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2.
작년 2학기부터 <디지털교육> 과목을 사범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이 교과는 디지털 기술에 방점을 두고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배포에 혈안을 두고 있는 교육부가 전국 대학에 개설을 요구한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올해 신입생부터 졸업을 위해 무조건 이 과목을 수강하도록 필수 교과로 지정했다.
나는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교육부의 방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첨단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빠르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교육에 들어왔다 사라지는 경우가 흔한 세상이다. 종이 교과서만으로도 얼마든지 의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는데 제대로 준비조차 되지 않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왜 무리하게 배포하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 교사와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와 디지털 문해력이다. 비판적 사고에 방점를 두면 문해력의 중요성은 저절로 강조될 수 밖에 없다. 한 학기 동안 수업에서 나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비판적 사고이고 학기말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 중요성에 공감한다. 이번 학기는 12.3 내란 때문에 학생들이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교육부는 디지털교육에서 비판적 사고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까? 상대평가의 부당함을 예비교사인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고 교육부에 철회해달라고 요청할 것이 두려웠을까? 교사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 내는 것이 두려웠을까? 교사는 가르치는 일이 주업무이므로 행정과 수업을 분리해달라는 목소리가 두려웠을까?
이번 주 마지막 수업에 가니 서울 캠퍼스와 글러벌 캠퍼스 학생들 모두 비판적 사고로 12.3 내란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바빴다. 우리 수업에서 비판적 사고를 배우지 않았다면 유튜브나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만으로 판단할 뻔 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래는 오늘 올라온 1학년 신입생의 성찰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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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 카페에서는 디지털 교육에 관한 나의 생각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되돌아볼 수 있었고, 이를 비상계엄령과 결부시켜 나의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디지털 교육 수업은 나에게 정말 값진 수업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호기심을 학우분들과의 토론을 통해 해소하기도 했고, 나의 가치관이 조금 바뀌기도 했으며, 수업 시간에 시계를 보지 않을 수도 있구나라고 깨달은 수업이기도 했다. 학우분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나의 생각을 늘어놓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
순경님이 이번 수업 초반에 보여주신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는 한 학기 동안 바뀐 나를 향한 시 같았다. 나는 ○○○교육과를 선택했지만, 교사가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안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교육'이라는 것도 이제 나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나 학생의 위치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속한 사회인으로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처럼 디지털 교육이 아닌 나와 관련 없는 다른 현안들에도 등을 돌리지 말아야겠다고 바뀌었다.
그저 2학점짜리 교직 과목이 아닌, 나의 몇십 년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수업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