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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깊은 항아리 가진 여자 하나 속으로
사나이들이 빠져 들어가고
깊은 항아리 가진 여자가 매일 밤
운다
여자는 젖어 사나이들을 한 팔에 안고
사나이들은 동해안처럼
줄을 서서
기다린다
달이 뜨지 않는다
여자가 가진 깊고 큰 항아리에
공허가 차고
밤마다
여자의 술이 익어간다
봉선화 물들이기
하얀 백반과 소금을 넣어
실로 챙챙 매면
지난 밤 폭풍우에 유난히 붉게 피며
떨어진 봉선화가 내 죽어도
썩지 않을 손톱 속에
오롯이 들어 않는다
비의 끝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이
비바람 쳐서 낭자하게 다툰 역사의 마음을 읽는
손가락 끝의 혼례식이 아프다
옷고름
지렁이가 내는 길은
붉고 따뜻하다
나는 그의 맨드라미 밭에
앉아 땀을 씻는다
흙들을 잘게 부수어
내 호밋자루가 가지 못한
잔뿌리들 옆을
건드린다
풀들이
숨을 쉰다
“어서 들어가, 말라 죽어”
그를 만나면 움찔하는 나지만
제법 말까지 걸며
흙들을 끌어 덮어준다
징그러운 하느님,
온통 멍든 몸 하나가
즐거운 춤을 추며
땅 속 깊은 데를
판다
그의 어두운 방 천장에는
이 세상에서보다 큰
별이 떠 있다.
호박 자궁 속은 벌겋다
호박 자궁 속은 벌겋다
힘줄도 있는 것이 더욱 벌건 게
여자의 자궁 속도 저처럼 화려한 색일까
여자 자궁 속에 호박씨만한 난자는
달마다 한 개씩 흘러나와서 일 년 열두 달에
월경을 하는 삼십여 년을 곱하면
한 호박 안의 호박씨 수와 같아질까
여자 속에 많은 호박씨 같은 난자들이
과연 얼마나 무사할 수 있을까
한 여자의 일생이 넝쿨 속에서 붉게 익어간
호박 속으로 아주 들어가려고 한다
검자주색 소반 위에 크단 호박이 엎어져 있다
할머니는 엉덩이가 딱 발아진 올호박이 약이 된다며
증손자 어여쁜 씨앗이라도 거기 들어있는 듯
두 손바닥으로 자꾸만 쓰다듬으신다
약간의 흠집에도 호박은 썩어갔다
맑음이 밝음이
맑음이 밝음이 우리 함께 그 여름
청암사에 놀러가 암자에서 일박할 때
맑음이 밝음이 엄마는 예닐곱 살 먹은
맑음이 밝음이 팬티를 벗겨
솔바람 속에 밑을 숨쉬게 한다며
홑이불을 덮어 재울 때
내 딸들은 하얀 팬티를 꼭꼭
끼어 입고 그 옆에서 잤다
맑음이 밝음이 아빠 전근이 되어 안동으로
이사 가서 뒷마당 넓은 집을 얻었는데
어느 날 맑음이 밝음이 엄마가 귓속말로
우리 딸 벌써 달거리 시작했어요, 말하게 되고
그 말을 들은 아빠가 기뻐 재래시장에 가서
끊어온 무명 가재 천으로 예쁜 생리대 만들어 차고
맑음이 밝음이 학교 갔다 오면 손수 빨아 폭폭 삶은
하얀 생리대 뒷마당 장독대 봉숭아꽃 핀 위
빨랫줄에 널어 달마다 순결하게 휘날리게 했다지
맑음이 밝음이 이제 앞마당 넓은 집으로 시집가서
주렁주렁 생기는 대로 아기 낳아
또 그 빨래줄 위로 하얀 기저귀 휘날리게 하는지?
이팝나무 길을 가다
이팝나무가 초록 잎사귀 위에
하얀 쌀밥을 파실파실 피워 날아갈 듯
깔아 놓았다
하얀 쌀밥이 바람에 날아간다
식탁 위에 수저만 얹어놓고 아침 일찍
앞산 순환 도로로 차를 얹는 사람들의 얼굴이
사이드 미러에 연신 비치며 따라가서
한 숟가락 떠먹는다 이팝나무꽃이 사람들의 입에서
또 한 무더기 피어나며
창밖으로 튀어 나온다
스스로 꽃의 빛깔 연분홍 욕망을 거세한 흰 꽃들이
초록 잎사귀 위에 올라가
떠먹는 밥을 보고, 차안에 앉아 핸들을 돌리면서
하품을 하는 입 속으로 가득가득 들어오는 밥들,
순결한 흰밥은 하늘에 있고
이팝나무 위, 둥둥 떠가는 구름을 타고
제사밥처럼
소복소복 담겨 부풀어 오르는 것이 어미들 가슴 속에
기어코 이팝나무꽃을 불질러놓았다
혼불
사람이 죽을 땐 먼저 혼불이 빠져나간다 아침에 화장실에서 나온 어머니는 덜컥 방문 앞에 주저앉으며 “왜 이래 다리에 힘이 다 빠져 나가노” 하고 혼줄을 놓으셨다. 그럼, 어머니의 혼불은 쓰러지실 당시, 다리로 쏜살같이 빠져나간 것일까 남자의 혼불은 빗자루 모양으로 길게 빠져나가고 여자는 접시나 간장종지 크기로 빠져나간다더니 그 빠져나간 혼불은 그럼 어디 가서 사나, 사흘이 걸려 무덤이 다 완성되면 그 속에 다시 들어가 불 켜놓고 살다가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환한 종달새 노래 띄우고 제비꽃 자그맣게 앉혀놓나
달과 뱀
하늘에는 달
길에는 똬리 친 뱀
하늘에는 밝은 달
길에는 똬리 친 검은 뱀
하늘의 달은 내려올 수 있어도
어디 아픈 곳은 없는가 뱀을 살필 수는 있어도
하늘의 달은 가장 낮은 곳 물속에까지
내려올 수 있어도
저를 빠뜨릴 수 있어도
길에 누운 검은 뱀
곤히 잠든 검은 뱀
꼼짝하지 않는 검은 뱀
저 달이 없으면 더욱 검은 뱀
뱀의 몸이 황금색으로 풀려
하늘로 올라갈 때까지
달 속으로 아주 이끌려 들어갈 때까지
달은 밝게 비추리
하늘과 땅의 거리만큼
크게 쉬는 숨소리인 달빛을 타고
뱀의 몸이 온갖 가는 금실로
흩어지며 올라간다
오늘 밤 검은 뱀이 황금빛으로 풀려
장엄하게 탄다
달의 가장 낮은 곳에
저를 비추는 물이 있고
물속에 달이 잠시 빠져 있을 동안
하늘로 올라간 뱀이
번쩍이는 달이 되었다
가방
내 가방의 벌어진 지퍼를
남편이 닫는다
내 가방의 밑바닥에
남편의 손이 가 닿는다
남편의 손은 늘 방심인 나를
잠그기에 바쁘다
아파트 문을 따고
가방에 키를 넣고 이제는 다 왔으니
닫지 않았다고 변명을 한다
집에 돌아온 나는, 남편을
이렇게 열려서 맞이하는데
남편은 속속들이 잠그는 연습부터 시킨다
내 가방은 밖에서 종일
내가 긴장할수록 꼭꼭 닫혀 지냈다
그 어둔 속을 누가 보면 안 되었다
집에 다 왔는데
그래도 남편은 안심이 안 되는지
견물생심이라며
나를 잠근다 나는 속으로
그럼 어디 가서 편안하게 열려 보나?
하고, 가방에게 묻는다
나팔꽃과 어둠
나팔꽃은 새벽 두 시에서 네 시 반 사이에 핀다 나팔꽃이 피는 데는 얼마간의 어둠이 필요하다 이제 나팔꽃은 하나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나팔 불지는 않는다 그때 스무 살의 나에게처럼 쓸데없이 연애 경험 있느냐고 물어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팔꽃은 아침 일찍 피어 내 어린 날처럼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동네방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면 크게 나팔 불어 소문을 내 주었으면 좋겠다 나팔꽃은 햇빛과는 상관없이 어둠 속에서 핀 꽃이다 어둠 속에서 네가 본 것이 무어니? 너의 어둠은 무엇이었니? 더욱 또록또록해진 눈을 뜬 아침의 나팔꽃에게 이제는 내가 나직이 물을 차례다
달
뼈 하나 없는 벌레들이 과일의 살을 뚫고 들어와 누워 있다
억센 이빨 하나 없는 입술이 오물오물 젖꼭지를 빨아
온 몸을 들이밀어 들어와 살고 있다
나뭇잎에 구멍을 뚫는 벌레 한 마리의 힘으로
저 달도 쉽게 구멍이 뚫릴 것이다
뚫린 구멍을 가진 몸들이 가벼워져 둥둥 하늘로 떠오른다
자신을 파먹는 벌레를 밀치지 않고 받아들인
잔뜩 발기되어 있는 달의 질이 붉다
무기도 하나 없이 파 들어가는 벌레들의 힘을 보아라
무기도 하나 없는 그 힘없는 벌레들을 받아들여
넉넉히 먹여 살려 온 밤하늘의 넉넉한 달빛을 보아라
산부인과 뒤에는 큰 꽃밭이 있지
산부인과 뒤에는 큰 꽃밭이 있지
이 도회지만큼한 큰 꽃밭이
엄마가 없는 꽃들이 피어 있지
나는 찾아가야지 내 아기를 찾아
내 한 달 된 아기, 내 두 달된 아기, 내 석 달 된 아기를 찾아
꼭 껴안아야지
‘외로운 꽃, 그렇게 둘 순 없어’
그날 산부인과 60이 넘은 의사는
“그래요, 간호원 수술 준비해요”
의사들은 결코 우리의 최후의 진정한
의논 상대자가 되어 주진 않았어
꽃을 피우는 산부인과가 아니라 쾌히
꽃을 죽이는 장소라는 것도 그날 확인했어
나는 가지 않을 테야 산부인과 뒤뜰 맨 끝에쯤
고독히 앉아있을 내 어린 영혼을
나는 찾아갈 거야 밤마다 울고 있을
나의 가장 어린 아기
이제 겨우 피로 엉기려 한
내 한 달 된 아기를 찾으러 갈 거야
그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어, 그 순간
나를 막 할퀴었어 그 할퀸 자국이
나의 자궁벽에는 상처로 남아
핏물이 흐르고 있어, 흘러야 해
그것은 내 아가가, 산부인과 뒤뜰에도 없는
시궁창 속에도, 썩은 하천 물고기의 뱃속에도
없는 내 아가의 울부짖음이야
엄마를 원망할 줄도 모르는 아가의
이 세상 끝까지 멈추지 않을
울부짖음이야
아름다운 한 달 된 아기
내 캄캄한 자궁 속을 밝힌 아기
희열로 서로 부르며 엉기고 있는
붉은 핏줄들의 아기
그리고 투명한, 큰 머리의 눈이 째진 흡사
올챙이 같은 아기, 투명하게 영글어가는 희고 붉은
천연색 사진을 나는 “빛과 그늘”이란
책에서 보며 막 뺨을 부비며 울었어
내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고독했을 아기
아기는 정말 작았어 한 어른의 손가락에 집혀
사진 찍혀진 아기는 손가락 크기만 했어
눈도, 코도, 발바닥의 실금도
완전히 다 생긴 석 달 된 아기는
정말 분홍색의 투명함으로 아름다웠어
모체에서 공급되는 영양으로
숨도 쉬고 자그마해서 더욱 예쁜 아기는
캄캄한 자궁 속을 빛과 꽃으로
밝힌 우리들의 아기였어
이제 곧 심심찮게 발길질도 하고
이야기도 걸어올 잃어버린 아기를 찾아
촛불이라도 태워야 한다
내 부룩한 배, 만인이 존경하는
내 불룩한 배를 굼꾸면서 울부짖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한다
발굴
구멍이 많은 돌에다아침마다 쪼그리고 앉아남편이 물을 준다물을 아주 많이 먹는다며이전에는 몰랐다며그동안 버려둔 것을 후회라도 하는 듯진정으로 물을 준다아침마다 물을 먹은 돌이까맣게 살아나는 것을아내가 아침밥을 지으며멀리서 바라보며아내도 그 물을 받아마음을 적셨는지그동안 비어 있던 온몸의 구멍을찰방찰방 물방울로 가득 채우며환하게 미소 짓는다한동안 폭포석을 버려두었다며남편은 또 아내에게 말을 건네듯구멍이 많은 돌에다물을 따른다
블루
블루는 저 하늘에 있다 흰구름 피어나는 하늘
끝없이 피어날 것만 같아 흰구름 따라가다 보면
흰구름은 사라진다 비가 되어 떨어지지를 못한다
블루에는 발이 없다 뛰어내리려 해도
뛰어내리지 못하는 불루는 혼자 서지도 못한다
블루는 종일 침대 위에 누워있다
그렇지만 불루는 거친 자유다
울부짖는 바위 속에도 있고
베개 속, 걷어차 버린 이불
커피잔과 검은 커피를 쏟아 붓는
변기에도 있다
다시 불루는 몰입이다
저 푸른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흰구름도
끝없이 푸른 하늘로 빠져들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저를 지운다
블루를 사랑하는 연인들은 블루의 얇은 티셔츠를
맨살 위에 입고 겉옷의 단추를 풀어 가슴의 블루를
약간씩 열어놓으며 “어서 들어와 어서 들어오라니까
푹 빠져봐 네 예리한 눈과 한쪽 팔다리를 먼저
던져 넣어봐“하고 끝없이 속삭이지
제 가슴속의 위험한 연못 속으로 유혹하지
연인들은 떠나가고
블루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블루의 하늘이 빠진 바다가 어둡다
블루의 하늘이 비치는 봄바다가 한없이 따뜻하지 않다
블루의 하늘이 우는 늦여름의 바다가 쓸쓸하다
바다는 하늘의 심연, 블루의 심연, 끝없이 흔들리며
깊어가는 저 어두운 밤바다가 네 속에 있다
네 속에서 불루는 허공이다 너는 길을 걸으면서
돌을 차는 게 아니라 허공을 찬다
너는 길을 걸으면서 풀들을 차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찬다
너의 몸은 잠시 가벼워지겠지만
네 몸속에 앉은 파란 눈의 고양이는
꼼짝을 않고 있다
너는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고양이를 따라 푸른 셔츠를 입고 담을 넘어 가버린다
아주 푸른 밤이 너를 데리고 가버린다
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
그래서 블루는 두렵다
이선희의 누드
제주도 용두암에 놀러가서 떨어져 목뼈를 다치고, 하반신 마비가 되어 애인과도 멀어진 이선희*는, 자기 몸을 보고 싶어, 저의 불구를 보고 싶어, 속살이 훤히 비치는 너울을 걸치고 누드사진을 찍었다
“우리들도 몸이 있어요. 몸의 욕구가 있어요. 스킨십을 하고 싶어요. 결혼하고 싶어요.”
그의 엉덩이는 야위었고 등뼈 끝은 움푹 들어가서 유난히 시커멓게 드러났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찬 시멘트바닥으로 끌고 다니며 사진 찍느라고 넘어져서 생피부가 벗겨지고 멍이 들었지만, 벗은 몸을 드러내면 답답함이 좀 해소될 것 같아 사진 찍는 내내 기뻤단다
뚱뚱한 몸, 짧은 다리, 짝짝이 가슴, 두꺼운 팔, 불룩한 배, 짧은 목, 뼈만 남은 다리 …
그 닫힌 몸을 열고 잠시 시원했던 그가, 그후 이태 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늦은 밤에 보조인도 없이, 침대에 내려가 보지도 못하고 전동 휠체어에 앉은 채로 죽었다
그의 누드 사진이 아름답다
*이선희( ~ 2006년 33세로 돌연사) 장애인 인권운동
꿰맨다는 것
박정남
얼마나 오래 터진 곳을 꿰매지도 못하고
살아왔으면 쉰이 된 지금 나는
반짇고리를 사고 바늘을 사서
꿰매고 싶어졌을까
제때 꿰매지 못한 구멍 난 양말은
더 크게 구멍이 나서 이후에 꿰매어 줄 수 없다
단지 반짇고리를 바짝 내 옆에 두고
그 뚫린 구멍들을 들여다보며 산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내가 너의 구멍 난 가슴을
꿰매 준다는 것은 네 가슴과 내 손에
더 크게 피를 흥건히 적시는 줄을 알면서도
어두워 가는 눈을 크게 뜨고
밝은 바늘 귀를 찾아 실을 꿰어
느낌도 흐느낌도 없던
그 크게 난 구멍의 남은 날들에다
느낌과 흐느낌으로 가득 채우려고 한다
분홍색은 아프다
박정남
작은 분홍색 알약을 먹는 가을 아침에
분홍색은 아프다
분홍색 하늘을 나는 나비들이 하나 둘
자개처럼 쪼개지며 날개를
파닥이고 있다
아득히 하늘에 떠 있다
가을에 분홍색은 구석으로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대빗자루로 쓸어간 가을의
그 넓은 뜰에는 분홍 꽃잎 한 장
떨어져 있지 않다
쇠약해진 분홍색들이
병원에 가니 푸른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누워 있었다
먼로의 죽음
인형을 껴안고, 먼로는 죽었다 엄마처럼 아가야, 라고 그 자신에게 말하며 죽었다 이사를 가고 싶다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이사를 가고 싶다고 말하더니 죽었다 죽은 그날은 전화 줄에 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구의 전화번호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가슴에는 늘 아가야, 부르던 인형인 그 자신만 있었다 안개는 늘 혼자인 알몸, 그는 안개로 흩어져 있거나 하얀 시트에 싸여 내게 왔다 나는 그때 너무 슬퍼서 목욕탕인 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물 묻은 손으로 그의 시집*을 찾아 너무 슬픈 나머지 아주 큰 소리로 울며 그를 읽었다 끼얹는 물소리처럼 그의 시는 그제야 날개를 달고 시원하게 달려왔다 그는 어머니를 목청껏 불렀다 탕 안의 물은 자꾸 넘쳐 나서 세상의 어머니께로 흘렀다 아가야, 아가야, 이제 자는 거야, 아주 깊이 잠드는 거야, 그는 잘 자고 일어나서 방긋 웃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증명이 되었다 나는 그의 걸음걸이와 춤을 읽는다 그의 외출, 그의 까맣게 빛나는 유선형 자가용을 읽는다 그는 거기 있지 않았다 그는 애기였으니, 늘 혼자인 그는 밥도 굶고 수면제를 털어 넣었으니, 늘 사진 찍으면서 사진 찍고 화장하기를 싫어했으니, 늘 나직이 어머니를 부르며 시를 적었는데 어머니는 오지 않고 아버지가 왔다 벌써 그의 아홉 살에 그를 강간한 아버지가 왔다 아버지는 늦은 밤에 서 있었다 술 취한 그의 몸,
그의 흥얼거림을 부축하고, 토사물을 걸레질하고, 그를 뜨겁게 안아주었지만 그의 많은 아버지는 늘 하느님처럼 꾸짖고 그에게 날개 달아 하늘에 둥둥 띄워 추락시키고 있었다 기다리던 어머니는 오지 않고 내가 큰 소리로 시를 읽다가 목욕탕 속에서 책을 떨구듯이 순식간에 그는 갔으니, 전화 줄을 들고 누구에게로 가고 싶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로 그의 아름다운 몸은 안개 속으로 추락해서 영원한 안식인 어머니 품에 안겼다 * 마릴린 먼로는 실제 시를 썼으며, 그의 시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읽혔다.
첫댓글 <김명희 - 봉선화 물들이기>
신청합니다ᆞ
시인께서 '효성여고 은사'이시라고
하는데 카페에 들어오질 못하셔서
제가 대리신청 합니다ᆞᆞ
총무님 늦게 신청했나요
여자 신청합니다
'블루'를 신청합니다.
꿰맨다는 것 신청합니다
드뎌 신청자가 네 분이 되었네요ᆞ
마감하겠습니다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