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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 여행기 2004. 07. 25. - 08. 01.
7월25일부터 8월1일까지 7박 8일동안 중국 서남부에 있는 운남성에 다녀왔다. 그곳의 성도인 쿤밍(昆明)을 시작으로 리장(麗江), 따리(大理)를 갔다. 떠나기 전에는 티벳냄새 물씬 난다는 중띠엔까지 가려했는데 리장에서 중띠엔까지 길이 너무 안좋다기에 하루 있기 위해 그 고생을 하기에는 투자가치가 없어 보여 중띠엔은 접었다. 도시별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리장은 화장을 두껍게 하고 잘 차려입은 경극배우 같았고, 그 만큼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이었다, 따리는 히말라야 자락을 옆에 끼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소박한 여인네 같았다. 그곳이 우기이기에 리장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을 자랑한다는 호도협 트레킹을 하지 못했 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또한 그곳도 휴가철이어서인지 중국 자체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덕분에 우리는 하이톤의 중국말과 중국사람에 치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2004년 7월 25일(일) 날씨: 맑음 - 드디어 날이 밝았다
7월말 성수기에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항공료 부담이 크기에 망설여지는데 다행히 동방항공사에서 4명이상이면 단체로 인정하여 할인혜택(60만원대에서 49만원으로, 공항세, 비자비용 포함(단체비자 17천원))을 준다기에 우린 강행했다. 인터넷에서 만난 최순애언니 가족(고2 이쁜 딸과 아저씨랑)과 합치니 5명이 되었다. 항공표가 웨이팅이어서 떠나기 며칠전까지 확실하지 않았다. 덕분에 갑자기 떠나게 되어 여행전의 설레임이 짧았던 것이 아쉬웠다.
8시 10분비행기를 타기위해서는 2시간전인 6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가는 시간 2시간 잡고 아침 먹고 머리감고 하면 3시에는 일어나야 하네...헉! 공항에 가기위해 이렇게 일찍 일어나 보긴 처음이다. 우린 3시40분부터 집을 나섰다. 4시30분에 청량리에서 첫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서... 이른 시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탄다. 휴가철임을 실감나게 한다. (운전사아저씨가 거스름돈을 동전으로 준다. 여행 내내 무거운 동전을 들고 다니기 싫다면 필히 잔돈 준비해서 버스타자. 난 여행 내내 무거운 동전을 들고 다녔다. 헉!)
H 라인에 있는 동방항공. 이른 시간이라 아직 사람이 안 나왔다. 공항에서 최순애언니 가족을 첫대면 했다. 첫만남이지만 어색하거나 낯설지가 않다. 자주 전화를 해서인가.... 수속밟고 안에 들어가니 이른 시간이라 그 넓은 공항에 우리만 보인다. 조용하고 한적하다. 이런 풍경도 처음이다. 사람과 어우러짐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적막도 좋다. 비행기는 아담하다. 한줄이 6칸뿐이고 비즈니스석이 따로 없는 작은 비행기다. 중국 지방 항공사 비행기여서인지... 그래도 정시에 출발한다. 그럼 됐지 뭐....아침식사에 나온 고추장을 혹시 몰라 챙긴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한 시간이 늦다. 그 넓은 대륙이 한결같이 동일시간대란다. 4시간 10분걸려 도착하니 현지시각으로 11시 30분이다. 수속 밟고 나오니 12시.. 우린 언제나 배낭을 들고 탄다. 덕분에 비행기가 도착하면 짐 찾느라 시간 보내지 않고 바로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낮에 민족촌을 보고 저녁 침대버스로 리장에 가기로 했다. 지리적으로 따리가 먼저이지만 우린 중띠엔 갈 생각에 리장 먼저 가기로 했다. 따리-리장-중티엔-쿤밍하면 내려올 때 맨북쪽의 중티엔에서 쿤밍까지 너무 오래 걸리기에 무리일 것 같아서 였다. 그래서 리장-중띠엔-따리-쿤밍순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중띠엔은 나중에 우리의 여행지에서 제외됐다.
우기라 날씨를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쿤밍은 맑다. 공항 앞에 나가니 삐끼들이 모여들었지만 우리는 무시하고 공항 앞에 있는 택시를 탔다. ‘훠처잔’(기차역)을 외치며... 택시기본요금은 8원이다. 환율이 중국돈 1원에 우리나라돈 140원이니 1,120원. 장거리터미널과 기차역이 같이 있다. 도착하니 12원 나왔다. 싸다.
우린 기차역을 등지고 왼쪽에 있는 장거리버스터미널로 갔다. 쿤밍-리장 글씨가 안 보인다. 어쩌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영어하는 삐끼가 나타났다. 우린 일단 따라가자 하고 나섰다. 터미널 건너편으로 간다. 큰길에는 차나 사람이나 알아서 건너는 신호등 무시 분위기다. 어리버리하다가는 차에 치이기 딱이다. 사람이라고 봐주는 것 없다. 안하무인인 차... 사람을 우습게 생각하는 나라... 우린 그 사람을 따라갔다. 그곳에도 매표소가 있다. 더 안쪽으로 가니 버스들이 있다. 쿤밍-리장이 보인다. 버스가 천차만별이라니 일단 버스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침대버스는 현지버스와 대우버스가 있다는데 대우버스가 제일 좋단다. 하지만 이 버스는 대우가 아니다. 일단 버스에 올라갔다. 양창가로 두 개와 중앙에 하나 이런 것이 이층으로 되어있는 좁은 침대다. 좀 답답해 보인다.
지난번 치앙마이 갈 때 버스 때문에 너무 고생해서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제일 좋은 버스만을 고집한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진 않는다. 일단 가격이나 물어보자. ‘뚜어샤오치엔’(얼마야) ‘140’... 우린 다른 버스도 보자는 생각에 ‘잘봤다'며 다른 버스도 보고 오겠다고 하고 걸어가니 작업 들어온다. ‘120위안’이란다. 우린 다른데도 보구 오겠다구 이야기하고 나왔다. 다른 것과 비교도 안하고 결정하려니 왠지 아쉬웠다. 더군다나 삐끼를 통한 흥정일 때는 항상 커미션이 동반되기에 값이 올라간다.
날도 덥고 배낭도 있었기에 힘은 들었지만 우린 기차역 옆에 있는 터미널로 갔다. 한참 간다. 한10분 걸었나보다. 거긴 삐끼는 안 보인다. 우린 매표구에 직접 물었다. 자리 있단다. ‘뚜어샤오치엔’하니 '120'이란다. 아! 120이 시세구나 삐끼가 껴서 비싸게 부른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린 버스상태를 확인했다. 아까 것과 비슷하다. 그럼 이걸로 하자. 좌석위치를 물어보는데 도통 대화가 안 된다. 중국어로 말하니 알아들을 수가 있나.... 일단 표를 끊고 버스에 자릴 확인하러 가보니 이런이런 맨 뒷좌석에 5개가 따닥따닥 붙어있는 것 중 두 개다. 셋이 자야할 것 같은 공간인데 안돼하고 우린 표를 바꾸러갔다. 다행히 순순히 현금으로 바꿔준다. 우린 다시 아까 삐끼 있는 그 곳으로 갔다. 저녁 8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6시에 도착한단다. 무려 10시간... 그래 실컷 자자...2층보다는 1층이 낫다. 2층은 안전벨트하고 자야하니 답답할 것 같다. 그래서 좌석을 확인하구 삐끼와 같이 매표소로 갔다. 119원씩 받는다.
교통편 해결 됐으니 이제 점심을 할까나... 그런데 운남성 안에 사는 고산족들을 종류별로 모아 우리나라 민속촌같이 옛날 고산족 사는 모습으로 재현했다는 민족촌을 가기로 했는데 터미널 큰길가에서 44번을 타면 된단다.(차비는 2원씩) 막나가니 버스가 서있다. 스톱 우리가 간다. 그래 밥은 이따 먹자... 약 50분정도 외곽으로 달린다. 44번 종점이다. 44번은 큰 것과 작은 것 다 있다. 우린 매표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들이밀면서 학생이라고 했다. 이 사람들은 뜨거운 태양볕 때문에 나이보다 더 늙어서 특히 외국인은 나이를 잘 모른단다. 그러니 한번 시도해보는 거지 뭐 안되면 말구... 그런데 조금의 의심도 없이 학생할인을 해준다. 자그만치 50%할인. 그래서 35원씩 냈다. ㅎㅎ 물론 이런 정보는 미리 인터넷에서 알아왔었다.
입구는 촌스럽다. 하지만 아름들이 나무가 입구에 울창하게 있는 것이 특이하다. 그 속을 지나가는데 시원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넓게 고산족 종류별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종류도 많다. 현지 고산족 가이드들이 고유의 전통의상을 입고 깃발 들고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난 체면불구하고 사진 한장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이 밀었다. 다행히 거부하거나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환한 미소까지 지어주니 어찌나 고맙던지... 우린 그 넓은 데를 하나씩 돌았다.
중간에 야외식당에서 볶은밥도 먹고...(8원씩) 마을마다 전통가옥에 데모용 여자, 남자들이 있어 악기를 연주하거나 공연도 하고 바느질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나같이 미인이다. 텔레비전의 고산족은 안 이쁘던데 이곳 고산족들은 다 이쁘다. 사진모델자격 있다. 우린 티벳마을까지 다 돌아보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보통 3원한다. 입구에 서 있으면서 그 안을 도는 하얀 긴 기차버스는 무료다. 작은 차는 유료고... 밤버스를 타러 가기위해 나왔다. 입구에 마침 들어오는 44번 버스가 있어 탔다. 하지만 정작 정거장은 더 내려간 쪽이라 우린 졸지에 새치기를 한 셈이 돼 버렸다. 어휴 모르겠다. 이곳은 버스 안에서 서있으면 안되는지 사람을 많이 태우지 않는다.
쿤밍은 ‘미시엔’이라는 국수전골요리가 유명하다. 옛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중 남편의 일터까지 매일 아내가 밥을 날랐는데 너무 거리가 멀다보니 항상 남편은 식은 음식을 먹게 됐단다. 그래서 아내가 꾀를 내서 국물과 음식을 따로 담아 가져가 그 자리에서 끓여 뜨거운 음식을 남편에게 주었다는데서 유래되어 이곳 상징음식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많이 먹었던 음식이다. 길가의 비교적 큰 식당에 들어갔다. 미시엔이 있는데 전골 내용물에 따라 양에 따라 가격이 여러 가지다. 우린 6원짜리를 두개 시켰다. 갖은 고기와 국수, 야채를 뜨거운 전골국물에 넣고 익혀먹는다. 얼큰하니 맛있다. 뒷맛이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싸하다. 향채 맛인가? 암튼 먹을 만하다.
식사 후 버스정거장으로 갔다. 터미널의 일상적인 풍경이 보인다. 한명 떠나는데 6명이 나와 배웅한다. 헉... 난 떠나기 전에 화장실을 갔다. 보통 중국의 터미널화장실은 돈을 받는데 이곳은 안 받는다. 그런데 죽인다. 문이 없다. 그저 낮은 칸막이뿐... 그 넓은 화장실이 다 칸막이만... 처음엔 적응 안됐지만 여행 중에는 적응이 돼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디를 가도 다 똑같으니... 시내에서 물을 사보니 아까 민족촌의 물값의 반이다.(1.5원) 역시 관광지는 비싸다.
우린 리장을 가기위해 버스에 탔다. 중국사람들은 쉬지 않고 말한다. 아니면 먹든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할튼 시끄럽다. 우린 배낭을 침대안쪽에 넣고 잘 준비를 했다. 버스 안은 분위기 좋다. 담배 피는 사람도 그리 많치 않고 갈만하다. 내일 눈을 뜨면 우린 개천이 있는 리장에 있겠지...
생각보다 침대버스 편안하다. 피곤이 몰려와 금방 잠이 들었다.
2004년 7월 26일(월) 날씨: 맑음 - 리장이다
쿤밍에서 따리를 거쳐 11시간 걸려 밤새 달려 리장에 도착하니 아침 7시이다. 예상시간보다 1시간 더 걸렸다. 중국 땅덩어리가 크긴 크구나... 이른 아침에 터미널에 도착해 내리니 사람이 많지는 않다. 자기 집에서 묵으라며 따라오는 처자를 뒤로 하고 우린 터미널을 나와 왼쪽 큰길로 걸었다. 길을 잘못 들었다. 터미널에서 나와 정면 길을 건너 조금 가다 왼쪽으로 갔어야 바로 고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데 우린 덕분에 고성을 옆에 두고 큰길을 평행선으로 계속 걸어 고성 반대쪽 끝까지 걸었다. 덕분에 유네스코지정 세계유산이라는 강택민주석이 쓴 글씨가 있는 고성입구 물레방아 앞까지 걸어왔다. 커다란 물레방아 두 개가 긴긴 세월을 말하듯 이끼가 잔뜩 낀 채로 돌아가고 있다. 한 30분 걸었나 보다. 이곳이 리장 고성 입구다.
우린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숙소인 포 스퀘어 인을 찾아갔다. 개천을 따라 내려가면 사방광장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 좁은 골목에 있다. 그런데 빈방이 없단다. 이런... 할 수 없이 두 번째 추천숙소인 FIRST BEND INN으로 갔다. 사방광장을 다시 가로질러 고성입구 쪽으로 미로 같은 골목길을 돌아가니 나온다. 다행히 빈방이 있단다. 하루숙박료 80원(BATH OUT)이고 보증금 20원. 타월과 물은 카운터에서 달라고 하면 주고 샤워장 뜨거운 물은 시간제한이 있다. 화장실이 여기도 낮은 칸막이만 있지 문은 없다. 쪼그리고 일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곳을 지나 안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서양애들 쪼그리기 힘들 텐데... 그래도 론리에서 추천해서인지 많이 보인다. 숙소는 깨끗하고 종업원들도 친절하다. 침대시트도 매일 갈아준다. 그리고 중요한건 영어가 통한다.
짐을 풀고 샤워하고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개천 옆 분위기 좋은 넓은 카페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종업원 말 안 통한다. 메뉴판도 중국어밖에 없네. 알아야 시키던지 하지 이런. 할 수 없이 식당을 나와 분위기고 뭐고 음식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가리키며 미시엔하니 머리를 끄떡인다. 두개 시키고 호떡같이 생긴 빵 두개 시키고 (16원)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빵도 맛있다. 현지인들이 외국인들에게는 바가지를 씌운다는데 우리가 가격을 물어보지 않고 들어가서인지 나중에 계산할 때 생각 했던 것보다 많이 나왔다. 그 종업원 다른 중국인손님하고도 큰소리로 소리 지르며 싸우던데 질이 안 좋은 것 같다. 그래도 할 수 없지 어쩌겠나. 다음부터는 꼭 가격부터 물어보고 들어가야겠다.
그곳을 나와 북쪽에 있는 흑룡담공원(黑龍潭)으로 갔다. 물레방아 광장을 건너 모택동 광장을 지나 큰길로 3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있는 옥룡설산(玉龍雪山)의 그림자가 흑룡담 호수에 비친다는데... 우린 기대하며 들어갔다. 참 여기서도 매표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학생이라니 믿는다. 그래서 50%할인을 받아 10원씩 냈다. ㅎㅎ 안으로 들어가니 호수와 누각도 보이고 상형문자도 여기저기 보인다. 그런데 날씨가 흐려 호수 속에서 옥룡설산을 볼 수 없었다. 절경이라는데 아쉽네... 공원 위로 올라가니 검은 용 모양의 터널이 보인다. 우린 입구에 서있는 문지기를 기념삼아 한 장 찍는데 뒤에 있는 사람들이 헬로우 헬로우 한다. 난 나 부르는지도 모르고 몇장 찍었다. 그런데 사진 찍지 말란다. 아! 미안... 그런데 웃긴 건 내가 카메라 들이댈 때 그 저승사자같은 표정인 남자가 두 손을 합장하며 포즈를 잡아주었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은 찍히고 싶었나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곳은 점집이다. 안에는 빨간 복장의 사람들이 탁자 앞에 저마다 한명씩 앉아 상담을 하거나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구에 앉아 있는 흰 수염 할아버지를 찍고 싶어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안 된단다. 아쉽네... 거의 쿵푸 할아버지 분위기인데...
우린 산 밑으로 내려와 장랑(長廊)에 앉아 쉬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국말을 하는 남녀가 보인다. 우린 반갑게 인사했다. 이분들은 회사를 일년 휴직하고 6개월은 베이징에서 나머지 6개월은 상해에서 중국어를 연수하고 3개월 계획으로 중국을 돌고 있단다. 중국어를 유창히 하기 때문에 중국인 행세를 한다는데 중국사람들 1분 지나기 전에 들통 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며 질렸단다. 외국인한테 같이 중국인끼리도 속고속이는 게 비일비재한가보다. 여행일정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중띠엔 간다니 리장에서 중띠엔 길이 너무 험하다고 한다. 이런 하루 머물겠다고 그 고생을 하고 가야하나... 우린 생각 끝에 중띠엔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 리장에서 더 머무르자.. 이렇게 운치 있는 곳에서 라면... 티벳 분위기의 중띠엔은 나중에 티벳을 가는 걸로 상쇄하자.
우린 공원을 나와 비행기 리컨펌을 하기위해 동방항공여행사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큰길삼거리에서 고성건너편으로 계속 걸었지만 걸어도 걸어도 안나온다. 햇빛은 뜨거운데 어디 있는겨.... 이런 론리약도가 틀린 것이다.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런데 여행사 직원 왈 쿤밍출발비행기이니 쿤밍 가서 하란다. 뭐야 컴퓨터는 폼으로 있는 건가? 조회는 되지만 입력은 할 수 없단다. 우리 보구 전화하란다. 뭐야 자기네들이 전화하면 되지... 우리의 항의에 쿤밍에 전화한다. OK란다. 쿤밍도착해서 확인만 해보란다. 그래 우리가 여기 찾아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 땡볕에 걷고 또 걷고.... 다행이 리컨펌이 됐으니 이제 여행만 즐기면 된다. 우린 나와 주위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 화장실 좀 쓰겠다니 친절히 안내해준다. 역시 호텔이 좋구만...
고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려 포도와 배를 샀다.(12원) 우리가 좋아하는 망고스틴은 안 보이네... 우린 돌아오는 길에 1번 버스를 탔다. 고성까지 온다. 그런데 고성 안에는 중국관광객으로 인산인해다. 발 디딜 틈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우린 한국인 여자와 중국 남자 부부가 운영하며 론리에도 올라와 있는 사쿠라 카페로 갔다. 규모가 꽤 크다. 음식 가격도 비싸다. 물론 한국음식도 많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위치해 있고 론리에 올라와서인지 사람이 가득하다. 그곳에 가면 한국인도 있다니 정보수집도 할 겸.. 그런데 웬걸 온통 중국 사람들이다. 종업원도 손님도... 우린 망고쥬스(10원)먹으며 시장에서 사온 포도를 씻어 달라고 부탁했다. 친절히 씻어온다. 주인 있냐니 없단다. 카페에서 나와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갔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이 관광객들 때문에 온통 기념품가게로 변하고 노인들은 맥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사방대로 광장에서는 공산당 복장인지 고유의상인지 특유의 의상을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것 같다. 얼굴의 주름을 봐서는 70대에서 80대의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비교적 역동적으로 춘다. 우린 사진 몇장 찍고 들어오는 길에 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작은 솥에 햄을 올려 놓고 하는 밥을 보구 들어갔다. 물론 가격부터 물어보고. 그 밥과 미시엔을 하나씩 시켰다. 같은 미시엔이라도 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하도 먹어서인지 미시엔이 우리입맛에 딱 맞다. 이제 향채의 거부감이 줄어든 듯하다. 미시엔이 먼저 나와 우린 먹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다 먹어도 솥밥을 안준다. 언제 줄거냐 물어보니 이런! 주문한 줄도 모른다. 헉... 밥이 나왔는데 밥속에는 감자가 들어있고 밥이 짜다. 밥 위에는 베이컨이 올라와 있는데 이것도 짜다. 여기 음식들은 대체적으로 짜다. 반찬도 같이 주는데 무짱아찌, 깍두기는 먹을 만한데 양배추김치는 영 아니다. 비교적 맛있게 다 먹었다.(11원)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다 다시 저녁에 사쿠라 카페로 갔다. 빈자리가 없다. 최순애 언니네도 안 보인다. 우린 그냥 리장을 기웃거렸다. 디카 메모리가 거의 다 차가기에 들고 간 하드디스크에 옮기기 위해 피시방을 찾았다. 근데 고성 안에는 피시방이 없다. 사쿠라에 있다는데 가보니 없단다. 우린 론리에 나와 있는 고성 밖 삼거리 건너편 건물 2층에 있는 피시방을 찾아갔다. 50석이상의 큰 피시방인데 현지인들로 가득하다. 빈자리가 없단다. 다른 곳을 안내해준다. 가기가 복잡해서인지 말이 안통해서인지 그곳 종업원이 길안내를 한다며 우리를 데리고 나간다. 길을 두 번 건너고 한 5분 걸어갔나 보다. 우리끼리 왔으면 못 찾을 뻔했다. 그곳은 자리는 있지만 USB포트가 작동을 안 한다. 한글도 안 되고 한글사이트 연결만 하면 에러가 난다. 한국에 있는 아들에게 우리의 행보를 알려 주어야 하는데 참 나 이런... 한참 컴퓨터와 씨름하다 그냥 나왔다.
할 수 없이 따리에서 피시방을 찾기로 하고 리장에서는 포기했다. 이렇게 유명한 곳에서 한글이 안 된단 말인가? 이곳은 마치 내국인관광객만을 위한 곳인 듯하다. 거의 모든 가게에서는 중국어만 하고 도통 영어가 안 통한다. 관광객도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많다. 중국사람들은 중국이 너무 넓으니까 평생 자기나라 다 돌아보고 죽는 게 소원이란다. 그래서인지 너무 많다. 부딪쳐도 미안하다라는 말이나 표정은 전혀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시끄럽기는 또 얼마나 시끄러운가? 이래저래 중국이 싫어지려고 한다. 남에 대한 배려는 없는듯하다. 살기 힘들어서인가? 모르겠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2004년 7월 27일(화) 날씨: 맑음 - 4천 미터를 케이블카로 단숨에 오르다
리장의 하이라이트는 호도협(號跳峽)트레킹과 옥룡설산(玉龍雪山)의 등정인데 트레킹은 날씨와 등산준비 미비로 못하고 만만한 옥룡설산을 오늘 가려한다. 그 곳을 가기 위한 버스가 7시 40분이 첫차라기에 우린 6시30분에 기상. 화장실 쓰고 나왔다. 아침밥은 물레방아광장에 있는 간이수레에서 우리나라에서 맛보던 중국호떡(속이 비고 설탕 맛이 나는)과 비슷한 커다란 빵(1원)을 하나씩 사서 먹으며 삼거리로 나갔다. 달콤하니 꿀맛이다. 론리에서는 중국우체국건너편 버스정거장에서 7번 버스를 타라고 되어 있었다. 우리는 고성을 나와 왼쪽으로 걸어가니 운남호텔 건너편에 중국우체국이 보인다. 그렇다면 이곳이네... 아침 출근길의 사람들이 보인다. 삐끼도 나타난다. 거리는 한적하다. 이곳은 중앙선이 따로 그려져 있지 않다. 알아서 앞지르기하고 알아서 가는 것이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한산한 거리가 중국맛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 이래야지...
그런데 다른 버스는 다 보이는데 옥룡설산 행 7번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7번 버스가 정거장 입간판에 쓰여 있는데... 삐끼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없단다. 우린 삐끼의 상투적인 말이라 치부했다. 그래서 한쪽에서 작은 포장마차를 하는 아줌마에게 물어봤다. 잘 모르는 듯한데 정거장까지 나와 번호표를 보더니 있단다. 그치 있지... 하고 기다렸다. 시간은 흘러 벌써 7시40분 이상타... 아직까지 안 올 리가 없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침 문을 연 핸드폰가게에 들어가 물어보니 일하는 아가씨 왈 여기는 없고 red sun 광장에 있단다. 아! 모택동광장.. 우린 허겁지겁 경보선수같이 걸었다. red sun hotel이 보이고 모택동 동상이 있는 넓은 광장에 작은 7번 버스가 하나 가득이다. 버스 앞에는 출발시간인듯한 표시가 있다. 30분 간격인지 8시, 8시30분차가 보인다. 우린 8시 차에 탔다. 차는 금방 떠날듯 시동도 걸려 있다. 이런! 자리는 꽉 찼고 보조의자하나 있다. 나는 그곳에라도 앉았는데 남편이 앉을 자리가 없네.. 할 수 없이 카메라배낭을 깔고 앉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너무 늦지 않게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았으니... 가쁜 숨을 돌리고 차비 8원씩을 냈다.
그전에는 여행을 나오면 좋고 긴장되고 흥분되고 힘들고 등등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되며 들뜬 기분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별로 그런 기분이 안들고 덤덤하기까지 하다. 현지인의 말을 들으면 그제서야 여행을 느낄 수 있었다. 현지인 생김새가 같아서인지 반복되는 여행 탓인지 잘 모르겠다.
한참 달려갔다. 버스차장이 우리에게 뭐라고 하는데 중국말로 하니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팅부동’(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하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잠시 후 뒤에 앉아 있던 몇 명이 내려 다른 지프차에 탄다. 이제사 우리에게 같이 가라는 신호였나 본데 차는 벌써 떠나고... 난 옆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미리 문표 값을 물어보았다. 하도 바가지가 많으니 시세를 미리 알아놓는 것이 좋을 듯하여...120원이란다. ‘쎄쎄’.... 갑자기 버스는 서고 현지인이 탄다. 아! 문표 내라는 곳이구나.. 현지인이면 안내도 된다던데 혹시 모자, 선그라스 벗고 있으면 현지인같이 안보일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안낸 한국사람도 있다니... 하지만 우린 딱 걸렸다. 정확히 우리 둘만 잡아낸다. 이런... 문표값 내란다. 얼마냐 하니 120원이란다. 고급식당에 들어가 푸짐하게 먹어도 50원이면 되는데 120원이면 엄청난 가격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로마가면 로마법 따라야지... 240내고 다시 버스는 출발.... 멀리 설산의 봉우리가 보인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여름에 설산이라니...
8시 50분에 도착했다.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있다. 단체버스타고 왔나? 우린 업무분장했다. 돈주머니 들고 있는 내가 입장권 사러 가고 남편은 돈 없으니 몸으로 때우는 줄서기하고... 난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학생이라니 할인 없단다. 두당 160원이라는 거금을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내야만 했다. 아깝다. 하지만 어쩌겠나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것을...
표사고 와서 보니 남편이 모자가 안 보인단다. 이런 아까 버스에서 급하게 내리느라 놓고 내렸나보다. 등산모자로 챙이 크고 좋은 건데 이제 여행의 초반인데 이 햇볕을 어쩌나 모자를 하나 사야겠네 어떤 걸 사나 이 궁리 저 궁리 하고 있는데 이 아저씨 갑자기 가방 앞쪽을 열어보더니 여기 있다 한다. 어찌나 반갑던지... 값을 떠나 이번 여행 햇볕을 어떻게 피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줄은 금방 줄어든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대기실도 있다. 앉아 기다리다 부르면 나간다. 거기서 대형버스를 타고 한참을 올라간다. 버스로 올라간 곳의 고도는 3380m 내려서 줄을 선다. 사람 엄청 많다. 중국사람들 엄청 먹는다. 기다리며 닭다리에 소시지에 아침 안 먹었나 무지 먹는다. 그리고 아무데나 버리고.. 저렇게 먹으면 소화시키기 위해서도 산소가 필요할 텐데 그럼 산에 올라갔을 때 힘들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상식이 없는 건지 식욕이 먼저인건지... 다행히 그 곳에서는 방한복과 산소통을 빌려준다. 방한복은 20원에 보증금 200원, 산소통은 30원에 보증금 20원이다. 우린 미리 준비해간 두꺼운 겨울 자켓과 윈드점퍼를 입었다. 산소통은 그 정도는 문제없을 거라는 자만심에 준비 안했다. 1시간 50분을 기다려 곤도라 타는 곳에 왔다. 이곳에서 입장권 확인한다. 앞뒤 세명씩 6명이 탈 수 있는 작은 케이블카다. 한참 올라간다. 이렇게 급하게 고산에 올라오는 것은 고산병 걸리려고 작정하는 것이란다.
경치가 너무 좋다. 그 험한 산길에 사다리를 놓는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사람들은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깎아지른 길에 산꼭대기까지 사다리를 놓다니... 일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 옛날 왕조시대에 노역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한참을 올라가 케이블카에서 내렸다. 종착지 건물 안은 막혀서인지 산소가 적어서인지 답답하다. 지난 치앙마이 여행때 생긴 패쇄 공포증의 증세가 나타난다. 난 미칠 것 같았다. 답답하고 멍하다. 이게 고산증세인가? 난 산소통 안 가져 간 것을 후회하며 산소통을 찾았다. 그 위에서는 안 판다. 정 안되면 다른 사람 거라도 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까지 했다. 너무 놀라지 말고 심호흡하면 된다고 밖으로 나를 남편은 데리고 나왔다. 심호흡을 했다. 다행히 증세는 사라지고 여유가 생겼다.
난 달에 착륙한 우주인같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심호흡을 계속하며... 저 멀리까지 계단이 보인다. 까마득하다. 가다 힘들면 쉬고, 그 와중에 사진 한 장 찍고... 눈앞에 펼쳐진 설산은 감동의 물결이다. 바라만 봐도 내 가슴이 다 후련해진다. 너무 아름답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 예술이다. 내가 너무 좋다고 연발하니 남편 왈 ‘네팔에 가면 이런 광경이 파노라마로 있지’ 한다. 난 ‘다음 여행지는 네팔이다’라고 외쳤다. 정말 너무 좋았다. 속이 다 후련하다. 정상까지는 못 올라가고 밑에서 바라만 보아야 했다. 4636m 푯말 앞에서 줄서서 사진 찍는다. 내려가기 싫다. 그냥 그렇게 계속 있고 싶다. 그 곳에서 사진 찍으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난 그 중 한 남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쳐다본다. 난 씩 웃으며 ‘너 잘생겨서’하니 폼잡아준다. 헉....자식 찍히는 거 무지 좋아하네... 옆에는 얼음과 흙이 같이 얼어있는 빙하도 보인다. 그 빙하가 쉽게 녹지는 않을듯하다. 그래 그 모습 그대로 거기 그렇게 있어라. 바라만 봐도 좋으니...
아쉬워하며 내려왔다. 올라갈 때 잠깐잠깐 어지러웠지만 심한 고산병 증상은 많이 어지럽고 토한단다.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다. 고산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천천히 올라가며 적응훈련을 해야 하고 그리고 이뇨제를 먹어 물을 많이 먹고 배출해야 한단다. 체질적으로 고산병에 쉽게 걸리는 사람도 있단다. 산소가 있다고 고산병 걸린 게 바로 나는 것이 아니고 고산병증세가 나타나면 무조건 산을 내려오는 것이 상책이란다. 고산병 최후증세는 폐에 물이 차서 사망하는 거란다. 아는 것 많은 우리남편이 설명해준다.
우린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갔다. 올라올 때 같이 기다리지 않고 내려가는 것은 바로 탈 수 있다. 아이 둘과 탄 아줌마네와 동행했는데 아이들은 내려가는 내내 머리 아프다고 호소하고 엄마는 다 왔다고 달래고..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에게는 무리인 코스 같았다. 내려오니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
우린 기분 좋게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에 한국 대학생들도 만났다. 우린 리장 가는 길에 있는 바이샤(白沙)마을을 가기로 하고 큰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중국젊은이들도 보인다. 학생이냐니 아니란다. 자가용 삐끼가 나타난다. 두당 20을 요구한다. 우린 버스타면 되지 하고 마냥 기다렸다. 다행히 10분정도 지나니 7번 버스가 온다.
바이샤 마을이 두당 7원이란다. 리장과 옥룡설산의 중간인데 비싸다. 한 20분가니 내리란다. 우리 눈앞엔 엄청 긴 가로수 길이 보인다. 저 끝에 마을이 있나보다. 그래 분위기내며 걸어보는 거야 음... 하지만 덥다. 한 30분걸었나 보다. 중간에 두엄도 보이고 옥수수밭도 보이고...
겨우 마을에 도착 새로 지은 건물 슈퍼 앞에서 튀김하는 아줌마 옆에 가보았다. 감자도 튀기고 두부도 튀기고... 우린 감자(1원),두부(1원)를 맛있게 먹었다. 아줌마가 후식으로 리찌를 무료로 준다.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역시 시골이 사람 사는 맛이 나’하며 흐뭇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후 무참히 짓밟혀졌다.
마을 어귀에서 뒷걸음질치며 사진 찍다 똥 밟았다. 헉... 소똥인지 말똥인지... 다행히 개천이 여기저기 있기에 그 물로 닦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아이며 어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니 돈을 달란다. 이런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왔었으면 저렇게 변했을까...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들만 살 때는 이렇지 않았을 텐데... 하여튼 실망스럽다. 우린 모르고 사진 한장 찍었다가 돈 달라고 쫒아오는 아이들 때문에 쫒기듯 다녀야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그 마을에는 닥터 호라는 의사가 있단다. 집 앞에는 ‘리장의 옥룡설산 안에 중국 차 크리닉’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단다. 큰길가에 있는 닥터호의 집 앞에는 엄청난 선전간판들이 가득하다. 무지 선전한다. 들어가면 차 한잔 주며 의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데 물론 나올 때는 알아서 얼마간을 내고 나온단다. 우린 중국어가 안 되니 할 수 없군. 그저 밖에서 바라만 볼뿐.... 바닥에 철퍼덕 앉아 쉬고 있는데 건너편에 그 곳 남자아이들이 모여 있다. 도연이 또래 같다. 사진 한 장 찍고... 이곳도 많은 곳이 가게이다.
어디든 유명해진 곳은 상업화되어 있다. 나오는 어귀에 중국할아버지들이 게이트볼을 한다. 뒷벽에 양로존로(養老尊老)라는 한자가 보인다. 여유로워 보인다. 노년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나라에서 복지가 잘 돼 있나?
우린 나오는 길에 그 튀김아줌마네 들려 호떡(2원씩) 튀긴 거 하나씩 먹고.. 묻혀주는 소스의 끝맛이 쏴하다. 이제 중국 음식도 적응이 된다. 아줌마가 후식으로 리찌를 그릇 통째 들고 나와 먹으란다. 우린 안면 몰수하고 맛있게 다 먹었다. 4개씩은 먹었나...ㅎㅎ
버스를 타기위해 아까 들어왔던 그 길을 다시 걸어 나갔다. 하늘이 수상하다. 검은 먹구름이 보인다. 이런... 다행히 현지인차가 지나가다 서서는 리장까지 두당 3원 달란다. 잘됐다. 걸어나가 큰길에서 타도 그 정도는 내야 할 텐데... 버스를 타고 조금 있으니 비가 온다. 휴 하나님이 보호하셨네....
어제 비행기 리컨펌하느라 헤매던 길에서 내려준다. 우린 천천히 걸어 고성안의 컴퓨터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usb는 되는데 카드리더기와 보조하드디스크를 동시에 인식하지 못한다. 할 수 없이 cd로 구으려니 cd가 있으면 10원, 없으면 15원이란다. 구워달라니 cd만 건낸다. 우리 보고 알아서 구우란다. 이곳 사람들 진짜 컴맹이다. 메뉴가 다 중국어인데 어떻게 하냐구요.. 우린 30분 사용료 3위안(1시간에 5위안)을 내고 나왔다. 결국 실패.. 리장에서 하드디스크에 백업은 불가....
우린 숙소로 돌아와 쉬다 저녁을 먹기 위해 사쿠라 카페로 갔다. 그곳은 사람들이 많아 밖에는 자리가 없다. 우리가 안 팔아줘도 장사 잘되네 하며 우린 건너편 카페로 갔다. 리장은 북쪽이어서인지 늦게 어두워진다. 9시가 다돼야 컴컴해진다. 우린 마파두부와 커리를 시켰다. 맛있다. 중국맥주로 브라보도 하구... 점점 어두워지니 카페 여기저기에서 하나둘 등을 켠다. 리장 등조명이 장난이 아니다. 예술이다. 너무 아름답다. 이 맛에 왔지만...
우린 등만 집중적으로 찍고... 개천으로 누군가가 연꽃촛불을 띄운다. 너무 낭만적이다. 유속이 빠르니 금새 지나간다. 정말 좋다..... 사방광장에서는 매일 8시부터 민속춤을 춘다는데 사람들과 같이 어우러져 춤을 출 수 있다. 네 박자 스텝으로 박수 쳐가며 춘다.
우린 벌써 내년여행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장소는 네팔... 추석 연휴 끼고 해서 2주를 만드는 거야 그래서 네팔트레킹을 하는 거야 오늘 낮에 봤던 그 풍광을 네팔에 가면 실컷 볼 수 있다니 난 흥분됐다. 빨리 가고 싶다. 우리 둘은 신이 나서 네팔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2004년 7월 28일(수) 날씨: 비오다 갬 - 아쉬운 이별....
언제나 많은 사람에 치여 리장의 고요함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우린 리장을 떠나기 전 이른 아침의 리장을 마음껏 카메라에 담으려 했다. 미리 맞춘 알람 시계 소리에 잠이 깨어보니 비 소리가 제법 크다. 문득 호도협 트레킹 간 최순애언니네 가족이 생각나 걱정된다. 산에서 비오면 위험할 텐데 어쩌나... 다시 침대에 누었다 빗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오늘 오후에 따리로 떠나는데 어쩌나... 아쉽다... 예쁜 골목들의 돌바닥들을 맘껏 찍고 싶었는데...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우린 늘어지게 늦잠자고 9시 30분에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어제 보일러가 고장 났었는데 고쳤는지 샤워장에 더운물이 나온다. 이곳은 큰 타월을 주는데 필요하면 언제든지 쓰던 타올 갖고 카운터 가서 달라면 새 것으로 바꿔준다. 또한 남자화장실도 여자화장실과 똑같이 칸막이만 있단다. 상상해 보라... 남자화장실을... 서있는 남자 앉아있는 남자... ㅎㅎ 너무 재미있다.
짐 꾸리고 나와 백족스타일 게스트하우스인 이곳의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어제 사왔던 과일을 먹는다. 포도 한 송이가 어찌나 많은지 다 먹으니 포만감이 느껴진다. 배는 울남편의 강력한 모터치아로 깎아 먹었다. 맛있다... 배가 물은 많은데 달지는 않다.
우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리장의 고성을 가로질러 남쪽 터미널 방향으로 내려갔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리는 학교도 보이고 공동 취사장도 보인다. 20분정도 내려가니 고성의 끝자락이 보인다. 고성을 빠져 나가려니 아쉽다.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버스터미널이 보인다. 따리까지 3시간밖에 안 걸려서인지 버스는 많다. 버스는 샤관과 따리가 번갈아 간다. 샤관이 따리 옆에 있는 도시인데 따리보다 더 크기에 버스는 보통 샤관이 종점이다. 따리는 터미널이 따로 있지 않고 샤관 가다가 큰길 중간에서 세워 준단다. 12시표를 달라니 12시30분표가 있단다. 버스비는 40원씩.
터미널 옆은 식당가다. 우린 그중 만두 그릇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아줌마 만두 두 판 주세요.’ 난 바디랭귀지(손가락 두 개 피며)로 말했다. 만두는 3원씩. 우리나라의 질 떨어지는 고기만두 같다. 중국만두의 특징은 야채는 별로 없고 온통 고기뿐이다. 그래도 맛있다. 내가 한판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니 울남편 당신의 만두 하나 나에게 양보한다. 위대한 정재희...
3시간 내내 높은 산위를 달리고 온통 산속을 달려왔다. 산위에서 따리가 내려다 보인다. 따리는 무협지의 무대이기도 한 옛날 따리국(大里國)의 수도였단다. 엄청 큰 강과 넓은 평야. 부럽다. 우리 조상님들이 미워진다. 이렇게 넓은 땅두고 한반도 귀퉁이라니... 그것도 반쪽...
정말 가다가 큰길에서 버스가 선다. 따리라고 내리란다. 헉! 우리 눈앞에 잘 닦여진 신작로가 보인다. 우린 계속 그 길을 따라 걸었다. 고성 쪽에 있는 숙소를 찾기 위해... 너무 덥다. 30분 정도 걷다 보면 비교적 크고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사거리를 만난다. fusing ru다. 왼쪽으로 들어가 오른쪽에 큰 식당이 보이는 골목이 따리의 작은 카오산거리인 huguo ru이다. 이곳에 카페니 게스트하우스가 가득하다. 히피스타일의 카페들도 많이 있단다. 근데 너무 웃긴 게 카페의 종업원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다. 정말 못 말린다. 외국인 상대로 카페는 서양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정작 음식시킬 때는 메뉴판을 가리켜야하다니..쩝...
우린 그곳의 코리아나 한인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주인이 한국 사람이라는데 안보이고 종업원들은 모두 중국사람이다. 한국어도 영어도 안 통한다. 이런... 사실 그곳을 가려고 했던 건 아닌데 너무 지치고 더워서인지 딱 본 순간 우린 그냥 빨려 들어갔다. 일단 1층 방을 보여주는데 트윈에 깨끗하다. 짐을 풀었다. 남편은 1층에 있는 컴퓨터에 접속해 우리의 숙원사업인 카메라의 메모리사진을 가져간 하드디스크에 옮기는 작업을 시도한다. 근데 방이 밤에는 시끄러울 것 같다. 모기도 많아 보이고... 다른 방 없냐니 2층을 데리고 간다. 똑같은 방을 보여준다. 2층이라 조용하고 햇빛이 좋다. 가격을 물어보니 1층은 50, 2층은 70, 화장실 방에 있는 방은 120이란다. 왜 같은 방이 50, 70이냐니 화장실이 좌변기래서 라고 한다. 헉! 우리가 한국인이라 60으로 깎아 주겠단다. 한국인 여자주인은 쿤밍 갔단다. 쿤밍에서도 식당을 한단다. 이곳에서는 게스트하우스와 음식점을 같이 하는데 한국음식 안 하는 게 없다. 근데 많이 비싸다.
난 혼자서 1층에서 2층으로 짐을 옮겼다. 우리 남편 바쁘니... 다행히 이곳 컴퓨터의 usb port는 카드 리더기와 하드디스크를 동시에 인식한다. 그럼 바로 하드디스크에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옮길 수 있다. 근데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512M 메모리 두 개 옮기는데 1시간 걸린다. 그리고 우리 홈피에 소식올리고.. 우리 아들 목 빼고 기다릴까봐 부랴부랴 올렸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보지도 않았단다. 헉... 하긴 우리말고도 신경 쓸 게 주위에 너무 많으니... 아들이 신경 안 써도 노친네 둘이 잘 노니 걱정이 없나보다.
컴퓨터 사용은 1시간 10분. 사용료를 8원내란다. 1시간에 5원인데 10분 넘었다고 이런... 깎아 달라니 단호하게 안 된단다. 난 지갑을 열어보니 잔돈이 7원밖에 없다. 그래서 7원주며 ‘잔돈이 없어’하고 나왔다.
리장을 보고 따리를 오니 싱겁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리장을 보다 투박하다 못해 썰렁한 따리를 보니 실망이다. 이 뭐꼬.... 그래도 어쩌겠나. 문화탐방은 해야지... 우린 fusing ru길을 따라 걸었다. 중간의 종루는 일반인이 올라갈 수 없다. 더 걸어가니 남문이 보인다. 올라가니 매표소가 따로 없고 조그만 여자애가 왔다 갔다 하며 문표 2원을 내란다. 나중에 보니 그 성벽을 따라 걸어가면 그냥 올라갈 수 있는 현지인용 길이 있었다. 우린 문표값 내고 올라가 멀리 보이는 호수며, 지는 석양빛의 창산이며, 오래된 고성들을 열심히 찍었다. 끝이 안 보이는 호수와 높은 산이 병풍을 치고 있다. 산 끝이 안 보인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따리의 매력은 자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속이 다 후련하다.
성벽은 한적하다. 중간 중간 무너진 곳도 보인다. 지난번 지진에 이곳의 명물 삼탑사의 탑이 기울어졌다더니 ... 이곳은 데이트코스인지 연인들이 간혹 보인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자 산책하러 나온 사람,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수호지의 무대 같은 앞니를 갖고 있는 아줌마도 보고...ㅎㅎ 동네사람들의 휴식공간인 것 같다. 성벽을 내려오니 개천이 흐르는 조용한 공원길도 보인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안 보인다. 관광객들은 모두 큰 길로만 다니나 보다. 한적하니 좋다. 다시 huguo ru로 갔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 들어가 길가의 식탁에 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재미있다. 맥주로 축배도 하고...
우린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하니 가게들을 기웃거렸다. 리장에서 귀념품을 사려다 따리가 쇼핑의 천국이라기에 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왔는데 온통 현지인을 위한 가게밖에 안 보인다. 남대문 분위기다. 온통 공산품 가게뿐이다. 그나마 기념품 가게는 huguo ru에 있는데 리장같이 예쁘고 세련되지는 않았다. 리장으로 기념품 사러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난 아쉬운 대로 열심히 눈을 씻고 찾았다.
이곳에서 그림을 사고 싶었는데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B4보다 조금 작은 판화가 보인다. 이곳 특징의 상형문자로 그려진 판화다. 맘에 든다. 천지조화를 다룬 것이란다. 가격을 물으니 130부른다. 깎아 달라니 105이하는 안된단다. 난 빙긋이 웃고 나오려는데 나보구 가격을 쓰란다. 옆에서 그 판화를 만든 사람인지 어떤 남자가 또 작품을 만들고 있다. 참 나 입장 난처하네... 난 그저 웃기만 하고 있는데 종이를 들이 밀며 독촉한다. 난 만드는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머뭇거리다 그래도 깎아야 하니 싶어 60을 썼다. 그런데 웬일이냐 한방에 오우~~케이다. 이런.. 이런 허무감.... 그 사람들은 부랴부랴 포장한다. 신문지에 싸고 비닐봉지에 넣어 끈으로 손잡이까지 만들어준다. 참 나....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황당한 것은 이 가게만이 아니다. 제법 세련되어 보이는 옷가게에서 빨간 바지를 사는데 가격을 물으니 120이란다. 난 ‘Do you have discount'하고 물으니 여점원 잠시 망설이더니 60부른다. 헉! 이렇게나 많이 내려가다니... 난 습관적인 말로 더 깎아 달라고 했다. 안된단다. 나 역시 더 이상 강요하진 못하겠다. 이렇게나 많이 깎아주니... 하지만 정찰제 가게도 있고 많이 안 깎아 주는 데도 있고 천차만별이다. 물가가 싸다는 핑계 하에 이것저것 많이 사네...
2004년 7월 29일(목) 날씨: 햇빛 쨍쨍 - 자전거로 따리 돌아보기
7시쯤 눈을 뜨니 햇빛이 눈부시다. 화장실이 하나라 쓰려니 줄을 선다. 코리아나 게스트하우스에는 도미토리 방이 있는데 들여다보니 침대가 나란히 4개 놓여있다. 깨끗하다. 그곳에 있는 처자들이 전부 나오니 화장실, 목욕탕 붐빈다. 방 앞의 탁자에 앉아 어제 사온 망고스틴을 아침으로 먹었다. 한국에서도 아침은 과일인데 이곳에서도 과일이네... 슬슬 준비하고 나오니 8시.
창산케이블카를 타기위해서는 큰길에서 창산문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커다란 창산문이 보인다. 그 문을 지나 곧게 난 넓은 길을 걷는데 마차, 작은 차 운전사들이 따라온다. 우린 ‘팅부동’(무슨 말인지 몰라)를 외치며 씩씩하게 걸었다. 언제나처럼 걸을 수 있는 거리는 걷는 다는 신념으로.. 그런데 한 작은 차 아저씨가 계속 쫓아오며 한사람에 1원이라며 타란다. 우린 손을 휘휘 저으며 그저 걸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인지 관광지 길은 썰렁하다. 문 연 가게도 거의 안 보이고 사람들도 없다. 폐허 같다. 사람들이 우리같이 걷지 않고 다 타고 지나가서인가?
그 운전사는 계속 우릴 따라오며 그럼 2명에 1원하겠단다. 우린 성의가 괘씸해서 탔다.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멀기도 하지만 비탈진 산길을 걸어왔으면 땀깨나 흘렸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1원 받아 뭐 남겠나? 인건비는 고사하구 기름 값도 안 나오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며 이렇게 힘들게 장사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안쓰러웠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남편은 2원 주잔다. 그래 시세대로 다 주자... 하지만 밑지는 장사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중국에서....
우린 인사하고 표를 사기위해 올라갔다. 그런데 그 운전사가 손짓한다. 표를 보여주며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한다. 일단 우린 매표소를 가서 정가를 확인했다. 왕복 60원이다. 그럼 이것보다는 싸겠지 하고 그 사람한테 갔다. 60원씩이라며 표를 준다. 뭐야... ‘시세가 60원인데 무슨 소리 50원만 하자’ 하니 안 된다며 손을 휘두른다. 이 사람한테 사는 게 일단 흥정이 되니까 그나마 조금이라도 깎을 수 있을 듯하여 계속 흥정하는데 50원은 안된단다. 좀 더 강하게 나갈 걸 우린 그럼 55원 하고 말했다. 처음에는 안 된다더니 이내 좋단다. 나중에 안 것 이지만 35~40원에도 살 수 있단다. 아까 창산문주위에 있던 운전사한테 흥정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우린 그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 헉.. 그 운전사가 주는 표는 매표소에서 파는 표와 다르다. 아마도 현지인용 표인 듯하다. 매표소에서 파는 표는 관광객용이구...
리프트 타는 곳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두 명씩 타는 리프트다. 날은 덥고 햇볕은 뜨겁다. 리프트가 한참을 올라가는데 발밑은 공동묘지다. 온통 비석이 보인다. 우리나라 비석의 두 배만한 비석들이 서있다. 관리인이 따로 없는지 잡초가 무성하다. 묘지 위를 리프트 타고 올라가는 기분이란 참... 낮이니 망정이지...
창산으로는 리프트 말고 말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말이 너무 힘들어 하기에 말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게 한단다. 그래 동물학대하지 말구 몸으로 못 때울 거면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자고...
제법 올라간다. 오래가니 재미있어 좋다. 리프트가 산의 중간쯤에 도착하니 넓은 마당에 고산족 아가씨 다섯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 더운 날씨에 옷 다 차려입고 서비스차원에서 춤출 리는 없는데... 관광객 보고 전통의상 입고 자기네랑 사진 찍으라는 얘긴가? 할튼 우린 위쪽에 있는 절로 올라갔다. 그 곳은 도교, 불교, 유교를 같이 숭상하는 곳이라고 한자로 써있다. 절 안에서는 점쟁이들이 사람들과 앉아 이야기한다. 점집이다. 복장은 영화 ‘강시선생’ 분위기다. 창산에서 내려다보니 왼쪽으로 삼탑사가 보이고 멀리 바다 같은 얼하이 호수도 보이고 따리 고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린 창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따리를 찍으려 했는데 안개가 많아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조금 기다리면 안개가 걷힐 것도 같은데...우린 옥수수하나씩 사서(시세는 밑과 같다 하나에 1원) 먹으며 안개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그 고산족처자들은 리프트에서 사람들이 내리면 춤을 추고 안보이면 쉬고 있다. 도대체 이 처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난 심심해 고삭족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근데 나를 보고 아주 환히 웃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이상타 지금까지의 중국 분위기가 아닌데 쟤네들 왜 저래 하며 난 셔터를 누르지 않고 그냥 카메라를 내려놨다. 웬지 냄새가 난다. 아니나 다를까 그중 제일 맏이인 듯한 처자가 우리에게 와서 5원 달란다. 헉!.. ‘나 안 찍었어’, ‘@#$%(@’, ‘진짜 안 찍었다니까’ ‘봐봐’하며 디지털화면을 보여줬다. 혼자 뭐라고 얘기하다 그냥 간다. 이것들이 나를 물로 보나.. 그랬다. 그들의 정체는 찍힘을 당하고(!) 돈 받는 것이다.
12시까지 기다려도 깨끗한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 몇 장 찍고 내려왔다. 차라리 오후에 올라오면 깨끗할 것 같다. 우린 터덜터덜 걸어내려 오는데 늙은 말 한마리가 끄는 마차에 마부, 뚱뚱한 중국여자 셋, 남자하나, 아이 둘이 타고 비탈길을 올라온다. 말이 힘들어한다. 마부는 채찍질하고.. 너무 안쓰럽다. 말은 있는 힘을 다하지만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지 마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그제서야 어른들이 내린다. 말들은 힘들 때면 배설을 하여 몸을 가볍게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비탈길에는 여지없이 배설물이 있다. 여기저기 깔려있는 배설물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짧다. 아까 올라갈 때는 엄청 길게 느껴졌는데...
산 아래 폐허 같은 거리는 여전히 똑같다. 관광객이 적어서인지 문 연 가게는 거기 찾아볼 수가 없다. 고성주변과 안에만 가게들이 많지 이곳은 없다. 우린 티벳탄 카페로 갔다. 티벳 향기를 기대하며... 역시 길가의 자리에 앉아 서로를 구경하며... 이곳에 앉아 있으면 잡상인이 우리를 엄청 아는 척한다. 창산케이블카 타라, 과일 사라, 호수에 유람선 타러 가자, 간식거리 사라... 거절하기 힘들다. 나이든 할머니의 부탁은 더욱 거절하기 힘들다. 안 되겠다 다음부터는 안에 들어가 앉아야겠다. 난 티벳 샌드위치와 망고쥬스, 남편은 커리와 커피. 샌드위치가 장난이 아니다. 두덩어리인데 한 덩어리만 먹어도 배부르다. 거기다 감자튀김까지 준다. 헉.. 감자튀김 보니 우리 아들 생각난다. 감자튀김에 울고 웃는 우리 아들.. 보고 싶다. 한국에서 신나게 놀고 있겠지... 망고쥬스는 리장의 사쿠라 카페보다 싱겁다.
배도 채웠으니 내일 쿤밍 갈 버스표 예약해야지.. 길거리에는 몇 군데 버스표대리점이 있다. 버스는 세 종류다. 볼보, 대우, 중국버스. 중국버스는 65원이고 아침 첫차다. 볼보와 대우는 105원. 대리점 몇 군데를 다녀봤는데 시세는 똑같다. 7시간을 가야하니 좌석 간격이 넓은 볼보나 대우를 타야지. 버스표 예약은 대리점 직원이 터미널에 전화하여 좌석 배정을 받는다. 9시 볼보버스는 좌석이 맨 뒤만 있다기에 10시차로 했다. 이건 대우란다. 좋아...
이제 다됐으니 그럼 호수까지 자전거 하이킹을 가는 거야. 자전거 대여는 게스트하우스에서도 한다는데 우린 길가에 있는 자전거대여점에서 했다. 하루 자전거 대여비 10원. 보증금 100원. 오늘 하이킹 일정은 일단 넓디넓은 호수로 내려가서 호수 주변을 돌다 삼탑사를 가는 거야.. 그럼 출발... 우린 호수로 가기위해 론리에 나와 있는 데로 북문까지 가서 호수방향의 옆길로 내려갔다. 근데 길이 돌길이라 울퉁불퉁하다. 저절로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ㅎㅎ
따리는 지형이 서쪽의 창산에서 마을, 평야를 지나 호수로 이어진다. 이러다 보니 마을에서 호수로 갈 때는 내리막길이다. 자전거 탈 맛 난다. 그 길은 호수까지 쭉 한길이다. 마을에서 호수까지 가는 버스도 있다. 번호가 기억나지 않네.. 봤을 때 적어야 하는데... 우린 유람선선착장까지 갔다. 자전거에 자물쇠 잠그고 들어가려니 어떤 할아버지가 부른다. 보관료 내라고... 대당 1원이란다. 별걸 다 달라네.., 호수가까이 가니 강 건너편에 마을이 보인다. 강을 건너가 저 마을에서 자고 올수도 있다고 한다. 유람선을 타러 사람들이 들어온다. 우린 안쪽에서 노는 아이들을 찍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려니 현지인만 들어갈 수 있는지 우리를 저지한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유람선을 타라는 건지.. 치사해서 안 들어간다 흥 하고는 나왔다.
호수 주위를 돌 수 있는 길이 있다던데 안 보인다. 옆길로 따라 들어가는데 막다른길이다. 마침 호수 곁에서 노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난 아이들을 찍고 찍은 사진을 화면으로 보여주니 신기한가보다. 좋아하며 더욱 포즈를 취해준다. 덕분에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린 다시 삼탑사를 가기위해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호수 쪽에서 바라본 창산은 웅장했다. 넓은 평야도 시원하다.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라 힘들다. 덥기도 하고... 우린 가게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난 화장실을 가고 싶어 점원에게 얘기하니 집안으로 데려간다. 작은 여관이다. 마당에 앉아 있던 아줌마가 인상을 쓰며 뭐라고 말한다. 그러니 점원이 ‘메이요’(없어) 한다. 이런... 화장실 없는 집이 어디 있냐.. 좋지도 않으면서.... 난 배를 문지르며 급하다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점원이 자기를 따라오라며 밖으로 나간다. 난 밖에 있는 줄 알고 따라 나갔다. 옆 골목을 가리킨다. 그곳에 가면 있겠지... 헉! 웬일이니 그냥 인적 드문 골목이다. 알아서 길에서 볼일 보라는 이야기구만... 어이가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하라는 대로 해야지 힘 있나...
다시 힘을 내 삼탑사로 출발... 아까 내려왔던 돌길로 가려니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 우린 조금 내려가 신작로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힘들다. 헉헉... 삼탑사로 가는 길은 좁고 차도 많다. 매연 죽인다. 그리고 차가 많아 위험하다. 뒤에서 계속 빵빵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하며갔다.
삼탑사는 지진이 난 이후로 약간 기울어져 있단다. 그저 세 개의 탑만 있고 지금은 탑 안에도 못 들어간단다. 그저 밖에서 보는 것만 허용한단다. 그러면서 입장료는 비싸단다. 그래서 우린 그저 밖에 앉아 쉬다 입구에서 카메라 줌을 당겨 삼탑사를 찍었다.
다시 고성으로 출발.. 여전히 차는 넘쳐나고... 곡예 하듯 자전거를 탄다. 가다가 전형적인 현지인 시장을 만났다. 북문가기전이다. 난 우리가 좋아하는 망고스틴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갔다. 포도, 석류, 바나나, 사과는 있는데 우리가 찾는 것만 없네... huguo ru에만 있나? 관광객 상대 할 때만 파나? 만만한 만두(2원) 한판 사서 나왔다. 다시 자전거로 북문에서 남문까지 그 밖까지 달렸다. 내려갈 때는 신나고 올라갈 때는 힘들고... 고산지역이여서인지 햇볕은 너무 더운데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5시간 정도 탔나? 자전거 반납하고 카페에서 냉커피에 망고쥬스 한 잔.. 너무 심한 게 작은 커피 잔에 냉커피 타온다. 헉!
숙소 가서 씻고 분위기 있는 식당을 찾기 위해 기웃거렸다. 골목길을 좀 올라가니 밥말리스 라는 식당이 보인다. 밥말리는 유명한 래게가수란다. 식당의 오늘의 음식에 dali fish라고 써있다. 난 sea food면 항상 최고다. 맛을 물어보니 맛있단다. 달리스타일 생선은 어떤 것일까 싶어 들어갔다. 남편은 마파두부 시키고... 종업원이 우리나라 사람하구 너무 똑같다. 아무리 같아보여도 중국인은 어딘가 모르게 달랐는데 이 여종업원은 우리나라 사람과 같다. 조선족인가? 우린 분위기 잡는다고 2층 테라스에 앉았다가 찻길의 소음과 먼지 때문에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까 그 여종업원이 촛불을 밝혀 준다. 분위기 좋다.
한참을 기다려 나온 달리생선... 우리나라 생선지리탕 같다. 그런데 안 들어간 게 없다. 두부, 양파, 토마토, 당근, 콩나물, 버섯, 민물생선 등 커다란 전골냄비에 하나 가득이다. 두부가 무척 부드럽다. 남편은 마파두부 먹어야한다며 나 보구 다 먹으란다. 헉! 1인분일줄 알았는데 그럼 말을 하지 양이 많다고.... 내가 위대하긴 하지만 이걸 다 어떻게 먹냐.... 난 밥은 안 먹고 탕만 먹었다. 어휴 이번 여행은 너무 먹어서 살쪄가게 생겼네... 결국 우리의 자랑스런 정재희 다 먹었다. 물론 남편의 도움이 조금 있긴 했지만... 처음엔 민물이라 비위가 약간 안 맞았지만 먹다보니 맛있다. 국물까지 싹싹.....
밤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배회했다. 숙소 앞에 좀 오래된 골동품 가게가 있다. 그곳에서 벽걸이 천을 봤는데 빨간 바탕에 오래된 손자수천이 있는 것인데 무척 마음에 든다. 난 100이면 사고 이상이면 안 산다 하며 가격은 물어보니 250이란다. 헉! 난 100에 해달라니 안된다며 200에 사란다. 내가 계속 깎아 달라니 마지막 가격이라며 180부른다. 난 나왔다. 안 잡는다. 이곳은 녹녹치 않네... 사구 싶은데.... 안 잡으니 어쩌나... 그래 내일도 있으니....
2004년 7월 30일(금) 날씨: 맑다 비옴 - 따리 빠이, 쿤밍 안녕
아침에 일어나 아직 떠나려면 시간 여유가 있기에 밖으로 나왔다. 어제 사고 싶었던 가게로 갔다.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이런.... 큰길가로 나와 걷다보니 따리문화원이라고 쓰여 있는 공원이 보인다. 들어갔다. 아줌마 한 무리가 중국 특유의 춤을 양손에 스카프 들고 춘다. 못하는 사람한테 가르쳐주며... 할아버지들 장기 두고... 쉬는 사람들... 우리도 쉬다 떠날 시간이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들어오는 길에 어제 사고 싶었던 가게를 보니 막 문 연다. 이따 나오다 사야지... 야호~~~
난 ‘너 나 기억하니’하니 기억한단다. ‘두 번이나 왔었쟎아’ 한다. 다 기억하네.... 어제 가격보다 더 깎아 달라니 안 된단다. 할 수 없지 뭐! 180에 샀다. 사고 싶은 거 사니 기분좋다. 이제 쿤밍으로 고고...
어제 표 산 곳으로 가니 어떤 남자가 따라오란다. 넘버3 한인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골목이다. 와! 여기도 숙소 많고 카페 많네.. 더 올라와 볼 걸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 골목을 지나 위로 올라가니 길 건너 허름한 건물이 보인다. 따리 정거장이다. 안에 들어가니 시간표와 가격이 써져 있는데 대우는 조그맣게 92라고 써있다. 뭐야... 대리점에서 중간에 농간을 부렸나... 조금 힘들더라도 대리점에서 표 끊지 말고 이곳에 직접 와서 표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여기서 대우버스 타는 것이 아니라 미니버스 타고 샤관까지 가서 탄단다. 쿤밍 가는 건 다 샤관 가서 탄단다. 20분 정도 달려 샤관에 도착했다. 우리가 따리에서 보던 산자락의 끝부분이다. 큰 건물들도 많고 따리에 비해 화려하다. 이곳에서 대우차로 갈아탄다. 사람이 별로 없다. 장사 안되네 하며 걱정했는데 웬걸 사람들이 하나씩 타는데 다 찰 때까지 안 떠난다. 11시 5분이 돼서야 떠난다. 우린 10시에 떠난다고 스케쥴 잡았었는데 쩝! 버스는 그래도 좋은 버스래서인지 물을 하나씩 준다. 물 안 샀는데 잘됐다.
작은 휴게소에서 선다. 아이스크림 사러 가니 사람들 미어 터진다.(보통 3원) 또 과자를 사러 들어갔는데 점원여자 물건도 던지고 돈도 던진다. 이 무슨 경우고... 손님은 왕인데 여기선 아닌가보다. 사람들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받아간다. 화장실은 유료로 3각 받는다.
한참을 달려 쿤밍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점점 비는 세어진다. 근데 이곳도 교통지옥이다. 어찌나 길이 막히는지 쿤밍 안으로 들어와서는 차들이 앞으로 전진하기가 버겁다. 기차역 옆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30분! 쿤밍 오는데 8시간 30분걸렸다. 오늘하루를 다 써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밤버스 타고 올걸 그랬나!
우린 늦은 시간을 걱정하며 기차 매표소로 갔다. 내일 갈 석림 기차표를 예약하기 위해... 비가 제법 온다. 매표소 여직원은 버스가 빠르고 기차는 늦다며 버스 타란다. 버스도 있긴 하지만 아침에 버스 타러 가서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예약되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아침첫차는 속도가 느리니 다음차를 타란다. 10시 15분 출발 12시5분 도착이다. 여전히 왕복은 안 된단다. 편도만 된단다. 한 사람당 19원이다.
우린 빗속을 걸어 spring city hotel로 가기위해 택시를 탔다. 비가 와서 인지 빈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겨우 탔다. 쿤밍의 화려한 밤거리를 지난다. 호텔프론트에 가서 방을 물어보니 54원하는 bath out은 다 찼고 98원하는 bath in이 있단다. 중국은 호텔 와서 깎아달라면 깎아준다기에 깎아 달라니 128원 하는 걸 할인해 준 거란다. 할 말 없게 만드네... 말이 호텔이지 허름하다.
우린 짐 풀고 저녁 먹으러 나왔다. 호텔주위에는 백화점이 많다. parkson, enjoy등 우린 parkson으로 들어가 식당가를 찾으니 슈퍼마켓만 있고 식당은 안 보인다. 여기는 백화점 안에 식당이 없나?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가 좀 걸어가니 식당이 보인다. 회교도 식당이다. 모두 빵떡모자 쓰고 있다. 우린 식당 안에 들어가 다른 사람이 먹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시켰다. 양고기 야채 볶음. 그리고 미시엔이랑... 맛있게 먹었다. 배 두들기며 나와 이곳의 유명한 꽃차를 사고 길에서 망고스틴 사고... 이제 점점 여행의 끝자락으로 가고 있구나. 아쉽다.
2004년 7월 31일(토) 날씨: 비옴 - 땅위로 솟아오른 바다 속 바위들
아침 8시 기상. 어제 산 망고스틴과 빵으로 아침을 먹고 9시에 체크 아웃. 배낭은 호텔에서 무료로 맡아준다. 우린 카메라만 메고 나왔다. 프론트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가르쳐 준대로 호텔 왼쪽으로 가서 운남호텔앞에서 5번 버스를 기다렸다. 난 5번이 왔기에 ‘훠처찬’(기차역)하고 물어봤는데 ‘2원’이라기에 알아듣고 가격을 이야기해준 줄 알았다. 근데 이런 종점이라고 내리라고 하는데 엄한데다. 아마도 아까 ‘뚜어샤오치엔(얼마예요)으로 알아들었나보다. 할 수 없지 어쩌겠나.. 우린 내려 택시타고.. 다행히 일찍 나왔기에 시간여유가 있었다.
기차역에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북경역 만큼은 아니다. 화살표 방향을 따라 바쁘게 갔다. 기차에 오르니 사람이 가득하다. 아직 떠나려면 시간이 있는데 사람들은 벌써 다 탔다. 우리 앞에 중국중년 부부가 앉아 있는데 남자는 1시간 내내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다. 대단하다. 기차는 광주까지 가는 기차라 침대칸이 많이 보인다. 우린 연좌 좌석이 없어 경좌(딱딱한 좌석)를 예약했는데 30분 정도는 괞챦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한다. 우리 옆자리에는 승무원들 좌석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좌석을 바꾸는지 이곳에서 상담하고 간다. 특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차에 오르면 끝인데 여긴 기차위에서도 표 변경이 된다.
12시 5분 정확하게 도착한다. 이 기차의 첫 번째 도착지는 석림이다. 단 4명 내리는데 우리부부랑 우리 앞에 앉았던 중국부부만 내린다. 참 웃기다. 핀셋으로 꼭 집어 낸 것 같다. 비가 아까보다 더 세진다. 마차가 다가온다. 두당 1원이란다. 미니버스가 온다 두당 2원이란다. 다른 마차에 물어보니 2원이란다. 아마도 1원짜리는 소석림인가보다. 대석림으로 가야하는데... 우린 비도 오고해서 미스버스를 탔다.
차가 가는 동안은 비가 많이 오더니 우리가 내릴 때 쯤에는 좀 잦아들었다. 우린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에 들어갔다. 볶음밥(8)과 국수(5)... 국수가 맛있다. 양도 어찌나 많은지...
비가 와도 관광객은 많다. 매표소에 가니 학생할인 된다.(80원인데 55원) 그래 한번 더해 보는 거야하고 주민등록증을 들이 밀어 넣으며 ‘슈에셩'(학생)하니 국제학생증을 보여 달란다. 이건 안 된단다. 이런 안 통하네... 할 수 없이 돈 다 내고 표를 끊었다. 아쉽네...
한국말이 들린다. 한국에서 단체로 온 초등학생들이다. 반갑다. 녀석들... 안으로 들어가니 인공호수인 듯한 커다란 호수가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바위들이 보인다. 이거야 하고 실망하려는데 점점 장대한 돌무더기가 보인다. 이것들은 바다 밑에 있다가 지각변동으로 땅위로 솟아 올라온 것이란다. 바다 속에나 있을법한 생물자국이 그 증거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인지 돌계단이 닳고 닳아 미끄럽다. 더군다나 비까지 오니 우린 아쿠아 슈즈라 더 미끄럽고 최악이다. 보통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계단이 너무 가파르다. 어휴 발바닥에 땀난다. 계속 들어가니 엄청나다. 망부석, 돌 감옥, 깊은 계곡 등 안은 미로다. 길을 못 찾겠다. 바위들이 장난이 아니다. 우린 지금 바다 속을 거니는 거다. 그럼 인어공주랑 왕자...ㅎㅎ
나오는 길 오른편에 있는 자동차주차장에 돌아오는 버스가 많다기에 내려가 보았다. 미니버스들이 보인다. 가격을 물어보니 1인당 20원이란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왕복 40원에 왔단다. 그런 20원이 시세 맞네... 역시 버스에 사람이 다 차야 출발한다.
4시30분 출발. 산위를 달린다. 비가 오는데 산사태가 날 것 같은 곳이 곳곳에서 보인다. 7시넘어 도착. 우린 비도 그치고 시간도 많으니 걸어서 호텔까지 가자하고 걸었다. 걷다가 맛있어 보이는 집 나오면 먹고... 가다 극장 옆에 식당의 그림메뉴판이 식욕을 돋운다. 우린 들어갔다. 화장실 물으니 극장옆쪽을 가르킨다. 이런! 유료다 2각내란다. 헉! 무슨 식당이 화장실도 서비스안하냐... 철판오징어구이와 소고기볶음을 시켰는데 오징어구이는 간장소스에 생강향도 나고 맛있다. 근데 소고기 볶음은 갈비살이긴 한데 향이 진해 별로다. 일단 다 먹고 망고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47원)
다시 걸어 호텔까지 왔다. 생각보다 멀지 않다. 우린 숙소근처에 새시장이 있다기에 가보니 너무 늦게 가서인지 보이지 않는다. 다 문 닫는다.
1시 출발 비행기니 11시까지 공항가면 되네... 호텔 앞에서 택시 타니 공항까지 16원 나온다. 공항에서 최순애언니 가족을 만났다. 호도협 너무 좋았단다. 비가 와도 산위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산 아래 내려왔을 때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혔단다. 그래서 배타고 차 타느라 고생하고 돈 많이 들고 그랬단다. 하지만 길이 막히면 차에서 내려 건너오면 다른 차가 건너편에서 기다리다 태워준단다. 그런데 나쁜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정보를 안 알려주고 자기네 장사만 하려고 했단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단다. 이런...
쿤밍은 작은 도시여서인지 국내선만 많고 국제선은 왼쪽에 입구가 하나다. 그 속을 들어가면 안에 수속하는 데스크가 나타난다. 쿤밍에는 골프 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일행을 빼고는 모두 골프 치러 온 사람들 뿐이다. 글쎄... 별로 보기 좋아 보이진 않다.
4시에 인천도착! 7박8일의 여정이 끝났다.
매년 나가다 보니 이제는 여행도 일상 같다. 일상이 있어 여행이 즐거운 것인데 일상같은 여행이라니... 모든 것이 이렇게 반복되면 무뎌지는 것일까? 싫다. 그렇다면 다시 여행의 맛을 찾기 위해 뭔가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찾아야겠다. 테마여행...
이 여행기를 쓰는 중에 우리 아들 도연이가 태국여행중이다. 중2녀석이 9박10일 여정으로... 생각보다 너무 잘하고 있다. 여행 중간중간 우리홈피 토크토크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 베테랑여행가 같다. 우리와 같이 다닐 때는 투덜이었는데.. 도연이도 일상을 떠난 여행의 참맛을 알아버린 걸까... 혼자서도 잘한다. 여행은 사람에게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상에선 생각할 시간이 없지만 여행은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준다. 생각 속에서 난 평화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도... 여전히 여행은 나에게 숙제를 안긴다. 해야 할 것, 하면 안 되는 것...
네팔은 여행기간 때문에 후년으로 미루고 내년에는 인도네시아를 가려한다. 지난번에는 발리만 갔었는데 이번에는 족자카르타 그리고 메단을 거쳐 또바호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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