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토해낸 바다위 연꽃 - 간월도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
간월암(看月庵)은 바위 위에 지어진 자그마한 암자 주위로 감도는 붉은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간월도을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홍성IC로 빠져나가 서산A지구 방조제까지 가면 된다. 하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시골 풍경을 만끽하는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614번 지방도로를 타고 은하면과 결성면을 거쳐 가는 코스도 좋다. 초겨울 볏짚 태우는 냄새가 구수하고 들일하는 촌로들의 모습이 마냥 정겹기만 한 길이다.
◆ 붉은 노을 토해내니 어슴푸레 달빛에 시심이 돋고
간월암은 국내 대표적 바닷가 사찰로 손 꼽힌다. 섬 사이로 달이 뜬다 해서 간월도라 불리는 작은 섬에는 그 섬만큼 작은 절이 있다. 말이 섬이지 손바닥만한 발뙈기 크기에 암자 하나가 간신히 앉아 있다.
간월도를 찾았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철새탐조다. 1980년대 간척사업으로 15만5000ha에 이르는 바다가 농지와 담수호로 변한 천수만(여의도 면적 17배)은 큰기러기와 가창오리, 혹부리 오리 등 40여만 마리 철새가 모여드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다.
특히 30여㎞에 이르는 간월호 제방 주변은 말 그대로 철새들의 삶의 터전이자 낙원이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천수만에서 펼쳐지는 철새탐조는 감동의 드라마을 연출한다. 간월호 따라 탐조버스가 움직이자 허공을 가르는 요란한 날개짓과 거친 새 울음소리에 천수만의 대지가 놀라 부르르 몸서리를 떤다.
큰기러기떼의 비상은 어디로 뛸지 모를 정도로 무질서의 극치다. 하지만 서로 부딪치는 법
없이 잘 훈련된 비행편대처럼 능수능란하다. 천수만에는 곳곳에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탐조객들이 편하게 철새들을 볼 수 있다.
조망대에서 철새를 관찰하던 김승하(27)씨는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연출하는 장관은 경이로움과 함께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새가 천수만을 찾지만 최고의 손님은 역시 가창오리다. 가창오리의 고향은 러시아 바이칼호. 날씨가 추워지면 먹이를 찾아 천수만으로 날아온다.
첫 기착지인 천수만에서 11월 중순까지 나고 그 이후 남쪽으로 이동을 시작해 금강 하구나
해남 고천암호 등으로 흩어져 겨울을 난다. 이번 주말에도 일부 가창오리떼를 관찰할 수 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오렌지 빛으로 변하자 간월호의 수면에 뿌연 먼지 회오리가 일어났다.
가창오리떼가 먹이를 찾기 위해 노을을 배경으로 쏴∼악 대숲을 훑는 바람소리를 내며 일제히 날아 올랐다.
수십만 마리가 4~5km의 대열을 이룬 채 거대한 부메랑과 도넛, 그리고 뫼비우스의 띠 모양을 연출하며 허공을 화폭 삼아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가창오리의 군무는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예술품보다 감동적이며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를 연상시킨다. 약 5여분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군무를 선보인 가창오리 떼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짧지만 여운이 남는 공연은 끝이난다.
◆ 여행메모
▲ 가는길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홍성 IC를 나와 천수만 간월도까지 13km 정도 걸린다.
간월도입구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서산A지구 간척지와 간월호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 먹거리
궁중의 진상품이 됐다는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보통 젓갈보다 훨씬 적은 20%정도의 소금을 넣어 발효시켜 매콤하면서도 톡 쏘는 뒷맛이 일품. 굴은 11월 중순부터 4월까지가 제철이다. 또 은행, 호두, 대추 등을 넣어 많든 영양굴밥도 좋다.
굴밥에 어리굴젓을 얹어 먹는 맛도 그만.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자주 들러 직원들과 회식을 즐기던 곳으로 잘 알려진 간월도 바다횟집(041-664-7821~2)은 싱싱한 자연산 회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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