의 곡간을 털어먹고 그걸 하늘의 뜻이니 왕도정치니하며 이전투구 당쟁으로 온나라를 시끄럽게하며 지금도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 속에 자가당착 갖히고 매몰되어 허우적거리고있는 것이 이 나라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 되었다.
한마디로 [ 희망 ]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을 향하여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이 정치적 현실이다.
수호지도 삼국지도 서유기도 금병매도 아니지만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
왜 한국은 강호의 세계가 없는지
천하의 세계가 없는지 지금도 별 여백이 없어 보이는 빡빡한 사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한 사람의 리더의 명령, 당리당략에 의한 거수기 정치
그 리더의 힘과 선택에 의해 울고 웃는 삼류정치 리더 독식의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삼국지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대의 정치 천하(天下) 정치를 실현하는 대한민국
수호지로 들여다보고 펼쳐내는 대도무문 강호(江湖) 정치를 실천하는 대한민국
그런 대한민국의 정치와 문화발전의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잠시 해보며
이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사회사상과 문화 22권3호
발행기관 : 동양사회사상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