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19] 유광렬(柳光烈) - 임의 날에, 나의 날에 1. 평촌에 신동 났다
1 1928년 음력 7월 25일, 강원도 치고도 심한 두메산골인 춘성군 동면 평촌리(春城郡東面坪村里) 191번지에서 한학자이며 선각적(先覺的)인 농부였던 유근영(細根榮) 씨와 남양 홍씨(南陽供氏)를 부모로 네 분의 누이 틈에 나는 외독자로서 태어났다.
2 일곱 살에 마을 서당엘 갔더니 나이가 제일 어려 아직 아기와 같았는데 천자(千字) 자(字) 익히기를 한 20일에 끝마치고 붙이기 단계에서 선생님에게 배울 필요를 느끼지 않아 혼자 내리 붙였다.
3 혼자서 천지 현황(天地玄黃) 우주흥황(字宙供荒)하고 열심을 내어 첫날에 그 책의 반 부분인 호봉 팔괘(戶封八卦)까지 내리 외고 이튿날 거기서부터 후반부 끝, 즉 언재호야(焉哉乎也)까지 외이고 셋째 날에는 천자 한 권 250행을 책 덮고 단숨에 읽어냈다. 이것을 인하여 훈장 신태섭(申泰燮) 옹은 ‘평촌에 신동(神童) 났다’고 소문을 냈다.
4 그 후에 동흥 서당(東興書堂)에서는 서서 일본 책을 읽던 중 한자(漢字)에 막혀 한 5분간 서서 생각하다가 마침내 떠올라 입을 떼려는 순간 나보다 훨씬 억세인 변호석 군이 옆에서 보다 못해 입을 열어 가르쳐 준 것이 서로 운이 나빴다.
5 나는 어찌나 분했던지 엉엉 울면서 두 주먹으로 까까중머리를 마구 두들겼다. 수업은 중단되고, 교실은 온통 수라장이 되었다. 그 서당에서 두 번 시험봤는데, 두 번 다 일등을 했다.
6 품안간이학교(品安簡易學校)에서는 나이가 완전히 한 살 어리다고 안 들여줘서 한 달 반 동안을 매일같이 조회시간이 끝나기를 교문 밖에서 기다리다가 울며 구박을 받으며 따라들어가 곁가마 공부를 해서 첫 학기에 7등을 한 일도 있다. 게다가 반원 3분의 1은 전년도 유급생이었다. 좀 끈질긴 데가 있었던 것 같다. |
첫댓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