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인디언/ 김영미
한때 나는 주술의 꿈을 찾기 위해
낯선 시간 속에서 헤맨 적 있었다
어둡던 현실을 외면하는 한낮의 몽유병을 앓거나
이름 모를 부족이 되어
태양의 나이를 헤아리는 샤먼이 되기도 했다
고산의 희박한 체온을 견디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거나
낯선 땅의 하늘을 동경하면서
한 마리 말도 없이 자동차도 없이
맨발로 거친 초원을 헤맸다
쉽사리 사위지 않는 모닥불 속에서
밤하늘 저쪽 별들의 예언을 살피는 일
긴 장마가 찾아올 때마다
죽음은 순서 없이 불타 사라진 별을 찾아
더 멀리 떠나갔지만
아무도 그 행방을 염려하거나 얘기하지 않는다
돌을 길어 올려 제국을 만들고도
몇 줌의 침탈에 멸망하였지만
바람 소리 들어보라 대답해 줄 것이니
별들을 보아라 답을 얻을 것이니
오랜 세월 길을 찾는 유일한 방식을 안다
몇 모금의 주술을 피워 올리거나
모두 하나 되어 온몸 흔들며 춤을 추면
신명 난 춤사위에 별들이 내려와
혈과 맥을 통해 쿵, 쿵쿵쿵 뛰어다닌다
소년의 영혼과 살별들 숨소리가 어우러지는
그 푸른 혼의 힘을 훔치는 우주의 샤먼이 되고픈
[시작메모]
- 시련을 딛고 피어난 꽃이 곤충들 맘을 훔치듯이
아메리칸 인디언 문화는 자연과의 연결이고, 구전되는 전통과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보편적인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인디언 춤에는 신들의 이야기와 서사시가 깃들어 있으며,
이름과 월별 용어에도 우주와 자연이 연상되어 그 의미가 아름답다.
특히 아메리칸 인디언 속담은 시적인 언어를 사용한 깊은 은유라는 언어적 특징이 있어서
시를 쓰는 나에게는 신비스런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바람을 들어라, 답해줄 것이니. 침묵을 들어라, 답해줄 것이니.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알게 될 것이다.”라는
인디언의 속담은 나에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살다 보면 사회구성원과의 관계에서 현실도피를 하고픈 일들이 종종 생기곤 한다.
그럴 때면 “사랑이 담긴 마음은 흙이 있는 씨앗과 같다.”라는 인디언의 마음을 생각한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지만, 우리는 종종 닫힌 문을 너무 오랫동안 안타깝게 바라보느라
우리를 위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고 인디언은 말한다.
영토는 빼앗겼어도 그들의 정신문화는 문명과 타협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연 친화적인 아름다운 전통을 우월하게 보존하고 있다.
마치 쓰러진 건물 벽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야생화가 벌과 나비의 마음을 훔치듯,
인디언의 사상이 내 마음을 훔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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